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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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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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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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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39,628

작성
18.12.20 17:45
조회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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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7쪽

멕시코에서

DUMMY

칸쿤까지 이어지는 도로 위엔 방해자가 없었다. 한서준과 제이콥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비스듬히 앉아 쪽잠을 잤고 칸쿤에 도착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잠에서 깼다.

달은 중천에 떠 있었다. 주변은 완전히 어둠에 삼켜져 있었다. 칸쿤의 도시도 빛 한 점 떠 있지 않아 어두웠고 간간이 파도 소리가 들리는 것 말고는 그 어떤 인공적인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도시는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한서준은 차에서 내려 주머니에 넣어둔 돌을 꺼내들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체들이 많군. 그가 생각했다.

대부분 어둠 속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지만 한서준은 그들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한서준은 네 명을 불러 칸쿤의 상황을 짧게 설명했다.

"···이쯤되면 멕시코 시티는 괜찮은가 모르겠네."

담서은이 말했다.

"미국은··· 뭐, 국장님도 있고 하니까 걱정은 없는데··· 이 정도면 멕시코는 그냥 좀비 나라 아냐?"

"그러니 얼른 일은 마무리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이콥이 말했다. 제이콥은 한서준을 보았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합니까?"

"···외곽 지역에 마을이 하나 있을 거다. 그곳이 목적지다. ···멀쩡하다면 좋겠지만···."


《멀쩡하겠지.》


권지아가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

한서준은 짧게 생각하고 네 명을 훑어보았다.

"간다. 걸어서 이동하지."

그가 등을 돌리며 말했다.


* * *


한서준은 바닷가를 돌아 도시 외곽의 작은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의 뒤를 네 명이 바짝 따라 붙었고 한서준은 이따금씩 돌을 튕기며 걸음을 계속했다.

숲속의 어둠은 바깥과 달랐다. 바다와 달빛의 반사광이 눈을 부시게 했던 해변가와는 달리 숲은 달빛조차 머물러 있지 않았다. 지형도 험난했다. 한서준을 제외한 네 명은 나무 뿌리에 발을 걸려 넘어지기 일쑤였고 그럴 때마다 퍼지는 소음에 한서준은 손가락을 튕겨 돌을 날려야 했다.

한서준은 손전등을 만들어 네 명에게 건네주었다.

"빨리 좀 주지."

담서은이 손전등을 켜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서준은 돌을 튕겨 담서은의 옆에서 나타난 시체의 머리통을 터뜨리고 담서은을 보았다.

"···저것들이 모여드니까 그런 거다."

잿빛 가루가 나무와 나무 사이를 휘감고 한서준에게 날아갔다. 한서준은 계속해서 돌을 튕기면서 걸었다. 잿빛 가루는 끊이지 않고 이어졌고 그의 손도 멈추지 않고 움직였다. 숲을 꽤 거닐었다란 생각이 들 무렵 좁은 공터에 도착한 한서준이 발을 멈추고 주위를 쓸어보았다. 네 개의 손전등이 비추는 장소마다 시체들이 들이닥쳤지만 한서준은 그 외의 인기척은 느끼지도, 보지도 못했다.

한서준은 사방으로 돌을 뿌려 시체들을 날리고 공터에 자리를 잡았다. 그는 모닥불을 피우고 바닥을 뜯어 돌조각을 챙긴 뒤 주위를 둘러보았다.

"···뭔가 엄청나긴 하네요."

제나가 말했다. 제나는 한서준을 올려다보았다.

"피곤하지도 않으세요?"

"그래."

한서준이 숲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쉴 수 있을 때 쉬어라."


《마야인들이 꼭꼭 숨은 모양이야.》


권지아가 말했다.

한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모닥불을 둘러싼 네 명에게 사탕을 건네주었다.

'그래도 살아는 있는 모양이군.'


《그렇겠지. 신부가 기억하는 대로의 마야인들이라면··· 아, 그렇네. 바실리스크한테 찾아갔을 확률이 높아.》


권지아가 말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건 마야인들이 고대부터 추앙했던 신이니까. ···아마···, 지켜달라고 빌러 갔겠지.》


'그럼 그곳으로 가는 게 더 확률이 높겠군.'


《응. 칸쿤 근처에 숨어 있는 동굴이 있을 거야. 당신 지금 위치에서··· 조금만 더 가면 나오겠네.》


'어디로 가야하지?'

한서준은 돌을 뿌렸다.

잿빛 가루가 모닥불 주위를 휩쓸고 날아왔다. 한서준의 주위는 잿빛 안개가 짙게 낀 상태였다.


《지금 당신이 보고 있는 방향에서··· 직각으로 오른쪽. 그러니까··· 바다쪽이네.》


'그럼···.'

한서준은 뭔가가 찢어지는 소리를 듣고 입을 다물었다. 그는 팔을 내려다보았다. 검은색 정장의 모든 부분이 좌우로 늘어진 구멍을 만든 채 구릿빛 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한서준은 정장에 손을 댔다. 하얀빛이 뿜어져 나왔고 정장은 원래대로 돌아가 몸을 가렸다.


《···몸이 또 커지는 거야?》


권지아가 물었다.

'그것보단··· 그냥 근육이 단단해져서 그런 거다.'

한서준이 생각했다.

'···이젠 그냥··· 물렁한 곳이 없어진 모양이군. 몸에 맞는 옷은 못 입게 됐다.'


《그럼 힘이 더 쎄졌다는 소리네?》


'그렇겠지.'

한서준은 아무것도 올려놓지 않은 검지를 엄지 손가락 뒤로 말았다. 그는 시체를 향해 검지를 밀어올렸다. 단발의 굉음이 터져 나왔다. 시체의 허리에서부터 정수리 왼쪽에까지 반듯한 대각선이 그어졌고 시체는 두쪽으로 갈려 쓰러졌다.

시체의 뒤에 서 있던 나무도 대각선으로 잘려 쓰러졌다. 굉음이 터져 나왔다. 모닥불에 앉아 입을 다물고 있던 네 명이 어깨를 들썩이며 일어섰다.

'신체 강화 능력만 추가해도··· 위력이 꽤 되는군.'

이제 돌은 없어도 되겠어. 그가 생각했다.


《···점점 괴물보다 더한 뭔가가 되가는구나.》


'좋게 생각해라.'

그가 생각했다.

'그만큼 리스크가 없어졌다는 소리니까.'


《그렇긴 하지.》


권지아가 말했다.


《그나저나··· 수가 더 많아지고 있어. 이러다간 칸쿤 사람들 전부를 죽이겠는데.》


한서준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굉음에 이끌린 시체들이 숲속 어둠 곳곳에서 밀려들고 있었다. 시체들은 덩어리가 돼 움직였고 좌우로 느릿하게 출렁이며 풀과 나무에 몸을 비볐다. 피비린내가 풍겨왔다. 사락사락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상황이 안 좋은 것 같은데··· 어떻게 하죠?"

멜리사가 물었다.

한서준은 모두를 엎드리게 한 다음 오른손의 손날로 허공을 갈랐다. 시체들의 출렁임이 멎었고 뒤늦은 바람이 숲속을 쓸었다. 한서준을 중심으로 반구에 해당하는 지형지물과 시체들이 위아래로 갈라져 쪼개졌다.

대단찮군. 그가 생각했다. 이건 세밀함이 떨어져. 대인전에서는 오히려 돌멩이가 더 좋아.

그는 뒤쪽에도 손날을 휘두르고 일행을 일으켜 세웠다. 강한 바람에 일행의 옷은 몸뚱이에 바짝 짓눌려 있었고 머리카락은 전부 아래로 뻗쳐 있었다. 한서준은 그들이 매무새를 정돈할 때까지 기다린 후 가만히 입을 열었다.

"휴식은 끝이다. 계속 간다."

그는 등을 돌려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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