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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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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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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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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7.03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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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 연대기 - 32.폰터프랙트 요새(1)

DUMMY

폰터프랙트 요새는 아키텐의 서부, 아르 강의 지류 근처에 있는 야트막한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었다. 아키텐의 중심이자 프레이르가 머무르고 있는 알리아로부터 약 30km 정도 떨어진 외곽 지역이었다. 폰터프락트 요새가 위치한 폰터프락트 지역은 과거 풍부한 유량 때문에 밀 농사가 성행했던 곳이었다. 이곳을 다스렸던 영주는 오크들의 약탈로부터 농민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요새를 세웠고 이것이 바로 폰터프랙트 요새였다. 이 요새는 기껏해야 백여명 남짓의 병사들밖에 농성하지 못하는 작은 규모였지만 오크들을 방어하기엔 충분한 수준이었다. 이 요새를 기점으로 한때 이 지역은 팔십명의 병사들과 천명 가까운 농민들이 정착할 정도로 번성했다.

하지만 영주들이 농경지를 목초지로 바꾸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농경지가 목초지로 바뀌면서 농민들은 쫓겨났고, 이 지역의 인구는 점차 줄어갔다. 이후 너무 많은 양들이 이곳의 목초지에 몰리면서 한때 보리와 밀로 가득했던 들판은 완전히 황무지가 되어버렸다. 더 이상 폰터프랙트에서 양을 기를 수 없다고 판단한 영주는 폰터프랙트 요새를 버리고 다른 땅으로 이주해버렸다.

프레이르는 황무지로 변해버린 이 땅을 알베로와 에버딘에게 맡겼다. 그다지 넓지도 좁지도 않은 땅이었기에 그들의 실험에 더없이 걸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알베로는 알베로의 시장이 처형당한 직후부터 지난 1달간 이곳에 머물며 폰터프랙트 요새를 재건하고 농경지를 조성하는데 힘쓰고 있었다. 에버딘 또한 알베로와 폰터프랙트 요새에 머물며 겨울을 나고 있었다. 그녀는 기행문의 지식을 더듬어가며 프레이르가 파견한 식물학자들과 앞으로 봄이 되면 어떤 작물을 심을 것인지 의논했다.

알베로와 에버딘이 여기에 머무른지 벌써 1달이 지나 때는 12월 중순, 이제 한겨울에 접어들었다. 겨울은 공사를 하기에 적합한 계절이 아니었지만 알베로는 개의치 않았다. 내년 2월이면 자신은 프레이르와 함께 순회길에 올라야했기 때문에 겨울내 기초 공사를 마무리 지으려 했다.

버려진 요새였던 폰터프랙트 요새는 알베로와 기술자, 석공, 측량기사들에 의해 빠르게 보수되고 있었다. 알리아에서 보내진 40여명의 인부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성문과 성벽을 보수했다. 그리고 수리된 요새는 프레이르가 보낸 병사들이 요소요소마다 배치되었다.

한편 폰터프랙트 요새가 내려다보는 곳에는 경지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아직 아무것도 심지 않았지만 내년 봄을 위해 농부들은 경지를 정리하고 거름을 비축했다. 알베로는 치수공사까지 진행하고 싶어 했지만 한겨울에 치수공사를 했다간 농민들이 동상에 걸릴 거라는 지적에 물길을 돌리는 작업은 내년으로 미루었다. 그 외에는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알베로는 공사의 진척에 만족하고 있었다.


오늘은 일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긴 날이었다. 레인가드에서는 이 날에 영주가 한 해를 마무리하며 농민들에게 술과 고기를 대접하여 밤새 축제를 벌이는 것이 풍습이었다. 그래서 알베로는 특별히 돼지를 잡게 하고 병사들과 인부들, 그리고 농민들에게 술을 돌렸다. 이들은 대부분 난민들이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축제를 즐기게 되자 크게 기뻐했다. 병사들과 농민들은 삼삼오오 화톳불에 모여앉아 돼지고기를 안주 삼아 떠들썩하게 술을 마셨다.

한편 알베로와 에버딘은 이곳의 책임자라 할 수 있는 사람들과 모여 따로 밤을 새우고 있었다. 그들은 식물학자와 나이 많은 사제, 그리고 이곳의 방위를 맡은 한 중년의 대위와 함께 방 안에서 상을 차리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주님이 도와주신다면 2월까지는 무난하게 모든 공사를 마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생 동안 이 지역에서 살아온 노구의 사제가 말했다. 그는 평생 동안 폰터프랙트 지역을 부흥시키기 위해 애써왔으나 번번이 실패해왔다. 그러던 차에 프레이르가 이 지역을 부흥시키겠다는 소식에 뛸 듯이 기뻐하며 나이도 잊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었다. 그는 사방에 흩어진 농민들과 인부들을 끌어 모았고 폰터프랙트 지역의 지리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통풍에 걸린 다리조차도 그의 정력은 꺾지 못할 정도였다.

“모두 사제님의 덕분입니다.”

알베로가 사제에게 말했다. 하지만 사제는 고개를 저었다.

“저야말로 두 분께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곳까지 찾아오셔서 폰터프랙트 지역을 부흥시켜주시니 이 늙은이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앞으로 30년은 더 사셔야지요. 그래야 이곳이 발전하는 걸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중년의 대위가 노사제에게 말했다. 그러자 사제가 말했다.

“이 사람아. 이 늙은이보고 앞으로 30년씩이나 더 일하라는 건가? 나도 그만 쉬어야지.”

“사제님이 그만 두면 누가 이곳을 맡겠습니까?”

“그야 젊은 사람이 맡아야지. 이곳도 발전하면 사람들이 몰려올 거고 그러면 교구도 세워지고 할 게야. 늙은이는 그만 물러나야지.”

사제는 이렇게 말하며 훌훌훌하고 웃었다.

“젊은 사람들이라...... 카스티야 백작님과 아가씨께서 이곳을 맡아주시면 좋을 텐데요.”

사제의 말을 지원하듯 대위가 말했다.

“두 분은 내년 봄까지만 이곳에 머무르시는 거라고 들었습니다만...... 사실입니까?”

사제와 대화를 하던 대위가 알베로와 에버딘을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안타깝군요. 앞으로 젊은 사람들이 필요할 텐데.”

대위는 이렇게 말하며 에버딘을 바라보았다. 살짝 취기를 띤 그 눈빛에 에버딘은 겁을 먹고 알베로의 소매를 붙잡았다. 그러자 알베로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에버딘의 손을 잡아주며 대위에게 단호하게 대답했다.

“프레이르 전하의 순회를 수행하는 몸이라 한곳에 머무를 순 없습니다. 전하를 따라가야죠.”

“그렇군요. 안타깝습니다.”

대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러나 알베로는 이 대위가 예전부터 알베로 자신과 에버딘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곳의 토박이인 그는 알베로와 에버딘을 굴러온 돌 정도로 취급했고 은근히 애송이 취급을 해 왔다. 하지만 이곳은 폐쇄된 요새였고 대위는 방어의 총책임자였기 때문에 알베로는 되도록 그와 마찰을 빚지 않도록 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일부러 프레이르의 이름을 들먹이며 비록 임시지만 이곳의 책임자는 자신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알베로의 경계심 섞인 눈빛에 대위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그는 옆에 서 있던 부하에게 잔을 흔들어보였다. 아직 소년의 티를 벗어나지 못해 요새에 머무르고 있는 사람 중에 가장 어린 그 부하는 재빨리 대위의 잔을 채워 넣었다.

“두 분이 이곳에 머물러 주신다면 저로서도 한결 마음이 든든할 텐데......”

대위가 속이 빤히 들여다 보이는 거짓말을 하며 잔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알베로는 결코 이곳에 오래 머물 생각이 없었다. 그가 품고 있는 야망은 고작 이런 시골의 영주 따위가 아니었다.

“저도 안타깝지만 제 임무는 다해야 하니까요.”

알베로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며 대위에게 말했다. 그러나 대위는 이미 알고 있었다. 알베로 같은 중앙의 귀족이 이런 시골에 낙향할 마음은 조금도 없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대위는 나지막하게 코웃음을 치며 포도주를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리고 그는 탁자 위에 놓인 술병 하나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디에 가십니까?”

알베로가 물었다.

“잠깐 순찰 다녀오는 겁니다.”

“술병을 들고서요?”

알베로가 의심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대위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 날까지 불쌍하게 보초나 서고 있는 녀석들을 위로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보초에게 술이요?”

알베로가 눈살을 찌푸렸다.

“외람되지만 보초는 말짱한 정신으로 언제나 경계를 늦춰선 안 되는 것 아닙니까?”

“걱정 마십시오. 백작님.”

대위가 빈정거리듯 말했다.

“아키텐 지역에서 이곳 폰터프랙트만큼 안전한 곳도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리고 만에 하나 공격 받더라도 이곳엔 수십 명의 군인들이 있습니다. 아키텐의 남자들은 진짜 사나이들이니 설사 악마의 군대라도 막아낼 수 있을 겁니다.”

대위는 이렇게 말하며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그는 어느새 좁쌀 같은 눈이 내리기 시작한 요새 바깥으로 나갔다. 알베로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대위의 뒤통수를 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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