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Stellar 님의 서재입니다.

로라시아연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연재수 :
146 회
조회수 :
272,626
추천수 :
2,587
글자수 :
788,474

작성
13.07.06 11:40
조회
760
추천
16
글자
12쪽

로라시아 연대기 - 32.폰터프랙트 요새(3)

DUMMY

그 전날 알리아에서 진탕 술을 마시고 축제를 즐겼던 프레이르와 순회단 일행은 다음날 점심 때가 되어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날의 추위는 온데간데없었고, 마치 봄처럼 따스해진 햇살에 그들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동물처럼 저절로 눈이 떠졌다. 함께 간단히 점심을 먹은 뒤, 프레이르는 “이런 완벽한 날씨를 일이나 하면서 놓칠 순 없다!”며 사람들을 이끌고 공터로 나갔다. 그리고 그들은 카린이 마법을 시전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프레이르는 사람들과 조금 떨어져 카린의 바로 옆에서 마법을 시전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카린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손에 불꽃을 피어오르게 한 다음 그것을 재빨리 전방을 향해 날렸다. 그러자 불꽃은 불덩어리가 되어 약 30m 정도 앞에 놓인 바위를 강타했다. 속도는 화살처럼 빨랐지만 크기는 화살 정도가 아니었다. 성서에서 말하는 불우박 정도의 크기와 속도를 지닌 불덩어리였다. 그 불우박은 바위의 표면에 주먹만 한 홈을 만들며 새까맣게 탄 자국을 남겼다. 바위였기에 망정이지 만약 그곳에 사람이 서 있었다면 분명 죽음을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오오~~!”

프레이르가 천진난만하게 박수를 쳤다. 이곳저곳에 둘러 앉아 그 광경을 함께 지켜본 아르넷, 루크, 베아트리체, 세자르도 감탄했다.

“한 명의 국가마법사는 일개 포병대 수준의 화력으로 간주한다더니...... 과연 무시무시하군요.”

세자르가 중얼거렸다.

“어떤 국가마법사는 단 일격으로 일개 중대를 땅 속에 묻어버렸다고도 하죠.”

루크 역시 마법사의 경이로운 힘에 전율하며 말했다.

“국가마법사를 괜히 양성하고 있는 게 아니지요.”

“그럼 웬만하면 카린 양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것이 좋겠네요.”

베아트리체가 생긋 웃으며 농담을 했다.

“우리 중에선 아마 최강자일테니까요.”

“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만...... 실전에서는 또 꼭 그렇게 되라는 법도 없습니다.”

루크가 신중하게 말했다.

“마법을 시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요. 대포나 머스킷에 비해 서너 배 이상 시간이 걸리니 그 동안은 완전히 무방비 상태에요. 호위대가 완벽하게 보호해주지 않으면 마법사들은 졸병에게도 학살을 당하게 되죠.”

“그런 고로 카린을 공격하려면 먼저 아르넷을 몸빵으로 세운 다음 카린의 마력이 떨어지면 달려가서 몽둥이로 때려주면 돼요.”

프레이르가 베아트리체에게 말했다.

“물론 아르넷은 통구이가 되겠지만 마법사를 잡는데 그 정도의 희생쯤이야......”

“그렇게 희생이 좋으면 네 놈이 희생을 해라.”

아르넷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나 대신 말이지.”

“쯧쯧. 넌 전략이라는 걸 모르는구나, 아르넷.”

프레이르가 장난스럽게 혀를 찼다.

“내가 네 앞에 서봤자 네 그 산만한 덩치를 모두 가릴 수 없지만 네가 내 앞에 선다면 난 완벽하게 방어가 가능하잖아. 인간 방패의 가치로 놓고 봤을 때 네가 나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프레이르가 말했다.

“그러니 기뻐하시게. 혹시라도 전쟁터에 나갈 일이 있다면 자넬 내 방패로 임명할 테니.”

“임명은 무슨! 그냥 죽으라는 소리잖아!”

“어쨌든 나는 살았으니까 됐잖아.”

“내 목숨은?”

“알 바 아냐.”

프레이르가 악마처럼 미소를 지었다. 아르넷은 프레이르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프레이르와 아르넷이 티격태격하는 것을 보던 카린은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리고 그녀는 마법사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아까보다 규모가 큰 마법을 시전하기 위한 준비였다. 그녀는 하늘을 향해 지팡이를 가리킨 뒤 무언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하늘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회색빛 차가운 겨울 하늘에서 후끈한 열기가 모이고 있었다. 곧 열기는 불덩이를 만들었다. 마치 태양 아래 또 하나의 태양이 만들어지는 것만 같은 광경이었다.

“오오......”

사람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마치 기적과도 같은 광경에 그들은 모두 몸이 찌릿찌릿해졌다. 그 불덩어리는 처음에는 사람의 머리만 했지만 주변의 열기를 끌어 모으며 계속해서 그 몸집을 불려갔다. 불덩어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카린의 얼굴에도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했다. 그녀는 불덩어리가 더 커질 때까지 지상으로 떨어지지 않게 온 마력을 집중했다.

하지만 카린의 마력에도 한계가 있었다. 웬만한 귀족의 마차 정도의 크기까지 커진 불덩어리는 이윽고 수직으로 하강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느릿느릿한 속도였지만 지면에 도달할 즈음엔 이미 가공할 만한 속도가 되어 있었다.


콰콰쾅.


요란한 폭음과 함께 불덩어리가 아까 카린이 맞추었던 바위 위로 떨어졌다. 자욱이 피어오른 먼지와 함께 화산재와 같은 분진들이 겨울바람과 함께 휘날렸다. 사람들은 그 매캐한 연기에 콜록거리며 눈과 입을 가렸다.

이윽고 피어오른 먼지가 조금 가라앉자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그 커다란 바위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기 때문이다. 바위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사람이 허리까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깊은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오오! 멋있다!”

이 괴물 같은 광경을 보고 프레이르가 외친 첫 번째 말이었다.

“드래곤 파이어 같아요!”

프레이르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자 카린은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며 미소를 지었다.

“당신도 해 볼래?”

카린이 프레이르에게 말했다.

“어? 나도 할 수 있어요?”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에인절 가문은 마법사의 피가 약간 흐르니까 될 지도 몰라.”

카린이 말했다. 그러자 프레이르는 신이 나서 카린에게 걸어갔다. 카린은 프레이르에게 지팡이를 넘겼다.

프레이르는 그 지팡이를 받자마자 카린이 지도해 줄 새도 없이 하늘을 향해 지팡이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는 괴상망측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아수라발발타...... 아수라발발타!”

그 주문을 듣던 카린이 그 자리에 자지러졌다. 그러나 프레이르는 시치미를 뚝 떼고 계속해서 주문을 외웠다. 짐짓 무게를 잡으며 프레이르는 하늘에서 불덩어리가 떨어지길 고대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 지팡이 고장 난 거 같은데요?”

프레이르의 능청스런 연기에 카린은 배가 끊어지도록 웃어댔다. 그녀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며 프레이르에게서 지팡이를 빼앗았다. 다른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어리둥절한 얼굴로 프레이르와 카린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윽고 카린이 눈가에서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처음부터 큰 거 노리지 말고 작은 것부터 시도해 봐. 마력을 끌어 모으거나 하는 것부터.”

“쳇. 내 회심의 주문이 먹히지 않다니.”

“푸훗.”

카린이 다시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삼키며 프레이르가 올바르게 지팡이를 잡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프레이르에게 말했다.

“마력의 냄새를 맡는다고 생각해. 그것이 어려우면 마력을 듣는다고 생각해도 되고. 중요한 것은 오감 외에 감각의 통로를 열어두는 거야. 마력의 흐름을 감지하는 거지.”

“무슨 동전 던지기마냥 쉽게 얘기하지만 마력을 느낀다는 게 뭔지 모르겠는데요?”

프레이르가 말했다.

“그야 평생 마력을 느껴본 적 없는데 쉽게 될 리가 없겠지.”

카린이 말했다.

“내가 마력을 움직여볼 테니 눈을 감고 느껴 봐. 그 자리에 똑바로 서고.”

카린의 말에 따라 프레이르는 눈을 감았다. 옆에서 카린이 다시 주문을 외우는 소리가 들렸다. 프레이르는 그 주문에 정신을 집중했다. 갑자기 두 다리에 오한이 들어서 이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곧 프레이르는 실망했다. 단순히 바람이 분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때? 느껴져?”

카린이 물었다.

“아니요. 전혀.”

프레이르가 대답했다.

“아직 마력이 부족한가?”

카린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는 더욱 마력을 끌어 모았다. 프레이르는 모르고 있었지만 이미 그의 주위엔 제법 강력한 마력이 모이고 있었다. 일행, 그 중에서도 프레이르를 중심핵으로 마력은 빙글빙글 돌며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지금은?”카린이 살짝 거칠어진 숨소리를 내며 프레이르에게 물었다. 하지만 프레이르는 고개를 저었다.

“전혀요.”

프레이르의 말에 카린은 오기가 생겼다. 어떻게든 프레이르가 마력을 느끼도록 카린은 수백m 떨어진 곳에서도 마력을 끌어당겼다. 마력의 소용돌이는 어느새 태풍이 되어 있었다. 마력의 태풍이 프레이르를 에워싸고 있었다. 자칫 마력이 폭주한다면 그 중심에 있는 카린과 프레이르가 짜부러질 정도의 위력이었다. 그러나 태풍의 눈에 위치했으면서도 프레이르는 여전히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허어억!”

주변에서 그 두 사람을 보고 있던 아르넷이 갑자기 경기를 일으켰다. 루크와 베아트리체, 세자르도 무언가 심상치 않은 느낌에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프레이르와 카린에게서 떨어져 있던 그들도 마력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맹수와 홀로 마주한 것과 같은 감각을 느꼈다. 생각이 멎고 몸을 옴짝달싹도 할 수 없었다. 자칫 잘못 움직였다간 온 몸이 산산조각이 날 것만 같았다.

특히 아르넷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하얗게 질린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보통 남자보다는 여자가 마력에 더 잘 반응하는 법이건만 의외로 여성성과는 가장 거리가 멀어보이는 아르넷이 마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그는 완전히 공포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당장이라도 이 무시무시한 마력이 자신을 가루로 만들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러나 프레이르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어때?”

카린이 식은땀을 흘리며 프레이르에게 물었다.

“이젠 좀 느껴져?”

“오! 뭔가 느껴져요!”

프레이르가 말했다. 그 말에 마력을 통제하느라 끙끙대던 카린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래? 어떤 느낌이야?”

카린의 말에 프레이르는 코를 킁킁거렸다.

“냄새가 나요. 뭔가 지독한 냄새......”

프레이르가 얼굴을 찌푸렸다.

“원래 마력이란 게 이렇게 기분 나쁜 거예요?”

프레이르의 말에 카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그렇지 않아.”

카린이 말했다.

“확실해요? 그렇지만 냄새가 나는데?”

“그래. 확실해. 그건 마력이 아니야.”

카린이 체념하며 말했다. 그녀는 손을 내려 소용돌이 치고 있던 마력을 멈추었다.

“왜냐면 그건 아르넷이 오줌 지린 냄새니까.”

프레이르는 눈을 떠 아르넷을 바라보았다. 주변의 사람들도 아르넷에게로 눈을 돌렸다. 자리에 쓰러져 벌벌 떨고 있던 아르넷은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눈을 향했다. 그의 바지 사이로 물기 어린 자국이 마치 백지 위에 찍힌 도장처럼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아......”

일행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아르넷은 부끄러움으로 당장이라도 죽어버리고 싶다는 표정이었다. 마력 때문에 오줌을 지리다니...... 죽는 순간까지 잊지 못할 굴욕이었다.

모두가 아르넷의 딱한 처지를 동정하여 지면에 뚝뚝 떨어지는 물기를 모른 척 해주려 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프레이르가 웃음을 터뜨렸다.

“와하하! 오줌싸개! 오줌싸개다!”

프레이르는 깔깔거리며 아르넷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가 외쳤다.

“여러분! 이것 좀 보세요! 여기 나잇살 먹은 오줌싸개가 있어요!”

프레이르는 숨이 끊어질 듯 웃어대며 아르넷을 놀려댔다. 아르넷은 당장이라도 죽일 듯한 얼굴로 프레이르를 바라보았다.

“악마다......”

루크가 중얼거렸다.

“진짜 악마가 여기 있어......”

동정심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어 보이는 프레이르를 보며 그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는 아르넷을 위해 시종에게 갈아입을 옷을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로라시아연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설정)등장인물 소개(1) +3 10.09.08 4,522 3 -
공지 (설정)로라시아 대륙 국가들 +6 10.08.18 3,759 2 -
146 로라시아 연대기 - 34.출진(7) +4 14.12.15 1,140 23 8쪽
145 로라시아 연대기 - 34.출진(6) +2 14.11.20 448 8 4쪽
144 로라시아 연대기 - 34.출진(5) +3 14.05.28 413 8 4쪽
143 로라시아 연대기 - 34.출진(4) +2 14.05.22 446 9 4쪽
142 로라시아 연대기 - 34.출진(3) +2 14.05.21 1,106 18 7쪽
141 로라시아 연대기 - 34.출진(2) +3 14.05.19 711 11 6쪽
140 로라시아 연대기 - 34.출진(1) +2 13.09.03 637 13 8쪽
139 로라시아 연대기 - 33.프레이르의 갈등(2) 13.07.20 598 16 16쪽
138 로라시아 연대기 - 33.프레이르의 갈등(1) +1 13.07.18 585 12 6쪽
137 로라시아 연대기 - 아르한 가문 13.07.14 876 18 7쪽
136 로라시아 연대기 - 32.폰터프랙트 요새(4) 13.07.09 640 14 5쪽
» 로라시아 연대기 - 32.폰터프랙트 요새(3) 13.07.06 761 16 12쪽
134 로라시아 연대기 - 32.폰터프랙트 요새(2) 13.07.04 897 14 23쪽
133 로라시아 연대기 - 32.폰터프랙트 요새(1) +1 13.07.03 923 14 9쪽
132 로라시아 연대기 - 사형 13.07.01 841 12 17쪽
131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9) +3 13.06.30 880 13 7쪽
130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8) +1 13.02.03 781 11 8쪽
129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7) +3 13.01.19 731 16 7쪽
128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6) +3 13.01.18 663 14 11쪽
127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5) +2 13.01.13 944 15 8쪽
126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4) +2 13.01.13 637 13 7쪽
125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3) +2 13.01.12 944 11 13쪽
124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2) +2 13.01.11 854 12 8쪽
123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1) +3 13.01.10 906 13 9쪽
122 로라시아 연대기 - 30.아키텐의 공작(5) +4 13.01.09 969 14 7쪽
121 로라시아 연대기 - 30.아키텐의 공작(4) +7 11.11.13 860 18 6쪽
120 로라시아 연대기 - 30.아키텐의 공작(3) +2 11.11.03 840 13 6쪽
119 로라시아 연대기 - 30.아키텐의 공작(2) +4 11.10.28 967 12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