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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신교 소교주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민낯
작품등록일 :
2020.03.09 18:40
최근연재일 :
2020.04.13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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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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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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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4화. 천마신교의 손님.

DUMMY

24화.


누각의 삼 층은 몹시 시끌벅적했다. 중요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배라도 채우게 할 요량이었는지.


다들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허나, 그 와중에도 안색들이 영 밝지만은 않았다.


“자네 그 이야기를 들었는가?”

“···육방에 관한 이야기 말이군.”

“도대체 흉수가 누구란 말인가?”

“그거야 모를 일이지만. 방주가 어떻게 나올지가 궁금하구먼.”


주위를 둘러보던 귀천대도가 슬쩍 손을 뻗었다. 커다란 돼지 다리를 통으로 구워놓은 것을 집으려고 했다.


“먹지 마라.”

“예?”


파천성의 말에 귀천대도가 놀라 그를 바라봤다.


“왜 그러시오?”

“꺼림칙하지 않느냐?”

“으으음···.”


묘한 신음을 흘려대던 귀천대도가, 음식을 제자리에 놓았다. 그러고는 아주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했다.


“···.”

“거, 참. 꽤나 잘 구웠소이다. 아주···.”


어느덧, 분위기가 무르익었음을 느낀 것일까. 장굉이 인파를 헤치며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간부들은 그의 입을 주목했다. 그들의 안색이 어두웠던 이유. 육방이 몰살당한 이야기를 꺼내리라 짐작했기 때문이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자들에게서 육방이 아예 흔적도 없이 몰살당했다. 미지의 적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 이뤄진 회담이었으니, 일방주가 제시할 해답에 궁금증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들 공사다망한 와중에, 모여주어서 참으로 고맙소이다.”


예사 하는 인사말이었다. 좌중들은 그 뒤의 이야기가 진짜라고 생각했다.


장굉은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 뒤로도 장굉은 한참을 쓸데없는 이야기를 꺼낼 뿐이었다. 식상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처음에는 귀를 기울이던 간부들도, 싫증이 나 관심을 뗄 무렵, 이야기 끝에서 나온 것은.


“···그리고 참으로 감사하게도, 손님이 와주었소이다.”


그들의 예상을 한참이나 빗겨나가 있는 발언이었다. 이런 상황에 손님이랄 사람이 있단 말인가.


“손님?”


장굉의 말에 다들 웅성거렸다.


“바로 천마신교에서 오신 분이오.”

“···!”


놀라움이라는 감정은 순식간에 번졌다. 천마신교에서? 누가? 무슨 일로?


흑혈방의 간부들은 서로를 돌아보며 눈빛을 주고받았고, 장굉이 누각의 한쪽 구석을 바라보았다.


장굉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 위치해 있던 사람들은, 오해라도 살까 봐 스르륵 자리를 피했다.


이윽고 파천성이 장굉의 시선을 받아내게 되었다.


“놀랍군.”


정보가 새어나간 것이다. 파천성의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경우가 상정되고 사라지고를 반복했다.


“저자가 천마신교의 사람이란 말인가?”

“그러기에는 너무 어리지 않은가?”


의외의 장소에서 마인을 마주한 간부들의 수군거림이 파천성에게 쏟아졌다.


귀천대도는 부지불식간에 벌어진 일에, 어쩔 줄을 몰라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행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때, 한 무인이 나서서 외쳤다.


“저자는 초대받은 것이 아니다. 숨어 들은 것이야···!”

“뭐? 마인이 이곳에 숨어 들었단 말인가?”


석교에서 있었던 실랑이를 기억하는 무인이 그렇게 소리쳤고, 간부들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아! 혹시···?”


그중에 눈치 빠른 자들은 어느새 육방의 흉수와 천마신교 마인의 등장을 연결하는 자들까지 있었다.


간부들은 처음에는 천마신교라는 이름이 주는 두려움에 사로잡혀있었지만, 제들도 한가닥 하는 사파의 거두들.


게다가 이곳은 퇴로가 막혀있고, 일천의 무인이 철통처럼 감싸고 있는 형국이었다.


그런 와중에 마인이 숨어들었고, 또한 육방의 일까지 겹쳤으니.


흑혈방의 간부들이 하나둘씩, 툭툭 내뱉는 말들이 점차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일이었다.


“마인 놈이 무슨 흉계를 꾸미려고 감히 여기를 찾아왔단 말인가?”

“···마인들은 식인을 즐긴다더니, 과연 음식에는 손도 안 댔구나!”


그들 사이에서, 아예 파천성을 면전에서 비웃고 있는 자 또한 나타났다.


“흐흐흐! 과연! 이 어린놈이 마교의 놈이었구나!”


이방주, 태정이었다. 그는 이 상황이 못내 즐거웠다. 이곳에 숨어드는 과정에서 귀천대도의 도움이 없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호적수의 목이 날아갈 지경이었으니.


“흐흐. 귀천대도, 이···.”


귀천대도를 조롱하는 말을 막 꺼내려던 참이었다.


태정의 고개가 빠르게 돌아갔다. 그의 시야에 파천성이 무섭게 달려드는 것이 포착된 것이다.


“이, 어린 것이!”


반사적으로 외친 태정은 짓쳐드는 파천성을 향해 도를 횡으로 휘둘렀다. 단순히 떨쳐내기 위한 수였다.


이곳은 흑혈방의 안방과도 같은 곳. 한 수를 버텨내면 태정을 도와줄 사람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그러나 태정은 파천성을 너무 얕봤다. 파천성이 뻗은 검은 뱀처럼 휘더니, 그대로 태정의 도를 타넘었다.


“으, 으윽!”


목에 주먹만 한 구멍이 난 상태로 살아있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마찬가지로 태정은 바닥에 허물어졌다.


이방주, 태정이 죽음을 맞이했다.


“천마신교의 교인 앞에서, 마교라는 말을 함부로 운운하다니 참으로 간이 크구나.”

“···꿀꺽.”


누군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장내에 싸늘한 분위기가 흘렀다. 흑혈방의 일천 무인들 사이에서, 이방주가 살해당했다. 그것도 마인에게서.


사나운 노성이 터져나왔다.


“저, 저! 저 마인 놈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행패를 부리느냐!”

“당장 뭣 하시오! 저놈의 무릎을 당장에라도 꿇려야 합니다!”


흑혈방의 간부들은 길길이 날뛰었다. 그들 중에는 이방주와 친분이 깊은 자들도 있었다.


또, 가만히 놔둔다면 다음에 죽을 사람은 자신이 될 수도 있었으니, 파천성을 성토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누구도 먼저 나서서 파천성을 징죄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말로만 그를 벌하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


무엇보다 이 누각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장굉의 대응이 없었다.


자신의 영역에서 최고 간부라 할 만한 이방주가 죽었는데도 말이다.


다들 기류가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느낀 것일까. 조금 전만 하더라도 파천성을 신나게 욕하던 자들이 비난을 서서히 멈추었다.


주위가 조용해지고, 장굉이 입을 열었다.


“이것으로 천마신교가 움직였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소?”

“···.”


파천성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장굉을 노려보면서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힘썼다.


장굉의 눈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귀천대도를 향했다가, 다시 파천성에게로 고정되었다.


“···그렇다면 굳이 삼방주일 필요가 있겠소? 나와 손을 잡읍시다.”

“···!”


마교와 손을 잡는다니! 다들 충격받은 얼굴로 방주를 바라봤다. 정사를 가리지 않고, 공공의 적이 되겠다는 말과 진배없었다.


하물며 지금의 사태로 미루어보아, 육방을 몰살시킨 흉수도 그들이었고, 또한 이방주를 살해한 자가 바로 당사자였다.


그런 이에게 사과를 받아내지는 못 할 망정, 손을 내민다니. 대등한 관계에서의 협력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건 숫제, 숙이고 들어가는 꼴 아닌가.


흑혈방의 원로들이 가장 먼저 반대의 의견을 표했다.


“아무리 방주라 한들, 그건 불가합니다!”

“우리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방주의 뜻대로 그리 중요한 사항을 결정할 거요?”

“참으로 말도 안 되는 소리요!”


그렇게 생각한 그들은 당장에 불합리함을 따졌다.


못마땅하다는 기색이 가득한 장굉의 시선이 노인들을 훑었고, 이내 그들 중의 하나가 거칠게 기침을 했다.


“허억. 컥, 커헉···!”


그가 곧 피를 쏟으며 쓰러졌다.


“아, 아니? 자네, 왜 그러는가!”

“무, 무슨!”


그를 시작으로, 마치 전염이라도 된 듯, 여럿이 속속들이 쓰러졌다. 간신히 버티던 자들의 안색도 검은빛으로 물들어갔다.


얼굴이 거뭇하게 죽은 노인이 일갈했다.


“방주! 어찌 이럴 수 있소! 우리를 모조리 죽이고, 마교 놈들에게 흑혈방을 갖다 바칠 셈이오?”

“아니오. 천마신교의 손님과 이번의 일은 사실 무관하오.”

“그렇다면?”

“원망하시려거든 나를 탓하시구려. 애꿎은 사람 대신에. 영감은 저 천마신교의 손님이 없었어도 오늘 죽었을 거요.”

“···!”


대수로울 것도 없다는 장굉의 말에, 노인이 황급히 주위를 살폈다.


노인이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아! 이미 패를 나눴구나···.”


그를 외면하는 면면들을 확인한 노인의 얼굴에서 노기가 사라졌다. 남은 것은 분노 대신에 짙은 탈력감이었다.


그간 수십 년을 함께해온 벗들. 또한 오늘도 같이 음식들을 나눠 먹은 동료들이었다.


하지만 이미 같은 것을 먹은 사람 중에서도, 독기가 침범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공존했다.


죽을 사람과, 살 사람들. 애초부터 나뉘어 있었던 것이다.


충격을 받은 노인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파천성은 자신의 자리에 그대로 놓여있는 음식들을 바라봤다.


꺼림칙한 기분에 전혀 손을 대지 않았던 음식들이었다. 귀천대도의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내 음식에도?”

“역시 천마신교의 마인이외다. 본받을 만한 무인의 자세로군. 낯선 곳에서는 절대로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다더니.”


부정하지 않는 장굉의 말. 독이 들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중독이 되지 않았기에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일 터.


만약. 파천성이 중독되어 바닥을 뒹굴고 있다면, 장굉이 내밀었을 것은 동맹을 바라는 손도 아니고.


해약을 내미는 손도 아니고, 아마 칼을 내밀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파천성이 주위를 훑어보았다.


“준비를 철저하게 했군.”

“며칠 밤을 새웠소이다.”


절대로 장굉의 제안을 거절할 순 없을 것이라 느껴졌다. 이곳의 모두가 그렇게 확신했다.


상황은 완벽히 장굉의 통제하에 놓여있었다.


더는 반대를 할 흑혈방의 간부들도 없었고, 남은 것은 오로지 그를 따르는 심복들뿐이었다.


사방에 가득한 일천의 무인들이 만들어낸 기세는 파천성의 몸을 저릿저릿하게 만들었다.


장굉이 여유로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오늘부로 흑혈방은 하나가 될 것이오. 그간 지적되어 오던 단점이라 불린 것들이 모두 사라지고, 배는 강해질 것이오. 우리 함께 대계를 세워봅시다.”

“···.”

“귀천대도, 그를 죽이시오. 그것으로 우리의 신뢰가 단단해질 것이니.”


장굉의 말에, 귀천대도가 크게 당황했다. 그는 주춤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얼른 꺼낸 대도가 무섭게 번뜩였지만, 그뿐이었다. 상황을 반전시키기엔 너무 보잘것 없어 보였다.


“다, 다가오지 마시오. 목을 댕강 썰어버릴 것이오.”


장굉이 냉랭한 시선으로 둘의 모습을 찬찬히 훑었다.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면, 아무리 천마신교의 마인이라 한들 죽음을 면치 못 할 것이다.


그때였다.


푸아악!


거대한 바위가 폭포 아래로 떨어지면 이런 소리가 날까. 수면이 폭약이라도 터진 듯, 높이 솟구쳤다.


수면을 뚫고 나온 그들은, 몇 번의 발을 구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렇게 삼층의 누각으로 뛰어오른 흑의인들이 단숨에 덮쳐 들어왔다.


“누, 누구냐!”


흠칫 놀라 내뱉은 장굉의 경악성을 시작으로, 흑의인들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오랜 시간을 물속에 잠겨있던 울분을 풀어내듯, 흑의인들은 나타나기가 무섭게 흑혈방의 인사들을 도륙 내버렸다.


썩은 볏단처럼 무너지는 수하들을 보며, 장굉은 전신을 덜덜 떨었다.


흑의인들은 반으로 나뉘었다.


반은 먼저 장굉의 심복들을 무참히 죽였고, 나머지 절반의 흑의인들은 누각 아래의 무인들을 베고 석교를 틀어쥐었다.


“어, 어떻게.”


장굉은 얼이 빠진 듯, 굳은 몸으로 중얼거렸다.


이것으로 상황은 완전히 반전되었다.


‘속이 시꺼먼 놈을 어떻게 믿겠냐.’


파천성이 앞으로 나섰다. 이제 남은 것은 장굉뿐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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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0화. 수난의 연속. +3 20.04.07 1,494 29 12쪽
30 29화. 도박장. +2 20.04.06 1,526 28 12쪽
29 28화. 청무문주. +2 20.04.05 1,650 31 11쪽
28 27화. 노인과 제자. +3 20.04.04 1,695 31 12쪽
27 26화. 만상무극불사공. +2 20.04.03 1,779 29 12쪽
26 25화. 흑혈수 장굉. +2 20.04.02 1,672 35 12쪽
» 24화. 천마신교의 손님. +2 20.04.01 1,699 34 12쪽
24 23화. 취장호. +2 20.03.31 1,753 28 12쪽
23 22화. 주예설. +2 20.03.30 1,831 33 13쪽
22 21화. 귀천대도. +2 20.03.29 2,036 32 12쪽
21 20화. 화월루. +2 20.03.28 1,988 33 13쪽
20 19화. 사 대주. +2 20.03.27 2,101 31 13쪽
19 18화. 섬서지부. +2 20.03.26 2,180 36 12쪽
18 17화. 적염혈기공. +1 20.03.25 2,232 35 13쪽
17 16화. 주인을 몰라보는 미친개. +1 20.03.24 2,252 31 13쪽
16 15화. 새로운 다짐. +2 20.03.23 2,241 39 13쪽
15 14화. 파천성이 잘하는 방식. +3 20.03.22 2,281 41 13쪽
14 13화. 내기를 제안하다. +2 20.03.21 2,246 39 14쪽
13 12화. 무영신투 서갈혁. +2 20.03.20 2,308 41 13쪽
12 11화. 날아드는 생사첩. +1 20.03.19 2,304 38 12쪽
11 10화. 명령에 불복하면 죽음뿐이다. +2 20.03.18 2,478 44 12쪽
10 9화. 흡성대법. +2 20.03.17 2,444 41 12쪽
9 8화. 삼관에 입관하다. +2 20.03.16 2,567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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