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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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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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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8,474

작성
13.01.0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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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로라시아 연대기 - 30.아키텐의 공작(5)

DUMMY

세자르는 깜짝 놀라 말했다.

“복병이라니? 설마 카스티야 양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세자르의 질문에 알타미라 후작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세자르 역시 바보가 아닌 이상 아버지가 말하는 ‘복병’이 누구인지는 뻔히 알고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에버딘을 의미했다.

하지만 세자르는 알타미라 후작의 걱정이 지나친 기우라고 생각했다. 프레이르가 에버딘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3년 전에는 무도회에 에버딘에게 파트너 신청을 했던 적도 있을 정도였으니 이건 비밀 축에도 못 길 정도로 유명한 가십거리였다.

하지만 일개 평민이 아니라 일국의 왕자가 되면 원하는 여자와 마음대로 백년가약을 맺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설사 프레이르가 에버딘에게 마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에인절 왕가와 카스티야 가문의 격차는 너무도 컸다. 따라서 국가의 안정과 왕권의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 프레이르가 알타미라 가문의 베아트리체 대신 카스티야 가문의 에버딘을 선택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다. 젊은 날의 불장난 정도야 저지를 수도 있었지만 결국은 누나인 베아트리체와 맺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세자르의 생각이었다.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버지.”

세자르는 확신 어린 목소리로 알타미라 후작에게 말했다.

“프레이르 전하께서 제 누님이 아닌 에버딘 양을 선택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프레이르 전하는 이성적이고 정치적인 분이십니다. 분명 나라를 위해 옳은 선택을 하실 겁니다.”

세자르는 아버지를 안심시키기 위해 일부러 자신 있는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알타미라 후작은 아들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는 손에 깍지를 낀 채 여전히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느냐?”

세자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알타미라 후작은 다시 한 번 묘한 표정을 지은 다음 타오르는 촛불을 조용히 응시했다.

“......너는 에인절 가문과 프레이르 전하에 대해 잘못 알고 있다, 세자르.”

잠시 후 알타미라 후작이 겨우 입을 뗐다.

“샤를 폐하도 그렇고 프레이르 전하도 그렇고 에인절 가문 사람들은 언제나 여자 문제에 휘말리곤 했지. 아니, 여자관계가 지저분하다는 뜻이 아니다."

세자르가 프레이르의 깔끔한 여자관계를 지적하며 항변하려 하자 알타미라 후작이 말을 가로막았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에인절 가문 사람들은 한 여자에 마음을 빼앗기면 주위를 보지 못하는 성품들이라는 얘기다. 국왕이란 족속들은 말이다. 이성으로 감정을 억누르는 흉내를 내지만 그 본바탕은 누구보다도 제멋대로이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사람들이다.”

알타미라 후작이 단언했다. 그러나 세자르는 여전히 알타미라 후작의 말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세자르가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 듯 어정쩡한 자세로 있자 알타미라 후작은 실망스럽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국왕 폐하의 일을 잊었느냐?"

알타미라 후작이 샤를을 예로 들며 말했다.

세자르 역시 샤를이 예전 왕비인 레아첼에게 푹 빠진 적이 있다는 얘기는 익히 들어왔다. 평민 시녀에 대한 샤를의 열렬한 사랑은 지금까지도 살롱과 시민들 사이에서 가장 유명한 이야기였다. 프레이르에 대한 샤를의 맹목적인 애정도 레아첼 왕비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세간과 살롱의 평가였다.

하지만 세자르는 샤를이 그렇다고 해서 프레이르마저 그런 충동적인 애정에 휘둘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샤를에 비해 프레이르는 훨씬 더 기반이 불안정했고, 귀족들의 지지를 필요로 했다. 아무리 프레이르가 애정에 눈이 먼다한들 베아트리체와 알타미라 가문을 버릴 일은 없었다. 그 때문에 세자르는 자신의 아버지가 너무 앞서 생각해 지나친 걱정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알타미라 가문과 에인절 가문의 동맹은 굳건합니다, 아버지."

세자르는 아버지의 불안을 털어내려는 듯 일부러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

"프레이르 전하께서도 동맹의 중요성을 알고 계시기에 카스티야 양과 거리를 두는 게 아니겠습니까?"

세자르의 말에 알타미라 후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사실이다. 프레이르 전하는 그 정도의 균형감각은 가지고 있지."

후작이 덧붙였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알타미라 후작은 이렇게 말하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 균형감각이 언제까지 유지될 지는 오직 주님만이 아시겠지."

그는 세자르와 사이에 둔 탁자를 돌아 느릿느릿한 발걸음으로 걸어왔다.

"그런 의미에서 네가 해 주어야 할 일이 있다."

알타미라 후작은 이렇게 말하며 세자르를 돌아보았다.

"이번에 왕자 전하께서 지방 순시를 떠나시는 걸 알고 있겠지?"

"네."

"그 순시에 카스티야 백작과 카스티야 양도 참여한다고 한다."

이건 세자르도 예상했던 바였다. 프레이르가 가는데 그 보좌관인 알베로가 빠질 리 없었다.

"그리고... 우리 알타미라 가문에서도 참가를 해야겠지."

알타미라 후작의 말에 세자르는 깜짝 놀랐다.

"그 말씀은......"

"너와 베아트리체도 참가하도록 해라."

아버지의 말에 세자르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

"하, 하지만...... 전 재무부의 관료가 되는 것 아니었습니까?"

"네가 임명되기로 되었던 서기관 자리는 이미 다른 젊은이에게 맡겼다."

알타미라 후작이 딱 잘라 말했다. 그 말에 세자르는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그는 자신이 재무부의 젊은 관료가 되어 활약하는 걸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 하지만... 갑자기 그런......"

"지금 너에게는 관료로서의 경험보다도 프레이르 전하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

알타미라 후작은 이렇게 말하며 세자르에게 당부했다.

"지방 순시 동안 한 시도 프레이르 전하에게서 눈을 떼지 말거라. 프레이르 전하의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하고 특히 카스티야 양과, 카스티야 백작과의 관계를 유심히 지켜보거라."

"그건......"

세자르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제 누님을 왕자비로 만드는데 카스티야 가문이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제가 막으라는 겁니까?"

"너한테 그 정도까지 기대하지 않는다."

알타미라 후작이 말했다. 아버지의 이 말에 세자르는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얼굴이 굴욕감에 일그러졌다.

"그저 감시나 잘 하고, 뭔가 변화가 감지될 때마다 내게 연락을 주면 된다."

후작의 말에 세자르는 입을 꽉 다물었다. 자신에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자신의 진로를 바꿔버리고 누이의 들러리 역할이나 하라는 아버지의 명령에 그의 자존심은 구겨질대로 구겨진 상태였다.

그러나 흐려질대로 흐려진 세자르의 표정을 완전히 무시하며 후작이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순시 기간 동안에는 무슨 일을 하든지 베아트리체와 상의하거라. 절대 독단적으로 결정을 내려선 안 된다."

후작이 말했다.

"네 누나는 너보단 사람 보는 눈이 나은 것 같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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