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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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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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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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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39,628

작성
18.12.30 19:17
조회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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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5쪽

멕시코에서

DUMMY

머리통이 말했다.

"그래서, 결정은 좀 했어요?"

"···잠깐만 기다려라."

한서준이 말했다.


《그러니까··· 누군가가 악마를 소환하려는 것 같아. 흡혈귀의 기억속에 악마 숭배 집단이 나오는 것도 그렇고··· 방금 조사한 걸 보면··· 최근 일어난 집단 실종 사건이 멕시코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더라고.》


권지아가 말했다.

한서준은 돌을 사탕으로 바꿔 머리통의 입에 물려주었다. 머리통은 호들갑을 떨며 사탕을 먹었다.


《거기다 실종이 된 마을이나 지역에서 악마 숭배자들의 표식이 발견됐어. 물론 저 흡혈귀가 알고 있는 표식이 지금까지 달라지지 않았다면 말이야.》


'···하지만, 그게 이유라고 볼 수는 없군.'

한서준이 생각했다.

'악마가 소환되든 말든 나하곤 상관없다. 일그러짐에 대한 단서가 아니면 굳이 데려갈 이유는 없어.'


《맞아. 그렇긴 해. 하지만 생각해 봐. 당신은 죽이지도, 봉인하지도 못하는 저 흡혈귀를 고작 말뚝으로, 그것도 빙의된 채로 봉인한 게 악마야. 그게 세상에 풀려나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일그러짐보다 먼저 말이야.》


'···나보고 영웅 놀이나 하라는 소리냐?'


《난 아직 죽고 싶지 않거든.》


권지아가 말했다.


《거기다 당신도 저 아이···, 서은이가 최대한 보호하려고 하잖아. 악마가 물리적인 공격이 통하는 사멸의 존재라면 다행이겠지만··· 아니라면 지키지 못할걸. 저 흡혈귀만 봐도 어떻게 못하고 있잖아.》


한서준은 석단에 손을 대었다. 석단이 좌우로 늘어나 위로 솟구치더니 거대한 돔이 되어 머리통과 몸통을 뒤덮었다. 그건 구멍이 없었고 두께가 30cm나 되는 단단한 반구였다.

한서준은 손을 떼고 반구를 살펴보았다. 숨구멍도 없었지만 표면에선 흰색 연기가 어른어른하게 배어나 떠올랐다. 연기는 한서준의 무릎 위에 안착했고 하얀 머리카락을 그의 무릎 아래로 늘어뜨렸다.

"뭐예요, 갑자기?"

머리통이 물었지만 한서준은 대답없이 주머니를 뒤져 려를 꺼냈다. 려는 그의 손바닥 위에서 자주빛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머리통을 보았고 한서준을 올려다보았다. 한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려가 머리통을 보고 손을 뻗자 머리통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안개가 돼 반구 위로 이동했다. 려는 몇 번 손을 말아쥐다 머리통을 쳐다보았고 머리통은 숨을 헐떡이며 한서준과 려를 번갈아보았다.

"대체 그 위험한 건 또 뭐예요?"

머리통이 소리쳤다.

"좀 치워요! 그런 흉악한 걸 여태 들고 다닌 거예요? 그건 염소 대가리보다 더 하잖아!"


《···려는 좀 반칙이지.》


권지아가 말했다.


《려는 만질 수만 있다면 모든 걸 분해해서 양분으로 삼는 아이야. ···어떻게 보면 정말 악마보다 더 악마 같은 애라고.》


'그럼 악마도 문제는 없겠군.'

한서준이 생각했다. 그는 려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돌 하나를 사탕으로 바꿔 려에게 건넸다. 사탕은 잿빛 가루가 돼 흩어졌다.

머리통이 비명을 지르며 안개가 돼 반구보다 멀리 떨어진 통로의 석단 위로 올라갔다.


《···려는 진짜··· 규격 외야. 저 흡혈귀가··· 인간 시절에도 못 느꼈던 죽음의 공포를 려한테 처음으로 느꼈어.》


권지아가 말했다.


《악마한테 봉인을 당하던 때조차도 웃으면서 봉인된 흡혈귀였는데 말이지.》


'아무튼··· 이제 문제는 없다.'

한서준은 려를 어깨 위에 올려놓고 고개를 숙인 신부도 뒷덜미를 쳐 기절을 시킨 뒤 담서은과 신부를 양쪽 옆구리에 끼워들었다.

"협박은 아직도 유효한가?"

그는 머리통을 돌아보고 물었다.

"그··· 럼요. 아무리 그게 위험해도··· 일단 닿지만 않으면 문제는 없으니까요."

"그렇군. 하지만 네 몸통은 아직 여기 있다."

한서준이 말했다. 그는 반구를 쳐다보았고 려는 황금빛 동그라미를 떠올렸다. 한서준은 아무런 말도 없는 머리통에게서 등을 돌려 왔던 길로 되돌아갔다.


《려는··· 뭐, 그래. 생각해 보니까 만질 수 없어도 가능하긴 하네.》


권지아가 말했다.


《하지만 이건 알아둬. 저 흡혈귀한테 '누군가'가 개입한 게 정말 맞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저 흡혈귀는 풀려날 거야. 당신이 풀어주고 관계를 맺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당신과 엮인다는 거지. 좋든 싫든. 왜냐하면··· 그게 '누군가'가 당신한테 원하는 일이니까.》


한서준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머리통은 반구 위에 올라 한서준을 쳐다보고 있었고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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