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Stellar 님의 서재입니다.

로라시아연대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연재수 :
146 회
조회수 :
272,627
추천수 :
2,587
글자수 :
788,474

작성
11.11.03 03:58
조회
840
추천
13
글자
6쪽

로라시아 연대기 - 30.아키텐의 공작(3)

DUMMY

알베로가 가져온 서류뭉치는 식후에 머리운동 삼아 볼 만한 것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결재를 요구하는 알베로 덕분에 프레이르는 그날 밤 기진맥진한 상태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프레이르는 밤 사이에 또다시 일거리를 만들어 온 알베로를 쫓아 보낸 뒤 친구들과 함께 아침을 먹기 위해 식탁에 앉았다.

“눈가의 그 다크서클은 뭐냐?”

아르넷이 프레이르의 피곤에 쪄든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비웃음 90%와 걱정으로 가장한 승리감 10%가 섞여 있는 그런 질문이었다.

“새로 나온 화장법이냐?”

“알베로가 한 짓이야......”

프레이르는 힘없이 말하며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서 그런지 목이 칼칼했기 때문이었다.

“어젯밤에 결재서류 수백 장을 나한테 주면서 빨리 도장 찍으라고 협박을 했거든.”

프레이르의 농담 섞인 진담에 베아트리체와 루크, 그리고 세자르가 딱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아르넷은 고소해서 견딜 수 없다는 듯 싱글벙글하며 프레이르에게 죽을 떠주었다.)

“내가 만약 과로사한다면 그건 알베로 때문일 거야.”

프레이르가 아르넷이 넘겨준 포리지죽을 떠먹으며 말했다.

“이대로 가다간 나중에 내 무덤까지 찾아와 비석 앞에 서류 뭉치를 갖다 놓으면서 결재를 요구할 기세야. 묘비에는 '과로사로 프레이르 여기 묻히다. 알베로 네 이놈'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겠지.”

“알베로 경이 확실히 일 중독자긴 하지.”

프레이르 옆에서 루크가 말했다.

“난 알베로 경이 지금까지 느긋하게 쉬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루크가 말에 그 옆에 앉아 있던 베아트리체가 키득거렸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에버딘에게 말을 걸었다.

“카스티야 백작님의 달력에는 일주일이 월화수목금금금으로 되어 있다던데 그 소문이 사실인가요, 카스티야 양?”

베아트리체의 농담에 에버딘은 당황하여 말을 더듬었다.

“그,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요......”

“엄밀히 말하자면 금금금금금금금이죠.”

프레이르가 베아트리체와 에버딘의 대화 사이에 끼며 말했다.

“저로 하여금 ‘오늘만 끝나면 내일은 휴식이겠지.’라는 희망을 갖게 하지만 다음날이 되면 그것이 헛된 희망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만들어주니까요.”

프레이르의 대답에 베아트리체는 까르르 웃어댔다. 다른 사람들도 프레이르의 농담에 웃었다. 하지만 에버딘은 자신의 오빠가 농담거리가 되자 얼굴을 붉히며 창피해했다.

“알베로는 정말 능력으로는 따라올 사람이 없는데 저를 너무 부려먹어요.”

프레이르가 베아트리체에게 다시 말했다.

“뭔가 알베로를 조금 쉬게 만들 수 있는 좋은 방법 없을까요?”

“직접 말하지 그래.”

아르넷이 닭다리를 씹어 먹으며 프레이르에게 말했다. 그러자 베아트리체가 웃으며 말했다.

“어머, 레드포드 남작님. 알베로 님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몰라주시네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저어보였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을 주목하고 있는 일동에게 말했다.

“알베로 경은 지금 질투를 하고 있는 거예요.”

베아트리체가 말했다.

“요즘 전하께서 자기보다 카린 양을 너무 총애하니까 질투심이 들어서 더 분발하는 것뿐이에요. 그런데 그런 알베로 님에게 전하께서 ‘조금 쉬도록 하세요, 알베로 경.’이라고 말하면 알베로 경의 기분이 어떻겠어요?”

베아트리체의 설명에 사람들은 ‘아’하며 납득한 표정을 지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질투라기보다는 카린의 견제에 대한 위기감이겠지만 프레이르 역시 베아트리체의 지적이 핵심을 꿰뚫고 있다고 판단했다. 알베로는 이번에 자신 대신 카린을 아키텐 지방에 파견한 것에 대해 불편한 눈치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알베로를 달래다간 제가 말라버릴 판인데요.”

프레이르가 축 늘어진 표정으로 베아트리체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러자 베아트리체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에버딘 양에게 부탁하는 게 어때요?”

베아트리체가 짖궂게 웃어보였다.

“에버딘 양이 알베로 경에게 좀 쉬라고 부탁하는 게 어때요? 알베로 경은 에버딘 양의 말은 뭐든지 다 들어주잖아요.”

베아트리체의 제안에 프레이르의 눈이 반짝하고 빛났다.

“에버딘! 제발 부탁이야! 나 좀 살려줘!”

프레이르가 에버딘 쪽을 돌아보며 외쳤다.

“네? 네에???”

에버딘이 당황하여 허둥댔다. 그런 에버딘에게 프레이르는 될 수 있는 한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알베로를 막을 수 있는 건 너뿐이야. 제발 나 좀 살려줘.”

프레이르가 에버딘에게 기도하는 것처럼 두 손을 모으며 간절히 말했다. 프레이르의 다급한 표정과 ‘너뿐이야’라는 한 마디에 에버딘은 자신도 모르게 ‘네.’라고 대답해버렸다. 자신도 모르게 대답이 튀어나오자 에버딘은 당황하고 말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전하께서 말씀하신다면......”

에버딘이 얼굴을 붉히며 다시 한 번 말했다.

“와! 정말 사랑해, 에버딘! 넌 내 생명의 은인이야.”

에버딘의 대답에 프레이르는 뛸 듯이 기뻐하며 철없는 아이처럼 박수를 쳤다. 그 모습에 에버딘은 쑥스러움에 몸 둘 바를 몰라하면서도 프레이르가 행복해하는 모습에 자신도 기쁜 모양인지 연신 자기 손을 만지작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로라시아연대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설정)등장인물 소개(1) +3 10.09.08 4,522 3 -
공지 (설정)로라시아 대륙 국가들 +6 10.08.18 3,759 2 -
146 로라시아 연대기 - 34.출진(7) +4 14.12.15 1,140 23 8쪽
145 로라시아 연대기 - 34.출진(6) +2 14.11.20 448 8 4쪽
144 로라시아 연대기 - 34.출진(5) +3 14.05.28 413 8 4쪽
143 로라시아 연대기 - 34.출진(4) +2 14.05.22 446 9 4쪽
142 로라시아 연대기 - 34.출진(3) +2 14.05.21 1,106 18 7쪽
141 로라시아 연대기 - 34.출진(2) +3 14.05.19 711 11 6쪽
140 로라시아 연대기 - 34.출진(1) +2 13.09.03 637 13 8쪽
139 로라시아 연대기 - 33.프레이르의 갈등(2) 13.07.20 598 16 16쪽
138 로라시아 연대기 - 33.프레이르의 갈등(1) +1 13.07.18 585 12 6쪽
137 로라시아 연대기 - 아르한 가문 13.07.14 876 18 7쪽
136 로라시아 연대기 - 32.폰터프랙트 요새(4) 13.07.09 640 14 5쪽
135 로라시아 연대기 - 32.폰터프랙트 요새(3) 13.07.06 761 16 12쪽
134 로라시아 연대기 - 32.폰터프랙트 요새(2) 13.07.04 897 14 23쪽
133 로라시아 연대기 - 32.폰터프랙트 요새(1) +1 13.07.03 923 14 9쪽
132 로라시아 연대기 - 사형 13.07.01 841 12 17쪽
131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9) +3 13.06.30 880 13 7쪽
130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8) +1 13.02.03 781 11 8쪽
129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7) +3 13.01.19 731 16 7쪽
128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6) +3 13.01.18 663 14 11쪽
127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5) +2 13.01.13 944 15 8쪽
126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4) +2 13.01.13 637 13 7쪽
125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3) +2 13.01.12 944 11 13쪽
124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2) +2 13.01.11 854 12 8쪽
123 로라시아 연대기 - 31.카린의 조사(1) +3 13.01.10 906 13 9쪽
122 로라시아 연대기 - 30.아키텐의 공작(5) +4 13.01.09 969 14 7쪽
121 로라시아 연대기 - 30.아키텐의 공작(4) +7 11.11.13 860 18 6쪽
» 로라시아 연대기 - 30.아키텐의 공작(3) +2 11.11.03 841 13 6쪽
119 로라시아 연대기 - 30.아키텐의 공작(2) +4 11.10.28 967 12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