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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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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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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88,474

작성
13.06.30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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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9)

DUMMY

“아......”

프레이르는 겨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에버딘은 항상 기행기나 탐사기 같은 책들을 탐독해 왔다. 이 소심한 아가씨는 언제나 바깥세상을 동경하면서 모험에 관한 이야기들을 좋아했다. 마치 새장에 갇힌 새가 하늘을 향해 끊임없이 지저귀는 것처럼.

“의외로 성공할 지도 모르겠군요.”

세자르가 에버딘에게 말했다.

“우리 알타미라 가문도 담배 같은 값나가는 작물은 재배를 시도해봤지만 옥수수나 감자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에버딘 아가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충분히 재배해볼만한 가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레인가드에서 처음으로 시도해보는 셈이니까요. 성공한다면 아키텐 지역의 농민들을 먹여 살릴 수도 있을 겁니다.”

“글쎄. 말처럼 쉽진 않을 거야.”

루크의 반론이었다.

“감자와 옥수수, 토마토가 담배나 커피에 비해 값싼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로라시아 대륙에선 같은 무게의 통밀에 비해 고가란 말이지. 신대륙과 교역이 가장 활발한 에우로텐이 그걸 몰랐을 리 없으니 에우로텐도 재배를 시도했을 텐데 아직까지 에우로텐에서 재배한 감자가 수확되었다는 얘기는 못 들었어. 즉 애초에 그 작물들은 로라시아 대륙에 적합하지 않단 뜻이지.”

“그야 에우로텐 인들은 개구리 뒷다리나 요리해 먹는 야만인이니까 그런 거 아냐? 구운 감자는 개구리 뒷다리로 찍어 먹기엔 너무 무겁잖아.”

프레이르가 에우로텐을 비하하며 농담을 던졌다. 에우로텐 출신인 카린이 있었다면 무언가 볼멘 소리를 했겠지만 레인가드 사람들은 다들 에우로텐 사람들이 개구리를 먹는 것을 혐오스럽게 여겼다. 그 때문에 방 안에 있는 사람들 사이로 작게 웃음이 번져 나갔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프레이르에게 한껏 구박만 받았던 아르넷이 프레이르에게 물었다.

“개구리 뒷다리 좋아하는 에우로텐 농담은 그만 두고. 정말 카스티야 양의 말대로 할 거야?”

아르넷의 말에 에버딘이 다시 움찔했다. 동시에 프레이르의 푸른 눈과 에버딘의 연갈색 눈이 서로 마주쳤다. 프레이르는 어깨를 으쓱했다.

“성공할지 안 할지는 모르겠지만 해 볼 만한 가치는 있는 것 같아.”

프레이르가 짐짓 유쾌하게 말했다.

“어차피 밑져야 본전이니까.”

프레이르의 말에 에버딘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그녀는 콩닥거리는 가슴을 억누르기 위해 애써야 했으나 모두들 프레이르에게 정신이 집중되어 그녀의 이런 반응을 알아채지 못했다.

“이제 곧 겨울이야. 내년 봄이 될 때까지 어차피 우린 이곳 아키텐 지역에 묶여 있어야 돼. 그 시간 동안 이런 저런 시도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프레이르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지금은 11월이고, 레인가드의 겨울은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우기이기도 했다. 적어도 내년 2월까지는 이곳 아키텐에 머물러 있어야 했으니 프레이르는 에버딘의 말대로 신대륙 작물 경작을 시도해 볼 생각이었다.

“알베로.”

“네, 전하.”

“여기 둔전이 있는 아르 강 지류 구역을 맡길게요. 시험 삼아 신대륙 작물들을 재배하도록 관리를 해줘요. 에버딘과 함께.”

“저, 저도요?”

에버딘이 화들짝 놀랐다.

“그래. 네 제안이니까 너도 알베로와 함께 관리해.”

프레이르의 말에 베아트리체가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카스티야 가문은 프레이르 전하의 가신이 아닌데요?”

그녀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베아트리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데 영지를 떼어주시겠다는 거예요?”

베아트리체는 말을 툭 던지는 순간 자기의 말이 알베로와 에버딘의 심기를 거슬렀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재빨리 변명했다.

“오해하지 마세요, 두 분. 카스티야 가문을 방해하려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궁금해서 그래요. 보통 영주라는 사람들은 자기 가신에게조차 땅 나눠주는 걸 질색하는 구두쇠들이잖아요.”

“알타미라 후작님이 갖고 있는 그런 좋은 땅이라면 가신이 아니라 자식에게도 나눠주기 아깝겠죠. 하지만 여기 이 아키텐은......”

프레이르가 고개를 까딱하며 창 밖을 가리켰다. 창밖으로 난민촌 곳곳에서 피어오른 검은 연기가 먹구름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돌무더기와 난민뿐이니 인심 쓰는 척하면서 마음껏 뭉텅뭉텅 잘라줄 수 있죠. 즉 전 인심 쓰는 척하면서 사실은 두 사람을 열심히 부려먹는 거예요.”

“어머, 악질 노예 상인 같은 얘길 하시네요. 결국 이 아름다운 두 분을 속이신다는 거죠?”

“아름답다고 해서 속이지 말아야 하는 법이 있다면 여기 있는 아르넷은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남자겠네요. 얼굴도 떨어지는데 모든 사람에게 속아 넘어가야 한다니.”

“얘기 다 들리거든, 이 자식아!”

아르넷이 소리치자 프레이르가 킬킬거리며 웃었다.

“뭐, 아르넷이야 딱히 그런 법이 없더라도 언제나 속는 쪽이지만 말이죠.”

프레이르는 이렇게 적당히 베아트리체의 지적을 농담으로 받아넘기며 대화를 얼버무렸다. 사실 베아트리체의 지적은 일리가 있었다. 그녀의 말대로 알베로의 프레이르의 비서관일 뿐, 직속 가신은 아니었는데 그에게 영지를 맡기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프레이르는 나름의 꿍꿍이가 있었기 때문에 이 결정을 밀어붙이기로 했다.

다만 문제는 에버딘이었다.

“저, 전하.”

에버딘이 더듬거렸다.

“저는... 그... 이런 것은 잘 몰라서요...... 전하에게 폐를 끼칠까 봐......”

그녀가 말꼬리를 흐렸다. 하지만 프레이르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걱정 마. 알베로도 있잖아.”

“그, 그래도......”

에버딘은 자신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프레이르는 에버딘에게 말했다.

“자기가 한 말은 자기가 책임 져야겠지?”

짐짓 엄숙한 어조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프레이르는 눈가에 가득 웃음기를 담아 눈을 찡긋해보였다. 그 모습에 에버딘은 사양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그럼 그렇게 결정하죠.”

프레이르가 탁하고 탁자를 튕겼다.

“알베로와 에버딘이 아키텐 서부에서 신대륙의 작물을 길러보는 걸로요.”

프레이르는 여기까지 말한 뒤 무거운 주제를 털어버리듯 두 손을 탁탁 털었다.

“자, 그럼 다시 티타임이나 즐겨볼까요?”

그는 미소를 지으며 방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건배하듯 찻잔을 들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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