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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님의 서재입니다.

봉황의 칼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밤길
작품등록일 :
2013.09.06 23:05
최근연재일 :
2014.12.19 00:05
연재수 :
1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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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8,938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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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83,299

작성
13.09.17 18:53
조회
7,663
추천
182
글자
9쪽

제2장 봉황문(2)

이 글은 가상의 이야기이며 등장인물,사건등 모든 내용은 실제와 관련없는 허구임을 밝힙니다.




DUMMY

언제부터인가 나의 영혼을 옥죄이고 있던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단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저 의식의 한 자락만을 붙들고 있던 내가, 조금씩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나를 둘러싸고 있던 그 구속의 벽이 조금씩 무너지며 생긴 틈에 의해 가능해진 듯하다.

이 벌어진 구속의 틈을 빠져나가려던 나의 의식은 나를 따스하게 보듬고 있는 기운에 의해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사부님의 품처럼 따스한 그 기운은 내 기억속의 거대한 새였다. 봉황의 기운. 내 몸 안에 새겨진 힘이었다. 봉황의 힘이 아니었다면 벌써 나의 영혼은 귀신이 되었거나 구천을 떠돌고 있을것이다.



사부님을 처음 본 순간 그 기운은 나를 알아보았으리라.

천주교에 대한 탄압, 엄마의 죽음을 지켜보며 넋을 놓은 내게 사부님은 손을 내미셨다. 그 손을 타고 흘러들어오던 친숙한 기운, 그 따스한 기운은 어린 나로 하여금 무작정 사부님의 뒤를 쫓게 만들었다.

사부님은 천지선인의 후예만이 봉황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고 하셨다. 또한, 봉황의 기운이 천지선인의 후예를 지목한다고 하셨다.

사부님과 함께하던 날들은 행복의 연속이었다. 십년의 세월을 산중에서 둘만이 오붓하게 지내왔다. 처음 발가벗겨 놓고 가만히 있으라며 온 몸을 주무를 땐 너무 아팠지만 무서워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는 항상 다정스러운 모습만이 사부님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물가에서 헤엄치고, 고라니를 따라 산중을 뛰어다니고, 새소리를 들으며 호흡법을 배우고, 기를 쌓으며 사부님께 검술을 배웠다. 가끔 나를 동굴 속으로 데리고 들어가 석벽 뒤 공간에서 좌정을 하게끔 하고선 호흡법을 수련하게 하셨다. 석벽은 사부님만이 열 수 있었다. 처음엔 무섭고 지루했지만 서서히 적응되어갔고, 그 사이 사부님은 산 아래를 다녀오신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석실에서 나오는 내 손에 엿을 쥐어 주시며 어이구 내 새끼 고생 많았네~하고 항상 말씀하셨다.

십년의 세월이 흐른 후 사부님을 따라 세상으로 나왔다.

내 눈에 세상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가끔씩 사부님은 술을 기울이시며 한탄을 하셨지만 나로서는 왜 그러시는지 몰랐다. 때때로 사부님은 가슴의 고통을 호소하셨지만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부님이 아프다고 하시는 건 거짓말 같아 크게 걱정하진 않았다. 사부님이 아픈 사람들을 가볍게 치료하는 것을 보아 온 내게 그것은 기우일 뿐이었다.

또 가끔씩 우리가 있는 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 무사들이 있었는데, 사부님은 탐탁찮아 하셨지만 특별히 거부하지도 않았다.

내 기감에도 잡히는 그들은 가까이 다가오지 않고 멀찍이 떨어져 있었고 오직 한사람만 찾아와 인사를 하였다.

내가 처음 바깥세상을 나와서 얘기를 나눈 사람이었다.

사부님을 따라 산을 내려오다가 마주쳤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들은 우리가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보였다.

그들은 사부님을 어려워하며 공경했다. 나 또한 굉장히 떠받들어 주었는데 어린마음에 꽤나 우쭐했던 것 같다.

자신들이 일본에서 왔고 우리 봉황문을 받들어 섬긴다고 했는데 그는 사부님과 가끔씩 비무를 했다.

어느 날, 그는 새로운 중년의 무사를 데려와 사부님과 내게 소개를 시켰고 사부님은 내게 그저 알고 지내라고 하였다.

처음으로 사부님과 떨어져 그 중년무사와 며칠을 보냈다. 자신을 일본의 천종이란 문파에서 온 후계자라고 소개한 그 사람은, 사부님과 단둘이서 살아 온 내게 세상의 많은 것을 알려 주었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세상은 온통 모르는 것 천지였고 궁금한 것 천지였다. 나의 호기심은 당장이라도 그를 따라 나서고 싶었다.

마음이 통하여 그와 밤새도록 술잔을 기울였다. 처음 마셔보는 술이었다.


어느 날, 나를 앉혀 놓고 자신은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고 사부님이 말씀 하셨다. 내가 슬퍼할 겨를도 없이 사부님은 내게 봉황의 알을 건네주시고 소멸하셨다. 사부님이 내 정수리에 손을 얹자 갑자기 눈앞에 하얀 빛 무리가 화악 퍼지며 잠시 정신을 잃었다.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을 때 나의 심상에 거대한 날개를 펼친 새한마리가 날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 새는 점점 작아지더니 점으로 사라져갔다.

머릿속에 사부님의 음성이 남아있었다. 봉황의 문으로 돌아가라고, 석실 안으로 들어가 봉황의 알을 깨우라고, 10년의 노력이 있어야 알을 깨고 봉황이 날개를 펼친다고 말씀 하셨다.

사부님을 잃은 슬픔은 부모님을 잃은 기억과 함께 어린 내가 감당하기에는 힘든 일이었다.

세상엔 나 홀로 남았다.

그때, 그 사람의 수하라는 자가 찾아왔다. 사부의 죽음에 슬퍼하는 내게 자신을 만나러 와 달라고 했다. 슬픔에 빠져있던 나는 그 친구를 만나 세상을 조금 더 알아보고 싶어졌다. 아니, 내 슬픔을 달래고 싶었다. 누군가 나를 위로해 줬으면 하는 맘이었다.

외로웠다.


그렇게 떠나던 길에서 운명처럼 그녀를 만났다.

더욱 날카로워진 나의 기감에 다급한 여성의 거친 숨결이 느껴졌다. 그녀를 노리는 자객은 이미 그녀의 숨통을 희롱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손길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나는 이미 고수였다. 적어도 사부님외엔 나를 넘어서는 자가 없다고 생각했다. 사부님마저 돌아가셨으니 자만에 빠져 버렸다.

죽음의 위기를 넘어 온 여자답지 않게 그녀는 침착하고 대범했다. 그 가녀린 몸짓 어디에서 저런 용기가 나오는 것일까? 자신을 보호해 달라고 차분히 요청했다.

민자영, 그녀의 이름이었다.

처음 마주친 순간,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는데 그녀는 진정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였다. 청초한 모습은 한 떨기 이슬을 머금은 난초 같았고 그녀의 미소는 아침의 화사한 햇살이었다.

단 이틀을 둘이서 보내며 그녀와 난 세상의 기쁨을 모두 알게 되었다. 그녀는 나의 모든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난 세상을 모두 가졌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 외로움도 슬픔도 나에겐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정해진 혼처가 있었다. 내 어미를 죽인 자의 아들이었다. 왕의 여자, 그것이 그녀의 가야할 길이었고 그렇게 결정이 나면서부터 자객들이 들이닥쳤다고 했다.

그냥 둘이서 조용한 곳으로 떠나자는 나의 말에 그녀는 울먹이며 냉정히 말했다. 피할 수 없노라고, 자신의 욕심보다 가문의 안위와 가족의 목숨이 우선이라고, 우리 둘의 목숨도 위태롭다고... 그녀는 나와는 다른 세상의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약속을 했다.

-당신을 지켜주겠노라고, 당신의 그림자가 되어 영원히 옆에 있겠노라고...


나를 감싸고 있는 따스한 봉황의 기운은 힘을 잃었다. 아니 처음부터 제 힘을 얻지를 못하였다. 오로지 사부님이 내게 씨앗을 심어줬을 뿐, 내가 봉황의 알을 깨뜨려줘야 했건 만 그러지를 못했다.

힘을 얻을 수 없었던 봉황의 기운은 나의 영혼을 지키기에도 버거웠다. 그마저도 이젠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일이 나의 잘못이었다.

내 기억 속으로 섞여 들어 온 소종주라는 자의 기억은 나에게 많은 내용을 알려주었다. 그들의 수백 년 지속된 봉황문에 대한 음모와 술수를. 사부님의 급작스런 죽음도 그들의 음모였으리라. 나를 찾아온 수하라는 자, 바로 왕비를 습격했던 검은 복면을 한 자들의 우두머리가 분명했다.

그러나 나의 차갑게 식은 영혼은 분노하지 않았다. 더 이상 분노도 원한도 소용없었다. 나의 현 상태로는 그 어떤 분노도 원한도 행동으로 연결될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를 구속하고 있던 결계가 사라진 지금 봉황의 기운이 그 힘을 대신하고 있지만 그 힘마저 다 하고나면, 나의 영혼 역시 소멸하고 말리라.

‘사부님, 이 죄를 어찌해야 한단 말입니까?’

속죄를 할 방법이 없었다.

‘자영, 그대의 복수도 하지 못하고 그대 곁으로 가려하오. 그 곳에서는 절대 그대를 잃지 않겠소.’

봉황의 기운은 그 힘을 잃어가는 듯 나의 의식도 점점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졌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번쩍!

후아아악.

쿠쿵!

1945년 나가시키에 빛과 함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것은 폭발과 함께 주변의 공기를 끌어 모으며 거대한 버섯모양의 먼지구름을 일으키더니, 순식간에 열폭풍이 몰아쳐 주변을 죽음의 그림자로 덮어버렸다.

일본의 패망을 부른 원자폭탄 펫맨이 투하된 것이다.

그 폭심은 거대한 에너지의 여파로 인하여 모든 흔적들이 파괴되어 버렸다.


작가의말

봉황문의 비화들을 위주로 지난얘기들을 끼워 맞추려했는데 아직 좀 서툴단 생각이 드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22 파사국추영
    작성일
    13.09.17 20:14
    No. 1

    독백인 글이군요 ... 즐감했습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밤길
    작성일
    13.09.17 22:15
    No. 2

    감사합니다. 현대판타지로 글을 써다보니 빨리 주인공을 현대로 보내야겠단 압박감에 지난얘기하듯 회고하듯 쓸수밖에 없네요. 추영님도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09.20 12:27
    No. 3

    어? 파사국추영님이 아무렇지 않게 '봉황의 칼'의 스토리를 불게 하셨어! 대단합니다! 존경해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밤길
    작성일
    13.09.20 13:13
    No. 4

    ㅎㅎㅎ... 그런가요?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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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제5장 단죄-그 시작(3) +4 13.10.21 4,569 13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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