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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신교 소교주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민낯
작품등록일 :
2020.03.09 18:40
최근연재일 :
2020.04.13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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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3.2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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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1화. 귀천대도.

DUMMY

21화.


“에라이! 씨···.”


귀천대도가 식탁을 강하게 내리쳤다.


쾅.


흑단으로 만들어진 식탁은 꿈쩍도 하지 않았는데, 그 위에 놓여진 호리병 모양의 술병이 넘어질 듯 기우뚱거렸다.


얼른 그것을 붙잡은 귀천대도의 시선이 그의 반대편으로 향했다.


“···.”

“야, 내가 구질구질해 보이지?”

“···아닙니다.”

“맞잖아. 되게 볼품없어 보이잖아. 돈 몇 푼 더 벌겠다고 이리뛰고, 저리뛰고···. 응? 그치? 솔직히 말해봐.”

“속하는 그렇게 생각한 적이 결단코 없습니다.”

“그래, 그렇다 치고. 너, 이게 몇 냥짜리인 줄은 알아? 아, 당연히 모르시겠지. 너 같은 서생들이 술 값에 관심이나 있겠냐?”

“···.”

“이게 자그마치 은자 두 냥이다. 두 냥이라고. 저어기 남곡교 밑에 있는 거지 놈들한테 갖다 주면 몇 달은 풍족하게 살 돈이라고. 이 한 병에.”

“···.”

“아니, 몇 달이 뭐야, 그 치들은 십 년도 버틸걸? 아주 꾸역꾸역.”


서생, 현원은 아주 죽을 맛이었다.


우선 꿇고 있는 다리가 너무 저려오기 시작했고, 이 빌어먹을 방주 놈의 역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괴로웠다.


‘내가 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현원이 눈을 질끈 감았다.


먹고살 길이 막막하던 차에, 월봉을 높게 쳐준다는 말에 관심을 가졌던 것이 실수였다.


한 번 사파에 적을 올린 이상, 멀쩡히 빠져나갈 길이 없었다. 아주 코가 단단히 꿰여버린 것이다.


빌어먹을 귀천대도가 말을 이었다.


“나는 돈을 무지막지하게 많이 벌고 싶다.”

“···속하가 옆에서 돕겠습니다.”

“그래서 내가 너를 영입했잖아. 응? 근데 왜 아무것도 못 하는 거야? 응? 너, 서안 문인들 사이에서 되게 날렸다면서?”


현원은 침을 꿀꺽 삼켰다. 징조가 좋지 않았다. 이럴 때면 항상···.


“···설마 날 속인 거냐?”

“아, 아닙니다! 방주님! 진정하십시오!”

“왜? 나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제발 진정하십시오!”

“이런, 씨! 왜? 내가? 내가 왜 진정해야 해?”

“아···.”


돈에 미친 귀천대도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옆에 뉘어져 있던 대도를 한 손으로 집어들고는 정말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쨍그랑. 우지끈.


사람 몸통만한 대도가 방 안을 무참히 어지럽혔다.


현원은 구석에서 몸을 웅크린 채, 태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속으로는 욕지거리를 수백 번은 더 했다.


‘미친놈! 돈에 미친 것도 아니고, 아주 그냥 지 혼자 미쳐버린 놈!’


시끄러운 소리가 계속해서 귀를 날카롭게 파고들어서, 현원의 찡그려진 인상은 도무지 펴질 줄을 몰랐다.


귀천대도는 온갖 물건들을 깨부수면서도, 돈이 될 만한 귀물은 귀신같이 피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것을 보면, 귀천대도의 도법에 대한 조예가 영 형편없는 것은 또 아닐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금 상황을 문자로 표현해봐라.”

“풍비박산?”

“아니다.”

“백난지중?”

“지지부진!”


귀천대도가 소리를 버럭 질렀고, 현원은 납작 엎드렸다.


이럴 때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넘기는 것이 상책이었다.


“아! 역시 방주님이십니다. 가히 명견만리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속하가 이 지지부진한 상황을 타개할 계책을 반드시 마련해 오겠습니다!”

“···.”


귀천대도가 사실 가끔씩 욱해서 그렇지, 평소에는 모실만한 상관이었다···.


현원에게 작은 소망이 있다면, 귀천대도의 저 험악한 얼굴이 분노가 아닌 두려움으로 일그러지는 것을 목도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소망이 지금 이루어질 줄이야.


“···!”

“···!”


온통 검은색의 옷으로 전신을 두른 사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걸어들어왔다.


수백 명의 무인들이 철통같이 방비하고 있을, 가장 심처에 위치한 전각으로 말이다.


“귀천대도 맞나?”

“···누구쇼?”


현원의 방주님은 한껏 굳은 얼굴이었다.


‘···이 양반이 이렇게 긴장한 적이 또 있었나?’


현원은 눈치 좋게 슬쩍 물러났다.


그간 무림인들 간의 싸움을 경험하면서 터득한 아주 필사적인 움직임이었다.


“지금이 밤이지 않소? 그러니까 바깥에 말이오. 그러니까 지금도 보초를 서고 있을···.”

“죽였다.”


그 순간, 귀천대도의 눈이 차갑게 식은 듯했다. 그가 발에 채이는 부서진 액자를 걷어찼다.


정확히 흑의사내를 노린 액자는 빠르게 날아갔고, 그 뒤를 귀천대도가 따라붙었다.


“이게, 내 아우들을! 이 개···!”


들려있는 대도를 힘껏 휘두르면서였다.


아쉽게도 현원이 본 것은 거기까지였다. 눈 앞이 별무리라도 터진 것처럼 환하게 느껴졌고.


아주 찰나의 시간이 지난 뒤, 귀천대도가 바닥을 볼품없이 굴렀다.


“···바, 방주님!”


현원이 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판관필.


방주가 이제 너도 무림인이지 않느냐, 라는 말과 함께 내어준 물건이었다.


상등품은 아닌 듯했다. 아주 통짜 쇠로 만들어져서 별다른 무늬도 없고, 무겁기만 했으니까.


‘감히, 우리 방주님을···!’


그래도 항상 소지하고 다니는 편이긴 했는데, 판관필의 쓸모가 드디어 오늘 생긴 것이다.


현원이 막 불청객에게 달려들려고 했을 때였다.


“으, 으윽···.”


방주가 비척비척이면서 일어났다. 현원은 즉시 걸음을 멈추고, 다시 벽으로 바짝 붙었다.


양민은 무림인 간의 싸움에는 끼어드는 것이 아니었다.


“···더럽게 아프군. 근데 지금 나를 죽이지 않은 걸 보면. 특별히 나한테 목적이 있는가 보오?”


파천성은 피식 웃었다.


“바로 맞췄다.”

“그렇다면 실수하셨소. 난 우리 형제를 죽인 놈들 말은 절대로 들어주지 않거든.”

“혹시 육방의 놈들과도 형제인가?”

“육방? 그놈들과 내가 왜 형제요?”

“그럼 다행이야.”


파천성이 뭔가를 휙 하고 던졌다. 그것을 반사적으로 잡아챈, 귀천대도가 침음을 흘렸다.


“···육방주. 이놈은 아주 겁이 많은 놈이라, 제 굴에 꼭 처박혀서 절대로 나오질 않는 놈이었는데.”


잘린 목을 쳐다보던 귀천대도가 말을 이었다.


“그러면 다 죽었겠소. 육방의 방도들은.”

“모조리 죽였지.”

“내 아우들도 그렇게 죽였소?”

“긴말 할 것 없다.”


쓸데없는 질문을 무시하며, 파천성이 성큼 다가섰다.


그가 잠그고 있던 기운을 온통 풀어놨다. 사방이 숨 막힐 듯한 마기로 가득 찼다.


귀천대도가 경악해서 크게 소리를 질렀다. 마기에 잠식당한 신체가 천천히 굳어갔다. 두려움이 화악 밀려들었다.


“···마기! 악독하기가 끝간 데 없더니, 어쩐지 마교의 놈이었구나···.”

“무인들을 지원해주마. 흑혈방을 하나로 일통해라. 빨빨거리며 화월루까지 드나드던 것을 보면 열의야 충분할 터.”

“···.”


귀천대도는 예상 외의 제안에 혼란스러웠다.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더니, 이것은···.


어마어마한 기회였다.


이렇게 강력한 마인이 손을 들어준다면, 정말로 흑혈방을 하나로 일통하는 것도 가능할지 몰랐다.


그렇게 되기만 한다면. 어디선가 욕심이 스멀스멀 솟아올랐다.


‘···그런데 죽은 내 아우들은?’


아우들을 떠올리자니, 마음이 쓰라렸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어차피 죽은 것 아닌가. 살 사람은 살아야지.’


저 악독한 마인 놈은 제안을 거절한다면 바로 자신을 썰어 죽일 것이다. 옆의 현원도 마찬가지고.


‘···나를 용서해라.’


귀천대도는 결심을 굳혔다.


“알겠소. 대신.”

“대신?”

“···아니오. 아무것도.”


귀천대도는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이상에는 본인이 무엇도 주장할 수 없는 신세라는 것을 깨달았다.


“···.”

“···.”


몇 가지 사항을 전달하고는, 파천성은 등을 돌려 사라졌다.


그가 사라지자, 귀천대도는 숨을 후욱 토해내며 주저앉았다.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법한 일들을 너무 짧은 시간에 몰아 겪었다.


“어, 어떻게 된 겁니까?”

“나도 모른다.”

“···저희 마교 아래로 들어간 겁니까?”

“···왜? 좀 별로인 거 같냐?”

“아니요, 뭐. 어떻게든 되겠지요···.”


귀천대도는 힘이 안 들어가는, 몸을 일으켰다. 아우들의 시신을 수습해야 할 때였다.


*


신형을 날리며 종삼이 물었다.


“왜 그런 거짓말을 하셨습니까?”

“뭘.”

“우리가 놈들을 기절시키면서 들어간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걸 알려줬으면 설득이 훨씬 쉽지 않았을까요?”

“그냥. 좀 시험해보고 싶어서.”


파천성은 별것 아니라는 태도로 담담하게 대답했다.


종삼이 의구심이 든 얼굴로 되물었다.


“···시험이요? 그럼 탈락한 것 아닙니까? 바로 말을 바꾸던데요. 처음에는 아우를 죽인, 어쩌고, 하던 놈이···.”

“적당히 타협할 줄도 아는 거지.”

“그렇기야 하죠.”

“적당히 식구를 챙길 줄도 알고.”

“···.”

“적당히 욕심도 있고 말이다.”

“욕심은 오질라게 있는 놈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적당히 써먹기 좋은 놈이지 않느냐?”

“그런가요?”


*


흑혈방의 일방.


일방은 흑혈방에 가장 중심이 되는 방이었다.


그런 만큼 일방주는 굉장히 강했고, 또 방도의 인원 또한 굉장히 많았다.


흑혈수 장굉.


온통 검은 피부의 중년인이 눈을 번뜩였다.


“···뭐? 육방이 초토화가 되었다는 말이냐?”

“예. 확인한 바로는 그렇습니다.”

“허어···.”


장굉이 탄식을 흘렸다. 하루아침에 육방이 멸망하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누구지? 누가 육방을 노린 거지?”

“그게···.”


수하가 말끝을 흐렸다. 장굉이 서둘러 물었다.


“청무문? 아니면 선우검가인가? 설마 우리 식구끼리 싸움이 붙은 것은 절대로 아니겠지?”

“그게, 흉수를 알 수가 없답니다.”


장굉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수하의 대답은 그 정도로 상식을 벗어나 있었다.


육방이 멸망할 정도면 그만한 전력의 이동이 분명히 있어야 했다.


아니, 실시간으로 보고하라는 무리한 요구도 아니었다.


그런데 아직도 파악을 못 했다고?


“뭐? 그게 말이 돼? 육방이 하루아침에 멸망했는데, 적이 누군지, 정체조차 모른다는 게?”

“···너무 순식간이었고, 그래서 지금 주요 문파의 무력대들의 소재를 모두 확인하였으나, 특별한 이동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생존자들이 하는 이야기는 들어봤나?”

“별다른 특징이 없답니다. 생전 처음 보는 놈들이었다고 합니다. 그냥 검은 옷을 입었다는 것 외에는.”


장굉이 곱슬거리는 수염을 매만지며 심각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처음 보는 놈들이라. 복면을 쓰지도 않았다는 거군. 그렇다면, 아예 새로운 놈들인가? 타 지역의?”


그렇다면 수하가 파악하지 못 한 것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갔다. 흑혈방의 정보망은 그리 넓지 않았으니까.


“하오문에 의뢰를 넣어라.”

“예?”

“다른 지역에서 넘어온 놈들이 있는지 그걸 확인하라는 말이다! 이 아둔한 놈아···!”


눈알을 뺑글뺑글 돌리며 되물어오는 수하의 모습에, 장굉이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그의 짙은 눈썹이 무섭게 치솟았다.


“이놈아, 당장 내일은 우리 일방이 공격당할지도 모르는데, 어찌 이리도 태평하단 말이냐?”

“예, 예! 죄송합니다.”

“기다려! 이게, 아직 방주의 명령이 끝나지 않았는데 어딜 가느냐!”


척하면 척하고 알아들어야 할 것인데, 하도 답답한 수하의 모습에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았다.


“아이고, 이 멍청한 것아···!”


한참을 화를 내던 장굉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숨을 고르며 잠시 고심하던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안 되겠다. 방주들을 소집해라.”

“예?”

“우리 흑혈방이 다 따로따로 있으니 당하는 것이다. 덩치만 컸다지, 아주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


의자의 팔걸이에 올리고 있는, 장굉의 팔에서 힘줄이 아주 징그럽게 튀어올랐다.


그것은, 굵은 뱀이 기어가는 것처럼 이리저리 어지럽게 꿈틀거렸다.


“차라리 잘 됐어. 좋은 기회다. 이번에 아예 놈들을 내 아래로 완벽하게 복속시켜야겠다.”

“···저, 정말 탁월한 혜안이십니다.”

“너한텐 뭔들 아니겠냐.”


장굉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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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 취장호. +2 20.03.31 1,754 28 12쪽
23 22화. 주예설. +2 20.03.30 1,831 33 13쪽
» 21화. 귀천대도. +2 20.03.29 2,037 32 12쪽
21 20화. 화월루. +2 20.03.28 1,989 33 13쪽
20 19화. 사 대주. +2 20.03.27 2,101 31 13쪽
19 18화. 섬서지부. +2 20.03.26 2,181 3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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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화. 무영신투 서갈혁. +2 20.03.20 2,309 4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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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9화. 흡성대법. +2 20.03.17 2,445 4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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