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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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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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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8,474

작성
13.01.1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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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5)

DUMMY

“카, 카린 양...... 도대체 이건......”

“아니... 기부를 해주신다는 주인님이... 설마......”

에밀과 로렌스는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사람을 보고 경악했다. 제각기 다른 명목으로 카린에게 불려온 그들은 난데없이 프레이르와 마주치자 혼이 빠져 있었다. 해머로 뒤통수라도 얻어맞은 것 같은 표정들이었다.

“프레이르. 이쪽인 에밀. 알리아의 치안대장이야. 아니, 전 치안대장이구나.”

카린은 에밀을 소개했다.

“프로이스 백작 가문의 삼남이지.”

에밀을 소개하고 카린이 로렌스를 소개했다.

“그리고 이쪽은 로렌스. 알리아 교회의 목사지. 목사인 주제에 전쟁사를 연구하는 괴짜야.”

카린은 이렇게 말한 뒤, 이번에는 에밀과 로렌스에게 말했다.

"이쪽은 레인가드의 왕자인 프레이르야. 아까 봐서 알겠지. 아키텐의 공작이기도 하니까 당신들에게는 영주인 셈이지.“

카린의 말에 에밀과 로렌스는 한동안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카린과 프레이르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잠시 후, 먼저 정신이 든 로렌스가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에밀 역시 그런 로렌스를 보며 ‘쾅’ 소리가 날 정도로 바닥에 무릎을 찧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들은 프레이르의 앞으로 다가와 그 손에 입을 맞추려 했다.

“아, 정말. 그런 거 안 해도 된다니까요.”

프레이르가 진저리를 치며 그들을 일으켜 세웠다.

“제가 다 민망해지잖아요.”

프레이르는 에밀과 로렌스에게 자리를 권했다.

“카린에게 들었어요.”

프레이르가 두 사람이 의자에 앉자 직설적으로 말했다.

“두 사람은 알리아의 시장을 탄핵하고 싶은 모양이더군요.”

프레이르의 말에 두 사람은 깜짝 놀라 카린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카린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알리아 시장의 평판이 그렇게 좋지 못하나요?”

두 사람은 서로의 눈치를 보았다. 그리고 에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전하께 품은 제 존경을 한 치도 의심하지 않으신다면 먼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프레이르는 작게 ‘기꺼이.’라는 입모양을 지어보였다.

에밀이 말했다.

“전하께서는 지난 20년간 현재의 시장에게 알리아를 맡기지 않으셨습니까?”

“뭐, 그런 셈이지.”

사실 그 시장은 프레이르가 임명한 것도 아니었고, 프레이르가 아키텐의 공작을 공석으로 비워뒀을 때부터 시장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것뿐이었다. 하지만 프레이르는 굳이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 어쨌든 그는 지금까지 아키텐에 별 관심이 없었고 시장에게 그 자리를 위임해왔기 때문이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지난 20년은 최악의 학정 기간이었습니다.”

에밀은 이렇게 말하며 프레이르에게 한 문서를 바쳤다. 프레이르는 그 문서를 받아들었다. 에밀이 보여준 문서는 도시의 경비대의 예산에 관련된 문건들이었다.

“이 문서를 보면 작년과 재작년의 경비대 예산이 10분의 1로 형편없이 감축된 것이 보이실 겁니다. 하지만 정작 도시의 예산이 집행된 것을 보시면 경비대 예산은 5년째 동결되어 있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예산의 10분의 9는 어디로 사라진 거겠습니까?”

“저희 교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로렌스가 나섰다.

“시청을 거칠 때마다 빈민들에게 쓰여야 할 돈이 증발하고 있습니다. 교회 사제님께서는 그 돈이 시청과 시장 자신의 공관을 새로 짓는데 사용되었다는 믿을 만한 증거들을 갖고 계십니다.”

두 사람은 시장에게 맺힌 것이 꽤나 많은 모양이었다. 그들은 상당히 열성적으로 시장의 비리에 대해 고발했다. 프레이르는 그들의 고발을 주의 깊게 경청했다.

이윽고 에밀과 로렌스의 이야기가 끝나자 프레이르가 말했다.

“하지만 시의원들에게 그런 탄핵이나 백성들의 탄원서가 내게 올라온 적은 없었는데? 이 지역의 그 어떤 영주나 신사도 시장에 대해 내게 보고를 올리지 않았어. 하지만 내게 올라오는 세금은 꾸준히 유지됐지.”

프레이르는 이렇게 말하며 두 사람을 돌아보았다.

“당신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들은 시장의 비리를 보면서도 눈 감아 주었다는 뜻인데?”

프레이르의 날카로운 지적에 에밀은 곤란한 얼굴을 했다. 그는 잠시 동안 프레이르의 눈치를 보았다.

“전하,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에밀이 프레이르가 불쾌감을 느끼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말을 골랐다.

“이곳의 신사들과 영주들은 20년 전부터 탄원서를 올리긴 했습니다.”

에밀이 말했다.

“다만 그때 당시 전하께서는 아직 성장하시기 전이었기 때문에 아키텐의 공작이 공석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국왕 폐하께서는 시장이 그 자리를 위임하도록 했기 때문에 우리의 탄원과 고발은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고발하는 내용을 시장이 가만 둘 리 없었죠.”

에밀의 말이 이어졌다.

“그는 자신에게 탄원하거나 자신의 비리를 고발하는 유력자들을 모두 시의회에서 내쫓고 자신의 인척들을 그 자리에 앉혔습니다. 실제로 시의회 의장과 시장은 사돈 관계이고, 다른 많은 영주들과도 친척 관계를 맺어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이곳 사람들은 탄원서와 고발장을 체념했습니다.”

“프로이스 가문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카린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그러자 에밀은 움찔했다. 카린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를 지켜보자 에밀은 이미 자신에 대한 뒷조사가 끝난 것을 깨닫고 체념하며 말했다.

“네...... 부끄럽지만 제 형님의 아내가 시장의 여동생이니 제 가문과도 꽤나 가깝다고 할 수 있죠.”

“그 덕분에 치안대장 자리도 차지했고 말이야.”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에밀의 말에 카린은 싱긋 웃었다.

“그래도 이 청년은 그 꼴을 보기 힘들어 사직서를 제출했어. 시의회 앞에서 그 시장에게 폭언을 날렸다고 하더라고. 제대로 정치하라는 식으로 말이지.”

카린이 에밀을 두둔해주자 프레이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만들 물러들 가봐요.”

프레이르는 에밀과 로렌스에게 말했다. 두 사람은 프레이르에게 인사를 한 뒤 방을 나갔다.

“카린, 당신 생각은 어때요?”

방문이 닫히자 프레이르가 카린에게 물었다.

“두 사람의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해요?”

“일단 이곳에서 시장의 평판이 안 좋은 것은 사실이야.”

카린이 대답했다.

“그가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 지는 확실치 않지만 사실 웬만한 비리는 누구나 저지르지 않아?”

“정도의 문제일 뿐이죠.”

프레이르가 말했다.

“다만 내게 바친 선물을 보면 에밀 경과 로렌스의 말이 단순한 모함은 아닌 것 같네요.”

프레이르는 이렇게 말하며 알베로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알베로는 탁자 위에 올려둔 상자를 가져왔다. 바로 몇 시간 전, 시장이 프레이르에게 바친 황금독수리였다. 그 크기에 카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런 카린을 보며 프레이르가 말했다.

“이만한 금을 긁어모으다니... 꽤나 충성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혹은 탐욕스럽거나.”

카린이 대답했다.

프레이르는 선물함에서 독수리상을 꺼냈다. 그리고 그는 카린에게 그걸 집어던졌다.

“오, 선물로 주는 거야?”

카린이 농담삼아 말했다.

“설마요.”

프레이르가 정색하는 흉내를 냈다.

“아까 그 목사에게 기부하기로 약속했다면서요.”

“그랬지.”

“그걸로 기부금을 대신하세요.”

프레이르의 말에 카린은 잠깐 동안 프레이르를 빤히 쳐다보더니 깔깔거리며 웃었다.

“당신도 참 악취미네. 하필이면 이 독수리를 기부하라니. 백성에게서 빼앗아 바친 것을 다시 돌려주란 말이야?”

“백성의 것은 백성에게. 왕의 것은 왕에게. 신의 것은 신에게.”

프레이르가 성서를 인용하며 성호를 그려보였다. 카린은 그 말에 킥킥거리며 독수리를 자신의 품 속에 집어넣었다.

“좋아요. 그럼 어디 이 시장이란 자를 끌어내리도록 하죠.”

프레이르가 알베로와 카린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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