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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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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연재수 :
1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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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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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7
글자수 :
788,474

작성
13.01.19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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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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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7쪽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7)

DUMMY

“끝이 없군. 끝이 없어.”

프레이르가 탄식했다.

“용케 이런 사람이 20년이나 시장으로 있었네.”

프레이르는 차를 마시며 알베로가 올린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그 보고서는 프레이르의 감사관들이 알리아와 아키텐의 비리에 관해 제출한 것들이었다. 100장에 가까운 보고서들이 프레이르의 책상에 올라와 있었다. 고작 일주일 만에 조사한 것들이었다.

프레이르의 옆에는 알베로, 베아트리체, 아르넷, 루크, 세자르, 그리고 에버딘이 둘러 앉아 있었다. 카린은 학자들을 통솔하여 알베로와 별도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티타임 때도 꼭 일해야 되겠어?”

옆에 있던 아르넷이 프레이르에게 투덜댔다.

“온갖 바쁜 척은......”

“난 누구랑 다르게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많거든.”

프레이르가 아르넷의 말을 받아쳤다. 발끈하려는 아르넷을 제지하며 베아트리체가 말했다.

“그 책임져야 할 사람들을 방치해놓은 결과가 그건가요?”

베아트리체의 날카로운 지적이었다.

“아픈 구석을 콕 찌르네요.”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프레이르가 순순히 인정했다. 그리고 그는 보고서들을 하나하나 열어보며 제목만 읽었다.

“세금 횡령, 농민 살해, 세금 포탈, 무단 군사행동, 교회 기금 횡령, 이런... 신성 모독도 있네.”

“신성 모독?”

“음... 독단적으로 수녀원을 폐쇄하고 수녀들을 내쫓았다는데?”

프레이르의 말에 일동이 모두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이런 극악무도한 악당이 시장으로 있었다는 사실에 그들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더 읽어볼 필요도 없겠네. 이 인간은 사형을 피할 수 없어.”

프레이르가 보고서를 탁 내려놓았다.

“이 자의 지지자인 시의원 절반은 모가지고 말이지.”

“절반씩이나?”

“나보다 시장에게 더 충성을 바치는 부패한 자들을 굳이 남겨둘 필요는 없지. 지금까지 고통 받았던 지역민들의 마음도 달래야되고 말이지”

프레이르는 여기까지 말한 뒤, 보고서들을 서랍에서 치웠다. 그리고 그는 카린이 가져온 또다른 보고서를 탁자 위에 펼쳤다.

“지겨운 정치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제 좀 재밌는 걸 볼까요?”

프레이르는 둥글게 말려진 종이를 탁자 가득히 펼쳤다.

“이건 뭐죠?”

베아트리체가 흥미롭다는 듯 그 종이를 살펴보았다.

“아키텐 전역의 지도에요.”

프레이르가 대답했다.

“지리학자들이 이 지역의 지리서들을 모두 참조하여 완성한 지도죠. 아마 현존하는 아키텐 지역 지도 중에서 가장 정확할 거예요.”

프레이르는 이렇게 대답하며 이번에는 다른 학자들이 아키텐의 경제 상황에 조사한 보고서들을 읽기 시작했다. 이 보고서들 역시 프레이르가 파견한 학자들이 제출한 보고서들이었다.

프레이르가 자신이 직접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나선 것은 단순히 시장을 무너뜨리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는 이 기회를 이용해 자신의 영지의 실정까지도 샅샅이 조사하려 했다.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물자와 병력, 그리고 지리와 어떻게 하면 이곳을 발전시킬 수 있을 지까지도 모두 알아보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학자들로부터 속속 보고가 들어왔다. 그 보고들을 정리한 것이 바로 지금 프레이르의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물론 그 중 일급 기밀에 속하는 정보들은 오직 프레이르만이 보도록 봉인되어 있었다.

커피를 마시던 루크가 아키텐의 지도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는 지도를 들여다보며 혀를 찼다.

“이런 척박한 땅의 공작이라니......”

루크가 프레이르에게 말했다.

“프레이르 네가 처음으로 딱해 보여.”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베아트리체가 루크에게 물었다.

루크는 일단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그는 알리아와 아키텐 지방 일대를 가리켰다.

“남쪽엔 오크들이 득실거리는 산 밖에 없고, 큰 강도 없어요. 사실상 불모지에요.”

그리고 그는 알리아 일대의 변경을 가리켰다.

“온갖 산에 둘러싸인 주제에 쓸 만한 광산은 철광 하나 밖에 없고, 서쪽 지방은 온통 황무지인데다가 반란군과 산적 잔당들의 본거지에요. 심지어 순례지조차 하나도 없는 곳은 처음 봤습니다. 용케 이런 땅에 50만이나 살고 있군요.”

“어이, 네 영지하고 비교하지 마.”

프레이르가 루크에게 말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말로트 지방하고 비교하지 말라고.”

“하지만 우리 알타미라 가문이 가진 영지와 비교해도 이 정도로 척박한 땅은 흔치 않아요.”

베아트리체가 지도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총체적 난국이에요.”

“쳇.”

친구들의 지적에 프레이르는 투덜거렸다.

“알베로.”

한동안 지도를 응시하던 프레이르가 자신이 갖고 있는 최강의 패에게 의견을 구했다.

“어떻게 생각해?”

프레이르가 자신의 바로 옆에서 말없이 차를 마시고 있던 알베로에게 물었다. 알베로는 그 특유의 이지적이면서도 얼음처럼 차가운 눈으로 학자들이 조사해 온 지도와 문서들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알베로 역시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레스터 후작님과 알타미라 양이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알베로가 아키텐 지역의 지도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아직 정확한 정보가 없어 말씀드리기 곤란하지만 이 지도만으로 봤을 때 상당히 생산성이 떨어지는 곳인 것은 확실합니다. 예로부터 ‘쓸모없는 땅은 없다. 쓸모없는 일꾼들만이 있을 뿐’이라는 말이 있지만 아키텐 지역을 개발하는 건 웬만한 방법으로는 어림도 없을 겁니다.”

알베로가 천천히 말했다.

“그나마 생산성이 높은 것은 양모입니다. 여기서 만들어진 양모를 수도로 파는 무역이 그래도 그럭저럭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게 영주들이 농지를 포기하고 자신들의 영지를 죄다 목초지로 바꾸고 있는 이유겠죠.”

믿었던 알베로조차 이렇게 말하자 프레이르는 낙담하고 말았다.

“인구도 부족하고, 식량도 안 나오고, 광물도 없고, 교통도 불편하고, 오크와 반란군은 득실거리고...... 드래곤만 있으면 딱 마굴이네.”

“축하해. 마굴의 주인.”

아르넷이 프레이르에게 건배를 하듯 들고 있던 찻잔을 들어보였다.

프레이르는 그런 아르넷에게 각설탕을 집어 던졌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프레이르가 일동을 돌아보며 물었다.

“어떻게 하면 아키텐을 쓸 만한 땅으로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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