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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신교 소교주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민낯
작품등록일 :
2020.03.09 18:40
최근연재일 :
2020.04.13 23:19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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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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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4,641

작성
20.03.31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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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3화. 취장호.

DUMMY

23화.


“루주님, 루주님!”

“응. 왜 불러.”

“선물이 또 왔어요. 장일이 형한테서요!”

“어머, 그래? 고마워.”


화월루주는 화운이 내미는 선물을 받아들었다. 화분에 담아진 꽃 한송이였다.


노랗게 예쁘게 핀 국화를 받아든 화월루주가 화사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얘는, 얼굴이나 보러 오지. 왜 이런 걸 보내고 그래?”

“장일이 형도 집이 그리울 거예요. 근데 일해야 하니까 오지는 못 하고, 꽃만 보낸 거예요!”


혹여나 루주님이 장일이 형에게 실망하고, 미워할까 봐, 화운이 얼른 변명하듯 말했다.


화월루에서 남자아이들은, 일정 나이가 되면 제 몫을 하러 어디론가 떠난다. 루주님이 힘을 쓴 덕분이라고 했다.


화운도 얼른 커서 일을 하러 가고 싶었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어서 동생들에게 맛있는 것들을 잔뜩 사주리라고 다짐했다.


‘루주님도 내가 제일 똑똑하다고 하셨으니까.’


그러니까 화운도 곧 일을 하러 떠날 수 있을 것이다.


화운은 기대감 넘치는 눈빛으로 화월루주의 대답을 기다렸고, 그녀의 입술이 작은 호선을 그리며 열렸다.


“정말 고마워.”

“···네!”


그 말을 끝으로, 화운은 이제 집무실에서 나가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루주님은 떼를 쓰는 아이를 싫어하니까.


화운은 서둘러 방을 나섰다. 방문이 굳게 닫히고, 화월루주가 화분의 밑부분을 뒤적거렸다.


“특급의뢰는 자주 없는데. 무슨 일이지?”


화월루주는 그곳에서 종이뭉치를 꺼냈다.


여러 번을 접어 작아진 종이를 펼쳐서 읽는 그녀의 표정에는 전에 없던 진중한 기색이 가득했다.


“···흑혈방의 의뢰로구나. 서안으로 들어온 외부의 무인들을 추려달라고?”


그녀는 같이 동봉되어 있던 다른 종이들도 빠르게 확인했다.


“육방이 아주 멸망을 했다고? 육방을 몰살시킬 만한,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무력대라면···.”


고아들을 모아 보살핀다고 서안 빈민가의 대모라고 불리는, 화월루주. 사실 그녀에게는 감춰진 신분이 하나 더 있었다.


기녀, 소매치기, 도박꾼. 등등의 온갖 하류인생들이 모인 정보단체. 하오문. 서안지부의 지부장이 바로 그것이었다.


“···흐응.”


그녀가 시큰둥하다는 듯, 소리를 내었다.


이런 의뢰는 한 달에도 몇 번이나 들어온다. 아마 원한이라도 진 모양이지. 육방이 몰살당한 것은 놀라웠지만 그뿐이었다.


화월루주가 별다른 고민 없이 지시를 내리기 위한 글을 적는 순간이었다.


우뚝, 그녀의 손이 멈추었다.


-정말 처음 뵙는 얼굴이에요. 무척이나 젊으신데요.

-이번에 왔소.

-아, 이번에요? 혹시 천마신교 본단에서 내려오신 분이신가요?


불현듯 일전의 만남이 떠오른 것이다.


이번에 천마신교 섬서지부에 새로 왔다는 젊은 마인. 과연 그가 홀로 온 것일까?


이건 가정이었다. 만약에.


그가 섬서에 홀로 온 것이 아니고, 따로 무력대를 이끌고 왔다면?


그래서 육방을 몰살시킨 그 무력대의 정체가 마교의 타격대와 동일하다면? 그렇다면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마교가 움직였다는 것. 목표는 흑혈방.’


생각이 그곳까지 확장된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교가 움직인 걸지도 몰라!”


화월루주의 눈에 경악과 고민이 마구 소용돌이쳤다.


*


흑혈방의 전부를 아래로 두어야 한다.


그 방도에 대해 고심을 하던 중에, 파천성을 찾아온 이가 있었다.


바로 귀천대도의 부하였다. 일전에 파천성이 일러준 대로 접선을 해온 것이었다.


“처, 처음 뵙겠습니다, 대주님. 방주님이 저를 급히 보내셨습니다.”

“그래, 무슨 일이지?”

“···그, 믿을만한 무인들을 지원해달라고 합니다. 물론 대주님의 수하들이라면 모두가 믿음직스럽겠지만요.”


부복해있는 귀천대도의 부하는 필요 이상으로 몸을 떨고 있었다.


파천성이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

“이번에 일방주가 소집령을 내렸습니다. 흑혈방의 간부들이 모두 모여야 하는 자리입니다.”


부하의 대답에 파천성이 눈을 빛냈다. 흑혈방의 간부가 모두 모이는 자리라고 했다. 그렇다면.


일이 잘 풀린다고 생각한 파천성이 흥미로운 기색이 되어 더욱 자세한 사항들을 묻기 시작했다.


“일방주가 소집을 내렸다고? 이유가 뭐지?”

“명목은 육방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라는데. 그게 아무래도 수상해서 말입니다.”


육방이 몰살을 당했으니, 그들로서도 어떠한 논의가 필요한 것을 사실일 터. 그런데 수상하다는 것은 어떤 말일까.


“···혹시 그들이 먼저 행동할 거라 예상하는 건가?”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일방주는 도통 믿을 수가 없는 자입니다. 그래서 만약을 대비해, 무인들을 지원해달라는 것이 방주님의 부탁이었습니다.”

“그럼 이번에 일을 벌일 생각인가?”

“예? 아, 아닙니다!”


파천성의 과감한 말에, 그는 깜짝 놀랐다. 부하는 대주가 자신들의 의도를 오해했다는 것을 깨닫고 급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단지 호위를 부탁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그곳에서 일방주를 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왜 불가능하지?”


파천성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간부들이 모두 모이는 자리라면 아주 완벽한 기회가 될 수 있었다.


부하가 신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회담 장소가 취장호의 한가운데입니다.”

“취장호라면, 호수의 한가운데라고?”

“예. 정확히는 호수 한가운데에 세워진 삼층누각이 회담 장소입니다. 게다가 땅으로 이어진 통로가 양측으로 난 돌다리뿐이어서, 침투가 아예 불가능합니다.”

“흐음···.”

“당연히 그곳을 일방주의 수하들이 틀어쥐고 있을 것이니까. 이번에는 아무래도 불가능하겠습니다.”


부하는 파천성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말했고, 파천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해볼 만하겠다고.


*


귀천대도는 눈을 끔뻑였다.


“여, 여기는 어쩐 일로 오셨소이까?”

“무인을 지원해달라며?”

“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나보다 더 믿을만한 무인이 있나?”


피식 웃으며 하는 파천성의 말에, 귀천대도가 마지못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당연히 없소이다.”

“그럼 됬지.”


파천성이 취장호를 바라봤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휘황찬란하게 세워진 삼 층의 누각이었다.


호수를 반으로 가로지르는 석교 위에 세워진 누각은 마치 바다 한복판에 홀로 떠 있는 섬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곳을 정말 천 명이 넘을 듯한 무인들이 철통처럼 방비하는 중이었다.


계속해서 자리를 이동하면서 이곳저곳을 순찰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확실히 호수의 반경이 꽤나 넓어.”

“그렇소. 일방주가 어떤 놈인데. 제 놈의 안전을 아주 끔찍이도 생각하는 놈이오.”


정말 그랬다. 이번 회담을 위해, 원래는 있었을 작은 놀잇배들조차 모두 치운 상태였으니까.


물 위를 자유자재로 달리는 고수가 아닌 이상에야, 침투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침투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탈출 또한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수상하긴 하군.”

“···대주님이 보기에도 그렇소?”

“석교를 막아버리면 꼼짝없이 죽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젠장! 상황이 아주 고약하게 됐소. 회담에 불참하면 아예 흉수로 몰릴 판이니까.”


일방주는 꽤나 영리한 자여서, 분위기를 애초부터 그렇게 잡았다. 그런 일방주에게 동조하는 자들도 많았다.


무엇을 약속받았길래.


한참을 화난 표정으로 씩씩거리던 귀천대도가 문득, 파천성을 흘깃 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절대로 일방주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되오. 제발 참아주시오.”

“알고 있다.”

“정말 부탁드리오. 대주님께서도 일천의 무인을 모두 상대하진 못할 것 아니오? 우리 살아서 나갑시다.”


확답을 받아놓고서도, 귀천대도는 안심이 되질 않는지 계속해서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파천성에게 쏘아댔다.


그러던 와중에, 저 멀리 취장호에 있던 무인들의 움직임이 크게 변화했다.


일방주가 행차한 것이다. 그는 수많은 무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누각으로 향했다.


귀천대도는 심히 아니꼽다는 듯, 눈가를 찌푸렸고, 파천성이 입을 열었다.


“우리도 가지.”

“···예.”


파천성과 귀천대도의 일행은 누각으로 향했다. 우선 석교를 건너야만 했다.


무인들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는데, 그곳의 선임무인은 귀천대도의 안면을 아는지 먼저 포권을 해왔다.


“삼방주를 뵙습니다!”

“그래. 수고해라.”


귀천대도는 대충 인사를 받아주며 지나치려는데, 뜻밖에도 그 선임무인이 몸으로 앞을 막아섰다.


귀천대도가 멈칫했다.


“···잠깐. 뒤에 저분은 누구십니까?”

“···?”


그의 일행은 여럿이었으나, 선임무인의 손은 정확히 파천성을 가리켰다.


“···.”


침을 삼킨 귀천대도가 한껏 인상을 썼다.


“내 호위무사다. 됐냐?”

“처음 뵙는 얼굴입니다만.”

“네가 우리 방의 무인들 얼굴을 모두 알아? 어? 그렇게 대가리가 뛰어나면 여기서 칼을 쥘 것이 아니고 딴 일을 알아봐야지.”


귀천대도가 사납게 으르렁대며 기세를 피워올리자, 무인들이 검을 빼 들었다.


채쟁. 챙.


곧바로 검을 빼어드는 모습에, 귀천대도는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밀리면 답이 없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며 더욱 앞으로 나섰다.


“일방의 녀석들은 다들 하나같이 건방지기가 짝이 없다더니, 진짜 목숨이 두 개가 되기라도 하는 모양이야! 내가 오늘 그 버릇을 고쳐주마.”


귀천대도가 등에 매단 대도를 쥐어갔다. 상황은 일촉즉발의 순간으로 이어졌다.


“···그만, 검을 거둬라.”


결국 선임무인이 한 발자국 물러섰다. 그가 곤란하다는 얼굴로 사과를 해왔다.


“죄송합니다, 삼방주님. 절차가 그런지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그래서 계속 막을 거냐?”

“···아닙니다.”


선임무인이 길을 비켰고, 그를 따라서 긴장해있던 무인들이 검세를 풀고는 길을 열었다.


그들 사이를, 파천성과 일행이 지나갔다. 석교를 걸으면서 귀천대도가 혼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렸다.


“시, 십년감수 했소이다.”

“간이 콩알만하구나.”

“저 녀석들이 미친 거요. 아니. 갑자기 검을 빼들 건 또 뭐란 말이오?”


누각에 도착했고, 회담의 장소인 삼 층으로 올라가려 할 때였다.


“흐흐흐. 이게 누구신가?”

“너는···.”


거북한 목소리와 함께 나타난 것은 이방주, 태정이었다.


그는 귀천대도와 앙숙인 자로, 항상 만날 때마다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것처럼 구는 사내였다.


순간, 귀천대도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태정은 일전에도, 그의 책사인 현원을 갖고 질 나쁜 농담을 던진 적이 있었다.


그가 만약에 파천성에게 그런 말이라도 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어서 삼 층으로 올라가야겠다.’


무슨 일이 터지기 전에, 자리를 피해야겠다고 생각한 귀천대도가 계단으로 향했다.


그런 귀천대도의 귓가에, 태정의 느글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응? 너는 처음 보는 얼굴인데···.”

“···.”

“어린놈이 어르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구나. 혹시 눈깔이라도 파이고 싶어서냐?”


태정의 말에 귀천대도가 헉,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그는 정말 빠른 속도로 파천성과 태정의 사이로 몸을 날렸다.


“닥치거라!”

“아, 아니, 뭐···.”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귀천대도의 모습에, 태정이 찔끔하여 물러났다.


귀천대도는 재빨리 파천성의 반응을 살폈다.


‘제발! 이곳은 퇴로가 없고, 일천의 무인들이 포위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시오!’


귀천대도가 그런 소망을 담으며 파천성을 봤다. 다행히도 파천성은 그다지 화가 난 기색이 없었다.


‘휴우.’


귀천대도는 한시름 놓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만약 태정이 헛소리를 더 지껄인다면 본인이 대도를 휘둘러야겠다고 결심했다.


그것이 파천성이 폭발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파천성은 폭발하지 않았다. 대신에.


“삼 층으로 올라가서, 그곳에서 봅시다.”

“···엉?”


히죽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아니, 삼 층으로 올라가서 무슨 일을 하시려고?’


영문을 알 수 없는 파천성의 발언에, 귀천대도의 눈이 다시금 덜덜 떨렸다.


작가의말

산서지부->섬서지부

오류수정이 잇엇읍니다. 혼란을 드려 지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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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 흑혈수 장굉. +2 20.04.02 1,673 35 12쪽
25 24화. 천마신교의 손님. +2 20.04.01 1,699 34 12쪽
» 23화. 취장호. +2 20.03.31 1,754 28 12쪽
23 22화. 주예설. +2 20.03.30 1,831 33 13쪽
22 21화. 귀천대도. +2 20.03.29 2,036 32 12쪽
21 20화. 화월루. +2 20.03.28 1,988 33 13쪽
20 19화. 사 대주. +2 20.03.27 2,101 31 13쪽
19 18화. 섬서지부. +2 20.03.26 2,181 36 12쪽
18 17화. 적염혈기공. +1 20.03.25 2,233 35 13쪽
17 16화. 주인을 몰라보는 미친개. +1 20.03.24 2,252 31 13쪽
16 15화. 새로운 다짐. +2 20.03.23 2,241 39 13쪽
15 14화. 파천성이 잘하는 방식. +3 20.03.22 2,281 41 13쪽
14 13화. 내기를 제안하다. +2 20.03.21 2,246 39 14쪽
13 12화. 무영신투 서갈혁. +2 20.03.20 2,309 41 13쪽
12 11화. 날아드는 생사첩. +1 20.03.19 2,305 38 12쪽
11 10화. 명령에 불복하면 죽음뿐이다. +2 20.03.18 2,478 44 12쪽
10 9화. 흡성대법. +2 20.03.17 2,445 41 12쪽
9 8화. 삼관에 입관하다. +2 20.03.16 2,567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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