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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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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조회수 :
359,537
추천수 :
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8.12.22 18:08
조회
94
추천
3
글자
5쪽

멕시코에서

DUMMY

멕시코시티의 도로는 사람들과 차로 꽉 막혀 있었다.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었고 전부 한가득 싼 짐들을 머리 위나 등에 짊어지고 있었다. 냉장고나 장농을 달고 있는 차들도 있었다. 사람들은 화단을 짓밟았고 건물을 둘러싸 출입구를 막았다. 나무 위에 올라가 앉아 있는 사람도 있었다. 도시가 아니라 수천 개의 살덩이로 이루어진 군집체 같았다.

"이 근처는 아무래도 이 곳만 멀쩡한 모양이군요."

운전대를 잡고 있던 제이콥이 말했다.

"사람들이 전부 이곳으로 피난을 온 것 같습니다."

"···그럼 진짜 위험한 거 아닌가요?"

멜리사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주변에 있는 마을이나 도시가 전부 좀비들에게 당했다는 소리잖아요."

"듣고보니 그렇··· 네요."

제나가 말했다. 제나는 이마의 문양을 매만지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럼 능력자들이라거나··· 군인, 경찰은 전부 죽었다는 소리겠지요?"

"그렇겠지."

담서은이 말했다. 담서은은 입안의 사탕을 굴리며 팔짱을 끼고 제나를 보았다.

"너무 담아두지 마. 죽었으면 어쩔 수 없어. 네 말이 사실이라면 슬퍼할 시간도 없다고."

"···서니는 듣던 대로 참 냉정하시네요."

제나가 담서은에게 말했다.

"이건 냉정한 게 아니야."

담서은이 말했다.

"그냥 익숙해진 거지. 뭐··· 이제 15살인 애가 익숙해져 봤자 얼마나 익숙해졌나 싶겠지만··· 난 여기에 있던 너희들과는 달리 처음부터 전선만 돌아다녔거든."

담서은은 한서준을 힐끔거리고 다시 제나를 보았다.

"그러다 보니 익숙해진 것뿐이야. 아무리 그래도 저 느려 터진 좀비들보다는 몬스터들이 더 살상력은 높았으니까."


《인간은 적응의 생물이니 말이야.》


권지아가 말했다.

한서준은 담서은의 머리를 쓰다듬고 운전석 앞을 보았다. 도로의 끝은 차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벌써 20분 정도를 기다렸지만 도로는 뚫리지 않은 상태였다. 이대로 몇 시간을 더 기다려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을 게 분명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군. 한서준이 생각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주변의 건물들을 올려다보았다. 모두 높이가 높았고 옥상엔 사람들이 없었다.

"우린 이만 내려서 가겠다."

한서준이 세 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이콥을 비롯한 두 명이 한서준을 쳐다보았다.

"알겠습니다."

제이콥이 말했다. 제이콥은 미소를 지었고 몸을 돌려 한서준에게 악수를 청했다.

"함께 해서 영광이었습니다. 미스터 한."

한서준은 제이콥의 손을 잡고 가볍게 흔들었다.

"나중에 연락해. 같이 밥이나 먹자."

담서은은 두 명의 여성에게 번호를 건네주었고 포옹을 한 뒤 한서준을 따라 차에서 내렸다. 한서준은 창문을 경계로 두 명의 여성과 악수를 했다.

그는 담서은을 안아들었다.

"꽉 잡아라."

그는 자리를 박차고 뛰어올라 단번에 유리창으로 벽을 도배한 건물의 옥상에 올라섰다. 담서은이 짧은 비명을 터뜨렸지만 한서준은 담서은의 머리를 쓰다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건물 사이사이로 보이는 도로와 도보는 사람들로 새까맣게 채워져 있었다.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었고 한서준은 그럴 생각도 없었다. 그는 다시 한 번 담서은에게 경고한 뒤 건물을 뛰어넘어 다음 건물 위로 올라갔다. 그는 계속해서 건물을 뛰어넘었고 멀리 갈색 선으로 보이는 대성당과의 거리를 확확 좁혔다. 그가 머물고 간 자리마다 시커먼 먼지와 굉음이 생겨났다. 한서준은 자신에게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됨을 느꼈지만 무시하고 건물을 뛰어넘었다.

좌우로 갈라지는 바람의 소리가 제법 상쾌했다. 도로를 장악한 경적음이나 사람들의 소음이 모두 바람에 눌어붙어 흘러갔고 잠시지만 주위가 정적에 휩싸여 고요하기까지 했다.

비명을 지르던 담서은도 이젠 아래를 내려다보며 위를 올려다보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담서은은 손을 흔들기까지 했다.

"이거 좋은데? 앞으로 이렇게 안고 다녀도 괜찮지 않아? 속도도 더 올라가잖아."

담서은이 말했다.

"···너만 괜찮다면 문제없다."

"응. 난 괜찮아."

담서은이 말했다.

"이게 더 좋은 거 같아. 굳이 걸어다니면서 시간 낭비할 이유는 없잖아."

"그래. 알겠다."

한서준은 대성당 앞에 착지했다. 먼지와 함께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지만 한서준은 무시하고 담서은을 내려놓은 뒤 정장을 털었다. 그는 담서은과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성당도 길거리와 다를 바가 없었지만 내부는 그나마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있었다. 한서준은 박수를 한 번 쳤다. 굉음이 모든 창문을 흔들었고 시끌시끌하던 성당의 소음을 잠재웠다. 성당 안의 사람들이 한서준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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