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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제국(白衣帝國) 2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2inro
작품등록일 :
2017.02.21 19:12
최근연재일 :
2017.05.0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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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6,453

작성
17.02.24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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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늙은 불곰의 포효(4)

DUMMY

백의제국 2.10 - 늙은 불곰의 포효(4)




제국 19년 11월 13일 오전 6시 대한제국 흑룡강도 계서(지시)



12일에 한카 호 부근에서 대대적인 진격을 개시하여 국경 수비대를 박살내버린 러시아 극동군 예하 제1군이 본격적으로 계서에서 방어전을 준비하던 제3군과 격돌했다. 하지만 제3군은 적을 상대로 완벽한 방어전을 펼치기에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3군의 병력은 블라디보스토크에 배치 되어 있는 제1군을 견제하기 위해 계서 남쪽 지역에 배치 되어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계서 북동쪽으로 진격을 개시했다. 그 지역의 국경 수비대가 이 소식을 급히 사령부에 전했으나 하루만에 3군 병력을 통째로 북으로 이동시키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도시 북부에 제8보병사단 예하의 22보병여단과 24보병여단이 배치 되어 있었지만 적의 병력은 10만이 넘어간다. 더군다나 제1군은 원래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광활한 전선을 담당해야 했기 때문에 전보다 전력이 더 강화된 상태였다.


"계서 북쪽에 있던 마을 4개가 적의 손아귀에 넘어갔습니다. 도시를 요새화 시키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차라리 적을 도시로 끌어들여서..."


"얼토당치 않는 소리 마십시오! 적을 도시로 끌어들인다는 것은 2개 보병여단을 포기하겠다는 소리 입니다. 제3차량화보병사단의 재배치가 곧 끝나니 그들을 믿고 나머지 부대를 북진시켜야 합니다."


이하은 참모가 작전 장교의 작전을 비판했다. 여러 장교, 장군들과 함께 회의에 참여하여 그저 묵묵히 그들의 회의를 보고 있던 홍벽철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도가 붙어 있는 벽으로 다가갔다. 작전 장교는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참모의 말이 맞다. 하지만 놈들은 정확히 세 방향에서 공격을 해 오고 있다. 세 방향... 적 병력이 10만을 넘었고, 딱딱 세 조각으로 나눈다면 한 공격로에 3만명. 하지만 북쪽은 산지이다보니 북동쪽이 놈들의 주공일 것이다. 나머지는 후방을 교란시키거나 화력 분산을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배치 되어 있겠지.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곤경에 처했다는 사실이다. 개전이 시작된 지 고작 이틀이 지났다. 이틀 안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할 수 없다. 일단 모든 병력을 여기로 보내어 적을 막아내야 한다. 그렇게 큰 규모는 아니지만 차량화보병사단의 활약을 기대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을 대비하여 모단강으로 후퇴할 계획도 세워놓아야 할 것이다. 애초에 시작이 잘못 되었으니 좋은 결말을 기대하기 힘들 수도 있다."


사령부 회의실의 분위기가 한단계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해두어야만 했다. 고작 2개 보병여단과 몇 개의 예비군 부대로 이 도시를 방어할 수가 없다. 남쪽에 배치 되어 있는 부대가 강행군을 하여 이곳에서 전투 준비를 하는 데에 빠르면 이틀이다. 막상 후퇴를 해야 할 때가 오면 방어전을 펼칠 때보다 상황이 더 정신 없이 돌아가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혼란을 방지하고자 후퇴 계획을 미리 세워두어야만 했다.


"어, 그런데 자네 많이 피곤해보이네."


그는 참모를 보며 말했다. 그녀의 두 눈은 피로에 절은 사람의 눈이었다.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지탱하고 있었으며 눈 밑이 조금 부어올라 있었다. 옅은 다크서클도 껴 있었다. 물론 여기에 있는 모든 지휘관들이 피로함을 느끼고 있으나 그녀의 상태가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았다.


"아... 이것 저것 할 일이 있어서..."


"돌아가서 휴식을 가지게. 자네가 오래 깨어 있으려면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만 한다. 서너시간이라도 눈을 붙이도록 해라. 명령이다."


참모의 입고리가 살짝 올라갔다. 이런 명령을 받으니 좋을만도 했다. 그녀는 그에게 경례를 하고 회의실을 나갔다. 그는 자리에 털썩 앉았다. 저 러시아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고민 되었다. 만약 모든 방비가 갖추어진 상태라면 비교적 느긋하게 움직일 수 있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니 망상은 그만 두어야 했다.


'고민일세. 고민이야. 적은 10만이 넘어가고, 우리는 고작 2만8천명. 당장 징발할 수 있는 예비군까지 합하면 3만이 넘어가겠지만... 질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양도 무시할 수 없다. 속도! 속도가 중요하다!'


그는 두 주먹을 꽈악 쥔 채 제자리를 멤돌며 생각했다. 장교들은 그런 그를 묵묵히 올려다보았다. 그는 창문을 통해 밖을 바라보며 두 눈을 질끈 감고 조상에게 이 일이 잘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제국 19년 11월 14일 오후 1시 대한제국 요녕도 보난점(푸란뎬)



"허억, 허억, 허억"


군장과 철모 없이 소총만 들고 있는 한 병사가 거칠게 숨을 몰아내쉬며 오직 앞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의 양 옆에서는 그와 같은 처지에 놓인 듯한 병사들이 앞에 있는 다리를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뒤에서 숨 넘어가라 달리고 있는 병사들이 더 뒤에서 날아 온 총알에 맞아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쓰러졌다.


"이랴앗!"


러시아 기병들이 칼을 뽑아든 채 매섭게 달려들었다. 그들은 기겁을 하며 더 열심히 달렸다. 그러나 누군가는 말과 부딫혀 나뒹굴고, 누군가는 칼에 찔려 나뒹굴었다.


"제대로 엄호하라고 이 새끼들아!"


-타타타타 타타타탕


-슈우웅 콰앙! 콰앙! 콰앙!


총알과 포탄이 빗발치는 와중에도 기마병들은 겁을 상실했는지 그들을 계속 쫒았다. 강 건너편에서 제국군을 엄호하고 있는 제국군들은 자신의 사격에 기병들이 좀처럼 맞지 않아 다급해졌다. 총알이 빗나갈 때마다 아군이 두세명씩 쓰러져나갔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기관총을 갈겨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다리가, 다리가 코 앞이야..."


선두에서 달리던 군인들은 다리 근육이 찢어질 것 같고, 기도가 끊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의 신체 한계치를 뛰어넘는 힘을 내었다. 다리 건너편에서 아군들이 빨리 오라며 손짓했다. 우람한 체격의 병사가 제일 먼저 다리에 발을 놓았다.


-콰앙! 콰앙! 콰르르르르


적 포병대가 쏜 포탄이 다리에 명중했다. 그들의 꿈과 희망이 다리와 함께 처참하게 무너져내렸다. 다리 건너편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모든 병사들의 표정이 굳었다. 그때 몇몇의 용감한 군인들이 이를 악 물고 강으로 몸을 던졌다.


"흐어억!"


누군가는 차가운 물로 인해 심장마비가 찾아왔다. 누군가는 잘못 구르는 바람에 돌이나 다리 파편에 부딫혀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필사적이었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수영을 했다. 건너편에서는 그들을 위한 엄호 사격을 계속했다. 강에 포탄이 떨어지자 여러 명의 제국군이 공중으로 튀어오르더니 철퍽하고 떨어졌다. 팔이나 다리가 날아가거나 배가 열린 병사들이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빨리 올라와! 빨리!"


강을 건넌 제국군들이 마지막 경사면을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사면은 미끄러웠다. 급한 마음에 지면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달리던 몇몇 병사들이 뒤로 나자빠졌다. 혼자 넘어졌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한 명이 넘어지면 그 뒤에서 올라오던 나머지 사람들까지 도미노처럼 쓰러진다. 집요하게도 끝까지 쫓아 온 러시아군들이 가장 위에 있는 병사들에게 사격을 가했다. 맨 위에 있는 사람이 아래로 굴러떨어지니 나머지도 뒤따라 굴러떨어졌다.


"아직 다리나 강을 넘지 못한 병사들이 2~3천여명은 됩니다."


최전방에 나와 있는 홍범도 대장이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검은 연기가 꾸역꾸역 피어오르는 강가를 보았다. 이미 그들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모두 동원한 상태였다.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는 수 밖에 없었다. 저들의 대부분은 민간인들의 대피를 돕기 위해 최대한 버티다가 퇴각하는 예비군들이기에 더욱더 애가 탔다.


"그나저나 사령관 합하의 생각이 옳았습니다. 여순만 지킬 줄 알았는데 이렇게 치고 올라오다니."


"그러게 말이다. 마지막 회의 때에 수비 장소를 변경하지 않았다면 지금 즈음 우리 군 전체가 큰 피해를 입었을 지도..."


황민관 육군 원수는 전쟁이 터지기 몇 주 전에 5군 전력을 여순과 안산 지역에서 보난점으로 집중 배치시켰다. 그 덕분에 5군이 러시아군에 대해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다만 민간 지역에 있던 예비군 부대와 민방위는 주민을 대피시키느라 전력상 큰 손실을 입고 많은 부대가 와해 되었다. 살아남은 부대가 방어선으로 속속 모이고 있지만 지금과 같이 일이 잘 안 풀리는 경우도 많았다. 그는 살아서 방어선에 도착한 병사들에게 갔다. 병사들은 그를 보더니 지친 와중에도 경례를 했다. 홍범도는 지친 병사를 안아주기도 하고, 손을 잡고 위로 해주기도 했다. 그의 따뜻한 마음에 큰 감동을 받은 군인들은 펑펑 눈물을 흘렸다.



제국 19년 11월 15일 오후 8시 대한제국 흑룡강도 동강



"아아아아아악!"


팔이 완전히 날아가버린 젊은 남성이 목청 찢어져라 소리 질렀다. 그의 옆에서 그의 상처를 살피고 있는 간호사와 의사들은 어떻게든 그를 진정시키기 우해 애를 썼으나 상처 부위에서 온 몸 구석구석으로 전해지는 끔찍한 고통을 잠 재울 수 없었다. 강력한 진통 주사가 있었으나 포위 이후로 많은 부상자들에게 사용되었기 때문에 남아 있는 진통 주사는 여유롭게 사용할 정도의 양이 남아있지 않다.


"부디 저 머나먼 세상에서는 행복하기를..."


-타앙! 타앙! 타앙! 타앙!


부상자를 모아 둔 건물 안에서 총성이 울려퍼졌다. 총을 쏜 장교는 아랫 입술을 콱 깨물고는 조용히 건물을 나갔다. 민방위 대원들이 들것을 가지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딱 봐도 연명 치료가 부질 없는 짓이리라 여겨질 정도로 심하게 다친 사람들이었다. 대원들이 시체를 들것에 싣자 피가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


"화상 환자 입니다! 화상 환자!"


"으아아아아악! 아아아악! 죽여줘어어! 어어어얽..."


온 몸이 까맣게 타버린 환자가 수술실에 들어왔다. 그는 전차병이었다. 그는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비명을 질렀다. 아직도 허연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고, 볼살이 녹아내려 마치 해골의 볼과 같았다. 하지만 수술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저마다 느끼고 있는 고통에 조금의 관심도 주지 않았다. 의사는 주사가 들어 있는 통을 열어 약간 누런 액체가 담긴 주사기를 꺼냈다. 그리고 몸부림 치는 환자의 복부에 그대로 꽂았다. 환자가 몸부림치는 바람에 주사바늘이 부러졌으나 이미 액체는 모두 주입된 후였다. 환자는 어느순간 통증을 잊고 끝없는 졸음을 느꼈다. 환자는 의사를 바라보고 있다가 검에 그을린 이빨을 훤히 드러내며 미소 지었다. 의사는 자신의 이빨이 보이지 않도록 미소 지었다.


"사망 했습니다."


간호사와 의사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안락사 약이 서서히 바닥을 보이고 있었으나 총이 있으니 문제 없었다. 다만 앞으로도 이런 모습의 환자를 더 접해야 한다는 생각에 막막함이 몰려왔다. 환자들의 분노, 울분, 고통이 섞인 비명은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 눈을 감게 되면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비명처럼 생생하게 들렸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다 포기해서도 안 되었다. 도시 외각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군인들은 극악의 공포를 이겨내며 자신들을 위해 싸우고 있다. 그들의 희생을 헛되이 할 수 없었다.


"탄종 고폭탄!"


"고폭 장전!"


532번 백호 중형전차의 장전수가 힘차게 고폭탄을 밀어넣었다. 고폭탄이 기름을 바른 것처럼 쑤욱 들어가자 주포 폐쇄기가 철컹하고 내려졌다. 포수는 몰래몰래 움직이고 있는 러시아 보병 여섯 명을 포착했다. 날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포수가 조준 완료를 외치자 전차장이 사격을 명령했다. 사격 단추를 꾸욱 누르자 주퇴기가 힘차게 뒤로 후퇴했다. 우렁찬 포효 소리는 덤이었다.


-슈아앙 퍼엉!


고폭탄이 터지자 주변이 환하게 밝혀지면서 다섯 명이 공중부양 했다. 그 중에서 두 명은 팔다리가 날아가버렸다. 포격에서 살아남은 한 명은 기겁을 하며 뒤로 넘어져 빌빌 기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누군가가 쏜 총탄에 머리가 터져나갔다. 그러나 그들은 좋아할 틈도 없이 새로운 고폭탄을 장전했다.


-콰앙! 콰르르르


그때 옆에 있던 교회의 종탑이 포탄에 직격 당하여 무너져내렸다. 교회의 바로 옆에 있던 백호 전차가 블록들을 붓듯이 와르르 쏟아지는 종탑 파편에 깔렸다. 전차 내부로 전해지는 강한 진동이 그들을 공포에 떨도록 만들었다. 진동이 멈추자 전차장이 서둘러 부하들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다행히 멀쩡 했지만 상판 장갑이 찌그러져서 불안한 상태였다. 그는 운전병에게 후진을 명령했다. 전차의 무한궤도 밑에 깔린 파편이 덜덜덜거리다가 반으로 부셔지면서 양 옆으로 튀었다. 그러면서 전차가 서서히 파편 밑에서 빠져나왔다. 전차장은 해치를 열어보려 했다. 그러나 위에 무거운 파편이 있었기 때문에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운전병은 자신의 해치를 열고 밖으로 나갔다. 포신이 완전히 꺾여져 있었다. 이 전차는 쓸모 없는 고철 덩어리가 되었다. 그는 주변 병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사격을 하고 있던 병사들이 전차 주변으로 우루루 몰려와 다같이 포탑 해치 위에 있는 무거운 파편을 밀어냈다. 전차장이 포탑 밖으로 나왔다. 그는 포신을 보자마자 울상이 되었다.


"내 애마가... 내 애마가! 이런 종간나... 일단 날래 나오라우!"


나머지 전차병들이 차례대로 전차에서 나갔다. 전차병들이 모두 나오자 그는 포탑 안으로 들어가 수류탄 3개로 함정을 만들어놓았다. 동강이 점령 되었을 때, 호기심에 포탑 안으로 들어간 러시아군과 그 주변에서 구경할 러시아군들을 엿 먹이기 위한 방법이었다.

한편 최민아는 도시 중앙에 차려진 지휘 막사 안에서 민간인과 부상자, 물자에 관한 것을 지휘하고 있었다.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지만 박살난 왼쪽 다리가 걸림돌이 되었다. 다른 부상자를 위해 일부로 진통제를 안 쓰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그곳에서 전해져오는 통증이 그녀를 한동안 마비시켰다.


'썅! 움직이지도 못하고... 꼴이 이게 뭐냐고!'


밖에서는 쉬지 않고 폭음이 들려왔다. 그녀는 남은 민간인들의 수를 보았다. 2개 전차연대가 수시로 왔다갔다 해 준 덕분에 1,500여명이 이곳에서 탈출했다. 하지만 아직 그것의 2~3배에 이르는 민간인이 남아 있다. 그들이 각종 장비를 동원하여 민간인을 실어나르고 있다. 이정도 속도라면 11월 30일이 되기 전에 탈출할 수 있으리라 예상 되었다. 다만 문제는 그들에게 주어진 물자다. 두 연대가 포위망을 비집고 들어올 때에 기름과 탄약을 건네주지만 소량에 불과하여 러시아군이 작정하고 쳐들어 올 때면 금방 소모해버린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상황은 악화 된다. 11월 20일까지 버티는 것은 무리일 수 있어. 하지만 이들을 버리고 간다면...'


그녀는 러시아군의 총칼 아래에 무참히 학살 당하는 국민들을 떠올리고는 두 주먹을 꽈악 쥐었다.


"합하. 중상자 74명 모두 편히 보냈습니다."


무전기를 만지고 있는 예비군 통신병이 힘 없이 말했다. 그녀는 중상자가 그렇게나 많았나 하는 생각에 4시간 전에 올라 온 보고서를 다시 확인해보았다. 중상자는 모두 294명이다. 경상자는 더 많았다. 중상자의 대부분은 민간인이었다. 아무리 잘 숨어도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이 존재하다보니 이정도의 피해를 입게 되었다. 그녀는 연필로 294에 작대기를 긋고 그 밑에 220이라 적었다.

그녀는 앞날이 막막하다고 느껴졌다. 그녀는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위에서 아래로 쓸어내렸다. 전보다 피부의 탄력이 없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작은 약통을 꺼냈다. 그녀는 달력을 보고 약통을 열었다. 그녀는 작은 알약 하나를 꺼내고 옆에 있던 물통의 뚜껑을 열어 물을 먼저 입 안에 넣고 알약을 넣어 함께 꿀꺽 삼켰다.


"합하! 합하! 봉황 비행대에서 1개 비행선 중대가 지원을 오는 중이라고 합니다! 20분 후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통신병이 흥분한 어조로 소리쳤다. 그러자 다른 통신병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그녀 역시 무척이나 기뻤다. 비행선이라면 계속해서 진격하는 적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훌륭한 병기라 믿어의심치 않았다. 그녀는 손목 시계를 보았다. 긴 바늘이 6에 도달하면 비행선의 활약이 펼쳐진다. 비록 그녀는 구경 가면 안 되는 상황이었으나 그들의 지원으로 상황이 조금이나마 호전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봉황 전투비행대 제3비행선 대대 예하 제6비행선 중대의 봉황3 경식 전투비행선 7대가 동강 남부 포위망 상공에 도착하여 지상을 향해 조명을 쏘았다. 러시아군은 그들을 보고 기겁을 했다. 날이 워낙 어두운 데에다가 상공 3km에서 비행 중이며, 다른 비행선과 비교했을 때 소음이 적은 엔진을 장착하고 어두운 색으로 염색된 비행선을 조기에 포착할 수 없었다. 7대의 비행선의 폭탄창이 열리면서 각 함선 당 2.5톤 치의 폭탄을 쏟아부었다. 하필이면 그곳은 러시아 기병여단이 배치 되어 있었던 곳이었다. 50kg 폭탄 축제가 벌어졌다.


"신나게 갈겨! 하하하!"


4연장 3식 가형 경기관총의 총구가 지상으로 향하더니 밤 하늘에 박힌 보석들처럼 밝은 예광탄들이 하늘에서 폭우가 내리듯이 쏟아졌다. 폭격으로 인해 생긴 불길이 사수의 시야를 확보해주었다. 사수들은 보다 수월하게 러시아군을 향해 공격을 퍼부울 수 있었다. 러시아군도 이에 질 수 없다면서 상공을 향해 총을 쏘았으나 쓸모 없는 짓에 불과했다.


"폭탄창 폐쇄!"


-기이이이잉


폭탄 투하를 마치자 폭탄창이 천천히 폐쇄 되었고 받침대가 폭탄들을 꽉 잡아주었다. 동시에 모든 조명이 꺼졌다. 비행선들은 다시 북쪽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점점 도시와 가까워져갔다. 승무원들은 도시를 내려다보았다.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으며 전차들의 포염이 수시로 포착 되었다.


"저렇게 작은 도시에서 적을 막아내다니... 굉장한 분들이야."


중대장은 그들의 용맹함에 혀를 내둘렀다. 쉬운 방법을 버리고 어려운 방법을 택한 그들이었다. 그는 북부 포위망에 있는 포병대만 제대로 사냥 한다면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여겼다. 그의 비행선 중대는 전속력으로 달렸고, 금세 적진 상공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적의 포병대를 찾기란 매우 쉬었다. 1선이 아닌 데에도 쉴 세 없이 포염이 번쩍인다면 그것이 적의 포병대였다. 최대 고도까지 상승했던 비행선들이 일시에 조명을 틀었다. 조명이 포병대를 비추었다. 지상의 러시아군들이 당황해 했다.


"폭탄창 개방! 다 쏟아부어!"


-덜컹! 기이이잉~


"개방 완료! 받침대 해제."


받침대까지 내려가자 나머지 폭탄들이 와르르 쏟아지기 시작했다. 러시아군들은 하늘에서 뭐가 떨어지고 있는 지도 모른 채 비행선을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50kg 폭탄들이 지면과 충돌하자 대폭발이 일어났다. 동강을 향해 포탄을 던지던 적의 야포들이 산산조각 났다. 덤으로 근처에 쌓아두었던 포탄들에 폭탄이 떨어지면서 커다란 버섯구름이 만들어졌다. 다른 비행선 2척은 러시아 보병들에게 폭탄을 쏟아붓고 기총 사격을 가하고 있었다. 진격 대기 중이던 보병들이 와르르 쓰러졌다. 겁에 질린 러시아군들이 '걸음아 나 살려라'하며 폭격을 피해 도망 다녔다.


"만세! 와하하하! 다 부셔라!"


비행선들의 폭격을 보고 있는 전차병들과 예비군, 민방위 대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한국군은 알 수 없었으나 이 날의 폭격으로 동강을 포격하던 러시아의 야포와 중포 여러 문이 처참히 박살났다. 덤으로 진격 예정이었던 1개 보병여단과 1개 기병연대가 폭격으로 큰 피해를 입어 부대 재편성에 들어갔다. 동강에 대한 공격은 일시적으로 중단 되었고,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한 수준의 포격이 이어질 뿐이었다.



봉황3 경식 전투 비행선


제작년도: 제국 8년(1903년)

길이: 160m

지름: 26m

승무원: 함장, 부함장, 기관사 5명, 기관총 사수 6명, 조타 1명, 통신병 2명

무장: 4연장 3식 '가'형 포탑 x 6

폭장량: 5톤

최대 상승고도: 3.8km

최고 속도: 110km/h

계서 전투.PNG

계서 전투 입니다. 전반적으로 대한제국군의 상황이 영 좋지 않습니다. 기습 공격 당하고 이정도까지 움직인게 사실 놀라울 정도

보난점 전투.PNG

보난점 전투 입니다. 강을 끼고 방어선을 형성했기에 그나마 수비가 가능합니다.


작가의말

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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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물러터진 불곰(3) +2 17.03.02 2,159 26 15쪽
25 물러 터진 불곰(2) +5 17.03.01 2,198 25 15쪽
24 물러터진 불곰(1) +4 17.03.01 2,263 29 16쪽
23 오직 진격 뿐(4) +6 17.02.28 2,202 26 19쪽
22 오직 진격 뿐(3) +2 17.02.28 2,187 29 16쪽
21 오직 진격 뿐(2) +6 17.02.27 2,289 26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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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폭주하는 철갑 기병(2) +5 17.02.26 2,362 2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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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서쪽의 기회주의자(3) +4 17.02.26 2,211 27 18쪽
15 서쪽의 기회주의자(2) +4 17.02.26 2,324 27 16쪽
14 서쪽의 기회주의자(1) +4 17.02.25 2,343 26 18쪽
13 늙은 불곰의 포효(5) +5 17.02.25 2,401 25 20쪽
» 늙은 불곰의 포효(4) +4 17.02.24 2,257 23 21쪽
11 늙은 불곰의 포효(3) +5 17.02.24 2,222 25 17쪽
10 늙은 불곰의 포효(2) +2 17.02.23 2,366 23 23쪽
9 늙은 불곰의 포효(1) +11 17.02.23 2,471 28 17쪽
8 드리운 전운(6) +2 17.02.23 2,449 24 18쪽
7 드리운 전운(5) +2 17.02.22 2,543 27 18쪽
6 드리운 전운(4) +2 17.02.22 2,918 30 18쪽
5 드리운 전운(3) +2 17.02.22 3,251 3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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