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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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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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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1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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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 연대기 - 30.아키텐의 공작(4)

DUMMY

세자르는 프레이르와 에버딘의 대화 과정을 모두 보았다. 그는 알베로와 오랜 친구였기에 알베로를 제외한다면 에버딘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남자였다. 그랬기에 그는 에버딘이 옛날과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에버딘은 여전히 소극적이고 쑥스러움이 많은 아이였다. 그녀는 활발하게 이야기를 하지도 못했고, 프레이르나 알베로가 아니면 남자와 대화를 나누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그녀는 예전처럼 열등감과 절망감 속에서 침울해하고 있지 않았다. 활기가 넘친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에버딘에게서는 생기가 흘러나왔다. 자기 자신에 대해 조금은 자신감이 생긴 것 같기도 했다.

한편 프레이르 역시 에버딘을 대할 때는 아주 조금이지만 그 태도가 달라지는 것이 눈에 띄었다. 다른 여자들과 달리 프레이르는 에버딘에게는 정치적인 이해득실이 아닌 호감 그 자체로 다가갔다. 그것도 마치 소중한 보물을 대하는 것처럼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이것은 속전속결과 빠르고 합리적인 해결을 좋아하는 프레이르의 방식이 아니었다.

‘프레이르 전하와 에버딘이라......’

세자르는 두 사람의 심상치 않은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그는 새삼 아버지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지방 순시를 며칠 앞둔 어느 날 저녁, 세자르는 아버지에게 호출되었다. 그는 이번 논문 심사에서 아슬아슬하게 통과한 것 때문에 또다시 야단을 맞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었다. 엄격한 알타미라 후작은 이런 식의 형편없는 논문 통과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세자르는 깊이 한숨을 내쉬며 아버지의 꾸중을 각오했다. 그리고 그는 알타미라 후작의 서재 앞에서 노크를 했다.

“들어 오거라.”

알타미라 후작의 허락에 세자르는 서재 안으로 들어갔다.

서재에 들어서자마자 세자르가 한 일은 알타미라 후작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심기가 불편해 보인다면 그건 재앙을 의미했다. 논문에 관한 불벼락이 자신에게 떨어질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도 알타미라 후작은 그다지 기분이 상해 있지 않은 듯 했다. 그 모습에 일단 세자르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자르는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도 없었다. 알타미라 후작이 딱히 기분이 좋아 보이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뭔가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는 듯 두 손에 깍지를 끼우며 가만히 앉아 촛대를 응시하고 있었다. 세자르가 들어왔음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것으로 볼 때 무언가 심각한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세자르는 잠자코 아버지가 먼저 입을 열길 기다렸다. 알타미라 후작이 무언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말을 거는 것은 그다지 현명한 행위가 아니었다. 후작은 자신의 생각이 방해 받는 것을 지독히도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세자르는 아무 말 없이 아버지의 모습을 응시했다.

그렇게 5분여가 지나갈 즈음 알타미라 후작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세자르. 너는 알베로 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알타미라 후작의 이 갑작스런 질문에 세자르는 잠깐 머뭇거리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솔직하게 말했다.

“유능하고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왕가와 우리 알타미라 후작 모두에게 가깝기 때문에 양 가문의 동맹의 다리 역할로서 제격인 인물입니다.”

세자르의 대답에 알타미라 후작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그는 한동안 묘한 눈빛으로 세자르를 응시하다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잠시 후 알타미라 후작은 다시 세자르에게 질문을 했다.

“그럼 카스티야 에버딘 양은 어떻게 생각하느냐?”

세자르는 아버지가 어째서 그 두 사람에 대해 질문을 하는 건지 의문을 느꼈지만 이번에도 아까와 마찬가지로 솔직한 대답을 내놓았다.

“아름답고 정숙하며 순수한 아가씨라고 생각합니다.”

세자르의 이 대답에 알타미라 후작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는 흘려 넘기는 것처럼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두 눈을 가지고도 장님보다 볼 줄 아는 게 없구나......”

“네?”

세자르는 아버지의 흘려 넘기는 듯한 말을 잘 듣지 못했기에 다시 되물었다. 하지만 알타미라 후작은 세자르의 반응을 무시하며 그에게 가까이 다가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세자르가 가까이 다가오자 알타미라 후작은 그에게 자리를 권한 뒤 파이프에 담배를 쑤셔 넣었다. 우아한 몸짓으로 파이프 끝에 불을 붙인 뒤 후작은 담배를 한 모금 빨아들였다. 매캐한 연기를 서재에 피우며 알타미라 후작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너도 알다시피 난 베아트리체를 프레이르 전하의 부인으로 만들어 왕가와 사돈을 이루고자 한다.”

알타미라 후작의 말에 세자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누나인 베아트리체를 프레이르와 결혼시키려 갖가지 술수를 꾸민다는 것은 이미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었다. 실제로 베아트리체는 이미 왕자비에 준하는 대우를 받고 있었다.

“비록 내 딸이긴 하지만 네 누나는 왕자비는 물론 왕비로도 손색이 없는 아이다. 국왕 폐하와 왕비 마마도 내 생각에 동의할 것이다. 프레이르 전하께서도 충분히 그 아이에게 호감을 갖고 있고 말이지. 그래서 난 굳이 두 사람의 결혼을 서두르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내가 원하는 상황으로 흘러갈 거라 생각했다.”

여기까지 말한 뒤 알타미라 후작은 다시 담배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그는 아까보다 심각해진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던 곳에 복병이 숨어 있었던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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