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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호 님의 서재입니다.

파인딩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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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나은호
작품등록일 :
2012.11.19 12:30
최근연재일 :
2012.12.26 01:01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86,410
추천수 :
696
글자수 :
242,379

작성
12.10.16 01:53
조회
2,451
추천
13
글자
7쪽

파인딩 스타 - 벚꽃 내리는 밤(1)

DUMMY

지나연이 회사생활을 한지도 어느새 3년이 흘렀다. 회사는 꾸준한 아파트 건설경기 덕분에 안정적으로 성장하였고 그녀도 업무에 능숙해져 있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질수록 그녀가 신경 쓸 일도 많아졌지만 서로 챙겨주는 직원들 덕분에 별다른 스트레스 없이 직장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제는 주변에 아는 사람들이 제법 생겼고 주말의 여가생활에도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인천생활에 익숙해지면서 고향에 내려가는 일도 점차 줄어갔다.


그녀는 분위기를 주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천성적으로 성격이 밝고 사람들을 편안하게 대해서 직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하지만 관계가 서먹서먹한 직원도 있었다. 서민우 주임이었다. 편하게 지내고 싶어서 먼저 말을 걸어보아도 반응이 매번 냉담했다.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대하려고 노력했지만 어느 날 두 사람의 관계가 악화되는 결정적인 일이 발생했다.


“서 주임님, 창고에 정리할 장부가 너무 많아요. 좀 도와주시겠어요?


“‥‥”


“안되시나요?”


“그럴게요.”


“고마와요. 먼저 가서 정리하고 있을게요.”


하지만 서민우는 끝까지 창고에 나타나지 않았다. 지나연이 기진맥진해서 돌아와 보니 그는 태연하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업무시간 내내 눈길 한번 마주치치 않았고 결국 아무 말 없이 퇴근해 버렸다.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가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앞으로 그를 없는 사람처럼 무시하고 지내리라 작정했다.


한편 서민우는 집에 가는 길 내내 가슴이 덜컹거렸다. 아까 지나연과의 약속을 고의로 무시한 것이 아니었다. 창고로 가는 길에 납품문제로 급한 일이 생겼던 것이었다. 그녀가 일을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도 서류작성을 끝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미안해서 어쩔 줄 몰랐지만 일단 일을 끝내고 해명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의 싸늘한 안색을 보자 도저히 말을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서민우는 마음이 불안해지면 말이 천리 밖으로 달아나 버리는 증상이 있었다. 특히 쌀쌀하게 구는 여자 앞에서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말이 겉돌고 자꾸 더듬거리는 자신이 바보같이 느껴져서 아예 입을 다물어 버리고는 했었다.


그의 별명은 ‘쉐도우’였다. 너무 조용해서 같이 있어도 없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만들었다. 조용히 회사에 나와서 말없이 일만 하다가 퇴근시간에는 그림자처럼 사라졌다.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회사 밖의 모습은 어떤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서민우는 그런 성격과 평범한 인상 때문에 여자들에게는 비호감의 대상이었다. 대학 다닐 때 머릿수를 채워주기 위해서 단체미팅에 징집당한 적은 몇 번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여자를 만나본 적은 없었다. 심지어 여자에게 먼저 말을 걸어본 적도 없었고 그에게 말을 걸어오는 여자도 없었다.


그가 여자에게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여자가 마음에 들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게 문제였다. 특히 예쁜 여자를 보면 모든 것이 신비스럽고 아름답게 보였다. 가슴이 떨려서 눈조차 마주치지 못했고 말문이 굳게 닫혀버렸다. 여자들과 자연스럽게 소통을 못하고 열등감이 커질수록 여자에 대한 기피증과 환상이 동시에 커져갔다.


지나연에게도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선이 고운 얼굴과 소녀같은 느낌이 좋았다. 항상 웃으며 직원들을 대하는 모습과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모습도 너무 마음에 들었다. 다른 직원들은 그녀와 스스럼없이 지냈지만 서민우는 그녀를 어떻게 대해야 할 줄 몰랐다. 지나연이 몇 차례 말을 걸어오기는 했지만 언제나 단답형으로 대화를 건조하게 만드는 자신이 한탄스러웠다. 남몰래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이 커져갔고 그녀에 대한 환상과 자괴감도 동시에 불어났다.


겨울이 지나가는 자락에 봄이 오는 길을 망설이는 계절이었다. 한낮에 포근한 기운이 돌아서 가벼운 옷을 꺼내 입으면 겨울바람의 심술에 다시 중무장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산에는 겨울과 봄의 마지막 전투가 한창이었다. 진달래 군단이 비탈위로 진격하면서 앙상한 나뭇가지들 사이에 매복해있는 겨울바람을 격퇴시키고 있었다. 도심의 아파트 울타리 안에서는 활짝 피어난 개나리 무리가 바람의 공세를 온 몸으로 저항하며 봄의 진군을 재촉하고 있었다.


지나연의 회사에도 봄기운이 스며들었다. 정신없던 법인결산이 끝나자 이재범 과장의 주동으로 전 직원이 양평에서 야유회를 갖기로 했다. 그동안 일 년에 한 번 정도 단합행사가 있었지만 1박 2일은 처음이었다. 지나연은 잠버릇 때문에 막막한 걱정부터 앞섰다. 하지만 단 한 명의 불참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사장의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야유회에 동참해야 했다.


양평으로 떠나는 길은 더없이 상쾌했다. 따스한 햇살이 도로에 금박을 깔아놓았고 멀리 보이는 산들에는 형형색색의 예쁜 파스텔이 입혀져 있었다. 양평에 도착하자 봄은 본격적으로 성대한 향연을 펼쳐 보였다. 눈길이 닿는 모든 곳에 이름을 알 수 없는 꽃들이 축포를 터뜨리고 있었고 병풍처럼 둘러선 산의 절경에 전율이 느껴졌다.


시골자연의 품을 떠나고 나서 도시생활에 너무 길들어진 탓인지 자연의 모습이 완전히 새롭게 느껴졌다. 그동안의 하루일과는 일하는 시간과 잠자는 시간이 전부였다. 평소에 몸과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던 사회생활이 대자연 앞에서는 무척이나 사소하게 느껴졌다. 바로 어제 골머리를 아프게 했던 일들도 어린 시절처럼 아득하게 생각되었다. 문득 인간의 문명과는 상관없이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자연이 무척이나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팬션은 2층짜리 아담한 건물이었다. 봄 햇살을 온 몸에 두른 벚꽃이 팬션의 전경을 풍경사진처럼 화사하게 연출하고 있었다. 오후에 남직원들은 대부분 족구와 농구를 하며 시간을 보냈고 지나연은 이 과장 일행과 함께 저녁준비를 했다.


저녁은 돼지고기 바비큐였다. 이 과장은 장작을 구해서 드럼통 안에 적당히 쌓아놓고 그릴을 손보았다. 지나연은 야채와 과일을 씻어서 은접시에 나누어 담고 야외 테이블을 세팅했다. 직원들은 술과의 전투에 만전을 기하고 있었다. 군대에서 탄약통을 나르는 병사들처럼 배급받은 술박스를 진지에 일사분란하게 배치시키며 전의를 다지고 있었다.


그녀는 경치 좋은 곳에서 저녁시간에 술만 퍼마신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다음날 출발할 때까지 빈 술병들이랑 같이 방에서 나뒹굴 게 뻔했다. 적군처럼 느껴지는 직원들을 보며 저녁에 가능한 빨리 대피하기로 결심했다.


순간 테이블에 술병을 놓고 있는 서민우가 눈에 들어왔다. 저 사람은 술을 얼마나 마실까. 술을 마시면 어떤 모습일까. 평소에 말 한마디 없고 회사 밖에서의 모습조차 본 적이 없기에 더욱 호기심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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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파인딩 스타(3부) - 오사카의 밤(2) +3 12.12.07 1,038 10 8쪽
43 파인딩 스타(3부) - 오사카의 밤(1) +4 12.12.06 1,106 1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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