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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제국(白衣帝國) 2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완결

2inro
작품등록일 :
2017.02.21 19:12
최근연재일 :
2017.05.09 15:42
연재수 :
6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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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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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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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6,453

작성
17.02.23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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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23쪽

늙은 불곰의 포효(2)

DUMMY

백의제국 2.8 - 늙은 불곰의 포효(2)



제국 19년 11월 12일 오전 4시 대한제국 흑룡강도 대경 검은기름 본사



무장한 군인들이 어두운 새벽녘에 겁에 질린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거대한 크기의 비행선들이 전선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대경으로 연결된 철도가 있으면 좋으련만, 철도가 없으니 2군 예하 제2차량화보병사단 소속 살쾡이 장갑차와 공군의 봉황 200이 그들의 대피를 최대한 도와야 했다.


"천천히 탑승하세요!"


수송량이 10톤에 달하는 봉황 200에 검은 기름 회사의 직원들이 탑승했다.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그들은 군인들의 통제하에 질서 있게 탑승했다. 애초에 여객용으로 만들어진 비행선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 10톤이라는 숫자는 무의미한 숫자였다. 만재 배수량에 도달하려면 피난민을 층층이 쌓아야만 할 것이다.


-부아아앙! 부아앙!


비행선의 머리 위로 재보급을 받은 송골매 전투기들이 경쾌한 울음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전선은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기 때문에 이곳까지 폭음이 울려퍼졌다. 지평선은 붉은색 계열의 색들로 물들어 있었고, 수시로 무언가가 번쩍였다.


"이륙하겠습니다!"


마침내 나머지 회사 직원들을 실은 비행선이 천천히 이륙했다. 200미터에 달하는 대한제국 최대의 비행선이 힘차게 도약을 하며 어두컴컴한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앞에서 다가오던 전투기들은 비행선과 충돌하지 않기 위해 경로를 변경하여 무사히 지나갔다. 아래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는 군인들은 겨우 하나 보냈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황제가 위험하다며 본사의 위치를 바꾸라고 했었을 때에 고집을 부리며 자리를 사수한 결과, 대피 시간이 예상보다 늘어났다.


"어이! 너희들! 할 일 다 끝났으면 전선으로 갈 준비해!"


민간인 대피 지원 작업이 끝난 병사들은 무조건 전선으로 가야만 했다. 2군이 철수 예정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시민들이 대피하지 못했고, 전선에서는 누군가가 계속 죽어나간다. 그 자리를 채울 보충병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몇몇 대경 예비군 부대는 지원 작업 대신 전선으로 배치되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점은 러시아군의 공격이 그렇게 거세지 않고 전선군도 잘 막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각하. 18여단이 적의 돌격을 저지 했다고 합니다."


새로운 전투 보고를 들은 홍벽철 대장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참모인 김서윤 소령이 서둘러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는 괜찮다며 그녀의 손을 치우고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18'이라는 숫자가 적힌 녹색 말 앞에 놓인 붉은 말 하나를 치웠다. 18보병여단의 활약으로 또다시 시간을 번 셈이다. 하지만 그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합이빈 쪽 국경 수비대가 박살난 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합이빈 쪽에서 적과 조우 했다는 소식이 없다고 하니 혹여나 합이빈으로 가던 적의 대병력이 목표를 변경하여 2군의 뒤를 칠 수 있다.


"영국 놈이 사람 여럿 죽이네. 신사는 무슨... 완전히 학살자구만. 학살자. 민간인 대피 상황은?"


"2개 마을을 추가로 소개 했습니다. 현재 대경 남쪽에서는 피난민의 행렬이 끊이지 않다고 합니다."


"하아... 진짜 어렵다. 어려워... 그나저나 우리 개인화기 기술 다 빨려나가겠네."


"네? 아..."


국경 수비대가 전멸 했다는 말은 그들의 개인 화기가 노획 당했다는 소리이다. 러시아군은 그들의 무기들을 본국으로 보낼 것이고, 대한제국의 무기는 전세계로 퍼져나갈 것이다. 국경 수비대의 소총이 구식인 한-1식 소총일지여도 전선에서 한-14식 소총이 노획 될 확률이 매우 높다. 그리고 최루탄이나 파편 수류탄, 연막탄 등등 좋은 기술력이 외국에 쭉쭉 퍼져나가게 되었다. 이제 대한제국은 그것을 대비하여 신형 소총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그런데 러시아 놈들... 정말 자기들이 이긴다고 달려드는 거... 맞겠죠?"


"진다고 생각하면 애초에 시도 조차 하지 않았겠지. 대경 인구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지만 되도록이면 빨리 철수가 진행 되었음 한다."



제국 19년 11월 12일 오전 11시 중화민국 수도 베이징 총통 관저



중화민국의 총통인 원세개는 대한제국으로부터 온 편지를 보고 분노를 터트렸다. 아직 편지의 내용을 보지 못한 그의 충신들은 그를 걱정하는 말을 꺼냈다. 원세개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 흥분된 어조로 모든 사람들에게 편지를 읊어주었다.


"제국 19년 11월 11일 오후 3시부로 대한제국과 러시아 제국은 전쟁 상태에 돌입 했다. 따라서 경고한다. 만약 우리의 고유 영토인 동삼성(만주 지역)을 재점령 하고자 군사를 일으킨다면 중화민국의 국민들에게 악몽을 선사할 것이다."


짧지만 강력한 협박성 편지였다. 충신들은 분노를 하며 당장이라도 군사를 일으켜 대한제국을 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세개 역시 마음 같아서라면 그러고 싶었으나 현명하게 행동 해야만 했다. 분명 이것은 중화민국에 있어서 좋은 기회였다. 대한제국의 모든 국력이 러시아를 상대하는 데에 집중 되고 있을 때에 측면을 치면 대한제국이 정신을 못 차릴 수 있다. 하지만 대한제국은 전세계에 장갑차라는 무기를 수출하고 있는 나라다. 중화민국도 어찌어찌 해서 26대의 장갑차를 보유하고 있는 상태였으나 고작 그걸 믿고 섣부르게 쳐들어갔다가 역관광 당해버릴 수 있었다. 지난 전쟁이 그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나 역시 이 놈들의 더러운 편지에 대해 크게 분노를 느끼고 있다. 하지만 섣부르게 공격 했다가 저번과도 같은 꼴이 날 수 있다. 그러니 조금만 더 상황을 지켜보았다가 공격하는 게 옳다고 생각 된다."


"저 역시 같은 생각 입니다. 각하. 그리고 아직 뤼순에 있는 러시아군이 랴오둥 반도를 향해 진격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역시 각하이십니다. 저희가 생각이 얕았습니다."


그들은 저마다 원세개를 추켜 세우느라 바빴다. 원세개는 그들이 간신배 노릇을 하는지 모르는지 그저 허허 웃으며 겸손한 연기를 했다. 그러다가 문득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내키지는 않지만 일본과 함께 대한제국의 뒤를 친다면? 일본도 대한제국에 대해 쌓인 원한이 많을 테니 어쩌면 중화민국과 손을 잡을 수도 있었다. 국내에서 반대 여론이 강하게 불겠지만 그에게 있어서 여론 따위는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같은 시각 일본제국 수도 도쿄 총리 관저



오쿠마 시게노부 총리는 원세개와 마찬가지로 대한제국으로부터 온 협박 편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원세개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협박 편지 내용을 들은 장군들과 정치인들은 당장이라도 대한제국의 해군을 멸하고 부산부터 초토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그는 조심스러웠다.


"조선은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우리 해군을 전멸에 가깝게 만든 놈이다. 그리고 덩치가 몇 배나 큰 청을 완전히 굴복시켜버린 놈이다. 최근에는 장갑차라는 기괴한 무기로 그 이름을 날리고 있다. 낡아 빠진 집이 즐비할 거라 생각한 대한제국에서 장갑차를 만들어냈다. 그것도 모자라 수출을 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장갑차 20대가 있다. 비록 영국으로부터 구입했지만..."


"그렇다면 조선의 예비 장갑차 전력을 걱정하시는 것인지요?"


앞머리에 탈모가 오고 주둥아리가 원숭이처럼 튀어나온 정치인이 물어보았다. 그러나 그는 고개를 저었다.


"조선은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 당시 살아남은 해군과 여러 제독들의 증언에 따르면 거대한 비행선이 함대를 녹여버렸다고 하지 않았는가? 도이치에서 비행선 연구 삼매경일 때 대한제국은 실전에 투입 했다. 분명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 섣부르게 공격 했다가 우리가 열심히 복구한 해군이 수장될 수도 있다."


일본은 한-일 전쟁에서 잃은 해군을 복구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 미지근하게 진행 되었던 해군 복구 사업이 1900년부터 활발해졌는데, 우선적으로 청 제국에서 약탈한 자금의 대부분을 사업에 투자했다. 그리고 1907년에는 국가에서 해적을 양성하여 중국 해안을 약탈했다. 발칸 전쟁이 한참일 때인 1912년에는 여러 나라에게 무기를 판매하여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적지도 않은 수익을 거두어들었다. 이런 노력으로 단기간에 완벽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전력을 회복하는 데에 성공했다. 다시는 이를 잃고 싶지 않았다.


"우선 상황을 조금 지켜보도록 한다. 이제 겨우 개전 2일 차다. 쉽게 끝날 전쟁은 아니다."



제국 19년 11월 12일 오후 12시 28분 대한제국 흑룡강도 동강



백호 전차들의 옆으로 피난민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마을에서는 검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피난민들의 얼굴은 피로, 공포, 살고 싶다는 욕망이 그대로 담겨져 있는 투명한 어항이었다. 최민아는 운이 좋게도 마을에서 의사를 만나 부러진 빼를 붙이는 데에 성공하게 되었으나 한숨도 안 자고 현장을 지휘하고, 포격으로 인한 심리적 압박감, 가끔씩 생각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눈이 건조해져갔다.


"합하. 제발 쉬십시오. 제가 지휘 하겠습니다."


안중근은 그녀가 갑자기 쓰러지지는 않을까 심히 걱정 되었다. 지휘 차량에 탑승 중인 다른 장교들 역시 그녀에게 휴식을 권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마을은 포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고 아직 마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들이 수두룩 했다. 1분이라도 빨리 포격을 받지 않는 곳으로 그들을 이동시켜야만 했다.


"연대장님께서 할 일이 있듯이 저도 할 일이 있습니다."


"어?"


그때 헤드셋을 착용하고 있던 무전병이 불길한 징조를 나타내는 행동을 했다. 그들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무전병은 얼어붙은 표정으로 천천히 헤드셋을 내려놓았다. 쌀랑하고 영혼 없는 바람이 그들의 머릿결을 훑고 지나갔다.


"포위 당했습니다."


"이런 씨발!"


신경이 예민해져 있던 최민아가 제일 먼저 반응했다. 그녀는 주먹으로 철판을 연달아 치며 쌍욕을 퍼부었다. 안중근은 그녀의 손 뼈가 부러지기라도 할까봐 서둘러 그녀의 팔을 꽉 부여잡았다. 그녀는 장미처럼 붉게 물든 자신의 손을 보고 있다가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민간인이 얼마나 남았지?"


그녀는 그 자세에서 기운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민간인을 관리하고 있던 장교가 공책을 보더니 바짝 긴장된 목소리로 대답했다.


"4천 혹은 5천여명 입니다."


최악의 상황이다. 민간인은 전차처럼 빠르게 달릴 수 없을 뿐더러 단단한 장갑도 가지고 있지 않다. 총알 하나 스쳐지나가면 비명을 지르며 픽 쓰러지는 연약한 인간이다. 301연대와 302연대가 포위망 따위 무시하고 마음대로 왔다갔다 할 수 있겠지만 민간인을 데리고 있게 되면 속도가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그리되면 전차를 잡기 위해 안달이 난 적 포병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전차 위에 민간인을 싣고 달리는 방법도 있겠지만 자칫하면 전차에서 사람들이 굴러 떨어지거나 고기 방패로 전락할 수 있다.


"포위망은 좁혀져오고 민간인은 5천여명이나 남았다. 방법이 있을까?"


그녀는 한 곳에서 방어해보는 방법을 생각해보았으나 애석하게도 산이 없다. 강 쪽에 있는 산들은 모조리 러시아군에게 빼앗겼다. 이곳은 광활한 대평야이기 때문에 참호를 건설하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5천 명의 민간인을 이동시키고 참호를 깊이 파는 데에만 긴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역시 전차에 태워서 달리는 수 밖에는..."


최민아가 말 끝을 흐렸다. 그때 그의 뇌리 속에 무언가가 획 하고 지나갔다. 바로 기름이다. 전차는 기름이 없으면 깡통이 되어버린다. 기름을 넣어두었던 곳이 포격으로 인해 대부분 날아가버리면서 민간인을 데리고 장거리를 왔다갔다 할 수 없다. 포위망 너머에서 보급을 받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리되면 이곳에서 민간인을 지키는 누군가는 지옥의 시간을 견뎌야만 한다. 운이 나쁘면 포격으로 모조리 죽어버릴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뿐이다.


"합하. 민간인들과 함께 도시로 돌아갸아 합니다."


"예?"


안중근의 결정에 모두가 의문을 품었다. 안중근은 지도에서 동강 시가지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설명했다.


"적은 동강을 점령하지 않고 있습니다. 소 몰이를 하려는 목적이겠지만 시가지에는 민간인들이 포격을 피할 곳도 많고, 전차들이 엄폐할 곳도 많습니다. 설령 저희가 민간인을 데리고 있으면서 두 연대가 민간인을 태우고 간다고 해도 평지에서는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시가지에서 최대한 버텨야 합니다."


"역시로군. 좋아! 방향을 돌려라!"


전차들이 방향을 바꾸어 다시 시가지로 향하자 민간인들이 당황해 했다. 각 전차장들은 민간인들에게 상황을 설명해야 했고, 말을 알아들은 민간인들이 먼저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자 나머지 사람들도 함께 발걸음을 돌렸다. 갓난 아기들은 가기 싫어서 그러는지, 아니면 그냥 배가 고파서 그러는건지 몰라도 정말 서럽게 울었다. 그녀는 시끄럽게 울어대는 아기를 보고 집에서 엄마와 아빠를 기다리고 있을 귀여운 딸이 생각났다. 서러움에 울컥 했다. 눈물이 나오지 않도록 간신히 참았으나 예전에는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이게 어머니의 마음이라는 건가...'


그녀는 아무 것도 없어 더욱더 광활해 보이는 저 대지를 보았다. 평화로워 보이는 푸른 지평선은 그녀를 더욱더 쓸쓸하게 만들었다. 아직 죽지도 않았고, 절망적인 상황도 아니었으나 그녀는 운명의 순간을 맞이 한 사람의 심정이었다. 평상 시에는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 준 고요한 바람 소리가 끔찍이 듣기 싫었다.



제국 19년 11월 12일 오후 3시 20분 대한제국 수도 서울 대광장



조국이 선제 공격을 당했다는 사실은 이제 개나 소나 다 아는 이야기가 되었다. 사람들은 한편으로 매우 분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상대가 러시아라는 점에서 심히 걱정 되기도 했다. 그들이 러시아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게 된 이유는 아무래도 거대한 땅덩어리와 서양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더불어 동강이 포위 당하고 여러 국경 수비대가 조기에 전멸 했다는 소식이 신문을 통해 전해지면서 그 불안감이 증폭되었다.


"사람들의 불안감을 없애는 게 이번 연설의 주목적이겠군요."


황태제 이강이 이 추운 날씨에도 광장에 몰려 있는 수많은 인파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의 바로 옆에 서서 같이 그 장면을 보고 있던 황제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부터 몸이 영 좋지 않다보니 급하게 연설문을 작성할 때 큰 어려움을 겪었다. 사람들의 앞에서 '나 아파요'를 알리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되었다. 그는 시선을 돌려 앞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김감청 제국 친위대 부사령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총사령관의 모습을 보지 못한 지 5개월 째요."


"더 이상 나랏일에 신경 쓰지 않겠다 하셨으나... 아무래도 마음병이 점점 깊어져가시는 듯 합니다."


이재철은 5개월 전에 황제의 앞에서 자신은 더 이상 나랏일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그 이후로 황제는 그를 본 적이 없다. 대화를 나누고 싶어 대화를 수차례 요청 했으나 모두 거절 당했다. 처음에 그를 이해하지 못했던 황제는 그의 태도에 화가 났으나 태상황으로부터 그의 마음병에 대해 들은 이후로 가끔씩 그와 편지를 주고 받기만 했다. 반면 황태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그를 돕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황제 폐하께서 연설대에 오르십니다."


다른 생각을 하던 사이에 어느순간 그가 연설을 해야 할 차례에 왔다. 그는 자신이 먹었던 약이 효과를 발하기를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그는 조마조마한 채로 연설대에 올랐다. 수많은 군중들이 그를 보더니 열렬한 환호성을 질렀다. 그는 깜짝 놀랐다. 지난 번에도 여러 차례 연설을 했었으나 이렇게 많이 모인 적은 없었다. 왠지모르게 부담감이 느껴졌다. 그때 그는 심장 쪽에서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다. 미간을 찌푸릴 정도의 통증은 아니었으나 연설 도중에 증세가 악화 되어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찌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천천히 연설문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연설문의 첫 문장을 암기한 다음 본격적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어제인 제국 19년 11월 11일 15시경에 아제국은 러시아 제국으로부터 선전포고문을 받았으며 동시다발적으로 모든 국경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이 감행 되었습니다. 적의 포격은 이 날을 위해 훈련이라도 한 것처럼 매우 조직적이고 매우 치밀했습니다. 그리고 행방이 묘연 하였던 적의 기병 집단이 여러 전선에서 나타나 국경 수비대를 잔혹하게 학살 했습니다. 용맹한 국경 수비대원들은 명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손에서 무기를 놓지 않고 결사항전 했습니다. 대경에서는 새벽 2시부터 제2군과 공군이 협동하여 민간인 소개를 시작 했습니다. 하지만... 혹한기 훈련을 위해 동강으로 간 친위기갑사단의 303친위 중기갑연대가 동강 시가지에 포위 되었습니다. 그들은 아직 대피하지 못한 수천 명의 시민을 지키고자 결사항전을 선언 했습니다..."


황제는 대략적인 전선의 상황을 사람들에게 알렸다. 그들은 신문에서 보았던 것이 사실이었음을 알고 크게 충격을 받았다. 국경 수비대에 자신의 자식이나 친구가 있었던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실신하거나 균형을 잃고 휘청였다. 뜨거운 눈물을 쉴 세 없이 흘려보내기도 했다.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실신한 사람에 대한 응급 조치를 시작했다. 하지만 황제는 연설을 멈출 수 없었다. 지금 멈추어서도 안 되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대경 전투를 기억하십니까? 불과 10년 전에 있어났던 사건 입니다. 그저 본업을 충실히 수행하던 우리 제국군 장병들이 슬플 정도로 맑은 하늘에서 왠 날벼락을 받았습니다.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우리들의 용맹한 장병들은 대경의 시민들, 더 나아가 우리의 조국을 수호하고자 목숨을 내걸고 싸웠습니다! 결국 머리가 돌로 가득찬 러시아군은 격파 되었으나 정확히 1050명! 1050명에 달하는 장병들이 추운 북부에서 그 짧은 생을 마감 하였습니다. 그들의 가족들, 친구들, 연인들이 입은 상처는 감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곧바로 보복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앞서 큰 전쟁을 치루었고, 그 이후에도 작은 전쟁들을 치루어왔습니다. 우리는 지쳐있었습니다. 제국 17년이 되자 러시안들은 장갑차 부대가 잘 훈련될 수 있도록 교관을 요청해왔고, 우리는 러시아와 사이가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14명의 교관을 파견하고 20대의 장갑차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2년 후! 바로 지금! 러시이인들은 우리를 능욕 했습니다!"


그는 한 번 숨을 고르며 자신의 심장을 진정시켰다.


"이것은 그때와 같은 즉흥적인 전투가 아닙니다! 오래 전부터 치밀하게 계획되어 온 침략 전쟁 입니다! 러시아는 국경에 대병력을 배치 했고, 지속적으로 침공 훈련을 했습니다. 요새를 강화하고 식량을 비축하고 함대를 정비했습니다. 놈들은 연해주의 동포들을 데려가 전쟁터에 내세웠듯이 이 땅을 점령한 뒤에는 우리를 전쟁 물자로 사용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러시아는 크나 큰 실수를 두 가지 범했습니다!"


그는 흥분된 목소리를 더욱더 격양시켜갔다.


"첫째! 저 멍청한 러시아는 독일 제국과의 전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의 전선을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른 전선을 만들어 그 많은 병력을 사방으로 분산시켰습니다! 그리고 둘째! 러시아가 도전장을 던진 상대가 바로 우리! 대한제국이라는 것 입니다!"


사람들이 광장이 뒤흔들릴 정도로 환호성을 질렀다. 황제는 태상황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대한제국은 지난 세 차례의 전쟁에서! 특히 대청전쟁에서 폭발적인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14년이라는 시간 동안 우리는 더욱더 강해졌고, 더욱더 단단해졌습니다! 서양의 청제국이라 과감히 말할 수 있는 러시아는 조만간 무릎을 꿇고 땅을 치며 동양 최강의 전투 민족의 심기를 건들인 것에 대해 크게 후회하겠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을 것 입니다! 우리의 신성한 영토를 넘보던 수십만의 러시아군은 화력 발전소의 좋은 뗄감이 되어 우리의 밤을 대낮처럼 훤히 밝혀주며 상트페테르부르크 거리는 중무장한 우리 제국군에게 통제되고 동궁에서는 자랑스러운 대형 태극기가 영원토록 눈부신 빛을 내며 펄럭이리라!"


"그까짓 로스키들 전부 죽여버리자!"


"니콜라이의 팔다리를 잘라내자!"


흥분한 관중들이 저마다 목소리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황제는 천천히 연설대에서 내려가자마자 가슴을 부여잡으며 휘청였다. 그의 바로 옆에 있던 친위대장과 황태제가 달려와 각각 한쪽 팔을 잡았다. 황제는 그들더러 가까이 다가오지 않도록 했다. 국민들은 아래에서 그를 볼 수 없었으나 고위직 사람들이 갑자기 일어나 그에게 달려들면 무슨 일이 생겼음을 눈치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부축해주고 있는 황태제를 보며 살짝 웃어보았다. 그러다 그들의 손을 떼어내고 허리를 펴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이딴 몸으로 무슨 황제를 하겠는가. 괜히 주변인들에게 폐만 끼치는구만."


황제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친위대장이 깜짝 놀라 손을 저으며 말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숨이 넘어가는 그 순간까지 폐하를 보필하는 게 저희들의 당연한 의무 입니다."


황제는 믿음직스러운 친위대장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천천히 발걸음을 돌렸다. 그들은 거동이 불편해보이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봉황200 경식 수송 비행선


제작년도: 제국 14년 (1909년)

길이: 200m

지름: 37.5m

승무원: 기관사 5명, 함장, 부함장, 조타 1명, 통신병 2명

수송량: 10톤

최대 상승고도: 4.5km

최고속도: 100km

최대 항속거리: 7,000km



살쾡이 반궤도 장갑차


전장: 5.2m

전폭: 2.3m

높이: 2.6m

승무원: 3명(차장, 조종수,기총 사수)

수송인원: 최대 7명

차체 장갑(전/측/후mm): 20/20/10

포탑 장갑(전/측/후mm): 15/10/10

무장: 한-2식 경기관총 / 한-11식 중기관총 , 2연장 연막탄 발사기 x 2

최고속력: 40km/h

중량: 14.8톤



송골매 전투기(단엽기)


최고 속도: 150km/h

최대 상승고도: 5km

폭장량: 50kg

무장: 한-3식 '가'형 경기관총 x 2

303포위.PNG


작가의말

송골매 전투기에 대응할만한 영국 전투기가 있습니다! 나머지는 조종사들의 개인 기량에 남겠죠. 그리고 지도는 포위당한 303연대 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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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춘계 공세(2) +5 17.03.07 2,211 25 15쪽
31 춘계 공세(1) +4 17.03.06 2,279 32 14쪽
30 겨울 조약(2) +4 17.03.05 2,518 30 18쪽
29 겨울 조약(1) +3 17.03.04 2,545 29 21쪽
28 전선은 서쪽으로(2) +5 17.03.03 2,340 24 14쪽
27 전선은 서쪽으로(1) +4 17.03.03 2,171 25 16쪽
26 물러터진 불곰(3) +2 17.03.02 2,159 26 15쪽
25 물러 터진 불곰(2) +5 17.03.01 2,198 25 15쪽
24 물러터진 불곰(1) +4 17.03.01 2,263 29 16쪽
23 오직 진격 뿐(4) +6 17.02.28 2,201 26 19쪽
22 오직 진격 뿐(3) +2 17.02.28 2,187 29 16쪽
21 오직 진격 뿐(2) +6 17.02.27 2,289 26 21쪽
20 오직 진격 뿐(1) +2 17.02.27 2,361 27 21쪽
19 폭주하는 철갑 기병(3) +3 17.02.27 2,429 25 19쪽
18 폭주하는 철갑 기병(2) +5 17.02.26 2,362 24 18쪽
17 폭주하는 철갑 기병(1) +4 17.02.26 2,248 28 20쪽
16 서쪽의 기회주의자(3) +4 17.02.26 2,211 27 18쪽
15 서쪽의 기회주의자(2) +4 17.02.26 2,324 27 16쪽
14 서쪽의 기회주의자(1) +4 17.02.25 2,343 26 18쪽
13 늙은 불곰의 포효(5) +5 17.02.25 2,401 25 20쪽
12 늙은 불곰의 포효(4) +4 17.02.24 2,256 23 21쪽
11 늙은 불곰의 포효(3) +5 17.02.24 2,222 25 17쪽
» 늙은 불곰의 포효(2) +2 17.02.23 2,366 23 23쪽
9 늙은 불곰의 포효(1) +11 17.02.23 2,471 28 17쪽
8 드리운 전운(6) +2 17.02.23 2,449 24 18쪽
7 드리운 전운(5) +2 17.02.22 2,543 27 18쪽
6 드리운 전운(4) +2 17.02.22 2,918 30 18쪽
5 드리운 전운(3) +2 17.02.22 3,251 3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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