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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신교 소교주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민낯
작품등록일 :
2020.03.09 18:40
최근연재일 :
2020.04.13 23:19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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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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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41

작성
20.03.14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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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6화. 혈천수라검.

DUMMY

6화.


“뭘 그리 뚫어져라 봐?”

“···.”

“아. 아직 밤이 끝나지 않았다, 이건가?”


첫날과 같았다. 하늘에는 보름달이 떠 있었고, 파천성은 여전히 건방졌다.


“신세를 졌군.”

“신세?”

“생도들의 목숨을 구했지 않느냐.”

“흐흐흐. 생도들을 밤마다 암살하는 사람이 하는 말치고는 조금 어색하긴 해.”


언뜻 듣기에 비꼬는 말처럼 느껴질 수 있었지만 정기헌은 기분이 전혀 나쁘지 않았다.


파천성에게 비꼬는 의도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건 일이다. 생도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나도 내 일을 한 것뿐이야.”


담백한 대답이었다.


“···그런가.”


파천성은 그리 감사인사를 받을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본인을 시험해보기 위해서 싸웠던 것뿐이니까.


“아이고. 소교주님! 의원을 데려왔습니다!”

“으에엑!”


마관주 마정팔이 웬 놈의 목을 움켜쥐며 달려왔다. 아니 날아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네 이놈! 당장 소교주님을 진맥하지 못할까!”

“예, 예, 알겠습니다. 대인.”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의원은 곧 투철한 직업정신을 발휘했다.


그는 벌떡 일어나 얼른 파천성의 몸을 진찰하기 시작했다.


맥을 짚어도 보고, 안색을 살피기도 하고, 어디를 주무르기도 하고, 안구를 확인하기도 했다.


한참을 골똘히 고민하던 의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어, 혹시 어디가 아프신 겁니까?”

“안 아픈데.”

“예? 아아. 그렇습니까. 그랬구나. 소인이 잠시 착각을 했습니다.”


이제는 의원이 파천성의 의복을 들춰, 이곳저곳을 살폈다.


꼼꼼히 살피던 의원의 얼굴이 돌연 심각해졌다.


“그럼 혹시 어디를 다치신 겁니까?”

“안 다쳤는데.”

“아. 그렇습니까···.”


퍽.


“에라이, 씨. 의술이 아니고 무공을 익혔어야 했는데.”


가져온 침구통을 바닥에 패대기 친 의원이 침을 퉤 뱉더니 곧 사라졌다.


마정팔이 눈치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다치신 곳이 없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소교주님. 무료로 검진을 받은 셈 치시지요.”

“···.”


파천성이 마지못해서 대답했다.


“···그래. 고맙다.”


나쁠 건 없었다. 건강이 최고니까.


*


입마구관. 이관.


이관은 달리 수련관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일관이 무인으로서의 자세를 심어주는 곳이라면, 이관은 본격적으로 무공을 수련하는 곳이었다.


거대한 문이 여러 개 있었다.


각기.


심법. 검법. 창법. 권법. 보법. 장법. 등등···. 명패가 달려있었다.


원하는 곳으로 들어가 수련을 마치면 되는 것이었다.


“주목! 생도들은 제각기 세 곳에서 합격점을 받으면 이관을 졸업할 수 있다.”


어떤 생도가 손을 번쩍 들었다.


“질문 있습니다! 합격점을 못 받으면 어떻게 됩니까? 중도 포기가 가능합니까?”


교관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절대불가! 비급을 본 이상, 합격점을 받지 못하면 절대로 못 나간다. 포기할 사람은 당장 포기해라!”


비급의 유출을 막기 위한 제도인 듯했다.


포기하는 생도는 한 명도 없었다.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었고. 독기로 가득한 상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 수련관의 비급서고는 강호에서도 유명했다. 수많은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만학비고.


전대고수의 독문절기에서부터, 실전된 정파의 무공. 그리고 구대문파의 비전들까지.


천마신교가 지금껏 모은 무공이 모두 있다는 소문이었다.


그러니 생도들의 눈빛이 열망으로 가득할 수밖에.


“개문!”


끼이익.


거대한 문이 경첩소리를 내며 열렸다.


“내가 먼저 갈 거요!”

“비키시오! 죽고 싶소?”


생도들이 미친 듯이 달려나갔다. 조금이라도 먼저 도착해서, 천하의 비급을 쟁취하기 위해서였다.


“소, 소교주님! 서두르셔야 합니다! 이러다 비급들을 다 뺏기겠습니다!”

“천천히 가도 돼.”

“저는 안 됩니다! 어서 뛰십시오.”


종삼이 끙끙거리며 파천성의 등을 밀었다.


“어디로 가실 겁니까? 역시 검이겠지요? 만병지왕 아니겠습니까? 근데 또 저는 평소에 강맹한 도법에도 관심이 있···.”

“삼관에서 보자.”


그 말을 남기고 파천성이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는 문 안으로 쏙하고 들어가버렸다.


“소교주님! 같이···!”


따라가려던 종삼이 멈칫했다.


상전이 들어선 곳의 명패에는 분명히 필법. 이라고 적혀있었다.


“필법? 붓글씨가 아니던가.”


안을 바라봤다. 진법으로 가려져서 비동의 내부는 살펴볼 수가 없었다. 종삼은 잠시 고민했다.


들어서면 그걸로 끝이었기 때문이었다.


합격점을 맞지 못하면 나올 수 없었다. 비급이 유출될 수도 있으니까.


망설이던 종삼이 걸음을 옮겼다.


어지러움이 느껴지고.


“야! 니가 여길 왜 들어와?”

“예? 소교주님 가시는 길에, 제가···.”

“미치겠네, 이거.”


파천성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종삼은 크게 죄를 지은 기분이 들었다. 급하게 떠듬떠듬 변명을 했다.


“저, 저도 서책을 꽤 읽은 편입니다. 글씨도 잘 쓰고요. 용사비등한 필체라고나 할까요···.”

“멍청아! 글씨가 무슨 상관이야! 여긴 만학비고, 무공비급이 있는 곳이란 말이다!”

“예?”


파천성이 화를 낸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었다.


“너 평생 여기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안 됩니다!”

“미리 정을 붙여놔. 앞으로 니네 집이 여기니까.”


탈출하기 위해서는 합격점을 받아야 한다.


“싫습니다, 나갈 겁니다! 시험을 통과하면 되잖습니까?”

“니가 어떻게 통과할 건데?”


합격점을 받는 방식은 비동마다 차이가 있었는데, 보통은 교관이 그 성취를 판단하여 점수를 준다.


“교관님! 시험이 뭡니까?”

“여기는 교관 없어.”

“예? 그게···.”


하지만 이곳 필법동은 달랐다. 교관이 없었고, 비급 또한 하나뿐이다.


그리고 이곳의 비급은 검마의 심득인 것이고, 당연히 통과해야 하는 것도 검마의 시험이었다.


“야, 저기 전 집주인이다. 인사해라.”

“흐아아악! 웬, 웬, 해골이!”


그것을 해내지 못해서, 이곳은 비밀에 감춰진 채, 수백 년 동안이나 잠들어있었다.


*


이곳의 비동은 확실히 다른 곳보다 좁았다.


벽의 한 면에는 초록색의 이끼가 가득했고, 솟아오르는 샘 또한 있었다.


최소한 굶어 죽을 걱정은 없었다.


“내가 가면 종삼이는 어떡하나. 평생을 심심하고 외로울 텐데.”


정말 많은 걱정이 들었다. 파천성, 자신이 나갈 것은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지만.


하지만 남겨질 종삼에게 조금 미안했다.


“그래도 지 팔자인 거지. 그러게 왜 따라 들어와서는.”


고개를 끄덕인 파천성은 비급을 덮었다.


비급과 식량이 놓여 있는 중심부에서,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면 커다란 벽면이 있었다.


수많은 흠집이 아로새겨진 벽.


“한 호흡인가.”


검흔을 살펴보니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단 한 호흡에 이런 무수한 검격을 가했던 것이다.


“검마···. 대단한 위인이셨네.”


그리고 시험의 내용 또한 알아챌 수 있었다.


“이 검격을 흉내 내는 것.”


양심이 있으면 완벽하게까지는 바라지 않을 것이다. 생도의 수준에서 그건 불가능했으니까.


아마 흉내 내는 것만으로도 성공일 것이다.


다시 중심부로 돌아온 파천성은 감탄했다.


“집이 깨끗해졌구나.”

“예! 청소를 좀 했습니다.”

“그래. 평생 살 건데. 깔끔하게 하고 살아야지.”

“아닙니다! 반드시 나갈 겁니다! 두고 보십시오.”


파천성이 비급을 던져주었다.


“익혀.”

“예. 알겠습니다.”

“살기가 짙은 무공이니, 반드시 조심해야 할 것이다.”


파천성은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았다. 검마의 비급을 복기하기 위해서였다.


검마는 본래 서생의 학사였다.


도대체 어떤 기구한 사연이 있어서 검마가 된 건지는 모른다. 사실 알고 싶지도 않다.


중요한 것은 검마가 가공할만한 검의 고수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런 고수의 독문절학이 혈천수라검이라는 검법인 것이다.


혈천수라검.


평범한 서생을 검마로 만든 검법.


파천성은 머릿속으로 구결을 암기하면서 하나하나 분석하기 시작했다.


형과 식. 내공의 흐름. 힘의 강약. 행의 요결···.


그럴수록 마음속에서는 불쑥 살의가 치솟았다. 마공이었고, 마검이었다.


파천성은 부동심을 유지하려 애썼다.


마공을 익히는 일이란 항상 이랬다. 치솟는 살심을 억누르는 고행과도 같은 일이었다.


반대로 그 살심에 몸을 맡겨 무공의 원동력으로 삼아내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최소한 파천성은 아니었다.


전생에서.


그는 마공 익힐 때 항상 마성을 억제하려고 노력했고, 평정심을 완성했을 때.


마음에 검이 한 자루 세워졌고.


그렇게 신검합일을 이뤄 절정의 벽을 뚫었던 기억이 있다.


“···!”


일순간 파천성이 크게 놀랐다. 그의 눈이 부릅 뜨였다. 채 갈무리되지 못한 마기가 넘실거렸다.


“이, 멍청한···!”

“크크크.”


종삼이, 아니 종삼이었던 것이 붉은 기운을 흘려대며 웃고 있었다.


파천성은 두말할 것도 없이 달려들었다.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었다. 저것은 지금도 종삼의 진원진기를 소모하고 있을 것인즉.


“크크크.”


녀석이 팔을 뻗었다. 검이 원을 그리며 파천성의 목을 노려왔다.


파천성은 물러나는 대신에, 깊숙이 파고드는 것을 택했다.


벼락같이 움직인 파천성은 녀석의 멱살을 잡은 채로 그의 오금을 후려찼다.


퍽.


바닥에 쓰러진 녀석을 파천성의 무릎이 사정없이 내려찍었다. 얼굴에 피가 터졌다.


“크크···.”


파천성의 두 주먹이 녀석의 안면을 차례로 강타했다.


퍽. 퍼버벅.


“크. 크윽···. 으으윽···.”


이후에도 녀석을 몇 번이나 밟았다.


“···아, 아파요! 사, 살려주세요! 소교주님!”

“돌아온 거냐?”

“예! 예! 저 돌아왔습니다! 제발!”

“후우우. 내가 너를 구했다.”


피투성이가 된 채로 종삼이 깨어났다.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혹시, 제가 마성에?”

“그래.”

“죄송합니다.”


종삼은 착잡한 얼굴을 했다. 마공을 연성 중에, 마성에 빠져버리다니. 무인으로서 크나큰 실책이었다.


“···.”


종삼의 얼굴은 피범벅이었다. 게다가 코피가 주욱 늘어져서 더욱 꼴 보기 싫었다.


“물을 받아서 씻고 오거라.”

“예. 죄송합니다.”


돌아온 종삼은 얼마간 말이 없었다. 그가 펼쳐진 비급을 덮었다.


“저는.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왜?”

“소교주님께 계속 민폐만 끼치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


종삼은 의기소침해졌다. 무엇 하나 제대로 해내는 게 없는 자신이었다.


그에 반해, 소교주는 무슨 일이건, 별것 아니라는 태도로 헤쳐나간다.


과연 상전에게 자신은 필요가 없었던 것이었다. 괜히 쫓아와서 짐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짐만 될 것 같은데.

-이래 봬도 무공을 좀 합니다.


과연 상전의 혜안이 옳았다. 여기까지였다. 이후의 결말을 담담히 감내하는 것도 사내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삼의 꼴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파천성이 입을 열었다.


“마공을 수련하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

“하나는 마성을 억누르는 것이다. 정석인 방법이지.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마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

“니가 방금 했던 것처럼. 검의 본의에 마음을 따르는 것이다. 본질을 깨닫기에 더없이 좋은 방법이지. 아마 너도, 당장 혈천수라검의 성취가 조금은 올랐을 거다.”

“저, 정말입니까?”

“그래. 너한테는 두 번째 방법이 어울리겠구나.”


종삼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 그럼 그냥 마성에 젖은 마인이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제어를 해야지. 마냥 억누르는 것이 아니고, 그걸 이용할 수 있도록 길들이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마공을 해석하는 무리 또한 많았다. 사소한 문제가 있었지만 말이다.


“그럼, 그럼 소교주님께 폐를 끼치지 않을 수 있습니까?”

“그럼. 당연하지. 성취가 무척이나 빠를 거고. 여기서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대신 수련 중에 말이다···.”


파천성이 잠시 망설이더니, 말을 이었다.


“아마 수명의 절반은 깎여나갈 것이다. 선택은 니 몫이다.”


수명의 절반. 절대 작은 대가가 아니었지만, 종삼은 고민할 것도 없이 동의했다.


이 갇힌 곳에서 천수를 누리는 것보다야, 나가서 절반의 인생이나마 즐기는 것이 낫다.


“감사합니다, 소교주님!”

“오냐.”


파천성은 뛸듯이 기뻐하는 종삼을 보니 흐뭇했다. 착한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됐군. 혈천수라검의 형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는데. 교보재가 생겼어.’


작가의말

건강하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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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화. 만상무극불사공. +2 20.04.03 1,781 2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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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 취장호. +2 20.03.31 1,755 28 12쪽
23 22화. 주예설. +2 20.03.30 1,832 33 13쪽
22 21화. 귀천대도. +2 20.03.29 2,038 32 12쪽
21 20화. 화월루. +2 20.03.28 1,991 33 13쪽
20 19화. 사 대주. +2 20.03.27 2,104 31 13쪽
19 18화. 섬서지부. +2 20.03.26 2,182 36 12쪽
18 17화. 적염혈기공. +1 20.03.25 2,235 35 13쪽
17 16화. 주인을 몰라보는 미친개. +1 20.03.24 2,254 3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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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화. 파천성이 잘하는 방식. +3 20.03.22 2,282 41 13쪽
14 13화. 내기를 제안하다. +2 20.03.21 2,247 39 14쪽
13 12화. 무영신투 서갈혁. +2 20.03.20 2,310 41 13쪽
12 11화. 날아드는 생사첩. +1 20.03.19 2,306 38 12쪽
11 10화. 명령에 불복하면 죽음뿐이다. +2 20.03.18 2,480 44 12쪽
10 9화. 흡성대법. +2 20.03.17 2,446 41 12쪽
9 8화. 삼관에 입관하다. +2 20.03.16 2,570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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