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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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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연재수 :
1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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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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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7
글자수 :
788,474

작성
14.05.19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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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로라시아 연대기 - 34.출진(2)

DUMMY

토이거 숲은 아키텐은 물론이고 레인가드 중부에서 가장 넓고 음울한 숲이었다. 레인가드 북부에 비해 남부에 있으면서도 겨울 내내 10m 앞을 볼 수 없는 안개가 껴 있었으며 5m 앞을 볼 수 없도록 잎이 뾰족한 나무들이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그래서 토이거 숲은 정찰병을 내보내 길을 찾으려 하다가는 정찰병들이 길을 잃어 본대에 합류하지 못할 정도로 위험한 곳이기도 했다.

햇빛조차 새어나갈 틈이 없을 정도로 머리 위를 가리고 있는 나무들과 늪지대로 가득한 이곳을 지나갈 수 있는 길은 나무꾼들과 교회의 심문을 피해 도망쳐 공동체를 꾸린 이단자들이 만들어 놓은 오솔길 밖에 없었다. 이 길은 말 두 마리가 동시에 통과할 수 없을 정도로 비좁았으며 잘 다져진 포장도로도 아니었다. 아르넷과 다른 기사들이 아르한의 기병대가 이곳에 감히 발을 들여놓을 수 없으리라 확신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더구나 어제부터 내린 비로 폰터프랙트로 이어지는 오솔길은 온통 진창이 되어버렸다. 프레이르와 그의 천여 명의 병사들은 새벽부터 점심때까지 쉬지 않고 행군했지만 계획대로 진군하지 못했다. 오솔길은 어느새 늪지대로 변해버렸고 늪지대는 아예 개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개울 하나하나를 건널 때마다 병사들은 무릎까지 차오르는 진창에서 허우적거렸다. 프레이르와 그 병사들은 녹초가 되어가며 반나절을 소모했지만 그들은 고작 숲의 입구에서부터 5km 지점까지 밖에 행군하지 못했다. 예상했던 속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병사들은 이미 추위와 허기로 덜덜 떨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쯤이죠?”

프레이르가 길잡이인 로렌스에게 물었다. 그는 아예 군화를 벗어 목에 걸고 맨발로 진흙탕을 빠져나오는 부하들을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 즈음입니다.”

로렌스가 지도를 펼쳐 프레이르에게 보여주었다. 프레이르가 눈살을 찌푸렸다.

“한심하네요. 원래는 여기까지 도착해 있어야 하는데......”

프레이르가 토이거 숲의 한복판을 가리켰다. 숲의 한가운데에 있는 이단자들의 마을이었다. 원래는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내내 행군하여 밤까지 폰터프랙트에 도착하는 것이 프레이르의 계획이었다. 그 때문에 일부러 최소한의 물자만 준비하여 몸을 가볍게 했는데 지금의 행군 속도로는 도저히 예정을 맞출 수 없을 것 같았다.

“행군 속도를 더 높여야겠어요.”

프레이르가 말했다.

“이 이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면 말이지.”

루크가 겨울비로 온통 젖어버린 모자를 털면서 프레이르에게 말했다.

“이보다 더 빨리 행군할 수 있다면 아마 그 병사는 날개가 달렸거나 아니면 이미 죽은 혼령일거야”

“더 빨리 걷지 않으면 기꺼이 그 후자로 만들어줄 수 있어.”

프레이르가 잔뜩 가시 돋친 어조로 말했다.

“이대로 계속 진군하면 전투에서 싸울 힘도 안 남을 거야. 지금 벌써 다들 저렇게 지쳐있는데...”

이번엔 카린이 프레이르에게 말했다.

“싸울 힘을 생각하는 건 나중 문제고 일단은 빨리 이 숲을 통과해야 해요.”

프레이르가 딱 잘라 말했다.

“매복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 숲에 매복이 있을 거라고 단정 지었던 건 카린 당신이었던 걸로 기억하는 데요?”

프레이르가 비꼬자 카린이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속도를 높이는 것은 미친 짓이야. 사람의 체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라고.”

“하루 행군한다고 해서 나가떨어질 정도면 애초에 쓸모가 없던 놈이에요.”

프레이르가 쏘아붙였다. 그 말에 카린은 입을 다물었다. 지금의 프레이르에게는 그 어떤 충언도 쓸 데가 없었다.

“전하! 전하!”

대열의 후미로부터 누군가가 진창을 헤치며 프레이르쪽으로 꾸역꾸역 다가왔다. 군대의 후미를 맡은 에밀이었다.

“보고 드립니다!”

“무슨 일이에요?”

“화약을 실은 마차가 늪에 빠져 화약을 모조리 못 쓰게 되었습니다!”

에밀의 외침에 프레이르는 혀를 찼다.

“제길......”

병사들은 대충 열 발 정도 머스킷을 발사할 수 있을 정도의 화약을 휴대하고 있었다. 그 외의 화약은 모조리 마차에 실은 상태였다. 일부러 방수포까지 덮어가며 빗물에 젖지 않도록 하고 있었는데 마차가 통째로 늪에 빠져버린 것이었다.

“도대체 그 지경이 되도록 뭘 한 거예요!”

프레이르가 에밀에게 소리쳤다. 프레이르의 고함에 에밀이 움찔했다.

“저......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에밀이 변명했다. 프레이르는 다시 혀를 찼다.

“어차피 물에 젖은 이상 화약은 포기하도록 해요. 그보다 후위에게도 더 빨리 행군하라고 전달하세요. 계속 전열이 길어지고 있어요.”

“아, 알겠습니다.”

에밀이 경례를 올린 뒤 다시 진차을 헤치며 후위로 돌아갔다.

“전열이 길어지는 건 후위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에밀의 모습이 멀어지는 것을 보며 카린이 말했다.

“차라리 인근에서 조금 휴식을 취하며 전열을 추스른 후에 다시 행군하는 게 어때?”

“그럴 시간 없다니까요.”

“그럼 이대로 행군할거야? 전열이 죄다 흐트러졌는데?”

“숲을 돌파하고 나서 전열을 추스르면 돼요.”

프레이르가 고집을 부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루크까지 나섰다.

“숲에서 기습을 당할 수도 있으니 잠시 전열을 정비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화약이 못 쓰게 되었으니 원거리에서 적들을 저지하는 것도 불가능하니까.”

“너는 지금 시간이 남아도는 걸로 보여?”

프레이르가 내뱉듯 말했다. 그 박력에 루크는 프레이르의 눈을 피했지만 용기를 내어 다시 말했다.

“......병사들도 최소한 식사는 해야 힘을 비축할 수 있잖아.”

루크의 말에 프레이르는 입을 다물었다.

“새벽부터 한낮이 되도록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한겨울에 비바람을 맞아가며 행군하고 있어. 잠깐이라도 식사를 해서 굶주린 배를 달래야 싸울 힘이 남지 않겠어?”

프레이르조차도 루크의 이 말에는 토를 달지 못했다. 그의 말은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추위와 공복으로 프레이르의 군대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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