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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제국(白衣帝國) 2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2inro
작품등록일 :
2017.02.21 19:12
최근연재일 :
2017.05.09 15:42
연재수 :
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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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742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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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66,453

작성
17.02.2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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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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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늙은 불곰의 포효(3)

DUMMY

백의제국 2.9 - 늙은 불곰의 포효(3)



제국 19년 11월 12일 오후 6시 대한제국 인천 개마무사 전차군단 사령부



이민호 기갑 총감은 최민아가 사용하는 사령실에 들어왔다. 그녀의 참모는 몇 시간 전에 소규모 민간인 무리와 함께 부대 지휘를 위해 가까스로 탈출했기에 이 자리에 없었다. 그는 그녀가 항상 앉아서 업무를 했을 자리를 바라보았다. 목받이까지 있는 푹신푹신한 의자였다. 그는 책상에 올려져 있는 각종 자료들을 보았다. 정리를 하다 만 흔적들이 보였다. 지금 그는 사람 많은 드넓은 공원에서 부모님을 잃어버린 다섯살 꼬마아이처럼 불안하여 미칠 것 같았다. 더군다나 그녀의 왼쪽 다리가 완벽하게 부러져버렸다는 소식까지 들어왔다. 그녀가 대한제국 육군 최강체인 전차 군단의 총사령관이기 전에 그와 함께 전쟁을 누볐던 사랑스럽고 지켜주고 싶은 아내였다. 그가 보기에 그녀는 한 없이 연약해보였다. 그는 두 주먹을 꽈악 쥐었다.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손등의 핏줄이 솟아오르고 팔이 부르르 떨렸다.


"합하..."


그의 참모인 백알석 중령은 정신적으로 불안해보이는 그를 바라보며 심히 걱정된다는 어조로 그를 불렀다. 그는 그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힘을 뺐다. 하지만 불끈불끈 솟아있는 녹색 핏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그와 함께 따라 들어 온 사령부 소속 장교들은 한마디의 말도 꺼내지 않았다.


"이제부터 전차 군단은 내가 직접 지휘한다!"


"네?"


백알석을 비롯하여 모든 장교들이 화들짝 놀라 되물었다. 그러자 그는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비록 내가 기갑총감직에 몇 년 동안 있었지만 내 실력은 결코 죽지 않았다! 그런데 빌어먹을 열차 예약이 꽉 차버렸군."


그는 마음 같아서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수송열차를 총동원하여 전차 군단을 먼저 보내고 싶었으나 한반도 집단군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전차 군단은 그들이 다 사용한 이후에야 열차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너무 늦게 된다. 그는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곧이어 이 문제를 가지고 고민한 자신을 비웃었다.


"17일부터 직접 길림으로 향한다! 열차 따위 기다리지 않는다! 17일에 대대적인 출동을 할 테니 그때에 맞추어 철저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한다!"


"네!"


"해산! 그리고 자네는 나를 대신하여 기갑총감부를 관리해주게."


백알석은 그의 요청에 화들짝 놀랐다. 그가 우물쭈물거리자 이민호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미소 지었다. 백알석은 그동안 이민호에게 여러가지 전략과 전술, 그 외의 지식을 배우던 시간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 혼자는 어렵습니다."


"내가 직접 전차 군단을 지휘하게 되면 총감부에서 할 일은 대폭 줄어들 것이다. 그래도 여럿이 함께 하는 게 좋다고 하면 그정도는 내가 도와줄 수 있다."


"감사합니다. 합하. 그럼 먼저 총감부로 돌아가보겠습니다."


그가 사령실에서 나가고 정확히 10초가 지나자 쿵쾅쿵쾅거리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사복의 사내가 사령실에 침입했다. 그는 여유롭게 뒤로 돌아섰다. 최덕철이었다. 그러나 그의 신분을 몰라보고 있던 경비병들이 우루루 몰려와 그를 잡으려 했다. 그는 그들에게 멈추라는 손짓을 하고 최덕철에게 다가갔다.


"형... 누나는?"


최덕철이 한 말은 들은 경비병들은 당황했다. 이민호는 경비병들을 물리고 사령실 문을 닫았다. 그는 이 안의 공기가 답답하게 느껴졌는지 창문을 활짝 열었다. 저녁 6시 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어두워져 있었다.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쌀쌀한 가을 말의 바람이 열린 창문을 통해 들어와 비단의 양 끝을 잡고 현란한 춤을 추는 여인들처럼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얼마나 알고 있어?"


"누나가 위험하다는 사실 말고는..."


최덕철은 말 끝을 흐렸다. 그에게 있어서 러시아의 대한제국 침공 소식과 그의 누나가 위험에 빠졌다는 소식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그가 꿈꾸어 오던 세상에서 가장 편한 휴가는 물 건너갔다.


"민아는 동강에 갔다가 러시아 놈들에게 포위 당했다. 지금 303친위 중기갑연대랑 같이 있어."


"뭐라고!"


위험하다는 소식만 들었지 구체적인 소식은 듣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을 희생해가며 그와 그의 동생을 먹여 살린 사람이 바로 최민아였다. 비록 그가 냉철하고 사람의 목숨을 쉽게 없애버리는 제국 정보원의 최정예 요원일지더라도 누나가 위험하다는 소식 하나에 이민호 못지 않게 안절부절 못했다. 그러다 의문이 생겼다. 기갑 연대, 그것도 중기갑 연대랑 같이 있는데 왜 못 빠져나오는 지 말이다. 그는 그의 눈빛을 읽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거기에 남아 있는 민간인이 수천 명이야. 301연대와 302연대가 민간인을 실어나르고 있지만 한번에 수천명을 실어나를 수는 없잖아? 수송이 완벽히 끝나기 전까지 도시에서 민간인을 보호하려나봐. 네 누나는 민간인과 303연대원이 다 탈출하기 전까지 나오지 않으려고 해. 왼쪽 다리가 부러졌는데 말이야. 아무래도 설령 뼈가 잘못 붙더라도 영종도에서 뼈를 다시 부러뜨리고 다시 붙이려는 생각인 거 같아."


"아아아... 모처럼 휴가 나와서 누나도 보고 형도 보고 동생도 보려고 했는데 이게 뭐야!"


이민호는 팔짱을 낀 채 제자리를 멤돌고 있다가 다시 그를 바라보며 질문했다.


"혹시 이번 침공에 대해 아는 바 있어?"


그는 최덕철이 제국 정보원 요원이다보니 무언가 아는 바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최덕철의 마지막 활동지는 오스만 제국이었고, 몇 가지 일을 처리하다가 귀국하는 길에 침공 소식을 듣고서는 귀국하자마자 바로 달려왔기에 아는 바가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설령 있다하더라도 비밀을 발설해서는 안 됐다.


"난 정말 모르겠어. 정말로. 마지막 활동지에서 귀국하는 길에 들은 소리야. 지금 당장 러시아와는 전혀 관계 없는 임무였어."


"하긴... 그렇겠구나. 설령 알게 되더라도 내게 먼저 보고하면 안 되겠지.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라. 네 누나, 그리고 303연대장은 결코 약한 사람이 아니야. 내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구하러 갈 거야. 그때까지 버틸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


"혹시라도 누나가 사로잡히기라도 하면... 내가 직접 가서 누나를 구출해 올 거야."


최덕철의 두 눈은 이글이글 불 타올랐다. 이민호는 피식 웃으며 창문을 닫았다.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래야지. 그나저나 경비 뚫고 어떻게 들어왔어?"


"내가 일하는 방식대로 하니까 쉽던데?"


정말 못말리는 동생이었다. 어릴 때부터 장난끼가 남달랐던 터라 아무리 주의를 주어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사령실 문을 열고 혹시 다친 경비들이 있는지 살폈다. 가벼운 몸 싸움이 있었을 뿐, 다친 경비병은 한 명도 없었다. 그는 동생에게 충고를 주고 사령부에서 내보냈다. 최덕철이 사령부에서 나가자 그는 최민아의 자료를 살펴보기 위해 사령실로 돌아갔다.



같은 시각 대한제국 흑룡강도 합이빈



러시아군의 대대적인 포격이 시작 되면서 한반도보다 더 어두워야 정상이어야 할 이곳이 한반도보다 더 훤한 도시가 되었다. 흑룡강도 최대의 도시이며, 만주 3대 도시들 중 하나로 꼽히는 합이빈은 그들의 포격을 받으며 10년 동안 예쁘게 꾸며놓은 것을 하나씩 잃어나갔다. 러시아군이 최초로 포착된 이후 1군 사령부에서 민간인에게 긴급 대피령을 내렸으나 고작 1시간이 지난 후에 포격이 개시 되었다. 군인들은 더 이상 민간인들에게 신경을 쓸 수 없었다.


"놈을이 포격하는 동안은 우리에게 기회일 수도 있다. 놈들의 기병대가 나타날 수 있으니 모든 전선에 전력을 강화 해야 한다. 전투 가능한 예비군 전력은 모조리 전선으로 투입시켜라! 아직 놈들의 전력이 얼마나 될 지 모르겠지만 국경 수비대를 단번에 궁지로 몰아넣을 수준이면 보통 규모가 아닐 것이다."


박흥식이 지도를 짚어가며 말했다. 밖에서 들려오는 폭음이 그의 귀와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최흥열 소령은 잠시동안 지도를 보고 있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적의 전력이 정확히 어느정도인 지 알 수 없으나 확실한 바는 저희보다 2배 이상 많습니다. 전선을 지금보다 약간만 축소시켜야만 합니다. 제가 보기에 이곳과 이곳, 그리고 이곳의 방비가 약합니다."


그는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 생각하고 그가 지목한 곳에 있던 말들을 뒤쪽으로 이동시켰다. 합이빈이 뚫리게 되면 이남 지역은 매우 순조롭게 러시아군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당장 그들을 지원해 줄 병력이 없다보니 그들은 최전방에 배치된 최후의 보루다.


"5보병여단에서 급전! 적 대규모 기병대 출현!"


통신장교가 소리쳤다. 회의를 하던 장교들이 깜짝 놀라 모두 그 장교를 바라보았다. 박흥식은 서둘러 장교가 맡고 있는 무전기 앞으로 달려가 5여단이 보내는 급전을 들어보았다.


-적 기병 출현! 빠르게 돌격 중이다! 여기는 화력이 부족하다! 지원 요청한다! 반복한다!...



"쏴라!"


-두두두두두두두두!


사격 개시 명령과 함께 11식 중기관총이 12.7mm 구경의 예광탄을 육중한 발포음과 함께 적에게 날려보냈다. 전방의 보병들이 우수수 쓰러지더니 그 뒤에 있던 기병들이 앞으로 나뒹굴었다. 총알의 위력은 5.56mm 탄을 뛰어넘었다. 총알 한 발, 한 발이 가진 강력한 에너지는 말의 머리를 완전히 박살내버렸다. 12.7mm 탄에 맞은 사람은 꼴이 말이 아니었다. 도마 위에 놓여져 요리사에게 다져진 돼지고기처럼 처참한 꼴이 되었다. 2선의 포병대가 그들을 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어둠을 틈타 근거리에서 기습적으로 출현한 기병들을 단시간에 효과적으로 저지할 화력이 부족했다. 더군다나 적은 보병과 함께 전진하고 있기 때문에 기병에게 제1 참호가 뚫리면 일이 어렵게 된다.


"모두 고개 들어! 응사해라!"


장교들도 참호에서 달려오는 적에게 소총을 쏘며 소리쳤다. 적들은 단체로 무슨 약이라도 했는지 물러서지 않고 계속 돌격했다. 바로 옆에서 동료의 팔다리, 머리가 부셔지고 내장이 쏟아지는 데에도 함성을 지르며 돌격했다. 발 아래가 잘 보이지 않아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돌격했다.


"온다. 온다. 온다!"


기병들은 엄청난 속도로 다가왔다. 다른 군대와 마찬가지로 전쟁 준비가 미흡했던 5여단은 그들을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기병이 코 앞까지 다가오자 군인들이 사격을 멈추고 고개를 푹 숙였다. 고개를 숙이지 못한 병사가 말 발굽에 치여 뒤로 날아갔다. 대규모 기마병들이 우루루 몰려들어왔다. 5여단의 방어선이 큰 혼란에 빠졌다.


"보병들을 조져라! 보병들이 오지 못하게 막으라고!"


장교들은 사관학교에서 배운대로 기병을 무시하고 적 보병을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렸으나 이 상황이 극도로 혼란스러운 병사들은 우왕자왕 했다. 기병들은 참호 너머에 있는 각종 막사와 무전 기지를 부수기 시작했다. 무전병들이 도망치다가 칼에 맞아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씨발 새끼들아! 내 말 좀 들으라고! 기병 쏘지 말고 보병을 쏘라고! 야 이 새끼야! 장교라는 새끼가 왜 여기서 질질 짜고 지랄이야!"


혼란이 가중되어 휘하 병사들이 자기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아 화가 났던 중대장이 고개를 쳐박고 벌벌 떨고 있는 소위를 보며 욕을 했다. 그러다가 군화로 복부를 적당한 세기로 걷어차고 멱살을 잡고 일으켜세웠다.


"이 개새끼야! 사관학교에서 그 따위로 배웠어?! 장교가 되었으면 목숨 걸고 싸워야지, 왜 고개를 쳐 박고 지"


-파앙!


중대장은 말을 잇지 못했다. 기병이 쏜 권총탄이 그의 머리에 박혔다. 소위는 기겁을 하며 뒤로 넘어졌다. 중대장이 얼굴을 땅에 쳐박았다. 소위는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땅에 떨어진 소총을 주웠다. 누군가의 손이 방아쇠를 잡고 있었는데 손목 이후가 없었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소총을 바닥에 던졌다.


"어, 어, 어"


사격을 하던 장병들이 서서히 뒷걸음질을 치더니 서둘러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참호 뒤쪽으로 도망갔다. 참호 밖으로 뛰어나간 그들은 뒤에서 날아 온 총알을 맞아 앞으로 쓰러졌다. 소위는 자신의 목숨이 끝났음을 짐작했다. 그는 벽에 바짝 붙어 평소에는 믿지 않았던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이윽고 참호 안으로 착검한 러시아군들이 들어왔다. 피 튀기는 혈전이 시작 되었다. 소위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두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뒤에서 고함 소리가 들렸다. 뒤로 돌아보니 도끼를 든 러시아군이 험한 표정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그는 정신이 나갔는지 러시아군을 보며 헤벌레 웃었다.


"병신 같은 원숭이 새끼!"


-콰직!


도끼가 소위의 머리를 박살내버렸다. 소위의 전신이 바들바들 떨리다가 축 늘어졌다. 러시아군은 크게 웃으면서 도끼를 빼냈다. 피가 높이 솟구쳐올랐다.


"종간나새끼야!"


-까앙!


야전삽을 든 병사가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듯이 러시아군의 머리를 쳐냈다. 목이 세게 돌아가면서 목뼈가 비틀어졌다. 왼쪽 광대뼈가 가루가 되어 크게 함몰되고 피부가 깊게 찢어졌다. 적이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자 그 병사는 러시아군을 발로 밟고 올라가 야전삽을 수차례 내리쳤다. 머리뼈가 완전히 박살나면서 부셔진 뇌가 험난한 세상을 구경하러 나왔다.


-쿠르릉!


그때 대한제국군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경쾌한 엔진 소리가 울려퍼졌다. 기병들과 보병 모두가 그곳을 쳐다보았다. 길죽한 차체와 납작한 원형 포탑을 가진 살쾡이 장갑차가 나타났다. 장갑차의 뒷문이 열리면서 무장한 차량화보병들이 우루루 쏟아져내려 장갑차를 엄폐물 삼아 사격을 개시했다. 장갑차들의 포탑에 장착된 경기관총 혹은 중기관총까지 사격에 참여했다. 5보병여단 본부 근처까지 진격했던 기병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장갑차다! 도망가!"


그들은 장갑차를 알아보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분노한 기관총들의 얼굴이 뻘겋게 변하면서 적들의 사지를 갈가리 찢어발겼다. 백병전을 펼치던 러시아 보병들도 장갑차를 보더니 기겁을 하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이 새끼가 어딜 가려고!"


도망치기 위해 참호 밖으로 나가던 러시아군의 옷자락이 제국군의 손에 잡혔다. 러시아군은 비명을 지르며 참호 안으로 끌려들어갔고 동료를 잃었다는 분노에 착검된 총으로 적을 마구 찔렀다. 살이 찢어지고 내장이 쏟아져나왔다. 오래 살려두기 위해 얼굴을 공격하지 않았다. 적은 한참동안 고통에 시달리다가 두 눈을 부릅 뜬 채로 전사했다.


-히이이잉!


말들은 장갑차를 보고 놀라 주인을 내동댕이치고 도망갔다. 낙마한 기병들은 주로 다리가 부러지거나 발목을 접질렸다. 그렇다는 뜻은? 장갑차와 포옹할 준비를 하라는 의미였다. 그들은 두 팔로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땅을 기었다. 하지만 소대별로 움직이는 장갑차들로부터 벗어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12.8톤에 달하는 장갑차가 불구가 된 적을 가차없이 그리고 잔인하게 무한궤도로 깔아뭉게며 지나갔다.


"끄아아아악! 으아아아 으그으읅"


머리부터 깔린 사람은 행운아였다. 발목부터 깔리거나 하반신 혹은 팔이 깔린 적은 뼈가 부셔지고 근육이 찢어지며 신경이 끊어지는 고통을 받아야만 했다. 극한의 고통을 느낀 적들의 눈이 뒤로 뒤집혀졌고 거품을 물며 발작을 일으켰다. 그렇다고 해서 장갑차 안에 있는 사람들 역시 그다지 기분은 좋지 않았다.


"아, 청소하기 좆 같겠네."


"그냥 피해가지..."


"그게 어디 쉽냐? 날도 어둡고, 바닥에 있는 것들은 더더욱 안 보이지. 너도 알면서 뭘 그러냐."


기병, 보병 할 것 없이 추풍낙엽처럼 바닥에 널부러졌다. 도망가던 적은 바닥에 깔려 있던 시체에 걸려 넘어지기도 하고 구르기도 했다. 도망가기가 글렀음을 짐작한 러시아군은 서둘러 항복을 했다. 하지만 항복도 상황을 봐가면서 해야만 했다. 상황이 어느정도 정리되고 지휘관들의 통제가 제대로 되고 있는 곳에서 항복하면 살 수 있었지만, 자제력을 잃은 제국군의 앞에서 항복하는 것은 '나 좀 죽여주소!'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았다. 러시아군이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모든 운을 하늘에 맡기고 도망치는 것 뿐이었다.

5보병여단 근처에 배치 되어 있었던 1차량화보병사단이 전세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제대로 된 준비가 되지 않아 패색이 짙어가던 5보병여단은 전황이 역전되어 대승을 거두었다. 그들을 공격 했었던 기병부대는 제1바이칼 기병사단으로 기병집단에 속하는 부대들 중 하나였다. 그들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으면서 러시아군이 한 풀 꺾이게 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하지만 5보병여단에서 재편성이 필요한 부대가 한 둘이 아니었다. 특히 기병부대와 보병부대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았던 1대대가 가장 큰 피해를 받았다. 1대대는 부대 재편성을 위해 잠시동안 후방으로 이동 해야만 했다.

합이빈 전투.PNG


작가의말

위는 합이빈 전투에 관한 지도 입니다. 전방에 배치된 국경 수비대와 부대가 밀리면서 방어선을 형성합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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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전선은 서쪽으로(2) +5 17.03.03 2,339 24 14쪽
27 전선은 서쪽으로(1) +4 17.03.03 2,170 25 16쪽
26 물러터진 불곰(3) +2 17.03.02 2,158 26 15쪽
25 물러 터진 불곰(2) +5 17.03.01 2,197 25 15쪽
24 물러터진 불곰(1) +4 17.03.01 2,263 29 16쪽
23 오직 진격 뿐(4) +6 17.02.28 2,201 26 19쪽
22 오직 진격 뿐(3) +2 17.02.28 2,186 29 16쪽
21 오직 진격 뿐(2) +6 17.02.27 2,289 26 21쪽
20 오직 진격 뿐(1) +2 17.02.27 2,361 27 21쪽
19 폭주하는 철갑 기병(3) +3 17.02.27 2,428 25 19쪽
18 폭주하는 철갑 기병(2) +5 17.02.26 2,361 24 18쪽
17 폭주하는 철갑 기병(1) +4 17.02.26 2,247 28 20쪽
16 서쪽의 기회주의자(3) +4 17.02.26 2,210 27 18쪽
15 서쪽의 기회주의자(2) +4 17.02.26 2,323 27 16쪽
14 서쪽의 기회주의자(1) +4 17.02.25 2,342 26 18쪽
13 늙은 불곰의 포효(5) +5 17.02.25 2,401 25 20쪽
12 늙은 불곰의 포효(4) +4 17.02.24 2,256 23 21쪽
» 늙은 불곰의 포효(3) +5 17.02.24 2,222 2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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