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한서준은 핏빛 구체를 감싸안고 녹아들어 하나가 돼 가는 시체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들어올렸던 손을 내리고 시시각각 커져 가는 구체를 올려다보았다.
"변신한다, 변신."
담서은이 말했다.
한서준은 담서은의 옆으로 돌아와 서서 팔짱을 끼고 구체를 쳐다보았다.
"왜? 설마··· 뭔가가 변신하면 친절하게 기다려주는 타입이야?"
담서은이 한서준에게 물었다.
"···요즘따라··· 손맛이 없어서 말이다."
한서준이 말했다.
"커지면 조금은 더··· 견뎌내겠지."
"···이유가 참신하네. 더 쎄지길 원하는 건 처음 봐."
시체들을 흡수해 건물보다 커진 구체가 문드러졌다. 구체는 구부러진 네 개의 다리를 사방으로 뻗어 몸을 지탱했고 세로로 찢어진 거대한 입을 몸통의 한가운데에 만들어 냈다. 구체는 그 주위로 두 개의 관절을 가진 여덟 개의 팔을 내뻗어 나무와 돌기둥을 뽑아들었다.
한서준은 연분홍빛으로 빛나는 괴물체를 훑어보다 머리가 된 구체에 생겨난 커다란 눈알을 쳐다보았다. 그는 걸음을 옮겼다. 괴물체에게서 떨어진 핏물이 곳곳의 바닥을 적셨다. 괴물체의 눈알은 한서준에게 따라붙었고 한서준은 오른손의 손가락을 두 마디까지 구부렸다. 그는 무릎이 자신의 정수리 위에 위치한 괴물체의 다리를 오른손으로 훑었다. 동시에 나무와 돌기둥이 한서준을 깔아뭉갰다.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피어 올랐다. 거대한 다리 하나가 먼지를 뚫고 날아가 직사각형 석조 건물에 처박혔고 한서준은 머리 위의 돌조각과 나무 조각을 털어 낸 뒤 뒷걸음질을 치는 괴물체에게 다가갔다.
"근데··· 뭐···, 그래. 결국 상대는 안 되는구나."
담서은이 말했다.
한서준은 중심을 잃고 넘어진 괴물체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 괴물체의 몸통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괴물체는 바람 소리를 내며 쪼그라들었고 사방으로 피를 흩뿌렸다.
한서준은 가루로 변해 달라붙는 괴물체의 몸통에서 다리를 뜯어 담서은에게 던졌다. 날아간 다리에서 흘러나온 피는 잔디를 일직선으로 물들였고 다리는 담서은에게 닿기 직전 잿빛 가루가 돼 담서은을 감싸안았다.
"으··· 이거 느낌이 이상해."
담서은이 말했다. 담서은은 머리 위의 려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손을 뻗었다. 잿빛 가루가 려를 중심으로 바닥에서부터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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