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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님의 서재입니다.

봉황의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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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밤길
작품등록일 :
2013.09.06 23:05
최근연재일 :
2014.12.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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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5.1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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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제6장 새로운 출발(7)

이 글은 가상의 이야기이며 등장인물,사건등 모든 내용은 실제와 관련없는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자영이 그의 손끝을 따라 바라보니 꽤 여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그 중심에 한복을 차려입은 할머니들이 몇 분 의자에 앉아있었다. 할머니들이 앉아있는 탁상 앞에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는데 위안부할머니들의 기자회견이 있는 모양이다. 가까이 다가가려는 휘를 자영이 붙잡았다.

“기자들도 있고 카메라가 있어서 거북해요.”

“... 무슨 말이요?” “아무래도 전 가까이 다가가기 불편하네요. 혹시라도...”

자영이 휘의 손을 잡고 몸을 돌렸다. 근처에 조그만 공원이 있었기에 그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경찰도 피해야 하고 여긴 저를 쫓던 야쿠자들의 근거지이기도 하니까 우린 조심할 필요가 있어요. 더구나 기자들이나 카메라 있는 곳은 피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불안하면 그렇게 합시다.”

휘는 자영이 원한다면 어떻게 하던 무방했다. 자신이 관심을 가졌던 것은 곱게 한복을 입은 할머니들이었다. 그들이 입고 있는 한복이 반가웠고 특히, 그 중 한 할머니의 자태에 관심이 생겨 호기심이 일었던 것 뿐 이었다.

기자회견장이 보이는 길 건너 공원벤치에 둘이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몸에 비스듬히 띠를 두른 여자둘이 다가와 유인물을 나누어 주었다. 휘가 그들이 건네는 유인물을 받아 자영에게 넘겨줬다. 일본어로 쓰여 있었다.

자영이 꽤 여러 장으로 인쇄된 종이에 쓰여 진 내용을 훑어보았다.

“위안부 할머니의 증언이네요.”

“위안부가 무엇이요? 뭘 위안해주기에 노인들이 증언을 한단 말이요? 뭐가 잘못되었소?”

“예전에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었다고 했죠?”

“그랬소, 다 그 시대를 살던 지배층이 지들 욕심만 부리다보니 나라까지 팔아먹었다고 했지 않소. 내가 아는 자들도 있었으니 그자들 욕심이라면 그럴 수도 있었겠단 생각이오. 그런 자들에게 나라를 맡겼으니...쯧쯧.”

“나라를 빼앗긴 백성들은 어떻게 되었겠어요?”

“뻔하지 않소, 온갖 고난을 당했겠지.”

“청년들은 끌려가 그들의 전쟁에 총알받이로 동원되었고, 나이든 사람들은 공장이나 탄광 등으로 끌려가 부역을 해야 했어요. 그리고 어린 여자들은 강제로 끌려가 전쟁터를 전전하며 군인들의 욕구불만 해소를 위한 성노예로 전락했어요. 그런데 전쟁이 끝나고 반세기가 지난 지금에도 일본은 그 사실을 아니라고 잡아떼고 있어요. 끌려가 모진 일을 당하고 일생을 병마와 싸우며 외롭게 지내는 분들을 위로는 못해줄망정, 돈 한 푼이라도 더 뜯어내려는 사기꾼, 창녀 취급을 하고 있죠.”

“나쁜 놈들...일본 놈들은 왜 그렇게 조선 사람들을 괴롭히는지 다 없애버리고 싶을 뿐이요.”

“저도 일본이 싫어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고요.”

“내가 꼭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해 주겠소.”

“호호... 말만으로도 고맙네요.”

휘가 자영의 손에 들린 유인물을 보며 물었다.

“그래, 그 종이에 뭐라고 적혀 있소?”

“제가 읽어 드릴까요?”

“노인네들이 일본 땅까지 와서 억울함을 호소하니 왠지 내용이 궁금하구려.”

“흠흠... 제가 쭉 읽어볼게요.”


- 역사의 진실은 꼭 밝혀야 -

저는 경상남도 하동에서 꽤 부자 집의 외동딸로 태어났습니다. 제 아버지는 나를 일본학문을 배울 필요가 없다고 하시면서 일본학교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가정교사를 통해서 한자와 한글은 배울 수 있었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또 창씨개명도 끝까지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일본이 전쟁무기로 만들기 위해 놋그릇을 공출하게 했는데, 저의 아버지는 그것도 하지 않고, 밤에 남몰래 집에서 일하는 일군 몇을 데리고 논을 깊이 파서 그 곳에 녹그릇을 묻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들통이 나서 아버지는 경찰서에 끌려가 유치장에 갇혔습니다.

 매일 저는 면회를 갔지만 면회를 할 수 없었습니다.

어느 날, 박 구장(현 이장)이 집으로 와서 제가 일본 방직공장에 가면 아버지는 석방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공장으로 가는 그 날, 아버지는 바로 석방될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내가 가지 않으면 저의 아버지는 죽을 수밖에 없다는 협박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저는 거부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 제 나이 15세였습니다. 

저와 함께 악양면 면장 딸도 함께 갔는데, 그 면장은 주재소 소장으로부터 악양면에서 처녀공출 량을 할당받자 주재소 소장의 따귀를 때리고 사표를 냈습니다. 그 이유로 면장의 딸도 저와 함께 끌려가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한국사람 과 일본사람에 의해 부산까지 와서 부산에서 큰 배를 타고 일본의 시모노세키에 도착하였습니다.

내려 보니 보초가 있는 큰 창고에 약 천 명 정도 되는 처녀들이 갇혀있었습니다. 그 곳에는 그런 창고가 여러 개 있었습니다. 나는 그곳이 공장이 아님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저는 제 길게 따 내린 머리를 잘렸습니다. 그리고 하루에 3번씩 김으로 싼 주먹밥을 받았는데, 저는 아버지 생각과 집을 떠나온 두려움에 그것을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3일 정도가 지나자 배가 너무 고파서 그것을 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 얼마나 김밥을 질리게 먹었는지 지금도 김밥은 물론 김도 보기 싫어합니다. 그렇게 그곳에서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약 15일 정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우리를 번호대로 불렀습니다. 그리고 차례대로 굉장히 큰 배에 태웠습니다. 그 배에는 수천 명의 여자들이 함께 탔습니다. 우리가 시모노세키에서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대만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배를 타고 광동으로 갔고, 태국, 방콕, 사이공, 싱가폴을 경유하여 인도네시아 쟈카르타에 내렸습니다. 그리고는 그 곳에서 뉴기니아, 스마트라, 마랑 등지로 배치되었는데, 배치시키기 전에 자카르타 육군병원에 우리 모든 여성들을 데리고 가서는 자궁속에 뭔가를 넣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했는지 아래배가 너무나 고통스럽게 아팠습니다. 그리고 아마 약 3일동안 하혈을 했던 것 같습니다. 하루를 쉬고 다시 배를 타고 가는데 저는 심한 통증과 하혈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였습니다. 

저는 23명 정도의 여성들과 마랑의 육군부대에 배속되어, 그 부대가 이동하는 대로 따라다니며 운명을 같이 하였습니다. 우리는 부대 안에서 살았으며, 식사도 군인들과 같은 식당에서 함께 하였습니다. 저하고 함께 간 면장 딸은 뉴기니아로 배치되어 갔습니다.


위안소는 대대마다 하나씩 있었고, 한 위안소에 여자가 20-30명씩 있었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는 여럿이 한 방을 썼는데, 군인들이 올 때는 포장을 친 각방을 이용하였습니다. 하루 평균 50명 이상의 군인을 상대해야 했습니다. 50명 이상을 상대하다 보면 지치고 기절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물을 끼얹어 정신을 차리게 한 후 다시 군인을 상대하게 합니다. 그래도 성기가 부르트고 도저히 아파서 걸음도 걸을 수 없게 되고 더 이상 군인을 상대할 수 없게 되면 주사를 팔에다 놓아주었는데, 알고 보니 마약주사였습니다. 그 주사를 맞으면 덜 아팠습니다. 토, 일요일에는 100명도 넘는 군인들을 아침 9시부터 상대해야 했기 때문에 그들은 시작하기 전부터 4-5대의 마약주사를 제게 맞혔습니다. 그래서 지금 제 양쪽 팔에는 이렇게 흙덩이로 뭉쳐놓은 것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습니다. 이것 때문에 지금도 피가 잘 통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팔은 지금 잘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까지 하면서 일본군은 그 짓을 계속하게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10시 이후에는 장교들이 들어와 그들은 술을 먹고 폭력을 휘두르고 자기들 뜻대로 응하지 않는다고 칼을 찌르고 해서 제 온 몸에는 칼자욱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한 장교가 칼자루로 제 팔을 쳐서 뼈가 으스러져 지금 제 팔의 뼈는 제 뼈가 아닌 다른 뼈입니다. 가슴에는 아직도 칼자국이 크게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담배불로 지져서 제 아랫배 양쪽에는 큰 흉이 남아 있습니다.


그렇게 지낸지 한 1년정도 지났을 때 사는 것보다 죽음이 더 나을 것 같아 저는 죽을 결심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말라리아 병에 걸리면 먹는 약인 ‘근결합’을 한알 한알 모았습니다. 40알이 모이자 저는 그것을 한입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천정이 기우뚱 하더니 그 뒤로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깨어났을 때 제 주변에는 제 동료들이 저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2일 동안을 누워 눈, 코, 입, 귀로 피를 쏟으면서 기절해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죽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 때 휴유증으로 소화제가 아니면 지금도 음식을 소화해 낼 수가 없습니다. 

당시에 위안소에서 저는 기꾸꼬(菊子)로 불렸습니다. 거의 속옷은 입지도 않았으며, 먹는 것이라고는 알랑미밥에 콩나물 된장국 정도였습니다. 


군위안소에서 가끔 중국인이나 인도네시아 민간인을 불러 부대 내 청소와 빨래 등을 시키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한 그곳에서 남양군 총사령관 아베가까가 항복 직전에 폭격을 맞아 죽었으나 산 낭떨어지에서 부딪혀 죽었다고 하는 소문을 퍼뜨린 것을 들었습니다.

그 즈음 23명의 여성들 중 14명은 죽고 9명만 생존해 있었습니다. 일본 군인들은 여성들이 몸이 병들고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면 죽여 버렸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우리나라는 해방이 되었지만 우리는 몰랐습니다. 어느 날 영국군인지 미군인지 모르지만 연합군이 우리를 인수했습니다. 그것도 패전이 임박하자 우리를 방공호에 가둬서 아마도 몰살하려고 했나봅니다. 일본군인 중에도 양심있는 사람이 있어서 그것을 한국인 군속에게 얘기해서 연합군에 알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의 몰살을 막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또 이 서양 놈들에게 당하는가 하고 크게 놀랐습니다. 자카르타로 우리를 데리고 와서 수용소같은 시설에서 약 1년 동안 배를 기다리며 지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배를 타고 부산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그 곳에서 호열자가 발생했다면서 우리를 한 달 동안 배안에서 내리지 못하게 했습니다. 한 달이 지난 후 연합군 인솔자는 제게 1000원을 주면서 집에 가라고 했습니다. 

집에 도착해 보니 마치 귀신이 나오는 흉가 같았습니다. 이웃사람들 얘기로는 아버지는 결국 석방되지 못하고 옥사하셨고, 어머니는 목매달고 자살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저 혼자였습니다. 반겨주는 사람도, 붙잡고 마음껏 울 수 있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그 때 저는 마약중독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결심을 했습니다. 일본놈들에 의해 마약중독자가 되었는데 돈을 들여 마약을 사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혼자서 두문불출하고 마약을 끊었습니다. 7개월이 걸렸습니다. 얼마나 이를 악물었는지 제 이와 잇몸은 모두 망가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가 신문에 날 때마다 저는 그것을 오려서 모았습니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국가가 그런 일 없다. 강제적으로 하지 않았다는 등의 망언들을 뉴스와 신문을 통해서 들었습니다. 저는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신고를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제 자신이 부끄럽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할 것은 제가 아니라 일본 정부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일본정부는 부끄러워 할 줄은커녕 범죄를 인정도 하지 않고 있으며, 사죄도 배상도 할 수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 민간 모금을 해서 우리에게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하더니 위로금을 반대하니까 이제는 쯔구나이를 지급하겠다고 합니다. 

우리는 거지가 아닙니다. 그리고 돈 받기 위해 그렇게 아픈 과거, 생각만 해도 온 몸이 떨리고 꿈마다 나타나는 그 악몽 같은 과거를 얘기하기 시작한 것이 아닙니다. 40년의 침묵을 깨트리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일본이 바른 역사,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범죄에 대한 정당한 사죄와 법적 배상을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배상을 받으면 받는 즉시 찢어버린다 할지라도 죄에 대한 정당한, 합법적인 배상을 받기를 원합니다. 그렇게 해야 제 명예도, 제 동료들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며 전쟁터에서 총알받이로, 병에 걸려 희생당한 우리 동료들이 고이 잠들 수 있을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출처: 정대협 홈페이지 사이버기념관>


“후우... 흑!”

중간 중간 슬픔에 목이 메어 멈출 때마다 휘가 가만히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달래 주었다. 울음 섞인 목소리로 기어이 다 읽어 내려간 자영이 끝내 유인물에 얼굴을 묻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 할머니의 기구한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진 것이다.

“너무 가슴이 아프구려. 이 소녀가 무슨 잘못이 있단 말인가? 일평생 도대체 왜 이런 고난을 겪어야 했단 말인가.”

휘가 붉어진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참으로 기구한 운명이었다. 흐느끼고 있는 자영을 보고 있자니 자신이 없었다면 자영 역시 그 비슷한 처지이거나 이미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를 일 이었다. 괜히 자신의 궁금증 때문에 아픈 상처를 들쑤셔 놓은 것 같아 미안했다.

“자,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돌아갑시다. 내가 괜히 관심을 가져서 당신을 슬프게 했구려.”

“아녜요, 할 수만 있다면 저 할머니들을 위로해 드리고 도움을 주고 싶네요.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그게 안타까워요.”

“어쩌겠소. 우리의 앞날도 알 수가 없으니... ”

휘는 요 며칠 현실을 조금씩 알아가며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세상은 너무나 변해 있었고 자신은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가끔씩 하야시란 놈을 죽인 일이 TV를 통해 전해질 때마다 섣부른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잘못하면 자영의 안위도 문제가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자신도 경찰에 쫓기게 되었지만 오히려 자신 때문에 자영이나 이모도 위험해 질지도 모를 일이었다. 새로운 세상이 혼란스러웠고 적응하기가 힘들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다. 둘은 무거운 마음으로 천천히 식당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한국거리.

일단의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행진을 하고 있었다. 현수막을 앞세우고 행진하는 그들의 앞에 젊은 남자가 확성기로 뭐라 떠들고 있었고 중간 중간 남자의 고함소리에 맞춰 모두 한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주변에는 방송용 카메라와 기자들이 따르며 셔터를 눌러대고 있었다.

“저들은 무엇을 하는 거요?”

식당으로 향하다가 건너편의 시위를 하는 사람들을 보고 휘가 자영에게 물었다.

“아마도 위안부 할머니들이 저쪽에서 행사를 하니까 그걸 방해하려고 일본사람들이 데모를 하나 봐요.”

“허허... 그럼 저들이 그 위안부할머니들을 반대하는 일본인들이란 말이요?”

“저들은 혐한파라고 해서 반대정도가 아니라 혐오한다는 거죠. 저들이 하는 말만 들어도 저들의 생각을 알 수 있어요.”

“지금 저들이 뭐라는 거요?”

“위안부 할머니들이 하는 말은 전부 거짓말이래요. 할머니들은 창녀들이며 자기들이 스스로 몸을 팔았고, 그나마도 이미 보상을 다 해줬는데 또 돈을 노리고 저런다는 거죠. 조선인들은 은혜도 모르는 파렴치한 인간들이니 한국, 조선인들은 이 땅을 떠나라고 하네요.”

“일본인들이 모두 저런 생각을 가진 거요?”

“그렇진 않아요. 자신들의 과거 침략행위를 뉘우치고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자는 사람들도 많지만, 저들은 극우파라고해서 예전의 침략행위를 미화하며 그때로 돌아가고자 하는 자들 이예요. 우리는 조심해야 할 것이 많으니 그냥 피해서 가죠.”

“많이 혼란스럽구려, 아무튼 당신이 불안해하니 안 되겠소. 어서 갑시다.”

휘는 자영을 보호하듯 살짝 감싸고 그들을 피해 길을 건넜다. 그때 앞장서서 떠들던 남자가 휘와 자영을 향해 확성기를 들이대며 큰소리로 떠들었다.

“저 자가 뭐라는 거요?”

휘의 물음에 자영이 얼굴을 돌리며 머뭇거렸다.

“혹시, 우리보고 뭐라고 하는 거요?”

“아녜요. 그냥... 욕하는 거예요.”

휘가 얼굴을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

“우리에게 욕하는 거요?”

“아뇨, 그냥...떠드는 거예요. 한국인, 조선인을 보면 돌을 던지래요, 조선여자는 강간을 해도 괜찮다고...”

자영은 말을 하면서 분노로 목소리가 떨려왔다. 앞에서 저런 얘기를 듣자니 얼굴이 화끈거리며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냥 모른 척 지나치려했건만 화가 치밀어 사실 그대로 휘에게 말해 버렸다.

“아니, 백주대낮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런 말을 떠든단 말이요? 일본 놈들이 조선 사람을 그 정도로 막 대하는 거요?”

“그렇진 않아요. 저 사람들이 미친 거죠.”

“미친놈들이 저리 설치는데 왜 그냥 두는지 모르겠군.”

휘는 다시금 자영이 당했던 그 상황이 떠올라 감정이 격해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앞에서 확성기를 들고 떠드는 놈의 얼굴에 하야시의 얼굴이 겹쳐져 보였다.

놈은 신이 났는지 더욱 열을 내서 떠들며 따르는 사람들을 선동하기 시작했다. 일행들이 환성을 지르며 피켓을 흔들고 호응하자 놈도 두 팔을 들어 올리며 환호성에 답했다. 그때.

갑자기 놈의 고개가 뒤로 한번 살짝 재껴지며 몸이 허물어지더니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고개는 푹 숙여졌고 팔은 힘없이 축 늘어졌는데 확성기는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 꺄악!”

“사람이 쓰러졌다.”

옆에 있던 사람들이 놈의 상태를 살피는 게 아니라 놀라며 뿔뿔이 흩어졌다. 주변을 통제하던 경찰이 뒤늦게 달려와 놈의 상태를 살폈다. 주변으로 도망치거나 바닥에 엎드려있던 사람 중 하나가 슬그머니 일어서서 두리번거리더니 큰소리로 외쳤다.

“테러다! 조센징이 총을 쐈다. 사람을 죽였다!”

“우우! 일본인이 총에 맞았다.”

그러자 주변의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도망쳤던 사람들도 하나 둘 다가오기 시작했다.

“조센징들을 죽이자! 한국 상점을 뒤져라!”

선동하는 놈이 확성기를 주워들고 떠들기 시작했다.

그 순간, 쓰러진 놈을 살피던 경찰이 확성기를 들고 선동하는 놈에게 다가가더니 확성기를 빼앗아 들고는 외쳤다.

“조용하시오, 이 사람은 총에 맞은 게 아니요.”

“응? 무슨 소리야. 갑자기 총 맞은 것처럼 쓰러졌는데 아니라니?”

“그럼 왜 갑자기 쓰러진 것입니까?” 기자들이 경찰에게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경찰이 확성기를 입에 대고 외쳤다.

“총 소리도 없었고 이 사람은 총에 맞지도 않았소. 피 한 방울 흘리지도 않는단 말이요. 죽은 게 아니라 지금 잠시 기절해 있는데 원인은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자들과 모여든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뭐야? 무슨 병이라도 있는 거야? 갑자기 쓰러지다니...”

“젊은 사람이 발작이라도 한 건가?”

경찰들이 쓰러진 놈의 주위를 둘러싸고는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자 다시 확성기를 든 경찰이 나섰다.

“쓰러진 이유를 확인해야하니 모두 비켜주세요. 혹시라도 누군가 위해를 가했다면 주변에 증거가 있을 수도 있으니 다들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흩어지세요.”

다른 경찰들도 몰려와 사람들을 해산시키기 시작했다.

애앵~

곧 구급차가 달려와 놈을 데려갔고 모였던 사람들은 해산하기 시작했다. 시위를 하던 극우파들도 경찰에 의해 하나 둘 쫓겨나며 뿔뿔이 흩어졌다.


멀찍이서 지켜보던 자영이 휘의 손을 잡아끌고 식당으로 향하며 물었다.

“당신 짓이죠?”

“허허... 놈이 너무 얄미워서 말이요.”

“하아~ 참나... 그런데 어떻게 한 거예요?”

“놈이 너무 시끄러워 조용히 시킨 거요. 나도 사람 죽이는 거 좋아하지는 않소. 그냥 알밤 한 대 먹였소.”

자영이 의아한 듯 휘를 쳐다보았다.

“근처에 가지도 않았는데 꿀밤을 먹였다고요? 뭘 던진 건가요?”

“그런 게 있소. 하하! 어서 갑시다.”

자영은 분명 이 사람 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고개가 저절로 갸웃거렸다. 그 떠들던 놈이 픽 쓰러질 때는 죽은 줄 알고 깜짝 놀랐지만 경찰의 말을 듣고 나니 새삼 휘가 신비롭게 느껴졌다.


작가의말

눈 치료받느라 중단했다가 꽤 오랜만에 돌아왔더니 상당히 어색하네요.

그 사이 다른 곳에 틈틈이 글을 올렸는데 덕분에 분량이 조금 늘어났습니다.

지금도 눈의 피로때문에 오랜시간 컴앞에 앉아있지는 못하지만 매일 조금씩 써보고있습니다.

한참을 둘러보다가 다 삭제하고 첨부터 다시 올릴까 생각도 해봤는데, 그것도 시들하여  그냥 이어서 올려봅니다.

혹시라도 예전에 보셨던 기억이 안나면 첨부터 다시 보세요. 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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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제4장 재회(3) +5 13.10.04 5,683 125 14쪽
13 제4장 재회(2) +10 13.10.02 6,663 131 16쪽
12 제4장 재회(1) +3 13.09.30 7,074 151 14쪽
11 제3장 부활(3) +4 13.09.27 7,166 139 15쪽
10 제3장 부활(2) 13.09.25 7,763 179 12쪽
9 제3장 부활(1) +4 13.09.22 8,556 184 13쪽
8 제2장 봉황문(3) +1 13.09.20 7,092 153 7쪽
7 제2장 봉황문(2) +4 13.09.17 7,664 18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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