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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제국(白衣帝國) 2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2inro
작품등록일 :
2017.02.21 19:12
최근연재일 :
2017.05.0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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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2.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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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오직 진격 뿐(2)

DUMMY

백의제국 2.19 - 오직 진격 뿐(2)




제국 19년 12월 19일 오전 11시 대한제국 수도 서울, 서울역



서울역은 만주로 출병을 하는 예비군과 자원병으로 바글바글 했다. 객실에 탑승한 군인들은 창문을 열고 밖에 있는 가족들이나 친구, 애인과 목청 높여 대화를 했다. 역은 미완공 상태인지라 천장이 뻥 뚫려 있었다. 작고 귀여운 눈들이 기차 지붕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기차 지붕에는 눈이 보송보송하게 쌓여 있었다.


"잠깐 실례합니다!"


"잠시만요!"


옅은 회색 제복을 입고 있는 장교들이 누군가를 둘러싼 채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갔다.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했다. 그들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장교들 틈에 있는 사람은 짙은 회색 제복을 입은 황태제였다. 사람들은 그에게 열광하지 않았으나 길을 터주는 예의 등의 예의는 지켰다. 객실에 탑승해 있는 군인들도 느닷 없는 황태제의 출현에 몹시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 폐하다!"


누군가가 구석에서 황태제의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던 황제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모든 이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황제는 공포 영화에서 무서운 장면을 본 사람처럼 순간 식겁했다. 그의 옆에 서 있는 박승환 친위대장은 그의 모습을 보며 살짝 웃었다. 사람들은 그에게 인사를 하고 다시 객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박승환의 시선에 꽃다발을 든 채 뛰어가는 한 어린 소년이 눈에 들어왔다. 생활 한복을 입은 소년은 창가를 이리저리 살피다가 누군가를 발견하고 해맑게 웃으며 토끼처럼 쫑쫑 뛰어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장교에게 바로 위에 있는 창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뭐라고 말했다. 장교는 싱긋 웃으며 꼬마에게 목마를 태워주었다.


"누나, 꼭 살아돌아와!"


꼬마는 자신의 누나로 보이는 여군에게 꽃다발을 건네주었다. 그러자 그녀의 두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뜨거운 눈물이 창문에 떨어진 빗줄기처럼 둥근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녀는 꽃다발을 건네받고 서둘러 눈물을 지우고 동생에게 생긋 미소를 지었다.


"총각... 총각 맞지?"


그때 허리가 지팡이 손잡이처럼 휜 백발에 푸르고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한복을 입은 할머니가 박승환의 허벅지를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말을 걸었다. 박승환은 고개를 돌려 할머니를 보며 방긋 웃었다.


"호.호.혹시 14번 객차가 어디 있는 지 아나?"


박승환은 황제를 쳐다보았다. 황제는 다녀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박승환은 할머니의 오른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걸으며 14번 객차로 안내했다. 할머니는 그와 함께 걷는 와중에 싱글벙글 웃으며 옛 추억을 회상했다.


"젊을 때 임자랑 꽃밭 사이를 걷던 게 생각나는구려. 꽃들을 손으로 훑는데 손이 노랗게 물들지 않을까 걱정되었네."


"꽃 덕분에 손이 고우신가 봅니다."


"젊을 때는 더 좋았다우. 그때가 그립구만."


그는 할머니와 몇 마디의 대화를 나누다보니 금방 14번 객차에 도착했다. 그때 창 밖에 고개를 내밀고 있던 젊은 군인이 할머니를 보더니 화들짝 놀라며 외쳤다.


"아이고! 할머니! 몸도 편찮으신데 왜 여기까지 오셨어요!"


"네 할배랑 애비가 뙤놈들이랑 싸우다 뒤져부렸어! 어여 내려와!"


박승환은 할머니의 말을 듣고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왠지모를 죄책감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하지만 혈기왕성한 젊은 손주는 환하게 웃으면서 외쳤다.


"걱정마세요! 제가 두 분의 원한 갚고 꼭 돌아올께요!"


할머니는 옷 안자락에서 나무로 만든 까치 모형을 꺼냈다. 그리고 박승환을 바라보았다. 그는 까치 모형을 건네받고 그에게 건네주었다. 까치 가슴팍에 한자로 '福(복)'이 적혀 있었다. 손주는 반달 같은 눈웃음을 지었다. 그때 기차가 '빼애애애액!' 경적을 울리며 출발 준비를 알렸다. 할머니는 박승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박승환은 황제가 있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황제와 친위대가 그 자리에 없었다. 그는 12번 객차로 이동했다. 그들은 그곳에 있었다.


"잘 다녀오거라! 몸 조심 잘하고!"


"소령 이 강! 뙤놈들 멱 따고 돌아오겠습니다! 필승!"


황태제는 씩씩하게 황제에게 경례를 했다. 그리고 그의 아내인 김수덕을 향해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울기 시작했다. 그는 영친왕을 보았다. 그는 그를 보며 그저 소리 없이 미소 지었다.


-빼애액! 빼애애액!


경적이 두 번 울렸다. 출발을 알리는 신호였다. 기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람들도 기차를 따라 움직이며 창가에 모인 소중한 자식, 애인, 친구를 향해 살아돌아오라며 소리쳤다. 기차가 서서히 빨리지면서 그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황제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몸이 예전처럼 건강하지 않았다. 사람들도 하나 둘씩 뜀박질을 멈췄다. 이윽고 모든 사람들이 기차역 끝에서 뜀박질을 멈췄다. 그들은 만주로 향한 소중한 이들을 걱정하며 한동안 역에서 떠나지 않았다.



제국 19년 12월 19일 오후 2시 30분 중화민국 헤이룽장 성, 쑤이화 서쪽 25km



"장갑차다!"


경계용 목조 탑에서 경계를 보고 있던 러시아군이 소리쳤다. 러시아군 진영 전체에 경고가 떨어졌고, 병사들이 각자 배정된 위치로 신속하게 움직였다. 러시아군은 쌍안경으로 '장갑차'라고 불린 전차를 보았다. 전차들이 눈바람을 날리며 거침 없이 달려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포병은 없었다. 전선이 고착화 되는 낌새가 보여 사령관들이 포병이란 포병은 모조리 긁어 모아 1선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다이너마이트 가져와!"


장갑차를 격파하는 방법들 중 하나는 근거리에서 다이너마이트를 투척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이너마이트가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어린이용 장난감이 아니기 때문에 전선에 대량 보급을 할 수가 없었다. 결론적으로 저들을 막기는 불가능 했다.


-퍼엉! 퍼엉! 퍼엉! 퍼엉!


전차들이 사거리에 들어 온 적 기지를 향해 포를 쏘았다. 목조 탑은 눈 먼 포탄에 직격 당하여 처참하게 박살났다. 이동 중이던 병사들이 포격에 사지가 절단 되었다. 겁에 질린 병사들은 다리를 바들바들 떨다가 끝내 공포를 이겨내지 못하고 참호에서 벗어났다. 이를 본 장교들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병사들을 참호 안에 밀어넣으려 했으나 애초에 기강이 잡힌 군인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상황은 악화 되었다. 결국에는 전차들이 가까이오자 장교들마저 도망가기 시작했다.


"하하하! 별 것도 아닌 놈들!"


전차들이 별다른 저항 없이 참호를 넘었다. 참호 안에 숨어 있던 러시아군들이 머리를 감싸고 겁에 질려 떨었다. 전차들은 각종 보급품이 들어 있는 막사나 건물을 향해 포격을 가했다. 겁에 질린 말들이 발광을 하며 벗어나려 했으나 줄에 묶여 움직일 수 없었다. 전차들은 말을 고의적으로 공격하지 않았다.


"참호 밖에 있는 것들만 죽여!"


아무리 발이 빠른 사람이여도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겁에 질려 참호 밖으로 나왔던 군인들이 다시 참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 상황은 순식간에 종료 되었다. 참호 안에 숨어 있던 러시아군들이 손을 들고 걸어나왔다. 그들은 한 곳에 무기를 내려놓았다. 백호 중형전차에서 하차한 이민호는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이곳의 총책임자를 찾아다녔다.


"총책임자는 누구인가!"


"총책임자는 죽었다!"


반항기가 가득한 장교 한 명이 그를 살벌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외쳤다. 이민호는 피식 웃으며 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네가 그다음 총책임자겠군! 여기 근방에 있는 보급 기지 전부 말해. 말하면 너랑 네놈 부하들 모두 살려주지. 대신 5초에 한 명씩 사살하겠다. 물론 너만 말하라는 것은 아니다! 누구라도 우리에게 정보를 주기를 바란다!"


두번째 총책임자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으나 겁에 질린 다른 장교들과 병사들이 술술 불었다. 그는 자신들에게 정보를 제공한 포로들을 한 곳으로 모아두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더 이상 정보가 나오지 않자 이민호는 두 손을 허공에 올려 박수를 세 번 쳤다. 상부 장갑에 부착되어 있던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포로 수십명이 벌집이 되어 죽었다. 눈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입이 무거운 놈은 복수의 칼날을 가는 법이지. 너희는 가라! 살려주겠다!"


나머지 백수십명은 서둘러 파괴된 기지에서 도망갔다. 이민호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가 지휘차에 탑승하여 각 연대장들에게 목표물을 할당해주었다. 전차들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차들은 지도 상에 있는 보급기지로 열심히 달려가는 백수십명의 포로들과 조우했다. 포로들은 그들이 자신을 죽이러 온 줄 알고 그대로 주저앉았으나 전차들은 그들을 무시하고 지나갔다.


"쑤이화는 제3군의 보급창고다. 보급창고를 부숴버리면 끝이다! 너무 중요한 상대이지만 너무 쉬운 상대라지."


이민호는 전차군단을 2개의 공격대로 나누었다. 1공격대는 1,2 경기갑사단으로 구성되며 합이빈 우회 공격을 맡았다. 다만 폭설로 인한 기동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깊이 파고드는 것은 금물이었다. 그리고 제2공격대는 3경기갑사단과 1중기갑사단으로 구성되며 쑤이화에 있는 적의 보급 기지를 초토화시키는 역할을 맡았다.


"저기 놈들 기지 입니다!"


아무르 경전차들이 또다른 보급 기지를 향해 맹렬히 돌격했다. 역시 포병이 없는 보급 기지였다. 러시아군은 무방비 상태와 마찬가지였다. 전차들은 그대로 참호를 넘었다. 다이너마이트가 폭발 했으나 전차에 명중하는 일은 없었다.

이런 식으로 러시아군의 보급 기지는 철저하게 파괴 되었고, 고작 4시간 만에 2공격대는 쑤이화 외각에 있는 모든 보급 기지를 격파하여 쑤이화 시가지에 입성했다. 쑤이화 사람들은 겁에 질려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곳곳에서 치안을 책임지던 중화민국군과 민병대가 저항을 했으나 화염병에 맞아 전차가 그을리는 것 외에 별다른 피해는 없었다.


"도시 중앙에 병참 지휘소가 있다고 했다. 거기로 향한다."


전차들은 속도를 낮추고 주변을 경계하며 도시 중앙을 향해 이동했다. 전차들 덕분에 도시의 활기는 어디가고 없어져버렸다. 가끔씩 아기들의 울음 소리가 들려오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도시 중앙부와 가까워질수록 러시아군과 조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다이너마이트 공격 조심해라!"


이런 시가지에서는 다이너마이트로 공격하기가 매우 쉽다. 2~3층 건물 뿐만 아니라 어느정도 높이의 지붕이 있는 1층짜리 건물에서도 다이너마이트를 투척하여 전차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더군다나 이곳은 병참 지휘부와 가까운 곳이기에 다이너마이트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시가지에서 나간다!"


이민호는 괜히 모험을 하려 했다가 문제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았기에 쑤이화 시가지에서 철수를 명령했다. 전차들은 그의 명령대로 철수를 시작했고 다이너마이트를 들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러시아군들은 안타까워 했다. 물론 이민호는 그들의 기대에 부흥해주기 위해 특별 손님을 초대했다.


"이런 씨발!"


-퍼엉! 퍼엉! 퍼엉! 퍼엉!


-텅! 텅! 텅! 텅!


그의 지원 요청을 받고 출동한 봉황 20과 봉황 3의 합동 공격이 시작 되었다. 병참 지휘부가 폭격으로 싸그리 날아가버렸으며 도시 곳곳에 있는 주요 물자 저장소 역시 날아가버렸다. 괜히 객기 부리던 러시아군과 중화민국군이 깔끔히 정리 되었다. 도심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꾸역꾸역 쉴틈 없이 올라왔다. 이민호는 그저 멀리에서 쑤이화를 보며 기분 좋게 웃을 뿐이었다.



제국 19년 12월 22일 오후 8시 중화민국 장쑤 성 난징



여섯 살을 앞두고 있는 왕먀오는 동네 친구들과 함께 눈을 뭉쳐서 깔깔거리면서 눈싸움을 했다. '눈싸움 왕'이라는 별명이 있는 왕먀오는 던지는 족족 명중했다. 왕먀오와 한 팀이 된 아이들은 왕먀오의 실력에 감탄했다.


"우리도 알려줘라! 어떻게 던지는거야?"


"왕먀오 비법이 궁금해!"


아이들이 재밌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보며 혹시라도 다치지라도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왕먀오의 부모는 왕먀오로부터 시선을 때지 않았다. 그러던 마침 왕먀오의 어머니는 만두를 파는 가게를 보고 남편에게 아이를 맡겨두고 서둘러 만두 파는 가게로 달려갔다.


"아빠!"


왕먀오는 계단에 앉아 있는 아버지를 보고 웃으면서 달려왔다. 그는 사랑스러운 딸의 귀여운 모습에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는 두 팔을 활짝 벌렸고, 딸은 그의 품 안에 쏘옥 들어갔다. 그리고 만두를 사가지고 오는 어머니를 보고 그의 무릎 위에서 엉덩이로 방방 뛰었다. 그때 무장한 군인 세 명과 젊은 남자 스무명이 길거리를 지나갔다. 잠시동안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빠! 저 사람들 왜 저렇게 딱딱해?"


그는 딸의 머리를 쓰담으며 순화해서 말했다.


"군인 아저씨들이 되려고 하는거야."


"왜?"


"우리 귀여운 딸을 지켜주려고!"


그는 딸의 볼을 살짝 꼬집고 흔들었다. 왕먀오는 꺄르르 웃으면서 좋아라 했다. 어느덧 사람들이 지나가고 만두를 서 있는 어머니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런데 그녀는 한 곳에 정신이 팔린 듯이 시선이 하늘로 향해 있었다. 그는 그녀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 채 멍하니 서 있는 그녀를 보며 외쳤다.


"왕먀오 엄마! 만두 식어!"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하늘을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어디에선가 작게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딸을 안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밝은 곳만 보고 있다가 어두컴컴한 밤 하늘을 갑자기 올려다보니 눈이 적응하지 못하여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몇 초가 지나자 눈이 서서히 어둠에 적응했고, 그는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을 보고 말았다. 길고 커다란 원통형 거대 비행물체가 한 개도 아니고 4개가 떠 있었다.


"뭐 저런... 어서 도망치자! 여보! 여보도 도망쳐!"


그는 본능적인 위협을 느끼고 멍 때리고 있는 부인에게 달려갔다. 그때 뒤에서 '빠바방!'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고개를 뒤로 획 돌렸다. 그는 정확히 보았다. 금속 쇳덩어리가 그의 머리 위로 지나가는 것을 말이다.


-콰앙!


만두 가게가 폭발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비행선에 쏜 포탄이 도시를 부수기 시작했다. 그는 서둘러 부인의 손을 잡고 딸을 안은 채로 강을 향해 달렸다. 그곳이라면 저것들과 멀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뒤에서 겁에 질린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울려퍼졌다.


"하하하하! 신병 훈련소네!"


마을 근처에는 대형 신병 훈련소가 있었다. 폭격하기에 안성 맞춤이었다. 봉황3의 폭탄창이 서서히 열리더니 받침대가 풀렸다. 50kg 폭탄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폭탄의 둥그런 머리가 땅을 향했고 공기의 저항이 적어지면서 더 빠르게 낙하했다. 훈련 중이었던 수천 명의 신병들은 온 몸으로 폭탄을 맞이했다. 한순간에 대형 신병 훈련소가 초토화 되었다. 수천명의 신병의 목숨이 지구 상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렸다. 봉황 37과 봉황 20은 도시 곳곳에 배치 되어 있는 군부대를 공격했다. 그 와중에 발생하는 민간인 피해는 어쩔 수 없었다.


"아빠... 저거 뭐야..."


왕먀오는 하늘에 떠 있는 비행선을 보며 그에게 물었다. 그러나 지금 그는 대답할 정신이 없었다. 이미 다리는 도망가려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그리고 다리 건너편에는 군인들이 있었다. 군인들은 허공에 떠 있는 비행선을 향해 마구 총질을 했다. 백수십여명이 다같이 그런 행동을 했다. 그는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꼈다. 그때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고 그의 아내는 사람들 속에 파묻혀 서로 떨어지게 되었다. 그 순간 왕먀오는 이쪽을 향해 번쩍이는 빛을 보았다.


-파파파파파파팍!


"으아아악!"


"꺄아아아악!"


봉황 20의 한 기관포 포탑이 군인들을 조준하고 사격을 가했다. 하지만 장거리 사격에서 정확도를 기대할 수 없었다. 두꺼운 기관포탄이 다리 동쪽에 있는 민간인부터 다리 서쪽에 있는 군인들까지 싸그리 훑고 지나갔다.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겁에 질린 왕먀오는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그는 시체 속에 껴 있는 아내를 보았다. 복부가 완전히 떨어져나가 내장이 쏟아져나와 있었고 날카로운 파편이 심장에 박혀 있었다.


"여...여보!"


"엄마!"


-콰앙! 콰앙!


근처에 포탄이 두 발 떨어졌다. 후폭풍으로 그들은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들은 죽지 않았다. 다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일어날 수 없었다. 눈물이 눈 앞을 가렸다. 슬픔, 분노가 섞인 절규가 울려퍼졌다. 그는 고개를 돌려 다리를 보았다. 다리는 완전히 박살나 있었다. 얼어붙었던 강이 그들의 마음처럼 산산조각 깨져 있었다. 할 일을 다 한 비행선은 북동쪽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왕먀오는 충혈된 두 눈으로 비행선을 노려보며 뜨거운 복수의 눈물을 흘렸다.



제국 19년 12월 24일 오전 3시 영국 수도 런던



헨리 스튜어트는 고된 업무를 마치고 새벽 3시가 되어서야 침대에 누울 수 있었다. 그는 본격적으로 눈을 감기 전에 전시안 문양이 새겨진 공책을 펼쳐 공책에 적혀 있는 글을 조금 읽다가 눈을 감았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새벽은 정말 고요하디 고요했다. 그는 살짝 실눈을 떠서 벽난로가 잘 타고 있는 지 확인하고 이불을 푹 덮으며 다시 눈을 감았다.


-끼익


어디에선가 나무가 무게에 눌려지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그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끼익거리는 소리는 아주 천천히, 몇 초의 간격을 두고 들려오고 있었다. 음밀하게 이동 중이라는 생다기 있다는 소리였다. 그는 책상 서랍을 열고 모델 1892 권총을 꺼냈다. 그는 약실을 확인하고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그리고 천천히 조명을 켰다. 방 안에 불빛이 환하게 퍼졌다.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소리는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그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본 적 없는 종이 상자가 문 옆에 놓여져 있었다. 그는 종이 상자 뚜껑을 열었다. 이상한 기계에서 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띠! 푸쉬이이이익


그때 기계의 LED에서 녹색등이 켜지면서 가스가 분사 되었다. 그는 몸의 구멍이란 구멍이 쑤시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호흡이 곤란해졌고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그의 손에 들려 있던 권총이 바닥에 떨어졌다.


"콜록! 이게 무슨..."


-터벅. 터벅.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그는 서둘러 권총을 다시 집으려 했으나 눈이 아파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그는 최후의 발악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누군가가 그의 입 안에 손수건을 구겨 넣었고 뒷목을 강하게 쳤다. 그는 그대로 기절했다.


-쉬익 쉬익 쉬익


방독면을 쓴 남자는 누군가가 오기 전에 서둘러 시체 담는 가방에 그를 넣었다. 그리고 집 안에서 수첩을 비롯하여 중요 정보가 담긴 문서와 돈이 될만한 귀금속들을 모조리 챙겨 문 밖으로 나갔다.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다른 남자 두 명이 기다란 나무 상자 뚜껑을 열었다. 그가 헨리 스튜어트를 나무 상자 안에 넣자 노동자 복장의 두 사람이 나무 상자를 든 채 복도를 걸어갔다. 그는 방독면을 벗고 그의 집 안에 던지고 문을 닫았다. 푸른 눈동자에 금발의 남성이었다. 그는 자신의 개인 가죽 가방에서 중절모를 꺼내 착용하고 휘파람을 불며 두 남자가 간 방향으로 걸어갔다. 사람들이 헨리 스튜어트의 집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씨익 웃으며 코트 안주머니에서 빨간 단추가 있는 네모난 물체를 꺼내 빨간 단추를 꾹 눌렀다.


-콰아아아앙!


헨리 특수 최루가스를 내뿜던 기계가 대폭발을 일으키면서 헨리 스튜어트의 집은 물론이며 옆 집까지 통째로 날려버렸다. 그의 집으로 달려갔던 사람들은 폭발에 휘말려 모두 사망했다. 그는 여유롭게 밖으로 나가 대기 중인 트럭의 조수석에 탑승했다.


"휴우! 저 자식 때문에 내 누나가 다친거야."


"덕철아. 그래도 폭탄 화력이 너무 강한 거 아니냐?"


트럭 운전자가 전방을 바라보며 말했다.


"헨리의 집에 간 건장한 청년 두 명, 옆 집에 청년 두 명. 동맹국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랄까?"


그는 능글맞은 태도로 대답했다. 운전 기사는 그저 웃었다.


작가의말

처음 보시는 분들은 공지사항에 있는 백의제국1 줄거리를 보시면 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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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서쪽의 기회주의자(3) +4 17.02.26 2,211 27 18쪽
15 서쪽의 기회주의자(2) +4 17.02.26 2,324 27 16쪽
14 서쪽의 기회주의자(1) +4 17.02.25 2,343 26 18쪽
13 늙은 불곰의 포효(5) +5 17.02.25 2,402 25 20쪽
12 늙은 불곰의 포효(4) +4 17.02.24 2,257 23 21쪽
11 늙은 불곰의 포효(3) +5 17.02.24 2,222 25 17쪽
10 늙은 불곰의 포효(2) +2 17.02.23 2,366 23 23쪽
9 늙은 불곰의 포효(1) +11 17.02.23 2,471 28 17쪽
8 드리운 전운(6) +2 17.02.23 2,449 24 18쪽
7 드리운 전운(5) +2 17.02.22 2,543 27 18쪽
6 드리운 전운(4) +2 17.02.22 2,919 30 18쪽
5 드리운 전운(3) +2 17.02.22 3,251 3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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