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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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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연재수 :
1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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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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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7
글자수 :
788,474

작성
13.07.18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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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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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글자
6쪽

로라시아 연대기 - 33.프레이르의 갈등(1)

DUMMY

프레이르는 초조하게 방을 서성거렸다. 어떤 상황에서도 장난기를 잃지 않는 그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프레이르는 신경질적으로 책상을 두드리다가 손톱을 깨물며 안절부절 못했다.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지?”

프레이르가 소리쳤다.

“소집 명령을 내린 지 세 시간이나 지났는데 다들 뭣들 하는 거야?”

프레이르의 노기 어린 호통에 방 안의 사람들이 움찔했다.

프레이르는 반란군에 의해 폰터프랙트 요새가 포위되었다는 전갈을 받자마자 자신의 가신들과 기사들을 소집했다. 병력을 모으기 위해선 먼저 그들을 지휘하는 신사들과 기사들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프레이르가 총동원령을 내렸음에도 방 안은 텅텅 빈 상태였다. 소집령을 내린지 3시간이나 지났지만 소집된 기사들은 스무 명 안팎에 불과했다. 예상했던 숫자의 채 4분의 1도 채우지 못한 상태였다.

프레이르가 분노를 터뜨리자 아르넷이 대답했다.

“겨우 세 시간이야.”

그가 말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 봐. 금방 오겠지.”

아르넷의 대답에 프레이르는 짜증스럽게 혀를 차더니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그는 다시 손톱을 깨물기 시작했다. 나름대로 마음을 추스르고 진정하려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늘 여유만만했던 프레이르의 모습을 아는 주변 사람들은 프레이르가 근래 드물게 동요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오히려 프레이르보다 아르넷이 더 침착하게 기사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정도였다.

프레이르는 그렇게 10여분을 더 기다렸다. 자꾸 물어뜯는 바람에 이제는 엄지손톱이 모두 뜯어져나갈 지경이었다.

“그만 해, 프레이르.”

보다 못한 루크가 프레이르를 말렸다.

“그렇게 손톱을 물어뜯었다간 검이 아니라 숟가락도 못 들겠다.”

루크의 지적에 프레이르는 겨우 손을 내려놓았다. 그 대신 그는 루크에게 신경질을 냈다.

“도대체 왜 안 오는 거야? 지금 당장 달려가도 시원찮을 판에.”

“각자 영지를 담당하는 영주들이잖아. 알리아까지 오려면 시간이 걸리겠지.”

“내가 여행 삼아 올 때는 맨발로 달려 나와 만세를 부르더니. 피를 흘려야 된다고 하니까 다들 꽁무니를 빼는 게 아니고?”

프레이르가 쏘아붙이자 루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주군의 소집에 기사들이 늑장을 부리는 건 생각보다 흔히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작 3시간 만에 기사들이 모두 집합하는 건 무리였다.

“카린이 직접 소집하고 있으니 네 가신들도 네가 얼마나 심각하게 문제를 받아들이고 있는지 알았겠지.”

루크가 말했다.

“금방 올 거야.”

루크는 유일하게 프레이르를 달랠 수 있는 친구였다. 프레이르라는 야생마가 날뛸 때마다 루크는 고삐를 잡는 역할을 맡았고 안하무인인 프레이르도 묘하게 루크의 말은 귀담아 듣는 편이었다.

그런 루크가 어르고 달래자 프레이르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그는 팔짱을 끼우고 여전히 불만스럽게 텅 빈 방과 몇 안 되는 기사들을 번갈아 노려보았다. 프레이르의 무자비한 조치로 시장의 머리가 지금까지도 처형장 한복판에 꽂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기사들과 신사들 등 이 지역의 유지들은 저마다 불안한 눈초리로 서로를 바라보며 제발 자신들의 동료가 한시라도 빨리 이곳에 도착하기를 기도했다.

프레이르는 반시간을 더 기다렸다. 그러나 그 동안 들어온 기사는 단 하나도 없었다. 쥐 죽은 듯한 침묵만이 방 안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마침내 참다 못한 프레이르가 폭발했다.

“전령! 전령!”

프레이르가 외쳤다. 그 외침에 황급히 한 전령이 뛰어 들어와 프레이르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프레이르는 그 전령에게 잡아먹을 듯이 말했다.

“지금 당장 시의원들에게 가서 전하도록 하세요.”

프레이르가 광장이 있는 방향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광장에 꽂혀 있는 저 목을 보고도 느껴지는 게 없다면 내가 친히 그곳으로 가서 시장의 목과 네놈들의 몸뚱아리를 꿰매어 버리겠다고요. 시장의 머리와 한 몸이 되고 싶지 않으면 당장 나한테 기사들을 내놓으라고 전하세요.”

프레이르는 이렇게 말하며 전령에게 덧붙였다.

“내가 만족할 만큼 기사들을 못 모아오면 당신도 같이 매달아 버릴 겁니다.”

프레이르의 말에 전령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부들부들 떨며 허겁지겁 자리를 떠났다.

이 서슬 퍼런 광경에 아르넷조차도 차마 말을 꺼내지 못했다. 항상 바보처럼 빙글빙글 웃는 프레이르가 불같이 화를 내자 엄청난 박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망할 놈들.”

프레이르가 중얼거렸다.

“한 시가 급한데 대체 어디에 처박혀 있는 거야? 제기랄.”

프레이르는 욕설을 내뱉으며 이번에는 다른 사람을 불렀다.

“사마관! 사마관 어딨어요?”

프레이르의 외침에 이번에는 다른 사내가 겁에 질린 채 다가왔다. 바로 프레이르가 타는 말을 담당하는 하급관리였다.

“말에 안장을 얹고 준비해두세요. 언제든지 출진할 수 있도록.”

“안장을...... 지금 말입니까?”

사마관이 되물었다. 아직 기사들이 다 모이지도 않은 것은 물론이고 병사들도 이제야 겨우 소집령을 내린 상황이었다. 기사도 병사들도 없는데 말에 안장을 올려서 무엇을 한단 말인가? 그러니 지금 프레이르의 명령은 아무 쓸모없는 명령이었다.

하지만 마음이 급한 프레이르는 말 안장을 얹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그럼...... 내일 얹을까요? 다른 사람 시켜서?”

“아, 아닙니다.”

프레이르의 이 한 마디에 사마관은 황급히 고개를 푹 숙였다. 공기마저 얼어붙은 것 같은 살벌한 분위기에서 그는 감히 뭐라 말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말에 안장을 얹으러 갔다.

프레이르는 사마관의 뒤통수를 노려보았다. 충실한 관리인 사마관조차도 지금은 꼴도 보기 싫었다. 프레이르의 급한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안전에만 급급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로 프레이르는 속이 끓어올랐다.

바로 그때 방 안으로 카린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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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로라시아 연대기 - 34.출진(1) +2 13.09.03 637 13 8쪽
139 로라시아 연대기 - 33.프레이르의 갈등(2) 13.07.20 598 16 16쪽
» 로라시아 연대기 - 33.프레이르의 갈등(1) +1 13.07.18 585 12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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