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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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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조회수 :
359,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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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8.12.21 16:56
조회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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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6쪽

멕시코에서

DUMMY

《이름 없는 세노테Cenote지. 천연의 우물이야.》


권지아가 말했다.

한서준은 지면에 커다랗게 뚫린 구멍을 내려다보았다. 안은 물로 가득차 있었고 벽은 녹아 내린 석회암과 녹색 이끼들로 작지만 아름다운 자연이 형성돼 있었다. 이끼 사이엔 밑으로 내려가는 나선형의 내리막길이 있었다. 한서준은 내리막길의 끝에 뚫린 동굴을 보았다. 동굴은 컸고 깊이만 50m, 넓이가 70m 정도인 천연 우물에 비치는 달빛의 반사광을 받아 은은한 빛을 머금고 있었다.

"안에 있군. ···전부 다."

한서준이 소리 내어 말했다. 그는 세 명을 돌아보았다.

"내 목적지는 여기다. ···너희는 이제 어쩔 거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전 한서준 요원을 따라가고 싶습니다."

제이콥이 말했다. 나머지 두 명도 동의를 표했고 한서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동굴을 보았다.

"그럼 내려가지."

한서준이 먼저 내리막길을 타고 내려가자 그 뒤를 담서은, 제이콥, 제나, 멜리사 순으로 따라붙었다. 손전등으로 각자 발밑을 비추었기에 그들은 미끄러지지 않고 따라왔다. 한서준은 동굴에 발을 들이기 전 이끼 낀 벽을 한 움큼 떼 돌멩이로 만들었다.

동굴 안의 사람들은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는 그걸 느낄 수 있었고 동굴 앞에 서자마자 날아온 화살 한 대로 확신할 수 있었다.

그는 돌멩이를 날리고 걸음을 계속했다. 화살은 더이상 날아오지 않았고 동굴 안에선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때 동굴을 뒤흔드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한서준은 오른쪽 어깨에 틀어박힌 납덩이를 검지와 엄지로 쥐고 검지를 밀어올려 납덩이를 튕겼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동굴 안쪽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한서준은 네 명을 자신의 뒤에 일렬로 서게 했다. 굉음이 다발적으로 동굴을 흔들었고 한서준은 몸 곳곳에 박힌 납덩이를 떼 동굴 안으로 집어던졌다.

비명과 화약 냄새, 피비린내가 동시에 풍겨왔다.

동굴 안에선 아직 적의를 불태우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총을 들이밀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지. 하고 한서준은 생각했다.

"총이야?"

담서은이 물었다.

"그래. ···위험하니 나오지 마라."

그는 담서은의 머리를 쓰다듬고 동굴 안쪽으로 돌을 날렸다.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잿빛 가루가 날아오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죽지 않게끔 그들의 다리나 팔만 꿰뚫고 남은 납덩이는 벽 속에 박아 넣은 탓이었다.

더이상 총성은 울리지 않았다. 비명과 신음은 계속해서 이어졌지만 동굴 안에선 아무런 공격도 날아오지 않았다.

횃불이 켜지고 동굴 곳곳에 숨어 있던 사람들이 한쪽 팔을 들고 나타났다. 그들의 나머지 한쪽 팔은 축 늘어져 피를 흘리고 있었고 두 팔을 머리 위에 올린 사람들은 피범벅이 된 다리로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그들은 무어라 떠들었지만 영어가 아니었기에 한서준은 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스페인어로군. 그가 생각했다.


《항복한데.》


권지아가 말했다. 한서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이들은 모두 까맣게 탄 피부를 하고 있었다. 옷은 군데군데가 더럽거나 갈기갈기 찢어진 상태였고 온몸엔 자잘한 생채기가 가득했다. 이들은 한서준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살아 있는 사람들이네."

담서은이 말했다. 담서은은 한서준의 뒤에서 머리를 내밀고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한서준은 일행을 돌아보았다.

"스페인어가 가능한 사람. 혹시 있나?"

"아마··· 저희 셋 다 가능할 겁니다."

제이콥이 말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멕시코에서만 4개월은 살았으니까요."

제나와 멜리사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번역을 좀 부탁하지."

한서준은 다시 사람들을 쳐다보고 종이를 꺼내들었다.

"수장은 누구지?"

그가 말하자 제이콥이 스페인어로 사람들에게 되물었다.

볼트액션 소총과 활, 창과 방패를 짊어진 사람들 사이에서 백발의 노인이 걸어나왔다. 한서준은 온갖 장식물로 몸을 치장한 노인에게 종이를 건네주었다. 노인은 한서준을 쳐다보다 사람들에게 손짓해 횃불을 가져오게 한 다음 종이를 훑어보았다.

"···무엇을 원하지?"

잠시 후 노인이 한서준에게 물었다. 영어였고 발음은 거셌지만 한서준은 노인의 말을 쉽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한서준은 제이콥을 물러나게 한 후 노인을 천천히 뜯어보았다. 곳곳에 뜬 횃불은 동굴의 벽에 새카만 벽화를 만들어 내었고 노인의 주름진 얼굴에 짙은 그림자를 새겨 노인을 미라가 된 시체처럼 보이게 했지만 노인의 두 눈은 생기 있게 빛나고 있었다.


《아쉽지만···.》


권지아가 말했다.

한서준은 반쯤 벌렸던 입을 다물었다.


《아는 게 없네. 그냥 저 종이에 써 있는 내용대로··· 성당이랑 오래 전부터 바실리스크 관련 건으로··· 결탁했다는 것밖에 없어. 일그러짐 같은 건 알지도 못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그럼.'


《응. 미안하지만··· 헛걸음 했네. 여긴 아무 가치도 없어.》


"···방해를 했군."

그가 소리 내어 말했다.

노인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살짝 왼쪽으로 움직여 기울었다.

"···그 말은···."

"볼일은 이제 끝났다."

한서준은 노인에게서 종이를 돌려받고 노인을 보았다.

"그만 가지. 실례 했다."

그는 등을 돌렸고 네 명을 데리고 동굴을 나갔다. 뒤에서 사람들이 총을 겨눴지만 노인이 제지하자 사람들은 총구를 내렸다. 노인은 어떠한 말도 하지 않고 사람들을 이끌고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한서준은 내리막길을 거슬러 올랐다. 달빛은 여전히 우물을 비추고 있었고 우물은 녹색 이끼를 빛내고 있었다.

"···뭐야? 끝난 거야?"

담서은이 한서준에게 물었다.

"그래."

"···이렇게 시시하게?"

"의뢰를 더 진행할 상황도 아니니까."

한서준이 말했다. 그는 일행을 돌아보았다.

"이제 멕시코시티로 복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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