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민낯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신교 소교주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민낯
작품등록일 :
2020.03.09 18:40
최근연재일 :
2020.04.13 23:19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78,516
추천수 :
1,304
글자수 :
194,641

작성
20.03.16 07:07
조회
2,567
추천
43
글자
12쪽

8화. 삼관에 입관하다.

DUMMY

8화.


‘이런 행운이!’


칠일도의 눈이 기쁨으로 반짝거렸다.


어떻게 들어온 곳이던가. 풍운의 꿈을 안고 입마구관에 입관한 지도 어연 십수 년이 흘렀다.


이관에서 시간을 너무 보냈던 것이다.


무재가 부족하다는 생각은 결단코 해본 일이 없었다. 어려서부터 낭인으로 이곳저곳 쏘아다녔다.


장대한 체구 덕에 여러 명의 적과 싸워서도 이긴 칠일도였다. 그래서 금방 졸업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들어와 보니까 아니었다. 무재가 부족했던 것도 아니었고,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었다.


무공을 익힌다는 것은 원래 단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시일이 오래 걸리는 일이었을 따름이었다.


후회도 많이 했다. 내가 미쳤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곳에 들어와서.


그래서 항상 결심했다. 어떻게든 삼관까지만 졸업하면 바깥으로 나갈 수 있었다. 사관이고, 오관이고 절대 관심 없었다.


‘어떻게든 삼관까지만 졸업하자!’


그런 마음으로 도착한 삼관.


무시무시한 곳이라고 들었던 이곳의 시험이 무려 조를 이루어 보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금 칠일도의 옆에는 바로 소문의 소교주가 있었다. 이관을 단숨에 돌파했다는.


‘흐흐흐.’


대박이었다. 이 황금줄을 잡고 삼관을 통과하는 거다!


칠일도의 꿈이 크게 부풀어 올랐을 때였다.


황금줄이 입을 열었다.


“조원을 바꿔도 되나?”

“지금은 편의상 나눈 것일 뿐. 정원이 열 명이 된다면 어떻게도 상관없소.”


어라? 이게 무슨 말이지, 칠일도는 불길함을 느꼈다.


황금줄의 손이 칠일도를 가리켰다.


“너. 저리 가라.”

“예?”


희망이 와르르 무너졌다. 칠일도는 세상을 잃은 것만 같은 침울한 얼굴로 자리를 이동했다.


다른 이가 정원을 채웠다. 쭉 째진 눈을 가진 사내였다.


“너무하셨습니다.”

“뭘.”

“저 산적 같은 놈이 우는 것을 보십시오. 소교주님이 한참 잘못하신 겁니다.”

“울긴 왜 울어. 지 목숨을 구해준 건데.”

“예? 목숨 말씀이십니까?”


교관이 입을 열었다.


“주목! 다들 전송진의 위로 올라와라. 여러분은 제각기 다른 장소로 보내진다. 지금까지 충분히 설명했을 터. 입 아프게 두 번 말하지 않겠다.”


우우웅.


“모든 것을 의심하고 또 의심해라. 강호의 격언을 명심해라. 그럼 다들 무운을 빈다.”


빛이 그들을 감싸 안았다.


눈을 뜨니, 이번에도 숲 속이었다. 차이라면 전각 따위는 없었다는 것.


숨을 들이쉬니, 상쾌함이 달랐다.


단순히 공기가 좋은 것이 아니라 순도 높은 기가 느껴진 것이다. 내공을 수련하기에 최적의 환경.


파천성은 재빨리 손을 움직였다.


서걱.


입술을 붉게 칠한 여인이 쓰러졌다. 검을 반쯤 뽑은 채로였다.


“···!”

“···!”


석원과 종삼은 크게 놀랐다.


파천성의 갑작스러운 행동도 그랬지만, 다른 이들의 움직임이 더욱 그러했다.


지금까지 같은 조로 묶여있던 그들이 짠 것처럼 돌변하니 더욱 놀랐다.


그들은 서로 눈을 마주하더니 파천성 일행을 천천히 포위해왔다.


예의 눈이 째진 사내가 입을 비죽였다.


“애송이가 눈치는 빠르구나.”

“눈치만 빠른 건 아닐 거다.”

“흐흐흐. 죽어서도 주둥이를 놀릴 수 있는가 확인하겠다.”


사내가 신호하기도 전에, 파천성이 달려들었다.


파천성은 간결한 동작으로 그들을 차례차례 베어나갔다. 한 걸음 내딛고, 한 번의 검격.


한 편의 그림 같은 광경이 지나갔다.


“애, 애송이가 어떻게 이렇게···!”


사내는 혼비백산하여 칼을 떨어트렸다. 그것을 쥐고 있는들 바뀔 것은 없었으므로.


“···사, 살려주십시오. 대협. 제발.”


사내가 애원했다. 죽기 싫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제가 눈이 삐었나 봅니다. 대협을 알아보지 못하고. 살려만 주신다면 제가 어떻게든 보은하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얼마나 남았지?”

“예?”

“삼관을 졸업하는 것 말이다.”


사내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그···. 여섯 명 남았습니다.”

“그럼 여기서만 아흔 네 명을 죽였구나.”

“그런! 하지만 삼관의 시험이 그렇지 않습니까? 제가 살육에 미친 살인귀도 아니고, 어쩔 수 없었을 뿐입니다.”


사내는 항변했다. 시험이 이러한 것을 어쩌란 말인가.


시험의 내용은 백인살이었다. 말 그대로 백 명의 사람을 죽이라는 것.


그것으로 죄를 물 것이라면 정말 큰 형벌을 받아야 할 것은 다름 아닌 입마구관 그 자체였다.


“그래. 이해한다.”


사내가 고개를 들었다. 눈물이 맺혀있었다. 희망이 들었다. 혹시?


“그, 그럼 살려주시는 겁니까?”

“그러니 너도 나를 이해해라.”


서걱.


단숨에 사내의 목을 벤 파천성이 먼 곳을 바라봤다.


저 멀리서 움찔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점수를 확인하는 교관이었다. 삼관에서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관리를 수월하기 위해서 만들어 놓은 것이 조였고.


“···이놈들 대체 왜 이런답니까?”

“졸업하려면 별수 있나.”

“우, 우리 조원 아니었습니까?”

“조원들끼리 꼭 이러지 말란 법은 없으니까.”


같은 조원이라고 해서 꼭 운명공동체인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사실에 매몰된 사람들은 방심하다가 죽고는 했다.


“그리고 여섯 명이 남았다니. ···이 녀석들 지금 삼관에 들어온 것이 아닌 겁니까?”

“니 말이 맞다.”


녀석들은 지금 삼관이 개방되었을 때가 아니고, 이전에 들어온 사람들이었다.


삼관의 개방이 이루어질 때.


열 명의 정원이 안 맞추어지면 새로 들어온 이들과 섞어서 조를 만든다.


관리의 수월함을 이유로 들었지만 진짜 이유가 그것인지 생도들은 모른다.


*


“새끼, 무슨 놈의 눈빛이 저래···.”


나무에 숨어서 파천성의 시선을 마주한 교관. 그는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교관의 눈이 표독스럽게 바뀌었다.


“재수 없는 놈.”


교관들 사이에서 소교주는 특히나 유명했다.


당연히 그럴 것이 그 신분의 특별함은 물론이요, 행적들마다 보통 예사로운 것이 없었다.


“소교주님이요? 왜 재수가 없습니까?”

“그냥 재수가 없어.”

“하긴 정말 난 분이시긴 하시죠.”


후배 녀석이 그렇게 말했다. 육호도 그 말에는 동의하는 편이었다. 난 놈이긴 했다.


“일관의 교관들이 잠 한숨을 못 잤다고 하더라고요. 역으로 암습을 당하느라.”

“흥. 일관의 놈들이 약해빠진 거지.”

“그리고 패악질을 부리던 성가의 일원을 반죽음 만들고! 크으.”

“···.”

“거기다가 금마옥을 탈옥한 마인까지 격살하시니까.”


후배 녀석은 줄줄이 이어나갔다.


누구는 몇 년이 걸린 이관을 백 일 만에 주파했다는 소리를 주절거렸다.


‘그딴 거 하나도 안 궁금해.’


후배 녀석은 소교주를 아예 존경하는 것 같았다.


교관의 대다수는 소교주의 행보를 응원했다.


그러나 삼관의 육호는 배알이 꼴려, 도저히 소교주를 좋아할 수가 없었다.


“아! 그리고 선배님.”

“왜.”


육호가 불퉁스럽게 대답했다.


“오늘 양우가 뵙자고 전해달랍니다.”

“알았다.”

“예.”


말을 전하고 사라지는 후배. 그 모습을 보는 육호의 시선에는 영 못마땅하다는 기색이 가득했다.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 없는 놈.’


육호는 양우를 만나러 가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금세 기분이 나아졌다. 곧 여인을 안을 것을 생각하니 아랫도리가 불끈해져 왔다.


*


“소교주님, 이거 하루 이틀 걸릴 일이 아니겠습니다.”

“금방 끝나.”

“예? 이렇게 돌아다녀서 백 명을 죽이기는커녕, 만나는 것조차 힘들겠습니다.”


종삼이 투덜거렸다. 이 넓은 숲 속을 뒤지고 사람을 찾으라니. 지치는 일이었다.


“이런 과정을 다 수행이라고 생각해라. 누구나 니 목숨을 노리고 있는 곳. 극한의 상황에서 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를 말이야.”

“···.”

“아! 조언 감사드립니다. 역시 소교주님···.”


석원이 고개를 깊게 끄덕였다. 무언가 느낀 바가 있다는 듯.


아닌 게 아니라 강호는 이곳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더 심하면 심했지.


“그리고. 금방 끝날 거다. 정말로.”


파천성은 평범하게 백인살의 시험을 끝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전생과 같은 더러운 기억은 더는 겪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아예 송두리째 바꾸어 버릴 작정이었다.


이 빌어먹을 곳을.


“와! 산속에 이런 마을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석원이 감탄했다.


한참을 걸어 도착한 곳에, 이런 번듯한 마을이 있다니. 과연 누가, 무슨 이유로 만든 것일까.


“소교주님. 그럼 이제 들어가서 다 썰어버리면 되는 겁니까?”

“뭐?”

“백인살 시험을 완수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기다려봐라.”


마성을 받아들인 이후로, 종삼의 성격이 점차 변화하는 것 같았다.


마을 내부로 들어서자, 일단의 무리가 그들을 맞이했다.


“소교주님을 뵙습니다. 안쪽으로 오시지요. 저희 조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들은 파천성을 안쪽으로 안내하려고 했다.


마을 내부로 들어서고, 또 사람들이 다가오자 한껏 긴장하고 있던 종삼이 바로 말렸다.


“안 됩니다. 소교주님. 저들의 무엇을 믿고 안쪽으로 들어간단 말입니까? 바깥에서부터 썰어대시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도 충분히 위험합니다.”


석원이 동의했다. 그리고 그들의 걱정은 타당했다.


이곳은 삼관이었고, 그들의 목숨이 노려질 것은 당연했기 때문이었다.


“아니다. 어차피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예?”

“그놈이 호랑이는 아니지만 말이다.”


마을의 가장 안쪽.


동물의 가죽이 깔린 곳에 누군가 앉아있었다.


작은 키에 단단한 체구를 가진 오십 줄의 중년인은 양우였다.


“어서 오시지요.”

“입마구관의 생도치고는 꽤 늙었구나.”

“허허허.”


양우는 그저 웃어넘겼다. 건방지기가 이를 데 없다더니. 과연 실제로 만나보니 더 하다.


“늙은 것이 가진 재능까지 부족하여, 오래 머물게 되는군요.”

“그래보인다.”

“···.”


양우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경고를 해줘야겠군.’


원래는 최대한 참으려고 했다.


소교주는 지나쳐갈 사람이고, 자신은 이곳에 계속 머물러야 했으니까.


소교주가 찾아온 것은 의외였지만, 교관이 미리 알려준 덕에 당황하지 않을 수 있었다.


눈에 띄는 짓을 하고 싶지 않았고. 적당히 대접하고 보낼 생각이었다.


그러나 오만방자한 태도가 도를 넘어섰다. 아예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이다.


이곳의 주인이 누군지. 단단히 알려줄 필요성이 있었다.


내력을 끌어 올리려던 참이었다.


“그래서 원하는 흡성대법의 대성은 이루었나?”

“···!”

“젊은 세월을 다 바쳐 마공을 연성하는 거라면. 그래, 흡성대법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어?”

“무, 무슨 소릴 하십니까. 흡성대법이라니요. 큰일 날 소리를 하십니다.”


흡성대법은 천마신교에서도 금지된 마공이었다. 가진 바 위력보다는 수련상의 기이함이 컸는데.


사람의 정혈을 흡수하여, 연성한다는 이유 때문에 강호에서 배척된 지가 오래였다.


파천성이 히죽 웃었다.


“발뺌할 것 없다. 이미 다 알고 온 것이니.”

“···어떻게 알았느냐?”


양우의 말투가 급변했다. 서글서글한 분위기는 어디 가고, 차가운 북풍이 불어오는 듯했다.


“말해도 못 믿을 건데.”


양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없다. 모두 죽이면 그만이니. 천마신교가 크게 시끄러워지겠구나.”


무인들이 파천성 일행을 포위하며 다가왔다. 언뜻 셈하기로도 백은 훌쩍 넘어 보였다.


양우가 진득한 마기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


“누울 자리를 못 알아보고 발을 뻗은, 어떤 미련한 놈이 죽는 바람에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마신교 소교주가 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중단 공지. +2 20.04.15 384 0 -
공지 4월10일금요일휴재입니다. 20.04.10 470 0 -
36 35화. 화산파, 장공잔도. +3 20.04.13 884 23 12쪽
35 34화. 사일검법. +3 20.04.12 985 20 12쪽
34 33화. 일문소. +1 20.04.11 1,086 21 14쪽
33 32화. 서화영. +4 20.04.09 1,256 24 14쪽
32 31화. 비무, 환검. +2 20.04.08 1,319 28 13쪽
31 30화. 수난의 연속. +3 20.04.07 1,494 29 12쪽
30 29화. 도박장. +2 20.04.06 1,527 28 12쪽
29 28화. 청무문주. +2 20.04.05 1,651 31 11쪽
28 27화. 노인과 제자. +3 20.04.04 1,696 31 12쪽
27 26화. 만상무극불사공. +2 20.04.03 1,780 29 12쪽
26 25화. 흑혈수 장굉. +2 20.04.02 1,673 35 12쪽
25 24화. 천마신교의 손님. +2 20.04.01 1,699 34 12쪽
24 23화. 취장호. +2 20.03.31 1,754 28 12쪽
23 22화. 주예설. +2 20.03.30 1,831 33 13쪽
22 21화. 귀천대도. +2 20.03.29 2,037 32 12쪽
21 20화. 화월루. +2 20.03.28 1,989 33 13쪽
20 19화. 사 대주. +2 20.03.27 2,101 31 13쪽
19 18화. 섬서지부. +2 20.03.26 2,181 36 12쪽
18 17화. 적염혈기공. +1 20.03.25 2,233 35 13쪽
17 16화. 주인을 몰라보는 미친개. +1 20.03.24 2,252 31 13쪽
16 15화. 새로운 다짐. +2 20.03.23 2,241 39 13쪽
15 14화. 파천성이 잘하는 방식. +3 20.03.22 2,281 41 13쪽
14 13화. 내기를 제안하다. +2 20.03.21 2,246 39 14쪽
13 12화. 무영신투 서갈혁. +2 20.03.20 2,309 41 13쪽
12 11화. 날아드는 생사첩. +1 20.03.19 2,305 38 12쪽
11 10화. 명령에 불복하면 죽음뿐이다. +2 20.03.18 2,479 44 12쪽
10 9화. 흡성대법. +2 20.03.17 2,445 41 12쪽
» 8화. 삼관에 입관하다. +2 20.03.16 2,568 4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