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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제국(白衣帝國) 2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2inro
작품등록일 :
2017.02.21 19:12
최근연재일 :
2017.05.09 15:42
연재수 :
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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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752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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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66,453

작성
17.02.26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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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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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
18쪽

서쪽의 기회주의자(3)

DUMMY

백의제국 2.14 - 서쪽의 기회주의자(3)




제국19년 11월 24일 오후 3시 30분 대한제국 수도 서울 대광장



"아, 글쎄 중국 놈들이 또 쳐들어 왔다고..."


"로스끼 막는 것도 어렵다고 하던데..."


황제의 연설을 듣기 위해 대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준비 시간 동안 저마다 대화를 나누었다. 아무래도 주된 주제는 중화민국의 선전포고와 러시아와의 방어전에 관한 것이었다. 앞서 청제국이 시원하게 격파 되었다고는 하지만 마땅한 동맹군 조차 없는 상황 속에서 양면 전쟁은 아무래도 그들에게 심히 걱정이 되었다. 더군다나 하필이면 상대가 육군 강국이라 일컫는 러시아 제국이다. 언론에서는 러시아군의 무능함을 까고 있지만 3군이 모단강으로 후퇴하고, 동강 주변의 드넓은 평지를 완전히 빼앗겨버리면서 대러 선전포고 연설이 있은지 겨우 12일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분위기가 조금 떨어져 있었다.


"폐하. 분위기가 12일 전처럼 들떠보이지 않습니다."


박승환 친위대장이 바글바글 모여 있는 시민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황제는 걱정말라는 손짓을 지으며 피식 웃었다.


"태상황 폐하와 이재철 총사령관께서 연설을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알려주셨네. 이 분위기 확 휘어잡는건 자신 있다. 믿어보게. 어!"


그의 눈에 김감청 제국 친위대 부사령관이 들어왔다. 김감청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황제와 눈이 마주치자 해맑게 웃으면서 다가와 경례를 했다. 그러고는 사회를 보기 위해 연설대에 올라가 있는 황태제를 살짝 보았다.


"앞으로 사회는 태자 전하가 맡게 되는군요."


"태자에게는 좋은 경험일 거라네. 그나저나 총사령관께서는..."


그는 이재철의 안부를 물어보았다. 김감청은 웃음을 잃어버린 무기력한 이재철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었다. 황제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는 자신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그를 돕고 싶었다. 하지만 이재철이 황제 조차 친위대 사령부로 접근하기를 금지하고 있으니 별다른 수가 없었다. 그는 이제 막 사회를 시작한 황태제를 보았다. 아직은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최민아 사령관은 상태가 어떠한가?"


전차 군단 사령관의 몸 상태가 몹시 위태롭다는 소식은 신문을 통해 전국으로 전해졌었다. 물론 제국 친위대로 긴급 호송 되었다는 소식은 황제와 몇몇 친위대 관계자들만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일부로 목소리를 낮추어 물어보았다. 김감청은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그렇게 살아있었던 게 기적이었습니다. 현재 수술 중에 있습니다. 앞으로 몇 차례 더 수술을 해야 할 것 입니다. 어쩌면 수술 후유증이 올 수도 있습니다."


"허... 우리 제국의 많은 인재들 중 하나인데... 빨리 완쾌 되었음 좋겠소."


그들이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 받은 사이 어느덧 전반부 사회의 역할이 점점 끝나갔다. 황제는 대화를 중단하고 연설대로 올라갈 준비를 했다. 이윽고 황태제의 사회가 끝나자 황제는 옷을 툭툭 털고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연설을 하다가 심장에서 통증이 느껴지는 일이 없었으면 했다. 황제가 서서히 계단을 올랐다. 황태제는 그에게 인사를 하고 연설대에서 내려갔다. 사람들이 그를 보며 박수를 치거나 환호성을 질렀다. 전보다 더 많이 모인 것 같았다. 이제 그의 임무는 이 사람들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는 연설문 첫 문단을 빠르게 훑어보면서 그들이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시민들은 서서히 입을 닫았다. 광장이 어느정도 조용해지자 그는 연설을 시작했다.


"러시아와의 전쟁이 시작된 지 고작 13일이 지났습니다. 고작 13일... 러시아가 그것도 겨울에 쳐들어오리라 예상치 못했던 우리는 러시아의 기습 공격에 물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대도시 인근 국경 수비대가 전멸하고 수십개의 마을과 서너개의 도시가 적의 손아귀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러시아의 거센 공격에 한가지 사실을 잊고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큰 원한을 가지고 있으면서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중화민국의 존재를..."


그는 국가의 위기를 알리면서도 은근 슬쩍 중화민국을 깎아내렸다.


"지난 대청 전쟁을 기억하십니까? 선황제 폐하께서는 압록강으로 진격해오는 청 제국군을 가리키며 바로 그때가 한민족 역사상 최대의 위기라 하셨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봉착해 있는 난관이야말로 한민족 역사상 최대의 위기라 할 수 있습니다! 이틀 전! 얼핏 보면 아제국에게 불리한 전황을 유심히 살피고 있던 서쪽의 기회주의자들이 주력군 수십만을 동원하여 대대적인 포격과 함께 국경을 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대청 전쟁 당시처럼 무질서하고 무장과 훈련 수준도 떨어지는 초급자용 표적이 아닙니다. 어쩌면 이러한 이유로 지금 여러분이 양면 전쟁에 대해 심히 걱정하고 계실 수 있습니다."


그는 3초 동안 침묵을 했다. 사람들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으며 그가 다시 말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더욱더 단단히 뭉쳐야 합니다! 뭉쳐서 그 누구도 깰 수 없는 바위가 되어야만 합니다! 우리들의 이념, 국가결속주의의 진정한 힘은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진가를 발휘합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전선에서는 더 많은 물자와 병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전선에서는 몰래 스며들어 온 적의 후방 교란 부대를 간악한 계획을 저지할 치안 부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전선에서는 부상 당한 병사와 시민들을 치료해 줄 의사와 간호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전선에서는 그들의 제2의 손과 발과 귀와 눈이 되어 줄 보충 인원이 부족합니다! 지금 전선에서는 우리의 형제 자매! 우리의 부모님! 우리의 친구! 우리의 애인이 도움의 손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그저 이곳에 앉아 조국이 멸망하는 과정을 지켜볼 것 입니까? 아니면 그들을 도와 이 전쟁에서 승리하여 조국과 민족의 영광을 누리겠습니까!"


"우리도 나가 싸우자! 총을 달라!"


"내가 장애인이여도 물자는 생산할 수 있다!"


사람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이며 외치기 시작했다. 황제는 오른쪽 주먹을 꽈악 쥐어 허공에 흔들며 소리쳤다.


"우리는 전국 동원령이라는 비장의 무기를 꺼냈습니다! 기세등등하게 쳐들어오는 저 잔악무도하고 뿌리부터가 글러먹은 중국놈들과 러시아놈들은 보충병들의 용맹함과 힘에 굴복하여 겨울철의 좋은 뗄감이 될 것 입니다! 인원 수로 밀어 붙히려는 멍청한 중국놈들과 러시아놈들은 탄약 부족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우리 군대에 질려 발걸음을 돌리게 될 것 입니다! 우리들의 고결한 피와 땀은 이 신성한 땅에서 뼈를 갉아먹는 추위를 몰아내고 새로운 생명이 싹 트는 봄을 가져올 것 입니다!"


-우와아아아아아!


-만세! 만세! 만세! 만세!



제국 19년 11월 26일 오후 5시 대한제국 수도 서울 국방부 회의실



이 날 국방부 회의실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바로 필리핀 원정군 사령관인 에밀리오 하신토 장군이었다.

그는 필리핀 독립 전쟁 때부터 필리핀을 위해 싸워 온 장군이었다. 필리핀 내전 당시에 최전방에서 싸우다가 부상을 입기도 했었다. 그러던 그가 필리핀 원정군 사령관이 된 이유는 다름이 아닌 은혜 보답이었다. 보통이라면 내정 간섭을 할만한데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더군다나 필리핀 내전에서 그가 부상을 입었을 때 그를 치료해 준 사람이 한국인 의무병 교관이었다. 그러다보니 그는 위기에 처한 한국군을 구하기로 결심하고 대통령과 의회, 국방부 장관의 동의를 받아 직접 필리핀 원정군을 편성했다. 규모는 1개 사단으로 대한제국이 생각하고 있던 '소규모 부대'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덕분에 러시아군을 불안정하게 만들만한 작전에 대해 회의를 할 수 있었다.


"사할린 섬 상륙작전!"


"네?"


김권오 대원수의 말에 에밀리오 하신토는 물론이며 이 회의실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현재 러시아군은 사할린에 최소한의 병력만을 배치한 채 전부 전선으로 돌렸다. 그리고 사할린 섬은 우리가 반드시 점령해야 하는 곳들 중 하나다. 따라서 조기에 사할린 섬을 장악하여 러시아군의 후방을 불안정하게 만들면서 기 죽은 우리 국민들 사기 좀 올려보자... 이 말 입니다. 어제 모단강도 방어전에 들어갔고."


그는 벽에 사할린에 주둔하는 러시아군에 대한 정보를 붙였다. 큰 글자로 적어놓았기에 조금 뒤쪽에 앉아 있는 사람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 정보를 유심히 보고 있던 에밀리오 하신토가 손을 들어 질문했다.


"죄송합니다만 저 정보의 출처가 어떻게 되며 확신할 수 있는 정보 입니까? 확실히 해두어야 아군의 피해가 적습니다."


"역시 장군님이십니다. 이 정보는 사할린 섬 남부에 살고 있는 일본인, 제국 정보원 요원, 포로로 잡힌 러시아 장교들의 증언 등의 정보를 종합하여 나온 결과 입니다. 러시아 장교들의 증언이 대부분이지만 심문 결과는 한 치의 거짓도 없기 때문에 충분히 믿을 수 있습니다."


사할린 방어부대를 이끄는 자는 랴푸노프 장군이며, 사할린 섬에는 최대 8,000명, 최소 5,000명의 병력이 배치 되어 있다. 물론 정예부대는 1선 부대로 재편성 되어 섬에 없는 상태이다. 남사할린에는 일본인들이 다수 살았으나 한-러 전쟁이 터지면서 일본 정부에서는 그곳에 거주 중인 일본인들을 훗카이도로 이주시켰기에 걸리적거리는 존재는 없다. 장갑차 부대까지 갖추어진 필리핀 원정군이라면 해 볼만한 싸움으로 예상 되었다.


"하지만 사할린 섬에는 산이 많아 적이 숨을 곳이 많으며 아무래도 겨울이다보니 상륙할 수 있는 곳이 얼어붙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어찌하시려고 합니까?"


"홈름스크 항구라고 있는데, 이곳은 부동항 입니다. 뭐... 불행히도 얼어버리면... 포격해서 부셔버리면 되죠. 안 그렇습니까?"


김권오는 세상팔자 좋다는 표정으로 최석현을 바라보았다. 그는 흠칫하다가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뭐... 영화탄 사용이 허가 되었으니까... 더 쉽겠죠? 용암보다 3배는 뜨거운 영화탄을 이겨낼 자연얼음은 없습니다."


"영화탄이라고 하면... 사용 금지된..."


에밀리오 하신토는 대한제국이 사용하는 영화탄에 대해 얼핏 들어 본 바가 있다. 본래는 항공용 폭탄으로 폭발 시에 넓은 범위를 초고열 화염으로 뒤덮어버린다. 그 순간온도는 섭씨 3,000도였고, 낮아도 섭씨 2,000도였다. 그 불길에 휩싸이는 순간 1초도 안 되어 녹아버린다. 게다가 그 불길은 먹을 것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왠만해서 소화되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이 폭탄의 문제점이다. 불길에 한 번에 휩싸인 사람이라면 몰라도 신체 일부분만 공격 당한 사람은 살과 근육과 신경 등 모든 게 녹아 없어지는 고통 속에서 죽게 된다. 소화가 잘 되지 않아 한 번 불 붙으면 누가 쏴죽여주는 게 예의일 정도였다. 대청 전쟁 당시 함포용으로 몇 발 제작 되어 사용 되었는데, 잔혹성의 문제로 종전 이후 정부에서 사용을 일제히 금지시켰다.


"이번에 황제 폐하께서 사용을 허가 했습니다. 단, 민간 거주지 폭격용이 아닌 항구 파괴, 공업지대 파괴용으로 사용될 예정 입니다. 애초에 저희가 보유 중인 영화탄이 그렇게 넉넉한 편도 아니니 마구 쓸 수도 없겠지요."


그는 '대한제국이 원래 이렇게 강한 나라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다른 나라 사람들로부터 들은 조선은 일본과 중국의 밥 그 자체였다. 그는 이번 기회에 대한제국에게 많은 것을 배워 조국을 아시아에서 대한제국 다음으로 강한 나라로 만드리라 굳게 다짐했다.



제국 19년 11월 26일 오후 8시 대한제국 길림도 길림, 개마무사 전차 군단 임시 사령부



원수 이상만 입을 수 있다는 검은색 제복을 입고 있는 이민호는 왼손에 최민아의 젊었을 적 사진을 든 채 그것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이를 악 물었다. 잠시라도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으나 일이 더 급했기 때문에 가지 않았다. 수술 후 생존 가능성이 100%라면 더더욱이 갈 필요가 없었다. 그는 그녀 역시 자신을 이해해주리라 확신했다.


"합하."


군단의 참모인 김용민 중령이 그를 불렀다. 그는 짙은 소령 이상, 대장 이하의 계급이 착용하는 짙은 회색 군복을 입고 있었다. 지금 그는 매우 자신 넘쳐보이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그의 표정에 기분이 좋아져 살짝 웃어보았다. 그가 웃자 다소 긴장하고 있던 김용민의 긴장이 풀어졌다.


"합하. 개마무사 전차 군단. 총원 720대.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오오. 과연 정예야. 벌써 준비가 끝나다니..."


그는 그녀가 군단원들을 얼마나 빡세게 굴렸는지 상상하며 피식 웃었다.


"저... 그런데 제1 공격으로 과연 모단강 쪽에 여유가 생기겠습니까?"


"2개 사단이 아닌 군단 전체가 공격을 하는 데 자네라면 오줌을 참을 수 있겠나? 그리고 서만주 집단군이 안산과 선양에 방어선을 폈으니 중러군을 상대로 훌륭하게 방어전을 수행하리라 생각한다."


그는 그의 말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민호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어 토닥이고 사령실을 나갔다. 사령부 내의 분위기는 어제와는 전혀 달랐다. 그와 함께 사령부를 나설 통신병들과 기타 장교들 모두 결의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들은 그를 보고 일시에 필승을 외치며 거수 경례를 했다. 쩌렁쩌렁한 남녀의 목소리가 건물 안에 울려퍼졌다. 그는 그들의 경례를 받아주고 1층으로 내려갔다. 그는 바지 주머니에서 검은색 가죽 장갑을 꺼냈다. 어느정도 두께가 있고, 속은 털로 가득한 수제 장갑이다. 손바닥 쪽에는 옅게 하트 무늬가 세겨져 있었다. 그는 장갑을 착용하고 사령부 입구로 향했다. 이곳 임시 사령부에서 할 일이 있기에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은 입구를 나가는 그들을 향하여 무운을 비는 경례를 했다. 사령부 앞에는 수많은 전차들이 대기 상태에 있었다. 그 중 군단 지휘차는 바로 앞에 있었다. 지휘차는 포탑이 없기 때문에 눈이나 비가 오면 무조건 위쪽 받침대에 덮개용 철판을 올려야만 했다. 지휘차에 미리 탑승해 있던 전차병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경례를 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차에 탑승했다. 포탑이 없어서 멋있지는 않았다.


'후우... 드디어 출정이구나... 마음 같아서는 중국 쪽을 돕고 싶지만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네. 그나저나 민아는 수술 잘 받았겠지?'


출정 전, 온갖 잡생각들이 그의 머리 속을 마구 훼집고 다녔다.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어두컴컴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늘따라 귀엽게 반짝이는 꼬마별들이 그렇게 많이 보이지 않았다.


"나머지 인원 탑승 완료."


그와 함께 사령부를 나섰던 군인들까지 탑승을 끝냈다는 무전이 들어왔다. 그는 그 무전을 알린 통신병에게 자리 양보를 부탁했다. 통신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그 자리에 앉아 무전기를 켠 채로 군단원 모두를 향한 짧은 연설을 시작했다.


"우리 전차 군단... 개마무사..."


"어이, 어이, 모두 조용히 해 봐."


윤찬호 중위가 자기들끼리 떠들고 있던 부하들을 조용히시켰다. 그들은 그에게 사과를 하고 입을 닫았다.


"개마무사는 드넓은 만주 평야를 누비고 다녔던 자랑스러운 고구려의 철갑기병이다. 우리는 그들의 용맹한 정신을 이어받았다. 지금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전선이 많다. 하지만 우리의 몸은 하나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바로 적을 고폭탄으로 찢어발기고 기관총으로 벌집을 만들고 궤도로 갈아버려서 적에게 진정한 공포가 무엇인지! 지금 그들이 상대하는 자가 누구인지 똑똑히 일깨워주는 것이다!"


-악!


전차병들의 기합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우리는 세계 최강의 개마무사 전차 군단이다! 적이 눈물 콧물 다 흘리면서 무릎을 꿇는 바로 그 직전의 순간까지 자비를 보여주지 말아라!"


-아악!


그는 마지막으로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하늘이 떠나가라 소리쳤다.


"진격하라!"


720대나 되는 전차들의 우렁찬 엔진 소리가 그의 명령에 답이라도 하려는 듯이 사나운 짐승처럼 포효했다. 선두 부대부터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 어둡고 추운 날에 그들을 응원하기 위해 밖에 나와 환호성을 질렀다. 전차 상부 장갑에 꽂힌 작은 태극기가 바람에 나붓겼다. 거리로 나온 주민들이 제각각 다른 크기의 태극기를 들고 흔들며 그들의 무운을 빌어주었다. 감성적인 몇몇 주민들의 눈시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전차의 차갑고 사나운 엔진 소리는 그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어? 눈?'


이민호는 손등 위에 떨어지고는 금세 자취를 감추어버린 하얀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너무 하얘서 어두운 밤 하늘에서도 잘 보이는 작은 눈들이 송이송이 내리고 있었다. 그는 두 손으로 손잡이를 꽈악 쥐었다. 눈이 오리라 예상하고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첫 눈이 내리니 기분이 더러웠다. 그는 이를 바득바득 갈며 러시아군을 향해 속으로 소리쳤다.


'빌어먹을 러시아 놈들... 설마 이거까지 계산했던 거냐? 얼어 뒤질 놈들! 어디 누가 이기나 함 보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11 xowhrhd
    작성일
    17.02.26 15:16
    No. 1

    작중에서 황태제를 가리켜 의민 황태제를 살짝 보았다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의민 부분은 삭제해야 합니다 황태제는 그냥 황태제 입니다 00세자 00태자 00세제 00태제 같은 명칭은 세자 태자 신분으로 죽은 다음에 받은 시호입니다

    중국 왕조와 조선에서는 살아 있는 세자와 세제 태자 태제는 그냥 세자 세제 태자 동궁(東宮) 춘궁(春宮)이라고 불렀습니다 (여담으로 조선에서 세자에게 사용하는 동궁 춘궁이란 칭호는 사실 황태자에게만 사용하는 칭호로 원래는 세자와 세제에게는 사용하지 못하는 호칭입니다 실제로 세종실록의 기록을 보면 세자에게 동궁이란 칭호를 사용하지 말라고 명령한 기록이 존재합니다 다만 이 명령은 지켜지지 않고 조선 시대 내내 세자와 세제에게 동궁과 춘궁이라 용어를 계속 사용하였죠 )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3 2i***
    작성일
    17.02.26 18:06
    No. 2

    아하! 그냥 황태제였군요! 이번에도 고맙습니다! 수정할게용!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물물방울
    작성일
    17.03.19 16:44
    No. 3

    대단하군요. 화이팅하셔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변진섭
    작성일
    19.07.07 23:03
    No. 4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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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물러 터진 불곰(2) +5 17.03.01 2,198 2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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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오직 진격 뿐(3) +2 17.02.28 2,186 2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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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오직 진격 뿐(1) +2 17.02.27 2,361 27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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