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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님의 서재입니다.

로라시아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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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r
작품등록일 :
2011.11.13 22:52
최근연재일 :
2014.12.15 00:3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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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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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88,474

작성
11.10.28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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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로라시아 연대기 - 30.아키텐의 공작(2)

DUMMY

카린을 자신보다 앞서 아키텐 지방으로 보낸 뒤 프레이르와 그 일행은 오늘의 목적지인 레트 시에 도착하여 짐을 풀었다. 프레이르는 레트 시의 시장이 마련해준 저녁을 먹은 뒤 방에 돌아와 방 안에서 홀트 백작이 작성한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경제력은 동부>북부>서부>중부>남부, 군사력은 동부>남부>북부>중부>서부라고 할 수 있겠군.”

프레이르는 이렇게 말하며 뒷짐을 졌다.

“갈 길이 멀군. 갈 길이 멀어.”

카시네예프에서 출발한 지 이틀째 되는 날 저녁, 프레이르와 1200명의 일행은 북부 지역과 중부 지역의 경계를 이루는 피리브 강가에 도착했다. 엘브 강의 지류인 피리브 강은 북부와 중부를 가르는 경계선이자 중부 지역의 철광석이 선박으로 옮겨져 카시네예프, 아라스와 같은 북부의 대도시로 실려 가는 물길이기도 했다. 프레이르와 일행이 오늘 하루 묵을 곳은 이 피리브 강가에 세워진 활기찬 포구도시 레트였다.

인구 15만으로서 중부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레트 시는 여행자들과 상인들이 자주 들락거렸기 때문에 숙박 시설이 많은 편이었지만 역시 한꺼번에 1천 명이 넘는 무리가 방문한 적은 없었기 때문에 잠잘 곳이 부족했다. 이번 순시를 대비해서 미리 이곳저곳 숙박 시설을 준비하긴 했지만 프레이르와 샤를이 막판에 참여 인원을 대거 늘리면서 자연히 숙박할 장소도 부족하게 되었다. 결국 프레이르와 귀족들은 이 지역 유지들의 저택에, 평민 졸업생들은 일반 여관에, 그리고 나머지 군인들과 하인들은 간단한 천막을 치고 오늘 밤을 보내게 되었다.

프레이르는 여독을 풀 새도 없이 홀트 백작이 샤를에게 올렸던 보고서 사본을 읽고 있었다. 지방 순시의 총책임자의 입장에서 각 지역의 간단한 개요 정도는 알아둬야겠다는 생각에 오늘도 한창 공부를 하는 중이었다. 왕자라는 직업은 생각보다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사실에 한숨이 나왔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잠깐 바람이라도 쐴까?”

프레이르는 혼자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는 이 저택의 주인이 마련해준 자신의 침실을 빠져나왔다.

총사대원 둘을 붙이고 프레이르는 저택의 바깥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는 어느덧 어둠이 깔린 저택의 정원을 둘러보았다. 이 저택에 딸린 정원은 저택의 주인인 시장이 직접 꾸민 곳이었는데 시장의 취향을 따라 검소하고 아담하게 꾸며져 있었다. 그러면서도 정원에 꽃과 나무를 배치시켜놓은 취향은 상당히 고급스럽고 우아했다. 프레이르는 이 정원 한 가지만을 관찰하고도 이 레트 시의 시장이 검소하고 선정을 베푸는 귀족스러운 인물이라는 것을 꿰뚫어 보았다.

‘이런 인물들은 유능하고 정직하긴 하지만 시민들의 인기는 끌지 못하는 법이지.’

프레이르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중에 적당한 시기에 중앙으로 불러들이던가 해야겠군.’

프레이르는 나중에 알베로를 만나면 이 레트 시의 시장을 인명록에 기록해두라고 말하기로 결심했다. 쓸 만한 인재들의 명단을 작성해 그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아우, 이 놈의 직업병.”

프레이르는 국정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자신의 머리를 탕탕 두드렸다. 잠시 휴식을 취하러 나온 주제에 다시 일을 생각하고 있는 자신을 자책하는 것이었다. 항상 아버지인 샤를을 가리켜 일 중독자라고 말하곤 했는데 이제 보니 자신도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생각한 프레이르는 이제는 정말로 머릿속을 완전히 비운 채 정원 밖으로 나갔다. 그저 마음 편히 산책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런 프레이르의 바람도 헛되이 프레이르가 저택의 문을 나서자마자 이번에는 알베로가 프레이르에게 다가왔다.

“밤공기가 쌀쌀합니다, 전하. 어딜 가시는 겁니까?”

언제 프레이르가 방문을 나서는 걸 알아챘는지 알베로는 불쑥 프레이르의 앞길을 막았다. 이 귀신같은 타이밍에 프레이르는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알베로가 자신의 건강이 걱정되어 이 타이밍에 나타났을리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아...... 잠깐 쉬려고 했더니......”

프레이르는 이렇게 말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그는 체념한 표정으로 알베로에게 손을 내밀었다. 알베로가 그 옆구리에 두툼한 서류 뭉치를 끼워놓고 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송구스럽습니다.”

알베로가 전혀 송구스럽지 않은 덤덤한 표정으로 프레이르에게 서류 뭉치를 넘겼다. 그 두께로 볼 때 결재해야 할 서류만 50건은 되는 것 같았다. 프레이르는 이 모든 서류를 순식간에 검토한 알베로의 능력이 자랑스럽긴 했지만 그 엄청난 속도 때문에 자신의 휴식 시간이 송두리째 날아가는 것은 미처 예상치 못했던 사태였다. 시도 때도 없이 밀려오는 알베로의 결재 서류 때문에 프레이르는 한숨이 나올 지경이었다.

“주군을 이렇게 부려먹어도 되는 거예요?”

프레이르가 알베로에게 장난스럽게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자 알베로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며 프레이르에게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전하께서는 이번 지방 순시의 최고 책임자이신지라......”

사과는 하지만 물러날 이유는 없다는 뜻이었다. 결국 프레이르는 알베로의 고집스런 태도에 산책을 단념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는 알베로와 함께 온갖 서류더미 위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작가의말

자연 연재에서 '신의 주사위' 동시 연재중입니다.

요즘 제법 살만해서 이것저것 손대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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