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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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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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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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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39,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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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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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멕시코에서

DUMMY

한서준은 담서은을 돌아보았다. 담서은은 늘어져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머리가 없어진 흡혈귀를 내려다보다 십자가 모양 말뚝을 좀 더 심장에 박아넣었다.

그는 느릿하게 뛰는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말뚝을 두 배로 커지게 만든 뒤 석단에서 내려왔다.

"죽질 않는군."

그가 소리 내어 말했다.

"불사니까요."

누군가 말했다.

한서준은 고개를 돌려 석단 앞에 놓인 백발 머리통을 보았다. 머리통은 붉은색 눈동자로 한서준을 올려다보았고 송곳니를 드러내며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머리라도 해방시켜줘서 말이에요."

머리통이 말했다. 영어도, 스페인어도 아니었지만 한서준은 머리통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실례가 안된다면··· 지금이 몇 년도인지 물어도 될까요?"

머리통이 물었다.

"···2016년이다."

한서준이 말했다.

"아, 그러니까···."

"···내가 듣기론 300년 정도 봉인된 상태였다."

한서준이 말했다. 그는 석단 위로 올라가 머리통을 붙잡고 들어올렸다. 그는 머리통의 붉은색 눈동자와 똑바로 눈을 마주했고 머리통은 눈을 끔뻑였다.

"신기하네요."

머리통이 말했다.

"당신의 오른쪽 눈. 제 숙부님과 많이 닮았어요. 뭔가 당신과 하는 대화는 편안하네요."


《···이거 참. 무슨 언어인지도 모르는데 알아듣고 있네? 이거··· '누군가'가 개입한 냄새가 너무 나는데. 애초에 잘린 머리통은 말도 못하잖아. 아무리 살아 있어도 말이야.》


권지아가 말했다.

'···그보다, 기억은?'

한서준이 생각했다.


《딱히? 그냥 평범한 시골 소녀가··· 우연히 흡혈귀한테 물려 흡혈귀가 되고··· 음, 혼자 숨어 살다가··· 친구가 된 어떤 여자애의 신고로 쫓기다가 결국 붙잡혀 이렇게 됐다는··· 좀 흔한 스토리 정도?》


'···그게 다인가?'


《응. 붙잡히기 전에 대충 사백 명 정도 죽였다는 것 말고는 별거 없어.》


권지아가 말했다.


《물론 집행은 여기서 진행됐고··· 아, 잠깐만. 여기. 뭐가 보이는데. 기다려 봐. 뭣하면 잡담이라도 하고 있고.》


"···넌 어떻게 해야 죽지?"

한서준이 머리통에게 물었다.

"글쎄요? 일단 검이나 창, 불이나 낙사 같은 건 아무 소용도 없었고··· 당신이 한 것처럼 머리통이 으깨져도 멀쩡했었죠. 십자가 같은 것도 별 소용도 없었고요. 거기다···."

머리통이 납작하게 짓눌렸다. 머리통은 반절로 접혔고 다시 반절로 접혀 투명한 액체를 터뜨렸지만 한서준은 아직도 느릿하게 뛰는 심장 소리를 들으며 머리통을 보았다.

"음, 신기한 수단이긴 하지만 이것도 별 소용은 없네요, 인간 씨."

접혔던 순서대로 돌아가 원래대로 돌아온 머리통이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흡혈귀가 이 정도의 생명력을 유지하지는 않는데 말이죠. 참 이상하네요. 이야기 속처럼 흡혈귀도 머리나 심장을 터뜨리면 죽는 게 대다수던데."

"···그런데 넌 왜 안 죽지?"

한서준은 머리통을 짓밟아 터뜨렸다. 사방으로 처덕인 머리통의 살점이 한서준의 발치로 모여 순식간에 머리통이 됐다. 백발을 길게 늘어뜨린 머리통의 붉은색 눈동자가 한서준을 올려다보았다.

"글쎄요? 뭔가 저주라도 걸린 것 아닐까요?"

머리통이 말했다.

"불사라고는 해도 나이만 먹지 않는다 뿐이거든요. 원래 흡혈귀는."

"신기하군."

"저야말로 당신이 신기하네요."

머리통이 말했다.

"당신. 인간 아니죠? 그 힘이나 신기했던 능력은 원래 인간의 것이 아니잖아요. 대체 300년 동안 세상에 무슨 일이 있던 거예요?"

"그보다, 넌 마법 같은 걸 쓰나?"

"아뇨. 마법은 본 적도 없어요."

"그럼 저긴 왜 저러지?"

한서준은 머리통의 방향을 담서은과 신부에게 틀었다. 둘은 고개를 숙인 채 꿈쩍도 하지 않았고 잠잠했지만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글쎄요."

머리통이 말했다.

"저도 처음 보는 현상이라 뭐라 설명할 수가 없네요."

"···쓸모가 없군."

한서준은 머리통을 내려놓고 담서은에게 다가갔다.

"괜찮나?"

담서은의 뺨을 손바닥으로 받쳐 들어올린 그가 물었다. 담서은의 눈이 느릿하게 움직여 한서준을 보았다. 담서은은 미소를 지었고 한서준을 향해 움직였지만 몸은 돌 사이에 끼어 조금 들썩이기만 했다.

"풀어줘, 아저씨."

담서은이 말했다. 얼굴이 붉었고 목소리 톤은 평소보다 낮았으나 언어의 발음은 정확했다. 한서준은 돌을 되돌렸다. 담서은이 한서준에게 안겨들었다.

"아, 생각났다."

머리통이 말했다.

한서준은 담서은을 안아든 채 머리통을 돌아보았다.

"300년 동안 갇혀 있어서 머리가 좀 굳었었나 봐요."

머리통이 말했다.

"제 피가 최음제 효과를 좀 발휘해요. 그러니까··· 지금 당신한테 안겨 있는 그 여자아이는 몸이 달아올랐다는 거죠."

한서준은 목을 감싸안는 담서은을 한 번 내려다보았다. 담서은의 얼굴은 여전히 붉었고 호흡의 주기는 짧았다. 한서준은 점점 뜨거워지는 담서은을 한손으로 받쳐 안아든 채 다른 한손으로 담서은의 이마를 덮었다.

"더 쉽게 말하자면 발정이 났네요. 종족 번식은 인간이나 짐승이나 결국 본능이니까요."

머리통이 말했다.

"···말 안 해도 안다."

한서준이 말했다.

한서준은 달라붙는 담서은의 얼굴을 손으로 가려 막고 머리통을 보았다.

"방법은?"

"가장 간단한 건 역시 해소시켜 주는 거지만··· 당신을 보니 건드릴 것 같지도 않고··· 음, 저한테 피를 한 번 빨리면 되긴 하는데··· 문제는 지금 피를 맛보면 제 이성이 제어가 안될 것 같거든요."

"그럼··· 재우는 건 어떻게 안 되나?"

"한 번 해 보세요.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네요."

머리통이 말했다.

"근데 어떻게 재우려고요? 기절이라도 시키게요?"

"···달리 방법이 없으니까."

한서준은 담서은의 목덜미를 내리쳤다. 담서은은 축 늘어졌고 한서준은 담서은을 조심히 내려놓았다.

"그래서."

한서준은 머리통을 돌아보았다. 머리통은 석단 아래에 놓여 있었다. 한서준은 머리통을 집어들고 석단 위에 올려놓았다. 머리통은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고 한서준은 돌멩이로 의자를 하나 만들어 머리통과 마주보며 앉았다.

"넌 네가 어떻게 처리되길 원하지?"

그가 물었다.

"기왕이면 당신이랑 좀 가까이 지내고 싶은데요."

머리통이 말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당신의 오른쪽 눈은 제 숙부님과 많이 닮았거든요. 피도 맛있을 것 같고. 차라리 당신이 절 거둬주는 게 어때요?"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라."

한서준이 말했다. 그는 팔짱을 끼고 신부를 한 번 쳐다본 뒤 다시 머리통을 보았다.

"다시 봉인될 방법은 없나?"

"···그런 걸 봉인 당사자에게 묻는 건 대체 무슨 심보예요?"

"난 귀찮은 걸 싫어한다."

한서준이 말했다.

"저도 그래요."

머리통이 말했다.

"하지만 다시 봉인되고 싶지는 않는 걸요. 그리고, 제가 있는 편이 더 좋지 않아요?"

"···이유는?"

"제가 좀 유용하거든요. 박쥐가 되서 염탐도 할 수 있고, 힘도 세고··· 또 불사라서 죽지도 않잖아요."

"전부 쓸모없군."

"에이. 그러지 말고 잘 생각해 봐요. 귀여운 소녀를 공짜로 부려먹을 수 있는 기회라고요."

"필요없다."

힘과 불사는 그의 진화된 몸이 충족하고 있고 염탐은 권지아가 맡고 있다. 한서준은 머리통이 제시한 이점을 이미 전부 가지고 있었다.

"당신. 너무 딱딱한데요."

머리통이 말했다.

"성격이다."

"성격도 성격 나름이죠."

머리통이 말했다.

"아무튼··· 잘 생각해 봐요. 설마 불쌍한 소녀를 그냥 두고 가지는 않겠죠?"

"네 나이가 500살은 넘었을 텐데."

"겉모습은 안 그렇잖아요."

"···말은 잘하는군."

"그게 좀 특기긴 하죠."

한서준은 머리통을 쳐다보았다. 머리통은 미소를 짓고 있었고 입술 사이로 하얗고 뾰족한 송곳니 두 개가 보였다.

"이름이 뭐지?"

한서준이 물었다.

"카밀라예요. 카밀라. 평범한 이름이죠. 성은 없구요."

머리통이 말했다.

"왜요? 이제 슬슬 데려갈 생각이 들어요?"

"···아니."

한서준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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