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엄밀히 따지면··· 그렇겠지."
"오, 그러면 말이야. 내 능력도 복사할 수 있겠네?"
"···그래."
"와, 어떻게? 그냥 되는 건 아닐 테고··· 뭔가 조건 같은 게 있어?
"그건···."
한서준은 담서은을 돌아보았다.
"···이미 답은 나와 있다. ···잘 생각해 보도록."
"에이, 뭐야, 그게."
담서은이 말했다.
"알려주려면 전부 다. 응? 친절하게 알려줘야 하는 거 아니야? 갑자기 이렇게 끊어 버리는 게 어딨어?"
한서준은 아무런 대답도 없이 오각형 모양 입구 바로 앞, 균등한 돌을 쌓아올려 만든 언덕 위로 올라갔다. 그는 계속해서 사각뿔대 모양의 또다른 석조 건물 위로 올라갔고 팔을 들어 얼굴을 뒤덮은 파란빛을 가린 뒤 외벽에 뚫린 네모난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구멍 안엔 벽에 붙어 있는 파란색 종이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한서준은 종이를 떼 주머니에 넣고 밖으로 나와 계단을 내려갔다. 건물의 내부를 둘러보던 담서은이 한서준을 따라 계단을 밟으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이렇게 빨리 내려갈 거였으면 굳이 올라올 필요가 있었어?"
담서은이 물었다.
"그런 게 있다."
한서준이 담서은을 돌아보며 말했다.
"···아무튼, 이제 그만 가지. ···여기에 남아 있을 이유는 더이상 없으니까."
"그래? 그럼 잠깐만."
담서은이 스마트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담서은은 한서준에게 비어 있는 손을 내밀었고 한서준은 담서은을 안아들고 계단을 내려갔다.
"어. 왔어?"
잠시 후 담서은이 말했다.
"좀비? 어, 맞아. 여기 뭔가 있는데, 아무래도 그게 만드는 것 같거든? 거기 정리되면 여기 와서 뒷처리 좀 해 줄래? 응? 응. 하나는 처리했는데, 여기 엄청 넓더라. 나랑 내 파트너만 돌아다니면 꽤 오래 걸릴 것 같아서 말이야. 응, 응. 여기 무슨 유적지 같은 곳이야. 피라미드 같이 생긴 것도 많고···. ···응? 아, 그래? 잠깐만."
담서은을 스마트폰을 내리고 한서준을 보았다.
"지금 저기도 엄청 빡세다는데. 몇백 마리는 있다는 것 같아. 지원이 어렵데."
"그럼···."
"여긴 싫어도 아저씨랑 내가 정리해야 돼. 조금 걸릴 것 같은데. 괜찮지?"
"그래. 상관없다."
계단에서 내려와 담서은을 땅에 내려놓은 한서준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담서은은 한서준을 돌아보았다. 담서은의 머리 위에 있던 려가 황금색 삼각뿔대를 떠올렸다. 도형은 둘 사이로 내려왔고 빙글빙글 돌며 사방으로 빛을 흩뿌렸다.
담서은은 황금빛으로 물든 한서준을 올려다보았다.
"어떻게 할까? 이대로 그냥 돌아다녀?"
담서은이 물었다.
"날 따라와라."
한서준은 도형을 치운 뒤 왼쪽의 낮은 언덕 위의 직사각형 건물과 나란히 걸었다. 그는 언덕의 모퉁이를 돌아 건물의 앞마당에 들어섰고 등을 보이며 서 있는 시체들과 핏빛 구체를 뜯어보았다.
"이번에도 구경?"
담서은이 물었다.
한서준은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사방이 돌층계인 작은 석단 위의 는지럭대는 핏빛 구체를 향해 발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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