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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님의 서재입니다.

봉황의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밤길
작품등록일 :
2013.09.06 23:05
최근연재일 :
2014.12.19 00:05
연재수 :
126 회
조회수 :
439,138
추천수 :
13,047
글자수 :
683,299

작성
14.05.26 13:51
조회
3,609
추천
103
글자
12쪽

제7장 천종(6)

이 글은 가상의 이야기이며 등장인물,사건등 모든 내용은 실제와 관련없는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더 이상 악에 받친 비명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종주는 놈이 돌격대의 집중사격을 피해 숲으로 뛰어드는 것을 보았다. 그나마 옆에서 지켜보던 자신의 무위가 높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다른 수하들은 거저 놈이 사라졌다 여길 것이 분명했다. 놈도 총알을 몇 발 맞은 것으로 보였는데 숲에서 비명이 터졌다.

놈의 엄청난 무위에 말이 나오질 않았다. 자신보다 몇 수위? 그 정도가 아니었다. 놈은 자신과는 이미 그 차원이 달랐다. 어떻게 인간의 몸으로 그런 움직임과 무력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놈은 어느새 옆 건물에 숨어서 사격을 가하는 돌격대들을 쓸어버리고 도망쳐 나오는 수하를 단칼에 절단 냈다. 2장로가 쓰러지고 천종의 자랑이던 수하들이 놀란 양떼처럼 흩어지며 도륙당하는 것을 보자말자 황급히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동안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비명소리가 누구의 것인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수하들이 살육을 당하고 있을 것이다.

놈에게 돌격대의 자동소총만으론 많이 부족했다. 봉황문이 얼마나 대단한지 선대로부터 전해지는 얘기를 액면 그대로 믿는다 하더라도 많이 부족해 보였다. 인간이 어찌 저럴 수가 있단 말인가? 무서웠다. 처음으로 무서움이란 것을 느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전화기를 들었다. 신호가 울리고 상대가 전화를 받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길게만 느껴졌다.

“여보세요! 아. 부대장, 나 본산의 종주다.”

[핫! 종주님께서 직접 전화를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본산의 옆에 있는 방공포병 부대의 부대장이었다. 본산의 보호도 겸하고 있었기에 자위대에서 파견할 때 인사차 항상 먼저 들렀다. 부대장의 전화번호는 비상연락처에 등록되어 있었다. 가끔 자위대 고위 장성들이 방문하면 일부러 불러서 인사도 시켰기에 평상시에도 지시에 충실히 따랐다. 그러나 지금 상대의 반가운 응대를 상대할 시간도 없어보였다. 종주가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

“혹시 거기서도 총소리 들었나? 긴급 사항이다.”

[넷? 좀 전에 들렸던 자동화기 소리 말씀하시는 겁니까? 저희 쪽에서 사격한 게 아니란 보고는 받았는데, 혹시?]

“그렇다, 괴한이 침입해서 우리가 쏜 거야.”

[아! 본산에서 총까지 쏴야 할 정도였습니까?]

종주가 답답한 듯 수화기를 바꿔 들었다.

“지금 말 길게 할 시간이 없다, 심각하네. 당장 군 병력을 출동시켜. 놈이 살육을 하고 있어. 우리 천종의 제자들이 다 죽어가고 있단 말이다.”

[무... 무슨 말씀이신지? 혹시 어디 특수부대라도 대대적으로 쳐들어 왔습니까? 저희 쪽에 잡힌 정보가 없는데...]

“한 놈이다, 한 놈이 총이 아니라 칼로 살육을 저지르고 있어. 우리 돌격대가 매복하여 집중사격을 했는데도 잡지 못하고 전멸했다. 놈은 귀신이야.”

[한 놈이라고요? 그리고 칼로 총을 상대로 살육을 한다니? 무슨 말씀이신지?]

“부대장! 우선 당장 병력부터 출동시키고 얘기하도록. 어서! 할 수 있는 전 병력을 투입토록.”

[저...그게, 저흰 방공부대여서 경비 병력밖엔...]

“우선 보낼 수 있는 대로 다 보내고 추가로 지원요청을 해. 내 이름을 대면 될 거야. 지역대장, 아니 기동타격대를 동원해야 한다고 하란 말이야.”

[아... 알겠습니다. 우선 5분대기조를 보내고 지역대장님께 보고한 후 조치토록 하겠습니다.]

“제발, 한시가 급하네. 서둘러. 내 지역대장에게도 바로 전화하지.”

[아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종주는 급하게 다시 지역대장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지금 경찰이나 다른 놈들에게 전화를 할 시간이 없었다. 우선 대대적인 군 병력이 필요했다.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군인들이 둘러싸고 놈을 잡은 후 뒷일을 생각해도 될 일이었다. 손에서 땀이 홍건이 흘렀다.


“어이~ 쥐새끼! 여기 숨어있었군.”

“헉!”

종주는 알아들을 수없는 말도 저렇게 무서울 수 있단 걸 깨달았다.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지옥의 무저갱에서 솟아올라온 괴물이 그르릉 거리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는 심연의 공포.

종주가 전화기를 내 던지고 황급히 손을 뻗어 칼을 뽑아 들었다.

휘의 손에는 칼이 없었다. 마지막 살아남은 놈이 도망을 치기에 들고 있던 칼을 던져 놈의 등에 꽂았다.

휘가 맨손임을 확인한 종주의 눈빛에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대천종의 종주 신분임을 잠시 망각했었다 자책하며 호흡을 골랐다. 적어도 칼이 손에 있는 이상, 자신 역시 절정의 고수였던 것이다. 자신감이 새록새록 솟아났다.

“이 살귀 같은 놈! 죽여주겠다.”

종주가 탁자를 밀어내며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칼날이 휘를 향해 천천히 세워졌다.

우우우웅~

그때, 집무실의 한쪽 장식대위에 세워져있던 칼이 부르르 떨리며 소리 내어 울었다. 휘의 눈이 커지며 얼굴색이 변하더니 칼을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신경이 날카롭게 벼려져있던 종주가 휘의 손을 따라 눈길을 돌렸다.

“아!”

종주가 탄성을 터뜨렸다.

봉황문의 칼,

봉황이 그려진 칼이 부르르 떨리며 진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인을 알아 본 것인가? 긴 세월을 기다려온 주인을 찾은 기쁨의 울부짖음이란 말인가?

종주가 놀라 입을 벌리고 있을 때 봉황의 칼이 천천히 솟아올랐다. 울림의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우우우웅!

종주의 입이 더 크게 벌어져 턱이 빠질 듯하였다. 여태 옆에 두고 지냈지만 저런 기사라니.

스으윽!

칼이 옆으로 스르륵 움직이며 휘의 손아귀로 들어가 버렸다. 아니, 날아서 휘의 손에 쥐어졌던 것이다. 휘의 손에 들어간 봉황의 칼이 뚝! 울림을 멈추었다.

“어 어찌... 저 저런 일이...”

종주는 더 이상 놀랄 기운도 없는 듯 다리가 후들거렸다. 이기어검? 허공섭물? 아니지.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종주가 그러던 말던 휘는 손 안에 들어온 봉황무늬가 새겨진 칼을 눈앞으로 가까이 들어 올려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 있었구나. 그래, 나도 반갑다.”

휘가 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 눈에 깊은 감회가 어렸다. 사부님이 호탕하게 웃던 모습이 떠올랐다.

잠시 상념에 잠겨있던 휘가 비스듬히 서서 칼을 앞으로 뻗어 종주에게 겨눴다. 그 눈빛이 무심했다.

“이제 그만 종지부를 찍도록 하지. 잘 가시게.”

서로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 길게 할 필요도 없었다.

칼을 뻗고 서있는 휘에게서는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 아니 살랑 바람이 분 듯하였다.

“으으으...”

풀썩!

다리를 떨며 서있던 종주의 이마에 구멍이 뚫리며 종주가 풀썩 쓰러졌다. 너무나 무기력한 죽음이었다.

잠시 그 모습을 쳐다보던 휘가 봉황의 칼을 휘두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검무였다.

봉황문의 선인들에게 그리고 사부님께 복수의 종료를 알리고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는 의미의 제를 올리는 것이었다. 봉황의 칼이 화답을 하듯 칼날에서 불길이 서서히 일어났다. 불길은 검무에 잘려나가는 집기들에, 그리고 건물을 지탱하던 기둥에도 옮겨 붙으며 집무실전체로 점점 번져갔다.

화르륵~

종주의 집무실이 불에 타며 무너져 내렸다. 불은 숲과 옆의 건물들로 바람을 타고 옮겨 붙기 시작하며 산으로도 거세게 불씨를 번져갔다.


부르릉!

끼익!

전조등을 비추며 경비실 앞으로 군용지휘차량이 급하게 정차하며 지휘관으로 보이는 장교가 뛰어내렸다.

뒤따라 도착한 군용트럭에서도 군인들이 차례차례 뛰어 내렸다. 장교가 경비실 안으로 들어섰지만 경비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인터콤의 전화기만이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는데 갑자기 안쪽이 환해져 쳐다보니 본산의 안쪽에서 불길이 일고 있었다.

“무전병! 지휘소에 상황 보고하라. 사찰 정문 도착, 경비실에 사람이 보이지 않음, 정문 옆 작은 출입문 파손, 무언가 강력한 기계가 충돌하며 파괴된 것으로 보임, 본산내부의 중앙부에서 화염포착, 불길이 번지는 것으로 보임, 내부 진입여부 지시바람.”

5분대기조를 이끌고 긴급 출동한 장교는 지시를 받고 출동하기는 했지만 왜 여기로 보내졌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다. 긴급 출동명령이 떨어지고 대천종 본산으로 가서 상황을 파악하여 보고하란 명령만을 받았을 뿐이다.

“부대장님이 찾으십니다.”

무전병의 목소리에 장교가 신경질 적으로 다가가 송수화기를 건네받았다. 자신이 알기로는 여기는 사찰인데 무예를 수련하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하였다. 일반신도들이나 관광객은 전혀 방문할 수 없고 오히려 전통무예에 관련된 사람들이나 정치인들이 드나든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자신의 부대가 옆에 위치해 있지만 자신역시 한 번도 와 보지 못했던 것이다.

“넵! 조장입니다.”

“네, 네?, 아... 아닙니다. 네, 알겠습니다.”

수화기를 무전병에게 건네며 조장이라 말한 장교가 신경질 적으로 지시를 내렸다.

“주목, 지금 상황을 전파하겠다. 이 사찰의 내부에 미친놈이 칼을 들고 설치고 다닌단다. 괴한은 한 명, 벌써 많은 사람을 해쳤다고 하니 보이는 즉시 사살하란 명령이다.”

그러자 부하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사살하라고요? 쏴서 죽이라는 겁니까?”

“맞다.”

“괴한인 줄 어떻게 압니까?”

“나도 모르겠다. 미친놈처럼 칼 들고 있으면 쏴야하나?”

하하하하!

킥킥킥!

부하들이 웃긴다는 듯 키득거렸지만 조장은 나무라지 않았다. 도대체 사찰에 미친놈이 나타나 살인을 저지르면 경찰에서 출동해야지 자신들이 왜 나선단 말인가?

“씨팔, 까라면 까야지.”

“맞습니다.”

“좋아! 안전장치 해제하고 진입한다. 혹시 모르니 무조건 쏘지는 마라. 봐서 정신병자 같으면 다리를 쏘아 제압하도록. 그래봐야 한 방 맞으면 다리가 떨어져 나가겠지만.”

“알겠습니다.“

“운전병은 현 위치에서 대기한다.”

5분대기조가 진형을 유지하면서 본산의 내부로 진입을 했다. 본산 중앙부에서 번진 불길이 산 아래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점점 산 정상을 향해 번지고 있었다.

“무전병, 불길이 번지는 걸 보고하도록, 소방헬기가 출동해야할 것 같다. 불길이 저 능선을 넘어가면 우리 부대도 위험하겠는 걸. 왜 불이 난 거야?”

“알겠습니다.”

무전병이 뒤따라오며 통신을 하는 그때,

“아악!”

앞서가던 전초병의 비명소리가 울렸다.

뒤 따르는 병력들이 엉거주춤 사주경계에 들어가며 어수선하게 이리저리 총을 겨눴다.

“총구위치 조심, 이 바보야. 동료를 겨누지 말란 말이다. 허~ 이것들... 정신 차려!”

조장이 앞으로 뛰어나오며 총구방향을 나무랐다. 지금은 실탄이 지급되어 있었고 소총의 안전 고리도 풀도록 했는데 잘못해서 오발이라도 일어난다면 자신의 진급은 물 건너간다고 보아야했다. 잘못하면 옷을 벗어야할 지도 몰랐다. 그래서 더더욱 치솟는 짜증을 억누르며 전초병에게 달려갔다.

“뭐야, 무슨 일이야?”

전초병이 무언가를 보고 비명을 지를 정도라면 괴한이 앞에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훈련받은 대로라면 보통 저렇게 놀랄 정도로 적이 나타나면 엎드려 쏴 자세를 취하게 될텐데 전초병의 총구는 앞으로 향한 채 멍하니 서서 굳어있었던 것이다.

“허억!”

전초병의 눈길을 따라 고개를 돌리던 조장도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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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제7장 천종(3) +4 14.05.22 5,067 116 11쪽
35 제7장 천종(2) +4 14.05.21 3,570 113 11쪽
34 제7장 천종(1) +2 14.05.20 4,178 129 11쪽
33 제6장 새로운 출발(10) +4 14.05.19 4,497 139 14쪽
32 제6장 새로운 출발(9) 14.05.18 4,398 133 10쪽
31 제6장 새로운 출발(8) +2 14.05.16 3,585 99 12쪽
30 제6장 새로운 출발(7) +4 14.05.15 3,696 101 21쪽
29 제6장 새로운 출발(6) +4 13.11.13 3,918 120 11쪽
28 제6장 새로운 출발(5)-내용수정했습니다 +2 13.11.08 5,388 168 27쪽
27 제6장 새로운 출발(4) +8 13.11.06 4,479 115 14쪽
26 제6장 새로운 출발(3) +10 13.11.04 4,573 138 13쪽
25 제6장 새로운 출발(2) +1 13.11.02 4,444 151 10쪽
24 제6장 새로운 출발(1) +6 13.10.31 4,777 133 13쪽
23 제5장 단죄-그 시작(5) +6 13.10.29 4,312 113 14쪽
22 제5장 단죄-그 시작(4) +8 13.10.24 4,311 129 14쪽
21 제5장 단죄-그 시작(3) +4 13.10.21 4,571 133 13쪽
20 제5장 단죄-그 시작(2) +4 13.10.18 4,836 125 15쪽
19 제5장 단죄-그 시작(1) +2 13.10.16 5,626 142 15쪽
18 제4장 재회(7) +2 13.10.14 5,605 125 13쪽
17 제4장 재회(6) +4 13.10.11 5,438 141 13쪽
16 제4장 재회(5) +2 13.10.09 5,424 124 14쪽
15 제4장 재회(4) +2 13.10.07 5,291 111 12쪽
14 제4장 재회(3) +5 13.10.04 5,684 125 14쪽
13 제4장 재회(2) +10 13.10.02 6,664 131 16쪽
12 제4장 재회(1) +3 13.09.30 7,074 151 14쪽
11 제3장 부활(3) +4 13.09.27 7,168 139 15쪽
10 제3장 부활(2) 13.09.25 7,765 179 12쪽
9 제3장 부활(1) +4 13.09.22 8,558 184 13쪽
8 제2장 봉황문(3) +1 13.09.20 7,096 153 7쪽
7 제2장 봉황문(2) +4 13.09.17 7,665 18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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