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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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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조회수 :
359,539
추천수 :
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8.12.25 19:32
조회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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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9쪽

멕시코에서

DUMMY

계단은 길지 않았고 공기는 차가웠다. 계단의 끝엔 자물쇠가 걸린 대문과 문 양옆의 벽걸이 횃불이 있었으나 전부 거치대만 남아 있었다. 벽은 축축했고 사람의 두개골이 빽빽하게 도배된 상태였다. 그것들은 서로를 뻥 뚫인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해골이 기본 장식품인 지역은 진짜··· 카타콤밖에 없을 거야.》


권지아가 말했다.

한서준은 물기가 스며든 해골을 손가락으로 쓸어보고 문 앞에 담서은을 내려놓았다. 그는 담서은에게 손전등을 건네주었다.

"여긴··· 뭔가 공기부터 음습하네."

손전등으로 주변을 살펴본 담서은이 말했다.

"무덤이라 그런가?"

"그럴 겁니다. 여긴 말 그대로 지하 무덤이니까요."

램프를 들고 뒤따라온 신부가 말했다. 신부는 전기 램프을 횃불 거치대 위에 올려놓고 녹슨 열쇠를 꺼내들었다.

"···당신들이 왜 여기가 궁금한진 모르겠지만··· 좋습니다. 보여드리지요."

신부는 두 개 중 하나의 문에 열쇠를 꽂아넣었다. 열쇠는 쇳소리를 내며 돌아갔고 작은 진동이 퍼져나왔다. 천장에서부터 먼지가 떨어졌다. 한서준은 담서은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새까만 먼지를 잡아 옆으로 버렸다.

"먼지가 많군."

그가 소리 내어 말했다.

"봉인된 지 벌써 오 년은 넘었습니다."

신부가 온몸으로 문을 밀며 말했다.

"그럴만도 하지요."

문이 낮은 마찰음을 내며 밀렸다. 진동이 다시 벽을 타고 올라갔고 벽에 박힌 해골이 딱딱 소릴 내며 위아래로 흔들렸다. 물기를 머금은 먼지가 떨어졌다. 한서준은 정확히 담서은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먼지만을 잡아 치우고 한 사람은 충분히 지나갈 수 있는 넓이로 열린 문 너머를 보았다.

네 개의 단으로 나눠 판 석벽과 그 안의 널브러진 뼈들이 보였다. 냄새는 퀴퀴했고 공기는 차가웠다. 한서준은 어깨를 움츠리고 몸을 떠는 담서은을 끌어당겨 옆구리에 붙게 한 뒤 신부를 보았다.

"이제 들어가도록 하지."

한서준이 이마를 훔치는 신부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검은색 수단에 묻은 먼지를 털고 전기 램프를 손에 쥔 신부가 앞장 서 걸어갔다.

"차라리 안아 줘."

"그러지."

한서준은 다시 담서은을 안아들고 신부를 뒤따랐다. 안쪽은 벌어진 문 사이로 본 해골과 석단들이 일직선으로 깔려 있었다. 구멍마다 모두 해골이 틀어박혀 있었고 사람의 형태대로 맞춰져 있었지만 어떤 곳은 먼지 쌓인 정강이뼈만 놓여 있기도 했다. 천장은 한서준과 그의 품에 안긴 담서은의 머리가 닿을 정도로 낮았다. 벽은 메말라 황토색 먼지가 껴 있었으며 곳곳에 매달린 횃불 거치대는 먼지로 뒤덮인 상태였다.

전형적인 지하 무덤이군. 한서준이 생각했다.

한서준은 모자를 만들어 담서은의 머리에 씌웠다. 담서은은 미소를 짓고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이제 카타콤에 온 목적을 물어도 되겠습니까?"

신부가 물었다.


《음··· 미안하지만, 그다지 활성화되는 기억은 없어. 진짜 잘못 짚었나 봐.》


'아니, 하나 더 있다.'

"···흡혈귀를 보러 왔다."

한서준이 말했다.

신부는 어깨를 움찔하며 걸음을 멈췄고 길게 숨을 내뱉은 채 한서준을 돌아보았지만 다시 고개를 돌리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 것도 알고 계시는군요. 좋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주의해 주십시오."

신부가 말했다.

"절대 말뚝을 뽑으셔서는 안됩니다. 죽은 게 아니라··· 그저 봉인된 것이니까요."

"명심하지."

한서준이 말했다.

카타콤의 통로는 복잡했다. 일직선의 복도가 끝나자 나타난 사거리를 시작으로 꺾어지는 부분도 많았고 아래나 위로 올라가는 계단도 많아 숙달자나 지도가 없으면 무척 길을 잃기 쉬운 구조였다.


《그래서 실제로 카타콤에서 길을 잃고 죽는 사람이 많아. 여기는··· 대성당에서만 이어지는 곳이라 멋대로 죽은 사람은 별로 없지만··· 아, 방금 그 해골. 사십 년 전에 여기서 길을 잃고 아사한 해골이네.》


그러나 신부는 자신감이 넘쳤고 계속해서 한서준을 안내했다. 신부는 방향을 선택하는 일에 조금의 시간도 낭비하지 않았다. 신부는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오면 그곳에 바로 발을 내딛었고 다섯 층의 계단을 내려가고 나서야 더이상 계단을 밟지 않았다.

신부는 해골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통로에 들어서 걸었다. 통로는 일직선이었고 흙먼지가 쌓여 있었지만 끝은 커다한 원형 홀과 이어져 있었다.

한서준은 달콤한 냄새를 맡았다. 한서준은 냄새가 홀 중앙의 커다란 석단 위에서 흘러나오고 있음을 알아챘지만 신부보다 먼저 나아가진 않았다.

그는 석단 위에 선 십자가 모양 기둥을 보았다. 그런 뒤 그 아래의 하얀 피부를 가진 인간형 생명체를 보았고 십자가 모양 말뚝에 꿰뚫렸음에도 느릿하게 뛰는 심장의 소리를 들었다.

"흡혈귀? 라고 했지?"

담서은이 말했다.

"아직 어린애 같은데."

"겉모습만 저렇게 보일 뿐입니다."

신부가 말했다.

"실제로는 500년 정도 된 흡혈귀지요."

"그래? 신기하네."

담서은은 한서준의 품에서 벗어나 석단 가까이 다가갔다. 신부는 전기 램프를 석단 위에 내려놓았고 담서은은 보다 가까이에서 손전등으로 반듯하게 누운, 하얀 피부에 사방으로 흐트러진 백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를 비췄다.

"···여자애야?"

담서은이 물었다.

"예? 아··· 그건 확실하지 않습니다. 기록상으로는 그렇다고 나오지만··· 소년이라는 기록도 제법 있어서요."

신부가 말했다.

"이곳에 300년 정도 갇혀 있었으니··· 그저 머리카락이 길어진 것일 수도 있지요."


《당신의 천성은 정말이지 어디가지 않는구나.》


권지아가 말했다.


《아무튼··· 활성화된 기억은 없어. 미안.》


'···아니다.'

그는 흡혈귀를 내려다보았다. 흡혈귀는 바지만 입은 채였고 꿰뚫인 가슴팍에선 달콤한 냄새를 풍겼다. 그는 말없이 흡혈귀를 바라보는 신부를 쳐다보다 석단에서 내려왔다.

"이만 가지. 볼일은 끝났다."

그가 말했다.

"응. 뭐 볼 것도 없었네."

담서은은 한서준에게 걸어가 손을 뻗었고 한서준은 담서은을 안아들었다.


《정말이지··· 이젠 기회만 있으면 어리광을 막 부리는구나, 그 아이.》


'받아주라는 건 너였다.'

한서준이 생각했다. 그는 담서은의 허벅지를 팔뚝으로 받쳤고 담서은은 모자를 눌러쓰고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알아. 근데··· 뭔가 질투가 나는걸. 나한텐··· 내가 강제로 조종하기 전까진 해 주지도 않았잖아.》


"그만."

한서준이 소리 내어 말했다. 그는 담서은을 내려놓고 십자가 모양 말뚝을 붙잡은 신부를 돌아보았다.

"···네가 한 말을 너 스스로가 부정할 생각인가?"

그가 물었다.

"하지만··· 당신은 들리지 않으십니까?"

신부가 한서준에게 말했다.

"아이가 구해달라고 소리를 치고 있잖습니까."

"아니. 전혀 안 들린다."

한서준이 말했다. 그는 말뚝을 흔드는 신부에게 다가가 그의 정수리를 붙잡았다. 신부가 한서준의 팔을 잡았다. 한서준은 신부를 옆으로 내던졌다. 벽에 처박힌 신부가 힘없이 늘어졌다.

한서준은 담서은을 돌아보았다.

"···이건 뭐지? 마법인가?"

그가 소리 내어 물었다.


《글쎄··· 따지자면 매혹··· 아닐까?》


한서준은 말뚝에 손을 가져다대는 담서은을 안아들었다. 담서은은 벗어나려 발버둥을 쳤지만 한서준은 담서은을 놓지 않았다.

"잠깐만, 아저씨. 뭔가 이상하잖아. 왜 이런 어린애를 여기에 가둔 거지?"

담서은이 말했다.

"아저씨는 안 이상해?"

"그래. ···지금 이상한 건 너다."

한서준은 담서은을 벽에 가져다 대었다. 벽이 여러 갈래로 떨어져 나와 담서은을 감싸안았고 그건 쓰러진 신부도 마찬가지였다. 담서은이 몸부림을 쳤지만 몸을 둘러싼 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서준은 석단 위의 흡혈귀에게 다가갔다.

"여하튼··· 원인은 이것이란 소리군."


《응. 그렇겠지.》


한서준은 흡혈귀의 머리통을 붙잡아 터뜨렸다. 피는 투명했고 사방에 퍼져 있던 달콤한 냄새는 비린내와 뒤섞여 홀을 뒤덮었다.


작가의말

500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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