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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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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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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39,628

작성
18.12.03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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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일반 퀘스트

DUMMY

"···정말 그거면 돼?"

베니 에거드가 물었다. 담서은은 머리를 긁적이며 베니 에거드의 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

"응. 그러니까 빨리 자르자."

"···그, 그래도···."

"그래도는 무슨. 애초에 멍청한 네가 원인이었으니까 네가 어느 정도는 해결해야 될 거 아냐."

담서은이 말했다.

"그리고, 죽는 것보단 솔직히 손가락 하나 잘리는 게 더 낫지 않아? 게다가 지금은 성녀도 있어서 어쩌면 다시 자랄지도 모르고 말이야."

"그··· 럴까? ···진짜, 난 언제나 이놈의 성격이 문제야."

베니 에거드가 말했다.

"나 스스로도 잘 알고 있으면서 왜 고쳐지지가 않지?"

"그러게 말이다. 그 성격만 아니었으면 제법 쓸만한 전력이었을 텐데 말이지."

담서은은 허리춤에서 단검을 빼 들고 베니 에거드의 손목을 잡았다.

"이 악물어. 꽤 아플 테니까."

"뭐? 아니, 잠깐···. 너, 너무 갑작스러운 거 아냐? 적어도 네 능력이라도 사용해 달라고!"

"능력? 그거 해 봤자 10초 정돈데? 아무리 길어도 30초고. 그래도 해 줘?"

단검의 칼날을 소년의 왼손 새끼 손가락에 가져다댄 담서은이 물었다.

"뭐든 그냥 하는 것보다 낫겠지! 아, 맞다. 그러면 진통제라도 가져와, 진통제. 아니, 아니지. 이럴 거면 차라리 날 마취시켜 줘! 그게 너도 편하고 나도 편하고 서로 좋잖아!"

베니 에거드가 소리쳤다.

"음··· 그럴까?"

"그게 훨씬 낫다니까!"

"그럼··· 그래, 그러자."

담서은이 단검을 치우고 손을 놓자 베니 에거드가 담서은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거대한 바람이 천막으로 가려진 의료실 내부를 휘어 감았다. 두꺼운 천막이 펄럭이고 약품과 기구들이 들썩이며 책상 위의 서류들이 비산했지만 그것들은 곧 떠들리던 모습 그대로 굳어 하나둘씩 아래로 떨어졌다.

"도망갔는데?"

담서은이 보랏빛 눈동자의 소녀에게 말했다.

"상관없다."

의자에 앉아 있던 소녀가 말했다. 동시에 천막이 걷히고 몸을 빳빳하게 편 베니 에거드가 공중에 뜬 채 미끄러져 날아왔다.

"이제 잘라라. 입을 막았으니 비명도 못지르겠지."

소녀가 말했다.

"오, 제법 편하잖아."

담서은은 베니 에거드의 왼쪽 새끼 손가락을 잡아들고 단검으로 절단했다. 베니 에거드의 두 눈이 커지고 몸이 경련을 일으켰지만 담서은은 아무렇지 않게 붕대와 소독약으로 손가락이 잘린 부위를 지혈하고 자른 새끼 손가락을 투명한 유리병 안에 집어넣었다.

"좋아. 그럼 이제 이걸로 된 거야?"

담서은이 소녀에게 물었다.

"그래. 이걸로 이제 나와 저 인간 사이의 빚은 없다."

소녀는 유리병을 주머니 안에 집어넣고 베니 에거드를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베니 에거드가 왼손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지만 담서은과 소녀는 눈길도 주지 않고 천막을 나와 문 앞에 섰다.

"그럼 앞으로 두 시간 후에 대련장으로 나와라. 꽤 재밌는 구경을 시켜주지."

문을 연 소녀가 담서은에게 말했다.


* * *


"먹어라, 한서준."

소녀가 유리병을 내려놓고 말했다.

"···자르긴 잘랐나 보군."

한서준은 유리병의 뚜껑을 열고 피가 흐르는 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

"···난 분명··· 내가 너와 똑같은 체질을 지녔다는 말을 한 적이 없는데."

한서준이 소녀를 보며 말했다.

"그런 건 보면 안다, 한서준. 넌 나와 많이 닮았으니까."

소녀가 말했다. 소녀는 탁자 위에 걸터앉아 탁자의 모서리를 잡고 몸을 지탱하며 한서준을 보았다.

"난 분명 네 능력이 '복사'라 했지. 물론 추측뿐이었지만. 어쨌든, 너의 능력은 지금 보면 확실히 다르다. 너에 비하면 오히려 내가 복사지. 네 능력이야말로 양도다."

"그게···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다, 한서준. 다만 넌 아주··· 그래,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상당히 위압적인 양도야."

소녀가 웃으면서 말했다.

"물론 예전에도 말했다시피 난 그 이상까지는 알지 못해. 어디까지나 너 스스로가 알지 못하면 타인은 절대적으로 알 수 없는 게 바로 능력이란 거니까."

"···결국 아무것도 모른다는 소리군."

"말하자면 그렇겠지. 하지만 기본적인 능력은 나와 똑같을 거다. 그러니··· 어서 먹어라, 한서준."

소녀가 말했다. 소녀는 보랏빛의 동공을 한 차례 축소하고 확장했다.

"그래야 넌 내게 반격이라도 할 수 있을 테니까."

"다른 선택지는··· 아무래도 없는 것 같군."

한서준은 병 안의 손가락을 입에 넣고 천천히 턱을 움직였다. 뼈와 살점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소파에 누워 있던 권지아가 휴대용 게임기의 전원을 끄고 소녀에게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사신 씨. 한서준은 내일 멕시코로 갈 건데, 사신 씨도 따라갈 거야?"

"멕시코?"

소녀가 권지아를 보았다.

"재미난 곳으로 가는군. 혹시 개인적인 용무로 가나?"

소녀가 한서준에게 물었다. 한서준은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혈지화 때문에 가는 모양이군."

소녀가 말했다.

"어라, 그거 알고 있었어?"

권지아가 소녀에게 물었다.

"어떻게 만들어지는진 모른다. 그것까진 관심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혈지화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알고 있지."

소녀는 탁자에서 내려와 권지아가 차지한 소파 앞의 작은 테이블 위에 걸터앉았다.

"뭐라 해도 베스카네치나스띠의 재료 중 하나니까 말이야. 인간의 신체 능력을 증폭시켜주는 꽃이지. 물론 부작용으론 인간성을 잃어 버린다··· 정도고."

"신체 능력 상승이라면··· 확실히, 알약이랑 비슷한데?"

"대신 말했다시피 부작용이 심하다. 그래서··· 그걸 보완하고 부작용을 적게 만든 게 베스카네치나스띠지. ···뭐, 결과는 한서준이 직접 봐서 알 거다."

소녀가 말했다. 한서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탁자 위의 컵을 들어 물을 마셨다.

"그나저나, 어떻지? 바로 쓸 수 있나?"

소녀가 한서준에게 물었다.

"···그래. 아무래도 소화 같은 건 필요 없는 모양이니까."

한서준이 말했다. 한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구겨진 정장의 깃을 폈다.

"좋아. 그럼 먼저 익숙해져라. 이제 90분 조금 남았으니까.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아니, 그럴 필요 없다."

한서준이 말했다.

"바로 시작하지. 굳이 기다려야 될 이유는 없으니까."

"호, 그렇게 자신이 있나?"

"어차피 이번 대결 자체가 너라는 존재를 각인시키기 위해서니까. ···시간을 끌어 봐야 좋을 건 없다."

그는 소녀와 권지아를 지나쳐 문 앞으로 가 문을 열었다. 동시에 한서준의 머리카락이 흔들렸고 오른쪽 복도에서 낮은 비명이 흘러들었다.

"좋아.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나도 거절할 이유는 없지."

소녀는 테이블에서 내려와 한서준보다 앞서 문밖으로 나갔다.

"너도 올 거냐?"

한서준이 권지아에게 물었다.

"나? 음··· 직접 봐도 상관없고 당신 눈으로 봐도 상관없으니까··· 그냥 내가 알아서 할게."

"그래. ···그래도 너무 게임만 하지 마라."

"에이, 우리 아빠랑 똑같은 말 하지 마."

권지아가 말했다.

"모처럼 다리도 고쳤으니까··· 하고 싶은 것은 좀 해야지. ···아, 맞아. 이따가 시간 비워 놔."

권지아는 다시 게임기를 꺼내 들고 고개를 젖혀 한서준을 보았다.

"서은이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당신이랑 데이트를 좀 해야겠거든. 달리 갈 데도 있고 말이야."

"···그래. 알겠다."

한서준은 문을 닫고 복도로 나와 앞서 걸어가는 소녀를 쳐다보다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등을 벽에 기댄 채 팔짱을 끼고 있던 담서은이 한서준을 올려다보았다. 한서준은 담서은의 머리를 토닥이고 말했다.

"국장을 불러라. 대결은 지금 시작하니까."

"응."

담서은이 오른쪽 복도로 걸어갔다. 한서준은 몸을 돌려 왼쪽 복도로 멀어지는 소녀의 뒤를 따라갔다.


* * *


돔 모양의 천장을 가진 원형의 건물 가운데에 마련된 대련장은 인공 잔디로 뒤덮여 있었다. 사방이 관중석이었고 세 개의 출입구 바로 위엔 상황실 겸 통제실이 지어져 있었지만 검은색 정장을 입은 사람들로 빽빽이 들어찬 관중석과는 달리 그 공간엔 아무도 들어가 있지 않았다.

관중석 뒷편엔 여섯 개의 거대한 스포트라이트가 솟아나 있었다. 빛은 꺼져 있었으나 수십 개의 조명 여기저기엔 물크러진 벌레의 시체들이 까맣게 눌어붙어 있었다.

관중석은 떠들석했다. 대부분의 요원들은 서로 내기를 걸거나 먹을 것을 가져와 먹으며 한서준과 소녀를 지켜보았고 몇몇 요원은 관중석 맨 위쪽과 맨 아래쪽에서 뜀박질을 하며 몸을 풀었다.

인공 잔디 한가운데에 서서 발로 잔디를 긁던 한서준이 앞에 선 소녀를 쳐다보았다. 기지개를 편 뒤 어깨를 돌리던 소녀는 한서준과 눈을 마주하자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선공을 해도 좋다, 한서준. 아무래도 시작을 알리는 신호 같은 건 없는 것 같으니까 말이야."

"···그래. 최대한 빨리 끝내도록 하지."

한서준은 소녀에게 주먹을 들어보였다.

"기억하나? 이번에도 딱 한 방이다."

"한 방? 여흥거리로는 너무 짧지 않나?"

"그래.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한서준은 돔 형식의 건물을 쓸어보고 다시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 이상은 이 건물이 못 버틸 거다. 자제해야지. 아무리 그래도··· 건물까지 때려부술 수는 없으니까."

"그렇군."

소녀가 말했다.

"그럼 얼른 와라, 한서준. 정확히 한 방으로 끝내주지. 그렇게 아프지는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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