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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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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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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8,474

작성
13.02.03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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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8)

DUMMY

“양모 장사를 더 늘리면 되잖아.”

알베로의 말을 들은 아르넷이 의견을 냈다.

“어차피 글러먹은 농사는 버리고 양이나 치라고.”

“지금 그것 때문에 황무지에서 헤매고 있는 농민이 수천인데 목장을 더 늘리라고?”

프레이르가 기가 막혀하며 되물었다.

“농민들 앞에서 그렇게 말해 봐. 그럼 그 의견을 받아들이지. 물론 네가 돌에 맞아 죽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말이야.”

프레이르의 말에 아르넷이 무안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광산을 더 찾아보는 게 어때요?”

베아트리체가 조심스럽게 프레이르에게 말했다.

“남쪽의 오크들을 산 너머로 밀어낸다면 더 많은 광산을 개발할 수 있지 않아요?”

“광물학자들의 조사론 쓸 만한 광산이 나올 것 같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프레이르가 고개를 저었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광산뿐이에요. 차라리 철광석을 수입해오는 게 낫지.”

프레이르의 대답에 일동은 모두들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레인가드에서 가장 뛰어난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이었지만 그들 역시 이 형편없는 영지를 개발할 뾰족한 수가 보이질 않았다. 심지어는 언제나 문제의 정답을 갖고 있는 알베로조차도 프레이르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키텐은 그야말로 불모지였다.

프레이르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방 안에 앉아 있는 일동 중 지금까지 유일하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한 사람을 돌아보았다.

“에버딘......?”

프레이르가 약간 구석진 자리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던 에버딘에게 말했다. 그러자 에버딘은 늘 그렇듯 화들짝 놀라며 뜨개질거리를 떨어뜨렸다.

“네? 저, 저요?”

에버딘이 더듬거리며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켰다.

“그래. 에버딘. 너 말이야.”

프레이르가 손가락으로 에버딘을 똑바로 가리켰다. 그러자 에버딘은 천천히 자기 뒤를 돌아보았다. 마치 자기 뒤에 다른 사람이 서 있는지 확인하려는 듯했다.

“너 맞다니까.”

프레이르가 여전히 에버딘을 가리킨 채 말했다.

“거기엔 너 말고 아무도 없어. 아! 아니! 500년 묵은 기사의 유령이 보이긴 하네.”

프레이르가 호들갑을 떨자 에버딘이 짧게 비명을 지르며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 귀여운 반응에 프레이르와 일동이 키득거렸다.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안 에버딘은 귀 끝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

“노, 놀리지 말아주세요, 전하.”

에버딘이 프레이르에게 소리친 뒤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알았어, 알았어. 안 그럴게.”

프레이르가 순순히 말하며 에버딘을 달랬다.

“그냥 네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서 그래.”

프레이르는 이렇게 말하며 두 손으로 턱을 괴었다. 그리고 그는 짐짓 열렬히 경청하는 학생의 모습으로 에버딘을 바라보았다.

“자, 너의 능력을 보여줘, 에버딘.”

프레이르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에버딘은 그 아름다운 연갈색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프레이르가 에버딘의 의견을 직접 묻자 그녀는 공황 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그녀는 프레이르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듯 나름 최선을 다해 궁리하였다. 일동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프레이르는 에버딘에게서 해결책을 기대하지 않았다. 에버딘은 알베로와 같은 핏줄이기 때문에 두뇌회전은 제법 빠른 편이었지만 정치에 관해선 백치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알베로는 에버딘에게 공화국의 개념을 완벽히 이해시키기 위해 반나절을 소모해야 했을 정도였다.

프레이르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에버딘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은 에버딘이 당황하는 것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상당히 짓궂다고 생각했지만 에버딘이 얼굴이 새빨개진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은 대단히 사랑스러웠기 때문에 프레이르는 이번에도 장난을 친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프레이르는 에버딘의 입에서 뜻밖의 의견이 나오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신대륙의 작물을 옮겨와 심어보는 건......?”

늘 그렇듯 에버딘이 말꼬리를 흐렸다. 바로 옆에 있던 프레이르 정도 밖에 들을 수 없는 모기 같은 소리였지만 사람들의 시선에 익숙하지 않은 그녀로서는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 하지만 프레이르는 에버딘이 의견을 냈다는 사실 자체에 놀랐다.

“......그러니까 옥수수나 담배 같은 그런 것들을 길러보는 게......”

주변 사람들이 묘한 분위기에 에버딘의 목소리가 더욱 작아지더니 곧 흩어지듯 사라졌다.

프레이르와 일동이 가타부타 말도 없이 멍하니 에버딘의 얼굴을 바라보자 결국 에버딘은 자기가 한 말을 취소하려는 듯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그, 그냥 해본 소리에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에버딘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프레이르가 변명하듯 말했다.

“아냐, 아냐.”

프레이르가 말했다.

“의외로 괜찮은 생각이야. 가망 없는 밀 농사를 포기하고 신대륙의 작물을 가져와 심어본다는 뜻이지?”

프레이르의 말에 에버딘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신대륙의 작물을 레인가드에서 기르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에요.”

두 사람의 대화를 주의 깊게 듣고 있던 베아트리체가 말했다.

“우리 알타미라 가문도 신대륙의 묘목을 가져와 어떻게든 재배하려 했지만 기후가 맞지 않아서 그런지 모조리 실패했어요.”

“신대륙의 묘목이요?”

“커피와 담배 말이에요. 레인가드 땅과 신대륙은 서로 맞지 않는 것 같아요. 10년 가까이 시도해봤지만 모두 실패했어요.”

베아트리체의 말에 프레이르는 낙담했다. 모처럼 에버딘이 좋은 의견을 내주었는데 그것마저 가망이 없다고 하니 프레이르는 아까보다 두 배 이상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바로 그때, 에버딘이 입을 열었다.

“하, 하지만 다른 작물은 가능할 지도 몰라요!”

아까보다 더 커진 목소리였다. 프레이르와 일동은 다시 한 번 깜짝 놀랐다. 에버딘이 이렇게 목소리를 높인 적은 처음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그녀가 베아트리체의 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건 평소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상상조차 못할 일이었다. 알베로조차 평소의 그 차가운 태도를 버린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에버딘을 바라볼 정도였다.

“커피나 담배 같이 까다로운 식물은 안 되더라도, 감자나 옥수수나 토마토 같은 식물은 레인가드에서 자랄 지도 몰라요. 이런 작물들은 신대륙에서도 굉장히 척박한 장소에서 자랄 수 있는데 아키텐과 비슷한 기후에서도 잘 자란다고 했어요.”

에버딘은 여기까지 말한 뒤, ‘아’하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는 걸 이제야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런 건 어떻게 알았어?”

프레이르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에버딘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 거야?”

프레이르의 말에 에버딘은 얼굴을 붉히며 다시 평소의 소극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녀는 중얼거리듯 덧붙였다.

“......책에서 읽었어요.”

“책이라니......?”

프레이르가 의아한 목소리로 에버딘에게 물었다.

“무슨 책을 말하는 거야?”

프레이르의 말에 에버딘이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시, 신대륙을 탐험했던 탐사단의 기록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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