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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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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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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7.01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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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로라시아 연대기 - 사형

DUMMY

“위르겐 드 채플릿 플레피트, 전 알리아의 시장. 아키텐의 공작에 대한 반역 및 횡령 등 총 24가지의 기소 항목에 대해 유죄가 인정된다. 따라서 신의 이름으로 사형을 선고한다.”

치안판사의 선고에 재판정을 가득 채우고 있던 시민들과 시의원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동시에 알리아의 시장은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는 입을 열고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재판정을 가득히 채운 소음 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알리아를 비롯하여 아키텐 지역에서 프레이르 대신 일인자의 행세를 하며 권력을 남용해왔던 그는 감사관 알베로에 의해 온갖 죄목이 낱낱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는 재판이 시작된 지 고작 이틀 만에 대부분의 기소 항목에 대해 유죄가 입증되었다. 수많은 죄목이 걸려 있었지만 가장 결정적으로 그는 프레이르에 대한 반역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았고 그것은 죽음을 의미했다. 프레이르에게 상납해야 할 공물을 가로채고 반란군에게 무기를 빼돌렸기 때문이었다.

죄목이야 어찌 되었든 시민들은 시장의 사형선고에 열광하였다. 그는 시민들에게 무거운 세금을 매겼고, 세금을 갚지 못하는 자의 가족들은 남녀 할 것 없이 사창가에 팔아넘겼으며, 거기서 얻은 돈으로 더 많은 시의원들을 사들이면서 지난 수십년을 군림했다. 시민들이 저녁을 먹기 전마다 하는 기도가 ‘시장이 하루라도 빨리 썩어 문드러지게 해주세요.’였다고 하니 그 원성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죄목이 명명백백하고 도주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사형은 지금 즉시 집행될 것이다. 단 레인가드의 대법률에 따라 피고는 거열형이 아닌 참수형으로 형을 집행한다.”

레인가드의 대법률은 귀족은 설사 반역죄라 하더라도 거열형이나 교수형이 아닌 참수형으로 사형을 집행하도록 정해두었다. 귀족의 품위를 손상시키지 않고 형을 집행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법률이었지만 시장의 귀에는 ‘사형’이라는 단어 이후로 그저 윙윙거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형집행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치안대원 두 명이 시장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시장의 양팔을 붙들었다. 시장은 한때 경멸하던 평민 무지렁이들에게 팔짱이 끼워지자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밀어 올라 반항하려 했으나 곧 두 치안대원의 억센 팔에 제지당했다.

“잘 가십시오, 시장님. 저 세상에선 좀 더 착하게 사십시오.”

재판정을 나서기 직전, 치안대장 자리를 회복한 것은 물론 부시장에까지 승진한 에밀이 시장을 향해 능글능글하게 웃어보였다. 그리고 그는 시장이 뭐라 할 새도 없이 재판정의 문을 열었다.

어두침침하고 곰팡내 나는 재판정의 문이 확 열리자마자 시장은 눈을 찡그렸다. 지난 며칠 간 감옥에 갇혀 지내느라 제대로 된 햇빛을 못 보았기에 두 눈이 부시며 찌르르 아팠다. 곧 죽음을 맞게 될 터임에도 두 눈은 고작 햇빛 따위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이윽고 강렬한 햇빛에 조금 적응이 되자 시장의 두 눈에 길가 양쪽을 가득 메운 구경꾼들이 보였다. 그들은 손에 집히는 것은 닥치는 대로 시장을 향해 집어던졌고, 시장의 얼굴이 보일 때마다 욕설을 해대며 침을 뱉었다.

“반역자!”

“개 같은 새끼! 지옥에나 떨어져라!”

“죽여! 죽여!”

분노와 증오는 시장이 지나갈 때마다 연쇄적으로 고리를 지어가며 이어졌다. 치안대원들은 당장이라도 길가로 뛰어들어 몽둥이로 시장을 때려죽이려는 군중들을 막아서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날아온 돌멩이가 시장의 오른쪽 눈에 꽂혔다. 시장이 미처 눈을 감을 새도 없이 그 돌멩이는 시장의 눈을 그대로 짓이겨버렸다. 피와 함께 투명한 액체가 시장의 눈에서 줄줄 흘러나왔지만 시장은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마치 온 몸의 감각이 닫혀버린 것처럼, 그렇게 그는 꿈을 꾸는 것만 같은 감각으로 한걸음, 한걸음씩 사형장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프레이르는 한 3층 여관방에서 알베로, 카린과 함께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 여관방은 사형장이 가장 잘 보이는 자리였다. 시장의 사형을 지켜보기 위해 그는 일부러 이 여관을 통째로 빌린 상태였다.

“이걸로 시민들의 분노가 누그러져야 할 텐데요.”

알베로가 말했다.

“그래야 시민들의 분노가 프레이르에게 옮겨지지 않을 테니까 말이지?”

카린이 말했다. 그녀는 이런 광경은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유유히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사실 전 저 시장 하나로 충분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보다 확실하게 프로이스 백작도 처형시켜야 하는 게 아닐까요?”

알베로의 말에 카린이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녀는 항상 알베로가 피도 눈물도 없는 남자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놀라진 않았다. 그리고 사실 그녀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맞는 말이야. 프로이스 백작은 시장의 가장 큰 협력자지. 시의회 의장직에서 파면시키고 영지를 몰수했지만 죄값을 치르기엔 턱없이 부족해. 어째서 그를 살려둔 거지?”

카린의 말에 프레이르는 창밖에서 눈을 떼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처음 영지에 오자마자 하나도 모자라 둘씩이나 처형하고 싶진 않아요.”

프레이르가 대답했다.

“난 여기에 영주로 온 거지 참수인으로 온 게 아니라고요. 아무리 정의의 칼날이어도 칼날은 칼날이에요. 마음 같아서는 저 시장도 죽이고는 싶지 않아요. 자꾸 사형을 하다보면 주민들은 저를 두려워하겠죠. 그리고 두려움을 받는 것보다는 사랑을 받는다는 게 나은 법이잖아요.”

“이제 와서 무슨 약한 소리야?”

카린이 기가 막혀하며 말했다.

"저런 녀석을 어떻게 살려 둬? 저 자를 사형시키지 않으면 백성들은 프레이르 당신의 목까지 원할 거야. 자기 영지에서 폭동이 일어난다고 생각해 봐. 자기 직속 영지도 못 다스리는 사람에게 다른 영주들이 충성을 맹세하겠어?”

“그건 카린 양의 말이 맞습니다.”

오랜만에 알베로가 카린의 말에 동의했다.

“온 시민들은 저 시장을 증오하고 있습니다. 만약 파면 정도로 끝내시면 시민들은 전하께 분노의 화살을 돌릴 겁니다. 저 부패한 관리를 두호한다고 하면서요.”

카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노란 건 말이지. 마치 불과 같은 법이거든. 괜히 중간에 꺼보겠다고 다가갔다간 자기마저 홀라당 타버린단 말이야. 그러니까 별 수 없이 불이 장작을 모조리 태울 때까지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게 상책이야. 이 경우에는 저 시장이 장작이겠지.”

카린의 말에 프레이르가 토를 달았다.

“언젠가는 사랑이 불과 같다고 했던 것 같은데요? 언제 분노가 불 같은 거라도 바뀐 거죠?”

“사랑은 기름을 끼얹은 모닥불 같은 불이고 분노는 천둥번개가 나무에 떨어졌을 때 타오르는 불 같은 거야.”

“도대체 뭐가 다른 거예요?”

“완전히 다른 거야. 이 섬세하지 못한 사람아.”

카린이 그 어린아이 같은 손가락으로 프레이르의 코를 살짝 건드렸다.

“풋.”

프레이르는 카린의 이 장난에 그제야 겨우 웃어보였다.

“나도 알아요. 저 시장을 사형시킬 수밖에 없다는 걸. 그만큼 죄를 지었는데 사면해줄 수는 없죠.”

프레이르는 이렇게 말하며 다시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치안대원들이 길가로 밀려드는 군중을 길 가장자리로 밀치며 고래고래 악을 쓰고 있었다. 프레이르는 일찍이 한 사람에게 이토록 많은 비난이 쏟아지는 걸 본 적이 없었다.

“다만 전 이 귀족들의 게임에서 패배한 자가 어떻게 되는지 직접 눈으로 보니 조금 심란해진 것뿐이에요. 감상적인 얘기지만 순순히 기뻐하기도 힘드네요.”

프레이르의 이 솔직한 말에 카린과 알베로는 입을 다물었다. 그제야 그들은 프레이르가 아까부터 영 기운을 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프레이르는 사형장으로 끌려가는 시장을 보면서 모든 게임의 승리자들이 느끼는 허무함을 곱씹고 있는 것이었다. 프레이르에게 있어서 이것은 작은 승리였지만 승자의 혼미를 느끼기엔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래서 그들은 잠자코 프레이르와 함께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르 강 유역에 경작지를 조성하는 일은 잘 되고 있어요?”

창밖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프레이르가 말했다. 프레이르의 감상적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알베로는 갑자기 실무에 돌아왔음에도 당황하지 않고 대답했다.

“현재 30명의 병사와 50여명의 인부, 그리고 백여명 정도의 농민들을 동원하여 폰터프랙트 요새 근처에 농지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또 옥수수와 감자, 토마토, 담배 등 신대륙의 묘목을 구하도록 수배해두었습니다.”

“얼마나 걸릴까요?”

“최소한의 시험 결과를 알아보기 위해선 대략 2년, 본격적으로 경작을 하기 위해선 4년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너무 오래 걸리네요.”

“농작물이란 게 다 그런 것이 아니겠어? 씨를 뿌리면 기다려야 하는 법이지.”

두 사람의 대화에 카린이 끼어들었다. 프레이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성공시켜야 해요. 그 임무에 앞으로 아키텐의 100년이 걸려 있어요.”

“명심하겠습니다.”

알베로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창 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 한 무리의 남녀들이 시장에게로 뛰어들었기 때문이었다. 시장의 가족들이었다.


“아버지!”

열댓 살 정도의 소녀가 용케 치안대원의 사이를 뚫고 들어와 시장의 목에 매달렸다. 그보다 어려 보이는 소년은 치안대원의 팔에 붙잡혀 바둥거리고 있었다.

“아버지!”

“오드리! 찰스!”

치안대원들에게 끌려가던 시장이 딸에게 키스를 하려 했다. 그러나 곧바로 우락부락한 치안대원에 의해 딸은 한쪽으로 끌려가고 말았다.

“놔라! 이 못된 놈들! 그 애를 놔 줘!”

시장이 소리쳤으나 곧바로 군중들의 야유소리에 그 항의는 묻히고 말았다. 그리고 치안대원들은 시장의 가족들을 끌고 가 군중 속에 던져버렸다. 성난 군중들은 그들을 마구 짓밟고 몽둥이로 때려댔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들을 말리려 하지 않았다. 광기와도 같은 폭력이 시장의 가족들에게 쏟아져 내렸다.

시장은 인도를 가득 메운 군중들에게 저주의 말을 뱉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윽고 행렬은 사형장에 다다랐다. 도시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이 사형장에는 나무로 만들어져 사람들이 올려다 볼 수 있게 한 사형대가 있었는데 과거 시장에 의해 죽었던 수많은 농민들의 피로 곳곳이 얼룩져 있었다.

시장은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한 걸음씩 사형대의 계단을 올랐다. 그가 반질반질하게 닳은 계단을 잘못 밟고 넘어지자 관중들의 야유가 쏟아졌다. 치안대원은 쓰러진 시장을 억지로 일으켜 세운 뒤 그를 성큼성큼 사형대의 위로 끌고 갔다.

사형대 위에는 교회의 사제와 사형 집행인이 서 있었다.

“마지막 기도를 올리십시오.”

사제가 시장에게 말했다.

“주님께 용서를 빌고 그 영혼을 주님의 손에 맡기십시오.”

사제가 말했으나 두려움에 빠진 시장은 무릎을 꿇을 생각조차 못하는 모양이었다. 양손은 심하게 떨려서 깍지를 끼우기조차 힘들어보였다.

사제는 그런 시장에게로 다가가 두 손을 모아주었다. 그리고 그는 시장에게 형틀 앞에서 무릎을 꿇게 했다.

무릎을 꿇은 시장은 기도를 올리려 했지만 물에 젖은 솜뭉치가 목구멍은 꽉 막은 것처럼 아무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은 두려움에 그의 목은 이미 마비되어버렸다. 온 용기를 쥐어짜 그가 입 밖에 낸 말은 ‘용서해주십시오.’ 단 한 마디였다.

그렇게 그는 몇 분을 보냈다. 기도가 지나치게 길어지자 사제가 제지하고 나섰다.

“그만 마치시고 형틀에 머리를 대십시오.”

사제의 말에 시장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그는 부들부들 떨었다.

“형틀에 머리를 대셔야 합니다.”

“겁쟁이!”

군중 속에서 누군가가 외쳤다. 곧바로 천박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몇 사람이 시장을 향해 돌을 던지려 했지만 치안대원이 그들을 제지했다. 자칫 사형 집행인이나 사제가 돌에 맞을까 우려해서였다.

사제의 간곡한 요청에도 시장은 요지부동으로 그 자리에 버텼다. 그러자 사제는 사형대까지 시장을 끌고 온 두 치안대원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두 치안대원은 시장의 두 팔을 각각 붙잡고 그 어깨를 눌러 시장의 머리를 형태에 가져다 댔다. 시장은 버둥거려보았으나 곧바로 그의 두 손이 형틀 앞에 묶였기 때문에 형틀 앞에 엎드린 채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그는 머리를 이리저리 휘저어대며 어느 쪽에서 도끼날이 날아오는지 살피려 했다.

어떻게든 도끼날을 피해보려는 시장에게 사형 집행인이 다가왔다.

“버둥거리지 마십시오. 도끼가 빗나가면 한 번에 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형 집행인이 속삭이듯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시장의 명령에 따라 수많은 농민들을 처형해왔으나 오늘은 시장을 처형하는 몸이 되었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 누가 죽느냐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저 그는 명령에 따라 깔끔하게 도끼만 내려치고 오늘 술값을 벌기만 하면 되었다.

“아시겠습니까? 괜히 움직이면 도끼가 빗나갈 거고 그러면 목이 아니라 허리로 도끼가 찍힐 겁니다. 척추가 부러지겠지만 죽진 않겠지요. 그럼 전 당신의 머리가 떨어질 때까지 도끼를 휘둘러야 합니다.”

시장은 사형집행인의 말에 체념하고 머리를 축 늘어뜨렸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시장이 겨우 진정되자 사제와 치안대원들은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사형집행인은 날카롭게 날이 선 도끼를 들고 시장의 눈이 미치지 않는 자리로 물러났다.

시장은 형틀에 묶인 채 언제 자기의 목에 도끼날이 떨어질 지 시간을 가늠했다. 순간 그의 목덜미에 날카로운 도끼날이 닿는 느낌이 들었다. ‘벌써?’라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그 도끼날은 목덜미에서 떨어졌다. 방금 전의 감촉은 단순히 사형집행인이 목덜미의 어디를 내리칠까 가늠해본 것에 불과했다. 고작 순간에 불과했지만 시장은 아직 도끼날이 내려치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목덜미에 도끼날이 닿았다. 마치 얼음장 같이 차가운 금속붙이의 감촉이 목덜미에 닿았다. 사형집행인이 두 번째로 도끼를 내려칠 부위를 가늠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다음 번은 진짜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시장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 순간 ‘위이잉’하고 마치 쥐불놀이를 하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다. 이것이 알리아의 시장이 들은 마지막 소리였다.


시장의 머리가 형틀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형장을 가득 메우고 있던 시민들은 함성과 함께 고함을 질러댔다. 아키텐에서 가장 증오 받던 인물의 죽음에 모두가 열광했다.

사형집행인이 몸통에서 떨어져나간 시장의 머리를 들어 올리자 누군가가 외쳤다.

“프레이르 전하 만세!”

그 고함소리에 광장을 메웠던 다른 농민들도 외치기 시작했다.

“프레이르 전하 만세!”

“만세!”

광장이 떠나갈 정도로 만세를 외치며 농민들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을 해방시켜준 프레이르를 칭송하며 기쁨의 함성을 질러댔다. 광장의 그 누구도 프레이르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으나 그들은 자발적으로 프레이르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프레이르는 여관에서 그 모든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자신의 계획이 성공한 것을 확인한 그는 만족하며 창문을 닫았다.


시장의 목이 창에 꽂혀 광장의 한가운데에 세워졌다. 군중은 피투성이가 된 그 머리를 향해 침을 뱉고 돌을 집어던지며 시신을 모욕했다. 군중들이 창을 향해 아우성을 치자 사형집행인과 경비대가 시민들에게 진정하라며 고함을 쳐댔다. 그들은 아직도 뜨끈한 피가 흐르는 머리를 군중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걸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군중들은 시장을 향해 온갖 분노를 토해냈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두 사내가 있었다. 그들은 군중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 모든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시장의 동료였던 프로이스 백작이었다.

"약속은 꼭 지켜주십시오."

초조한 기색을 보이며 프로이스 백작이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저 꼴이 될테니까."

"걱정 마시오."

검은 망토를 둘러쓴 중년의 사내가 고압적으로 말했다.

"내가 나서는 이상 실패는 없을테니."

"하지만...... 이곳의 경비는 상당히 삼엄합니다. 왕자의 순회라 호위병도 많고요. 그들을 어떻게 할 건지......"

프로이스 백작이 염려스럽게 말하자 중년의 사내가 대답했다.

"방법은 나한테 맡기시오."

중년의 사내가 단언했다.

"당신이 약속을 잘 지키면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을테니"

중년의 사내가 큰 키의 남자에게 당부했다. 그가 이어서 말했다.

"당신은 내 명령만 따르시오. 굳이 알 필요 없소."

사내의 모욕적인 말에 프로이스 백작은 분노로 얼굴이 붉어졌다. 그러나 그는 이 중년의 사내의 협력을 얻어야만 하는 처지였기에 별 수 없이 입을 다물었다.

"폰터프랙트 요새라...... 폰터프랙트 요새"

한편 중년의 사내가 그 이름을 되새기듯 몇번을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는 광장에 걸린 시장의 목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다시 한번 에인절 가문의 모가지를 저곳에 걸어주마. 두고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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