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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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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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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8,474

작성
13.07.20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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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로라시아 연대기 - 33.프레이르의 갈등(2)

DUMMY

모두의 눈이 카린에게 집중되었다. 카린과 함께 들어온 가신과 기사들은 스무 명 남짓이었다. 그 중에는 치안대장인 에밀과 목사 로렌스도 있었다.

“뭐죠?”

프레이르는 기가 막혔다.

“왜 이것밖에 안 돼요?”

카린이 대답했다.

“이게 다야.”

그녀가 말했다.

“나머지 기사들은 참전할 수 없다고 전해 왔어.”

프레이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의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참전할 수 없다니?”

그가 분노 외에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외쳤다.

“지금 주군의 명령을 거역하겠다는 거예요?”

“외람된 말씀이지만......”

에밀이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이번에...... 시장의 파벌이 대대적으로 숙청되면서...... 남은 기사들이 없습니다.”

에밀의 말이 이어졌다.

“절반 가까운 시의원들과 신사들이 기사 작위를 잃는 바람에......”

프레이르가 들고 있던 보고서들을 내던졌다.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명색이 신사라면 주군이 부르면 뛰어나와야지! 제 놈들이 저지른 잘못은 생각도 안 하고 이제 와서 반항해보겠다는 거예요?”

“저...... 프로이스 백작이 말하길......”

에밀이 프레이르의 고함에 벌벌 떨며 말을 꺼냈다.

“지금은 영지와 자산이 몰수되어 여력이 안 되지만...... 전하께서 기사 작위와 시의원직을 회복시켜주신다면 그 작위를 담보로 돈을 빌려 어떻게든 군대를 고용해 참전해보겠다고......”


쾅.


프레이르가 탁자를 내리쳤다. 그 바람에 탁자 위에 있던 찻잔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이 빌어먹을 놈들이......”

프레이르가 이를 부득 갈았다.

프로이스 백작과 그 파벌이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는 확실했다. 기사 작위가 없으니 참전할 의무도 없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했다. 이번을 기회로 프레이르에게서 영지와 지위를 회복하려는 속셈이었다.

“시장과 함께 목을 날리려다 살려준 은혜도 모르고 감히 협박질을...... 다 필요 없으니 꺼지라고 전해요! 여기 이 충성스런 사람들만으로 반란군을 진압하고 그 빌어먹을 놈들까지 같이 박살을 내줄테니.”

사실을 말하자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도 그다지 충성스럽다곤 할 수 없었다. 주군이 부르기에 억지로 끌려나온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그들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프레이르의 능력에 불신을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들 대부분은 기사 작위는 갖고 있지만 제대로 된 기사 수업은 받아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예전처럼 용맹무쌍하게 랜스를 들고 돌진하는 진정한 기사들이 아니라 단순히 기사 작위를 받은 부자들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 전투에서 도망칠 궁리만 하고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프레이르는 카린이 데려온 사람들과 이미 방 안에 있던 기사들을 모두 둘러보았다. 그 숫자는 대략 마흔 명 정도였다. 기사 하나가 병사 열을 상대한다고 하지만 여기 있는 이들은 그런 기사들이 아니었다. 그뿐만 아니라 폰터프랙트 요새를 포위하고 있는 건 단순한 반란군이 아니라 아르한 가문의 정예 경기병들이었다. 1천 명의 기병대의 포위를 뚫고 폰터프랙트 요새를 구원하기 위해서는 40명의 배나온 기사로는 어림도 없었다.

“......좋아요. 좋아.”

프레이르가 화를 억눌렀다.

“그 망할 놈들은 버려두고 우리끼리 해결해보도록 하죠.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얼마나 되죠?”

프레이르의 질문에 에밀이 나서서 말했다. 그는 현재 모든 가신들 중에 가장 높은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징집병 700명과 용병 200명입니다. 기병은 기사까지 포함해 150명 정도입니다. 그 중 파이크병이 100명, 머스킷 총병이 100명 정도, 석궁과 장궁 사수가 100명 정도, 나머지는 창병과 경보병입니다.”

예상보다 적은 숫자였다. 프레이르의 눈썹이 꿈틀하자 에밀이 황급히 덧붙였다.

“일단 내일까지 모을 수 있는 병력은 이 정도지만 아키텐 전역에서 병사들을 동원하고 있으니 2천까지는 무장시킬 수 있을 겁니다. 1주일만 주시면......”

“그럴 필요 없어요. 지금 있는 군대만으로 폰터프랙트를 치도록 하죠.”

프레이르가 말했다.

“그 정도면 충분해요.”

프레이르는 이렇게 말하며 탁자 위로 한 지도를 펼쳤다. 몇달 전 프레이르가 지리학자와 측량기사들에게 지시하여 작성하도록 한 아키텐의 지도였다. 매우 상세한 지도였지만 아직 프레이르가 모르는 지명으로 가득 차 있었다.

프레이르는 지도에서 폰터프랙트 요새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갖가지 지명으로 뒤덮인 지도에서 폰터프랙트라는 이름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프레이르는 분노와 초조함으로 잔뜩 흥분했기에 찬찬히 지도를 살펴볼 상황도 아니었다.

프레이르가 지도에서 폰터프랙트 요새를 찾기 위해 헤매자 몇몇 기사들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아키텐의 지리도 잘 모르는 이 젊은 왕자를 따라 출진하게 되었을 때, 자신들이 처할 운명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다.

기사들이 동요하는 기색을 보이자 결국 보다 못한 카린이 나섰다.

“지형 설명이나 길잡이 역할은 여기 있는 이 로렌스에게 맡기면 어떨까?”

카린이 자신의 옆에 세워둔 젊은 목사를 내세웠다.

“아키텐 곳곳으로 순회 설교를 다녀서 지리에 밝거든.”

카린의 말에 프레이르는 젊은 목사를 잠깐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이르의 허락을 받자 로렌스는 잔뜩 흥분해서 지도 옆으로 다가왔다. 그는 전쟁사에 미쳐 있는 전쟁광이었는데 이번 전투 소식을 듣자마자 신이 나서 카린을 따라온 것이었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전쟁을 보고 싶다고 하며 카린을 졸라댔기 때문이었다. 마침 길잡이가 필요한 상황이어서 카린은 ‘종군 목사’라는 명목으로 그를 데려왔다.

“폰터프랙트는 이곳에 있습니다.”

로렌스가 알리아에서 조금 떨어진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지도상에는 허허벌판으로 그려진 곳이었다.

“매우 낙후된 마을이어서 아마 지도에 표시하지 않았을 겁니다. 폰터프랙트 요새라고 거창한 이름은 붙여져 있지만 사실은 강변에 쌓아놓은 허술한 구조물에 불과한데다 사람도 얼마 없는 곳이거든요.”

“여기서 얼마나 떨어져 있죠?”

프레이르가 로렌스에게 다급히 물었다.

“대충 30km 정도 서쪽에 있습니다.”

“얼마나 걸릴까요? 전속력으로 간다면?”

프레이르의 물음에 로렌스가 대답했다.

“알리아에서 폰터프랙트로 가는 길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토이거 숲을 지나가는 최단거리인데 이틀 정도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기병만으로 행군한다면 하루면 도달 가능하고요. 다른 하나는 토이거 숲을 우회하여 로메르 호수를 따라 행군하는 길인데 약 엿새 정도가 걸립니다.”

“엿새라고요?”

프레이르가 외쳤다.

“엿새면 반란군이 요새를 다 쳐부수고 그 위에서 캠프파이어를 벌이고도 남을 시간이에요. 당신 같으면 100명도 안 되는 오합지졸로 1000명의 아르한 군대를 엿새씩이나 막을 수 있겠어요?”

프레이르의 말에 로렌스는 입을 다물었다.

프레이르는 손가락으로 토이거 숲을 가리켰다.

“토이거 숲을 전속력으로 통과해서 폰터프랙트 요새로 가도록 하죠. 밤새도록 쉬지 않고 행군하면 하루면 갈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전하.”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치안대장 에밀이 끼어들었다.

“토이거 숲은 적이 매복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곳은 평시에도 숲이 험해서 산적들이 들끓는 곳입니다.”

“그렇습니다, 전하.”

로렌스도 거들었다.

“길이 좁고 나무가 빽빽해서 시야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곳을 통과하려면 일렬로 행군해야 하는데 그러면 측면이 길게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적이 매복하고 있다면 너무 위험합니다.”

로렌스의 날카로운 지적에 놀라워하면서 일부 기사들도 동의의 뜻을 표시했다. 대부분 아키텐 지역 출신들이었다.

반면 수도에서부터 프레이르를 따라온 기사들은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 특히 아르넷은 로렌스의 설명에 코웃음을 쳤다.

“성직자가 뭘 안 다고...... 걱정이 너무 지나친 것 아닙니까?”

그가 자신만만하게 주장했다.

“아르한 기병대의 생명은 기동력인데 그렇게 빽빽한 숲이라면 빠른 기동이 불가능하지. 숲에선 기병이 불리하다는 게 정설인데 레어티스 아르한이 그런 곳을 전장으로 택할 리 없어.”

“무엇보다도 레어티스 아르한은 남부 출신입니다.”

알리아 출신의 한 기사가 아르넷을 거들었다.

“토이거 숲에 정확히 매복해 아군을 기다린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남부 출신이 중부의 지리에 그렇게 밝을 리 없습니다. 폰터프랙트를 포위한 적이 아르한 군대의 주력일 겁니다.”

“그런 가정만으로 군대를 움직일 순 없습니다.”

에밀이 반박했다.

“레어티스 아르한이 본거지에서 수백km 떨어진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은 작정하고 공격해온 것이란 뜻입니다. 이곳의 지리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토이거 숲으로 진군해야죠.”

아르넷이 말했다.

“이 먼 곳까지 작정하고 기습을 해왔다는 것은 보급이 불충분하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반란군은 속전속결로 폰터프랙트 요새를 함락시키고 퇴각하려 하겠죠. 아르한 군대는 치고 빠지는 식의 게릴라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들이니까. 그런 와중에 엿새나 걸리는 우회도로로 진군한다면 프레이르의 말대로 요새가 함락되고 캠프파이어가 끝난 다음에나 도착할 겁니다.”

아르넷의 주장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었다. 아르넷의 말에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었기 때문이었다. 토이거 숲에 매복의 위험이 있다고 해서 우회해서 간다면 그 사이 절대적으로 병력이 열세인 폰터프랙트 요새가 함락될 가능성이 있었다. 더구나 레어티스 아르한은 푸아티에 전투 이후로 레인가드 정규군과 전면전을 벌인 적이 없었다. 아르한 군대의 방식은 빠르고 공격하고 빠르게 퇴각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였다.

프레이르는 초조하게 논쟁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출진해 토이거 숲을 지나는 최단거리를 통해 폰터프랙트 요새로 진군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키텐 지역 토박이들은 이 전략에 반대하고 있었다.

“카린. 당신 의견은 어때요?”

프레이르는 지금까지 잠자코 사람들의 갑론을박을 지켜보고만 있던 카린에게 물었다. 비서관인 카린이 자기를 지지해주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사실 여기 모인 인물 중에서는 카린이 가장 전쟁의 경험이 풍부했다. 더구나 그녀는 푸아티에 전투의 지옥을 경험하여 레어티스 아르한의 군대와 직접 싸우기도 했다. 푸아티에 전투에서 레인가드 군대가 처절하게 찢겨져 나가는 것을 보며 그녀는 레어티스 아르한가 얼마나 교활한 인물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사실 그녀는 폰터프랙트 요새가 포위되었다는 보고를 들었을 때부터 한 가지 마음에 켕기는 부분이 있었다.

“솔직히 말해도 돼?”

카린이 말했다.

“그럼 거짓말을 말할 생각이었어요?”

프레이르가 되물었다. 카린은 잠시 동안 고민하다 딱 잘라 말했다.

“토이거 숲으로 진군하면 안 돼.”

그녀가 이어서 말했다.

“뭔가 이상해.”

프레이르는 어이없어했다.

“그게 내 비서관이라는 사람의 현명한 조언인가요? 뭔가 이상하니 최단 루트를 포기하자? 차라리 사냥개를 비서관으로 쓰는 게 낫겠네요. 적어도 이상한 냄새를 맡는 능력에서는 당신보단 나을 테니.”

카린은 프레이르의 모욕적인 빈정거림을 들으면서도 침착했다. 그녀는 지금 젊고 혈기 넘치는 프레이르가 이성을 잃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무슨 말을 해도 프레이르를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녀는 최선을 다해 프레이르를 설득하려 했다.

“당신이 뭐라 해도 상관 없어. 이상한 건 이상한 거야. 생각해 봐. 애초에 레터이스 아르한은 왜 폰터프랙트 요새를 포위한 거지?”

카린의 말에 프레이르가 대답했다.

“지금 스무고개할 시간이 있다고 보여요?”

“지금이 정확히 스무고개를 해야 하는 때야.”

카린이 냉정하면서도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평소의 그 냉철함은 어디로 간 거야? 당신은 지금 이성을 잃고 있어. 수많은 의문들이 있는데도 무작정 폰터프랙트로 달려갈 생각만 하고 있다고. 자살돌격이라도 하려는 게 아니면 생각을 하고 군대를 움직이란 말이야.”

카린의 직설적인 말에 기사들이 모두 놀랐다. 10대 소녀로밖에 보이지 않는 마법사가 왕자에게 이렇게 입바른 소리를 할 줄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것도 이렇게 살벌한 분위기에서.

“생각을 해. 애초에 레어티스 아르한이 왜 폰터프랙트 요새를 공격했는지는 고민해 보았어?”

“그야 내가 아키텐에 순회를 왔으니까 그 순회를 망치기 위해서......”

“아니야.”

카린이 딱 잘라 말했다.

“만약 그렇다면 폰터프랙트가 아니라 이곳 알리아를 직접 공격했겠지. 이곳에 당신이 있으니까. 폰터프랙트 요새는 시골의 촌구석이고 전략적인 가치도 전혀 없어. 사실 그곳이 함락되어도 별 상관은 없지. 하지만 굳이 수백km나 행군을 해서 그곳을 기습적으로 포위한 건 너무 이상해.”

“말이 좀 심하네요, 카린.”

프레이르가 말했다.

“폰터프랙트 요새에는 에버딘과 알베로가 있어요. 함락되어도 별 상관이 없다뇨?”

“바로 그거야.”

카린이 불쑥 말하며 프레이르를 똑바로 가리켰다.

“레어티스 아르한이 노리고 있는 건 바로 그거인거지. 폰터프랙트 요새가 가치 있는 건 오직 그 두 사람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지. 레어티스 아르한은 알고 있는 거야. 프레이르 당신이 그 두 사람을 구하기 위해 폰터프랙트 요새로 달려올 거라는 걸.”

“그러니까...... 그 말은......”

루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폰터프래트 요새가 프레이르를 알리아에서 끌어내려는 미끼라는 뜻인가요?”

“드디어 내 말을 이해하는 사람이 나타났네.”

카린이 말했다.

“내 생각에 폰터프랙트 요새는 미끼고 적의 주력은 토이거 숲에 매복하고 있을 거야. 프레이르 당신이 군대를 이끌고 그곳을 통과하면 사자 아가리로 달려 들어가는 셈이지.”

카린의 냉철한 분석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심지어는 토이거 숲 진격을 주장했던 아르넷조차도 카린의 말에 토를 달지 못했다. 오직 프레이르만이 배신을 당했다는 듯한 얼굴로 카린을 노려보고 있었다.

“프레이르. 부탁이야.”

카린이 어조를 바꾸었다. 그녀는 아까보다 훨씬 부드러우면서도 간곡하게 말했다.

“냉철하게 생각해. 당신의 명령 하나로 부하들을 모두 개죽음으로 몰 수 있어.”

카린의 말에 프레이르는 가신들을 둘러보았다. 그들은 모두 긴장된 얼굴로 프레이르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 번만 다시 생각하고 결정을 내려줘. 그럼 당신의 명령을 따르겠어.”

카린이 그 붉은 눈을 또렷이 뜨고 말했다.

“당신은 레인가드의 왕자고 우리 모두의 주군이야. 당신이 명령을 내린다면 설사 지옥의 입구까지 진군하자고 해도 할 거야. 다만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한 번만 더 심사숙고해줬으면 좋겠어.”

카린의 간곡한 부탁에 프레이르의 눈이 일순간 흔들렸다. 카린은 동생인 마일러 교수를 구해달라고 부탁했을 때만큼이나 간곡하게 부탁하고 있었다. 그만큼 그녀는 진심이었다.

프레이르는 한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방 안의 모두는 프레이르가 갈등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윽고 프레이르는 단호하게 말했다.

“병사들을 모두 소집하세요. 내일 새벽 토이거 숲으로 진군할 겁니다.”

프레이르는 이렇게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의 반론은 듣지 않겠다는 듯 성큼성큼 방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사실상의 최종 결정이었다. 이 세상 그 무엇도 프레이르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안 기사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모든 광경을 바라보며 카린이 조용히 혼잣말을 했다.

“에인절 가문의 남자들이란......”

그녀가 중얼거렸다.

“언제나 여자 때문에 일을 복잡하게 만들지...... 이젠 신의 가호라도 바라는 수밖에 없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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