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Stellar 님의 서재입니다.

로라시아연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연재수 :
146 회
조회수 :
272,642
추천수 :
2,587
글자수 :
788,474

작성
13.01.11 14:48
조회
854
추천
12
글자
8쪽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2)

DUMMY

“어, 엇험. 카, 카린이라. 예쁜 이름이군요.”

에밀이 헛기침을 했다. 점잔을 빼고 있었지만 탁자 위에 올린 그의 손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그럼 카린 양으로.”

“카린이면 돼.”

카린이 친근하게 말했다.

“괜한 거리를 두기 싫어. 존댓말도 그만 뒀으면 좋겠어. 친구처럼 말이야.”

카린은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조금, 아주 조금이었지만 에밀에게로 붙었다. 그러자 에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카린을 바라보았다. 물론 싫은 기색은 아니었다. 그의 얼굴이 헤벌쭉 벌어졌다.

‘됐어.’

카린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어머... 술이...”

카린은 에밀에게 포도주를 따라 주다가 병이 빈 것을 보여줬다. 그러자 에밀은 곧 잔뜩 거드름을 피우면서 탁자를 두드렸다. 그리고 그는 이 집에서 가장 좋은 술과 안주를 대령하라고 명령했다. 치안대장의 권력에 눌린 탓인지 가게의 주인은 연신 굽실거리며 에밀에게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카린은 뜻 모를 미소를 지은 채 그 모든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이제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할 때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말이지~ 내~가 그 놈들을 아주 뭉개버렸단 말이야~”

“누구?”

“그 망할 시장 놈.”

에밀이 풀린 눈으로 중얼거렸다. 포도주와 맥주, 위스키까지 5병 가까인 연속해서 비운 터라 그의 정신은 그의 말투만큼이나 꼬부라진 상태였다. 그리고 그는 마치 자기가 재미있는 농담이라고 했다는 듯 연신 킬킬거렸다.

반면 카린은 에밀 못지않게 술병을 비웠으면서도 냉철한 정신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카린은 술과 함께 해왔다. 샤를과 술 중 어느 쪽이 최고의 친구라고 묻는다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할 정도였다. 그런 그녀에게 아직 애송이인 귀족 하나를 술 하나만으로 골로 보내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카린은 에밀의 비위를 맞춰주면서 연이어 그에게 술을 권했다. 매력적이고 지적인 도시 외국인 아가씨와의 대화로 잔뜩 들뜬 에밀은 얼마 되지 않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진탕 취하고 말았다. 그리고 심리적 방어선이 무너진 그는 카린에게 자신의 속내를 있는 대로 술술 불고 있는 중이었다.

“시장이라니... 아까는 농민들이라고 안 했어?”

카린의 지적에 에밀은 탁자를 쾅 내리쳤다.

“아니! 아니! 그게 아~냐~”

에밀은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시장이 농민들을 쫓아냈다고! 지방 순시 때문에! 그래서 내가 그 개새끼를 시의원들 앞에서 뭉개버렸다고~”

“아, 그러니까 당신은 농민을 뭉갠 것이 아니라 농민들 때문에 시장을 뭉갠 거야?”

“그렇지!”

에밀은 사람들이 모두 이쪽을 쳐다볼 정도로 소리를 지른 뒤 포도주를 와인잔에 한 가득 따랐다.

“망할 놈... 왕자에게 잘 보이자고 농민들을 도시 밖으로 추방하다니...”

“왜? 왜 추방한 거지?”

“왕자가 오는데 도시에 부랑자와 실업자들이 넘쳐나면 자기 모가지가 날아갈까 봐 그런 거지. 지금 우리 도시에는 땅을 뺏기고 일자리를 찾으러 몰려온 농민들 천지거든.”

에밀이 포도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카린... 카린 맞지? 아무튼 당신도 봐서 알겠지~ 도시의 문마다 경비병들이 지키고 서 있는 걸.”

“아~”

카린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게 도시에 농민들이 못 들어오게 막는 거야?”

“그래. 체로 쌀겨를 걸러내듯 가난해 보이는 빈민들이 도시에 못 들어오게 막는 거지.”

카린은 그제야 성문의 경비병들이 그토록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는 이유를 깨달았다. 결국 그 모든 건 프레이르가 보기에 흉해 보이는 빈민들이 도시 안에 머무르지 못하도록 내쫓기 위한 것이었다.

“망할 놈... 이제 곧 겨울도 닥치는데...”

에밀은 이렇게 말하며 다시 술잔을 가득 채운 다음 쉬지 않고 술을 쭉 들이켰다.

“그래서 당신이...”

“그래! 내가 했지!”

에밀은 큰 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그는 뭐가 그토록 우스운지 킥킥거리기 시작했다.

“시의원들 앞에서 그 작자에게 인정머리 없는 놈이라고 욕했지~ 아니... 개똥같은 놈이라고 했던가?”

에밀은 다시 미친 듯이 킥킥거렸다.

“그래서?”

“결투를 신청할 줄 알았더니 그대로 도망치더군. 빌어먹을 겁쟁이 같으니. 그러고도 귀족이라고.”

에밀은 이렇게 말하며 다시 쾅 탁자에 내리쳤다. 처음엔 몰랐지만 어지간히 울분이 쌓여 있었던 모양이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마이야~”

에밀이 여전히 꼬부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난 이제 치안대장이 아니야~ 방금 사직서를 내고 왔거든.”

그는 이렇게 말하며 카린에게도 술을 권했다. 물론 카린은 사양하지 않고 포도주를 쭉 들이켰다. 카린은 술을 물처럼 마실 수 있는 여자였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며 에밀이 말했다.

“어차피 내일이면 그 망할 놈이 내 모가지를 날릴 테니, 그 더러운 꼴을 보기 전에 내가 그만 두는 거지~ 어차피 진작부터 때려치우고 싶었어.”

에밀은 왕비와 가까운 관계라며 거드름 피우는 태도는 온데간데없이 프레이르까지 욕해대며 투덜거렸다.

그는 이렇게 말하며 다시 술잔에 술을 채웠다. 하지만 더 이상 그가 술을 마셨다간 제정신을 유지할 것 같지 않았기에 카린을 그를 만류했다. 아직 그에게서 캐내야 할 정보가 많이 남았기에 벌써 곯아떨어지면 곤란했다.

“이제 그만 마셔.”

카린이 에밀의 손을 붙잡았다.

“많이 취했어.”

“아니야~ 괘않아.”

에밀이 전혀 괜찮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더 마실 수 있어~”

에밀이 호언장담했다. 그러자 카린이 물었다.

“하나 더하기 아홉은?”

다짜고짜 던진 질문에 에밀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는 한참 동안 고민하더니,

“음... 열?”

대답했다.

“열하나야. 취했네. 자, 바람이라도 쐬고 와.”

카린은 에밀의 대답을 들은 척도 하지 않으며 에밀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리고 그녀는 자리에서 그를 일으켜 세우려 했다.

그러자 에밀이 카린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는 진지한 눈빛으로 카린에게 말했다.

“......카린, 오늘 밤 나랑 같이 있어줘.”

카린은 에밀의 말을 듣고 싱긋 웃었다.

“나중에.”

카린은 자신의 손을 빼내려 했다. 하지만 에밀은 고개를 저으며 더욱 강하게 카린의 손을 잡았다.

“농담이 아니야. 당신이랑 같이 있고 싶어. 당신이라면 날 이해해줄 것 같아.”

“일단 술부터 깨고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카린이 에밀의 말을 가볍게 넘기며 에밀에게서 손을 뺐다. 그러자 에밀은 실망스러운 듯 작은 신음 소리를 냈다. 이렇게 술이 취한 와중에도 머리 속에는 여전히 그 생각을 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남자들이란......’

카린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에밀을 자리에서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에밀은 탁자에 쾅하며 머리를 찧었다. 깜짝 놀라 탁자를 내려다보니 어느새 에밀은 정신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카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에밀에게서 정보를 캐낼 것이 산더미처럼 남아 있었다.

카린은 술에 취해 곯아떨어진 에밀을 내려다보았다.

탁자에 쓰러져 있는 이 남자는 분명 어떻게 하면 이 미소녀를 진탕 취하게 한 뒤, 치마를 벗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겠지만 일자리를 잃고 도시에서 헤매는 농민들을 위해 시장과 맞설 정도로 나름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남자가 한 말이 사실인지는 내일 더 자세히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그럼 이 문제에 대해 조금 더 조사해보도록 할까?”

카린은 에밀의 주머니에서 꺼낸 은화로 계산을 하고 나가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작가의말

제가 대충 계산해보니 이거 완결하려면 레미제라블 2배 분량은 가뿐히 나오겠더군요;;

큰 줄기는 전부 머리 속에 있긴 한데 30대 되기 전까지 완결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로라시아연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설정)등장인물 소개(1) +3 10.09.08 4,523 3 -
공지 (설정)로라시아 대륙 국가들 +6 10.08.18 3,759 2 -
146 로라시아 연대기 - 34.출진(7) +4 14.12.15 1,140 23 8쪽
145 로라시아 연대기 - 34.출진(6) +2 14.11.20 449 8 4쪽
144 로라시아 연대기 - 34.출진(5) +3 14.05.28 413 8 4쪽
143 로라시아 연대기 - 34.출진(4) +2 14.05.22 447 9 4쪽
142 로라시아 연대기 - 34.출진(3) +2 14.05.21 1,107 18 7쪽
141 로라시아 연대기 - 34.출진(2) +3 14.05.19 711 11 6쪽
140 로라시아 연대기 - 34.출진(1) +2 13.09.03 637 13 8쪽
139 로라시아 연대기 - 33.프레이르의 갈등(2) 13.07.20 599 16 16쪽
138 로라시아 연대기 - 33.프레이르의 갈등(1) +1 13.07.18 585 12 6쪽
137 로라시아 연대기 - 아르한 가문 13.07.14 876 18 7쪽
136 로라시아 연대기 - 32.폰터프랙트 요새(4) 13.07.09 641 14 5쪽
135 로라시아 연대기 - 32.폰터프랙트 요새(3) 13.07.06 761 16 12쪽
134 로라시아 연대기 - 32.폰터프랙트 요새(2) 13.07.04 898 14 23쪽
133 로라시아 연대기 - 32.폰터프랙트 요새(1) +1 13.07.03 923 14 9쪽
132 로라시아 연대기 - 사형 13.07.01 841 12 17쪽
131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9) +3 13.06.30 880 13 7쪽
130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8) +1 13.02.03 781 11 8쪽
129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7) +3 13.01.19 731 16 7쪽
128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6) +3 13.01.18 664 14 11쪽
127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5) +2 13.01.13 945 15 8쪽
126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4) +2 13.01.13 638 13 7쪽
125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3) +2 13.01.12 945 11 13쪽
»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2) +2 13.01.11 855 12 8쪽
123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1) +3 13.01.10 907 13 9쪽
122 로라시아 연대기 - 30.아키텐의 공작(5) +4 13.01.09 969 14 7쪽
121 로라시아 연대기 - 30.아키텐의 공작(4) +7 11.11.13 861 18 6쪽
120 로라시아 연대기 - 30.아키텐의 공작(3) +2 11.11.03 841 13 6쪽
119 로라시아 연대기 - 30.아키텐의 공작(2) +4 11.10.28 968 12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