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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신교 소교주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민낯
작품등록일 :
2020.03.0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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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3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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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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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0화. 수난의 연속.

DUMMY

30화.


도박장의 꾼들은 대개 업장의 주인에게 고용되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식으로 뭣도 모르는 호구를 눈탱이 치는 것이다.


물론, 종종 잡음이 발생하고는 했다. 재산을 잃은 호구가 눈이 뒤집혀서 칼을 들고 찾아와 난동을 부리는 일이 잦았으니까.


조금 더 신중하고 이성이 남아있는 호구라면 칼잡이를 고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기에 이런 도박장을 운영함에 있어서 무력의 존재는 필수적이었다.


도박장을 이루는 두 가지. 돈과 무력. 그래서 도박장의 주인은 보통은 두 명이다. 한 명은 돈을 대고, 나머지는 무력을 대는 것.


그들의 주인, 사영백도 마찬가지의 경우였다. 흑도에서 구를 대로 굴러먹은 뒤, 어디선가 돈을 얻어내 도박장을 차렸으니까.


도박꾼이 죽는 소란이 일었으니, 당연히 그들의 고용주가 나설 차례였다.


“어, 언제 오시는 건가?”

“···왔다!”


마침내 사영백이 나타났을 때, 도박꾼들은 소란이 곧바로 잠재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었다.


도박꾼들에게 사영백은 공포의 대명사이자, 정말로 무공이 뛰어난 고수라고 느껴졌으니까.


과연 사영백은 고수다운 풍모로 일갈했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행패를 부리느냐! 어디서 왔는지 짐작은 간다. 너, 한 대주를 모르지는 않겠지?”

“한 대주? 그게 누구지?”


누군지 모른다는 파천성의 말에 사영백이 주춤거렸다.


언제나 악독한 모습을 보여줬던 그가 어째선지 겁을 집어먹은 것처럼 보였다.


“하, 한사극 대주를 모른다는 말이냐?”

“한사극? 일 대주를 말하는 것인가?”


그제서야 사영백이 눈을 번뜩이며 마음을 놓았다.


“···흐흐흐! 그래, 당연히 알고 있어야지. 그럼 무엇하느냐, 당장 꺼지지 않고! 내 이번만은 특별히 한 대주께 말씀드리지 않을 터이니.”


퍽.


그러나 그런 사영백이 수박 터지는 소리와 함께, 단 일장에 날아가 벽면에 처박혔다.


지켜보던 도박꾼들은 돌처럼 굳어버렸다.


“대, 대인···.”

“한방에 나가떨어지다니!”


당황스러워하던 도박꾼들의 시선이 다른 방향을 향했다. 누군가 더 나타난 것이다.


“전귀다!”

“전귀가 대체 무슨 일로···?”


얼굴의 절반을 가로지르는 칼자국을 갖고 있는 사내. 서안의 뒷골목에서 돈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는 돈귀신이 바로 그였다.


그런 주제에 무공이 대단하다는 소문이 있었으니, 도박꾼들은 다시 기대감을 가졌다.


“저놈이에요!”

“호오?”

“전낭이 무척이나 값비싼 비단으로 보였으니, 돈이 무척이나 많을 거에요. 분명해요.”


팔에 부목을 대고 있는 소년이 그렇게 소리쳤고, 전귀가 탐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서걱.


아쉽게도 전귀 또한 별다를 게 없었다. 호기롭게 나선 전귀는 단칼에 목이 잘려 죽었다.


“사, 살려주···.”


파천성은 뚜벅뚜벅 걸어가, 부목을 대고 있는 아이까지 마무리했다.


“기회를 줬다만, 운이 나쁘구나.”


도박꾼들은 이미 바닥에 주저앉아 덜덜 떨고만 있었다.


피가 흐르고 사람이 죽는 것을 목격한다면, 그것에 면역이 없는 자들이라면 몸에 힘이 주욱 빠지는 것이 당연한 현상이었다.


짧은 시간에 벌써 네 명이 목숨을 잃었다.


몸서리쳐질 만큼 잔인한 광경이라 하겠지만, 파천성은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듯했다.


“가져와라.”

“예, 옛!”


파천성의 검을 보관하고 있던 도박장의 사내였다. 그는 공손히 검을 내밀었다.


사내에게 욕심은 더는 보이지 않았다. 제 목숨을 잃지 않는 것만으로도 수지맞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파천성은 그것을 챙기고는, 최진영을 덥썩 집어 잡고 신형을 날렸다.


*


파천성의 목적지는 청무문이었다.


“사, 살려주십시오.”

“그건 네 아비한테 달려있다.”

“예?”


청무문의 정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또한 무인들이 나서서 진중한 기세로 벽 너머를 노려보는 중이었다,


비상경비체제에 돌입해 있는 것이다. 전시상황에 준하는 대응이었다.


“멈추시오!”


저벅저벅 다가오는 파천성을 제지하는 굵은 목소리.


오십 줄의 중년인. 거대한 체구를 가진 청무문의 장로, 최백이 그 외침의 주인이었다.


“잠깐, 녀석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사, 사형입니다! 진영 사형이에요!”


최백의 주위에 모여있던 청무문의 제자들이 소란스럽게 웅성댔다. 최진영을 알아본 것이다.


최진영은 파천성의 배려심 없는 손아귀에 잡힌 채로 여기까지 이동하는 탓에, 극심한 멀미를 경험하고 있었다.


“우, 우웨에엑!”


최진영이 헛구역질을 하려 했고, 파천성이 얼른 그를 바닥에 패대기쳤다.


“진영 사형!”

“아니, 이놈이!”


제자 중의 하나가 분기탱천하여 신형을 쏘았다. 높다란 담 위에 서 있던 그는 포물선으로 궤적을 그리며 낙하했다.


“진영 사형에 감히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이냐!”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속도를 더한 제자는 파천성에게 제 무게와 낙하하는 힘을 모두 모아 검을 내리쳤다.


파천성은 피식 입꼬리를 끌어올렸고. 고개를 들어 공중에서 떨어지는 녀석을 쳐다봤다. 아주 단조로운 공격이었다.


파천성의 발이 좌측으로 한 걸음 이동했고, 검을 들어 녀석의 움직임 사이에 슬쩍 끼워 넣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으윽!”


녀석의 목을 파고 들어간 파천성의 검신이 그 반대쪽에서 제 모습을 삐쭉 드러냈다.


“···!”

“길을 열어라. 너희들의 문주를 만나봐야겠다.”


파천성의 음성이 마치 바로 옆에서 듣는 것처럼 선명하게 퍼져나갔고, 제자들의 시선이 최백에게로 쏠렸다.


복수를 바라는 눈빛이었다.


그러나 최백은 아무것도 모르는 제자들과는 달리 대강의 상황을 알고 있었던 터였다. 최백의 얼굴에 침중한 기색이 흘렀다.


‘마교와 시비가 붙었다더니.’


최백은 부상을 입은 채로, 운기조식에 들어간 청무문주를 떠올렸다. 그리고 엉망진창의 상태로 붙잡혀온 조카를 보았다.


못마땅함에 최백의 눈가가 절로 찌푸려졌다.


‘하여간 도움이 안 되는 부자 놈들이구나.’


사적으로는 형과 조카가 되는 이들은 속으로 마음껏 씹어댔다. 이 사태를 만든 그들에게 원망스러운 마음이 적지 않았다.


‘차라리 잘 되었다···.’


최백이 상념에 잠겨 침묵하고 있자, 파천성이 앞으로 나섰다. 그의 소매가 휘몰아쳤다. 공력을 모으는 것이다.


콰과광.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은, 파천성의 일장은 유유히 날아가 청무문의 정문을 산산이 부숴냈다.


“자, 장로님?”

“명을 내려 주십시오!”

“미안하구나. 최진영이 잡혀있는 상황에서 내가 손을 쓸 수가 없구나.

“아아···.”


제자들이 탄식을 흘렸다. 문주의 부성애가 각별함은 그들도 느끼고 있는 터였다.


최진영이 어린 시절에 생모를 잃고 외롭게 자란 탓일까, 문주의 행동은 가끔은 지나칠 때가 있었다.


제자들이 크게 의심을 품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최백이 말을 이었다.


“우선 놈이 문주께 용무가 있는 듯하니, 그를 문주께 데려가야겠다.”

“예? 그, 그것은···.”

“아니, 오히려 잘 되었다. 문주 앞에 대면시키면 저놈이라고 별수가 있겠느냐? 문주께서 일검에 놈을 죽일 것이다. 게다가 놈은 어차피 혼자이지 않느냐?”

“으, 으음.”


문제의 해결과 원인을 모두 그들 부자지간에게 떠미는 최백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문주가 크나큰 부상을 입은 것을 모르는 제자들한테는 꽤 그럴듯한 수로 여겨졌다.


파천성이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제자들은 간격만을 유지할 뿐, 덤벼들지 않았다.


“···이게 무슨 일이냐?”


문주의 처소인 청무각에 다다랐을 때, 청무문주가 시커먼 안색으로 황급히 걸어 나왔다.


“적도가 이곳까지 당도하는 동안 너희들은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이냐!”


문주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적에게 대문을 훤히 열어주는 것이 말이나 되느냔 말이다.


사납게 제자들을 질책하던 문주가 이내 최백을 바라봤다. 시선을 받은 최백이 고개를 숙였다.


“최진영이 잡혀있는 터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 녀석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평소 같았으면, 문주의 말에 벌벌 떨며 용서를 구할 동생이었다. 그러나 최백은 떨구어진 고개를 들고 다시금 눈을 마주쳐왔다.


청무문주의 눈썹이 불쑥 치솟았다.


‘이 녀석이 뭘 잘못 먹기라도 한 것인가?’


마치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한 그 방약무인한 태도.


청무문주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동생이 자신에게 반기를 들 줄은 꿈에도 몰랐던 문주였다.


이미 가까운 화산에 도움을 요청하는 서신을 보내놓은 상태였다. 그러니 조금만 버티면 화산의 고수들이 달려올 것인데.


당황한 문주가 파천성을 힐끔 보았다.


“집안싸움은 그쯤 하지.”


파천성은 그 말에 함께, 마기를 내뿜었다.


“으으윽!”

“···!”


어린 제자들이 비틀거렸고, 그 앞을 어른들이 급히 가로막았다. 천마신교의 마인이라는 것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모습.


파천성의 입이 달싹였다. 전음이었다.


-장보도를 내놓아라. 그럼 최진영은 물론이고, 네 녀석도 목숨을 연명이나마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뿔싸, 청무문주는 깜짝 놀랐다. 계속해서 연달아 터지는 사건들에 정신을 부지하기가 어려웠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청무문주가 생각을 거듭했다.


장보도가 어떻게 드러났단 말인가. 또한 마교에서 그것에 왜 관심을 갖는단 말인가.


‘설마 장보도의 정체를 파악한 것인가?’


순간, 울분이 터져 나왔다. 장보도의 위치를 찾기만 한다면 천하고수가 될 수 있을 것인데.


“···으으으!”


그것을 간신히 억누르며, 청무문주가 고민했다.


‘최백에게 저 놈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린다면?’


최백은 제자들의 시선을 의식하여, 어쩔 수 없이 움직이기는 할 터였다.


하지만 파천성의 손아귀에 잡혀있는 자신의 아들, 최진영은 반드시 죽을 것이다.


우선 파천성이 최진영을 살려둘 것이 아니었고 또한 이미 반기를 든 이상, 최백도 그것을 원할 것이다. 아주 은근슬쩍.


“···.”

“가져와라.”


다시 한 번 재촉하는 파천성의 말에, 문주는 하는 수 없이 품에서 고이 보관하던 장보도를 꺼냈다.


목숨을 부지하려거든 방법이 없었다. 장보도가 아무리 중요한들, 아들의 목숨과 바꿀 수는 없었다.


“으득. 받으시오.”

“고맙군.”


파천성은 히죽 웃으며 장보도를 받았다. 마기를 내뿜고, 청무문주에게는 전음으로 장보도를 내놓으라고 한 것.


그것은 다분히 의도된 행동이었다.


장보도의 정체를 숨기기도 해야 했지만, 이것으로 청무문주를 향한 제자들의 신뢰는 크게 흔들릴 것이다.


그것을 아는지, 청무문주도 화를 참지 못 하는 기색이었다. 많은 제자들 앞에서 굴복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다음에 또 만나지.”

“···.”


청무문은 어차피 적이었고, 사정을 보아줄 필요가 없었다. 언제고 다시 검을 맞댈 것이다.


파천성은 장보도를 품에 고이 챙겼다. 필사한 사본까지 없을 것이라 믿는 것은 욕심이리라.


파천성이 제자들을 헤치며 자리를 떠났다. 누구도 그 앞을 가로막지 못 했다.


“이, 이대로 보내는 겁니까?”

“나도 몰라···.”


제자들은 무언가 분한 얼굴로 그렇게 수군거렸다.


“뭣들 하느냐! 당장 진영이를 의당으로 옮겨라!”

“옛!”


제자들이 최진영을 살피는 것을 확인한 청무문주가 숨을 크게 토해냈다. 오늘 하루가 너무 길었다···.


팔을 잃고, 장보도를 잃고, 심지어 아들까지 잃을 뻔했다. 눈을 반개한 채로, 먼 곳을 응시하는 문주에게, 최백이 불쑥 물었다.


“한데, 문주께서 마인에게 내민 물건의 정체가 도대체 뭐요?”

“···!”


최백의 얼굴에는 웃는 기색이 가득했다. 청무문주의 수난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


흑의인은 섬서지부에 소속된 마인이었다. 그는 파천성의 앞에 낮게 부복했다.


“사 대주님! 지부장님의 호출입니다!”

“알았다.”


한창 장보도를 살피고 있던 파천성이었기에, 지부장의 부름에 귀찮은 마음이 컸다.


“무슨 일인지 아는 바가 있나?”

“소인도 자세한 것은 모르겠으나···. 화산에서 개파연에 대한 초대장을 보냈다고 합니다.”

“뭐?”


파천성의 얼굴에 의아함이 퍼져나갔다.


화산파의 개파연. 화산의 개파조사가 도관을 차린 날을 기념하는 것으로, 아주 성대하게 치러지는 연례행사였다.


정도 무림의 잔치. 그곳에 천마신교가 초대받은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졌구나!’


심상치 않음을 느낀 파천성의 표정이 굳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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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1화. 비무, 환검. +2 20.04.08 1,318 28 13쪽
» 30화. 수난의 연속. +3 20.04.07 1,494 29 12쪽
30 29화. 도박장. +2 20.04.06 1,526 28 12쪽
29 28화. 청무문주. +2 20.04.05 1,650 31 11쪽
28 27화. 노인과 제자. +3 20.04.04 1,695 31 12쪽
27 26화. 만상무극불사공. +2 20.04.03 1,779 29 12쪽
26 25화. 흑혈수 장굉. +2 20.04.02 1,672 35 12쪽
25 24화. 천마신교의 손님. +2 20.04.01 1,698 34 12쪽
24 23화. 취장호. +2 20.03.31 1,753 28 12쪽
23 22화. 주예설. +2 20.03.30 1,830 33 13쪽
22 21화. 귀천대도. +2 20.03.29 2,036 32 12쪽
21 20화. 화월루. +2 20.03.28 1,988 33 13쪽
20 19화. 사 대주. +2 20.03.27 2,101 31 13쪽
19 18화. 섬서지부. +2 20.03.26 2,180 36 12쪽
18 17화. 적염혈기공. +1 20.03.25 2,232 35 13쪽
17 16화. 주인을 몰라보는 미친개. +1 20.03.24 2,251 31 13쪽
16 15화. 새로운 다짐. +2 20.03.23 2,241 39 13쪽
15 14화. 파천성이 잘하는 방식. +3 20.03.22 2,280 41 13쪽
14 13화. 내기를 제안하다. +2 20.03.21 2,246 39 14쪽
13 12화. 무영신투 서갈혁. +2 20.03.20 2,308 41 13쪽
12 11화. 날아드는 생사첩. +1 20.03.19 2,304 38 12쪽
11 10화. 명령에 불복하면 죽음뿐이다. +2 20.03.18 2,478 44 12쪽
10 9화. 흡성대법. +2 20.03.17 2,444 41 12쪽
9 8화. 삼관에 입관하다. +2 20.03.16 2,567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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