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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신교 소교주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민낯
작품등록일 :
2020.03.09 18:40
최근연재일 :
2020.04.13 23:19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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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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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
글자수 :
194,641

작성
20.03.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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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글자
12쪽

10화. 명령에 불복하면 죽음뿐이다.

DUMMY

10화.


‘그런 시험이 있었다고?’


파천성의 기억으로는 그런 시험 따위는 없었다.


‘내가 모르는 시험이 있을 수도 있겠지.’


갑작스럽게 생겨났을 수도 있고, 모종의 이유로 있던 시험이 폐지되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주위를 살펴보니 어딘지 모르게 급조한 티가 났다. 교관들의 얼굴도 익숙하지가 않다.


마치 어디선가 급히 끌어온 것처럼.


저 책임교관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아!’


기억이 났다.


이관에서, 석원을 떨어뜨리기 위해 헐레벌떡 뛰어왔던 그 교관.


파천성은 그제야 어느 정도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랬구나.’


파천성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상상력 하나는 풍부하구나.’


임기응변인 것치고는 나쁘지 않다. 이 판이 저 책임교관이 만든 판이라고 가정한다면.


셋 중의 하나를 죽여라.


파천성과 종삼은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였고, 그럼 남는 것은 석원이었다.


시험을 빌미로 석원의 죽음을 유도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파천성의 시선이 석원에게로 향했다.


‘이 녀석을 왜 노리는 거지? 저 책임교관이.’


석원이 저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도 알았던 것이다. 정말로 한 사람이 죽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노려질 사람은 자신이 되리라는 것을.


“이, 이렇게 은혜를 갚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죽어줄 거냐?”

“제가 소교주님을 상대로 감히 살아날 생각을 하겠냐만은···. 그래도 넋 놓고 죽어줄 수는 없습니다.”


석원이 기수식을 취했다. 그리고 간격을 두고 말을 이었다.


“원망하지는 않겠습니다. 소교주님이 아니었으면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으니까요.”

“···.”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임청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잘 됐어! 이렇게 되면 석원은 깔끔하게 처리했다.’


사실 임청은 그동안 알게 모르게 걱정이 많았다. 그간 마음고생이 심했다.


사관에 도전하는 사람은 없다.


삼관에서 졸업하게 되면 누구나 입마구관을 나가기 마련이었다.


아마 석원도 그러했을 것이고, 그의 손에서 벗어나게 되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게 된다면야 바깥에서 성가가 해결하기에는 더욱 쉬워질 수 있겠으나.


‘내가 쓸모없다는 것을 증명하게 된다! 절대 안 돼!’


그래서 조금 무리한 일이지만, 이런 계책을 썼다. 하필이면 소교주가 끼어있어서 조마조마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들키지 않으면 그만이었고, 워낙에 시간이 촉박했기에 강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멋지게 성공했다.


‘흐흐흐.’


임청이 내심 웃음을 흘렸을 때였다.


“죽이지 않겠다.”


파천성이 임청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소교주가 대신 죽으실 거요?”

“그것도 싫은데.”


이러면 안 되는데.


원래라면 다들 치고받고 싸우고, 뒤통수를 때리고, 피 튀기는 혈전이 벌어져야 했다.


배신과 배신의 연속.


그런데. 다들 멀뚱멀뚱 바라만 볼 뿐이었다.


‘이, 이러면 어떻게 되지?’


애초에 치밀하지 못했던 작전이었다. 당연히 시험이라고 속이면 믿고 따를 줄을 알았다.


원래 이곳의 시험이라는 것들이 다 이 모양이었으니까.


‘처벌을 한다? 무슨 처벌? 어떻게?’


시험을 거절한다고 해서 처벌? 그런 처벌 따위가 있을 턱이 만무했다.


원래라면 졸업을 못 하는 것이 맞겠으나, 이미 본래의 시험을 다 통과한 마당에 임청의 마음대로 붙잡아 놓을 수도 없었다.


등줄기에 땀이 주륵 흘렀다.


“아, 아무리 소교주라 한들 이곳은 입마구관이오.”

“안다.”

“그리고 당신은 생도이고. 소교주라는 위치를 앞세워서 이렇듯 규칙을 다 뭉갤 것이오? 그럼 도대체 입마구관에는 왜 들어왔느냔 말이오!”


임청이 결국 선택한 것은 강압적인 방법이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규칙? 규칙보다 더 중한 것이 있지.”

“그게 소교주의 말이라는 말이오? 오만방자하기가 이를 데 없군!”


연무장이 떠나갈 듯이 소리를 질렀다. 어떻게든 윽박질러서 소교주의 기를 죽여놓을 셈이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얼굴을 무섭게 일그러트리며 임청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전과 다르게 무척이나 사나운 어투였다.


“나는 책임교관 임청이다. 그리고 너는 생도 파천성이고. 시험의 내용은 동일하다! 불복한다면 죽음뿐이다!”

“좋은 말을 하셨군. 책임교관.”


파천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마신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 모든 것에 우선 하는 것. 그건 바로 힘이라오.”

“···힘?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냐?”

“불복한다면 죽음뿐이라 하셨소?

“···.”

“이 연무장에는 당신이 더 어울리겠어.”

“무슨?”

“생사결을 청하겠소. 천마신교의 교도라면 냉큼 내려오시오.”


소교주가 그렇게 말했다. 일순간 그의 몸이 거대하게 보였다.


임청은 덜덜 떨리는 몸을 멈추려고 노력했다.


천마신교에서 교주령보다 무거운 것이 있다면 바로 그것은 힘의 법칙이었다.


누구든 명령에 불복할 권리가 있다. 힘만 있다면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생사결로 정해지는 것이었고.


“그, 그게···.”


임청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멍하니 파천성을 내려다봤다.


*


소식을 들은 선아가 빠르게 복도를 달렸다.


“소교주님이 출관하신대요!”

“뭐어? 살아 돌아오신 거야?”

“네! 정말 다행이에요!”


시비들이 폴짝폴짝 뛰며 기뻐했다.


선아를 붙잡고 ‘와아.’ 하고 춤까지 추어댔다. 앞으로 밥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천룡각이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선아는 신이 나서 천룡각을 쏘아다녔다.


“언니, 이 꽃을 저기에 옮겨 심는 게 어때요?”

“어머. 괜찮겠다.”

“그렇죠? 헤헤.”


이곳저곳을 단장하고, 꾸미는 일이 이어졌다.


그런 탓에 꽤 번잡스러워지니, 각을 호위하는 무인이 물어왔다.


“뭐하시오? 바빠 보이는데.”

“네? 아! 우리 소교주님이 출관하신다고 하셔서요.”


선아가 대답했다. 그래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허어. 주군께서 드디어 돌아오시는군.”

“네? 주군이요?”


해괴한 명칭이었다. 선아가 모르는 사이에 언제 주군이 되셨단 말이지.


“예전에는 그냥 소교주님이라고 부르지 않았나요?”

“주군으로 모시기로 했소.”

“언제부터요?”

“한 오십 일 되었지, 아마.”

“그때는 소교주님께서 이미 입관하셨을 때인데요?”

“바로 그렇소.”

“주군···. 그런 거는 둘이 서로 동의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혼자 막 그래도 돼요?”

“마음으로 섬기는 것인데 불가능할 것이 있나.”

“아, 예···.”


선아는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원래 무사님들한테도 인기가 많은 편이 아니셨는데.’


최근 들어 달라진 평가를 가장 절실하게 느끼는 것이 선아였다.


선아는 천성이 수다스럽고, 정이 많아서 누구와도 금방 친해지고 잘 어울렸다.


그런 탓에 다른 전각의 시비들과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떠들다가, 언니들에게 귀를 잡혀 끌려가는 것이 일쑤였다.


그만큼 선아는 천마신교 내의 소문에도 무척이나 밝았는데, 최근 들어서 믿기 힘든 소문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소교주님이 글쎄. 하급무인을 위해 성가의 망나니를 혼내주셨다는 거 아니야?”

“들었어? 풀려난 광혈마인을 상대로 생도들을 지켜내셨다고.”

“누구는 수 년이 걸리는 이관을 단 백 일 만에 졸업하셨어. 역시 소교주님이야.”


선아는 믿지 않았다. 뜬소문들에는 당연히 거짓들도 있었고, 소교주님에 대한 것도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에이. 거짓말.’


소교주님이 남을 위해 나서는 장면은 도저히 상상이 안 갔다.


남을 위해 나서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소교주님이셨다. 거기다가 난폭하고 게으르기까지 했으니.


그런데 소문이 잠잠해지기는커녕, 더욱 더 살을 붙여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옛날 같았으면, 평소에 시비들과 한창 담소를 나누다가도 소교주님에 대한 주제로 넘어가면 다들 입을 꾹 다물곤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연히 좋은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었고.


나쁜 말을 하다가 누가 듣기라도 하는 날에는 크게 경을 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로, 다들 소교주님에 대한 이야기는 쉬쉬하는 분위기였는데.


‘그런데 요즘에는···.’


천마신교 내 어디를 가든 천룡각 소속이라고 하면 먼저 소교주님 이야기를 꺼낸다.


평소의 소교주님은 어떠냐고. 예전과 달라지셨다는데 혹시 아는 게 있느냐고.


‘그 소문이 정말일까?’


크게 달라진 상황에 선아는 알쏭달쏭한 기분이 들었다.


*


역시 집이 최고였다. 파천성이 천마신교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느낀 감상이었다.


“소교주님, 돌아오셨습니까!”

“귀교를 환영합니다.”

“입마구관의 졸업을 경하드립니다.”


여기저기의 다른 무인들이 인사를 건네왔다. 어떻게든 말이라도 한 번 나눠보고 안면이라도 익힐 요량이었다.


“고맙소.”


파천성은 최대한 준엄하게 대답하며 천룡각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도대체 언제 도착하는 거야.”

“이각은 더 가셔야 합니다.”


천마신교의 본단은 무지막지하게 넓었고, 천룡각은 그곳에서도 최중심부에 위치해있었다.


“그러게 준비한 마차를 타지 않으시고.”

“말렸어야지, 네가.”

“말렸습니다. 그런데 기어이 걷겠다고 하셨잖습니까.”

“죽어라 말리지 그랬어.”


그를 환영하는 인파들에 취해버려서, 마차를 거절한 일이 독이 될 줄은 몰랐다.


“그냥 경공을 사용해서 갈까?”

“그럴까요?”

“응. 그래야겠다.”


파천성이 신형을 쏘려고 할 때였다.


“저, 저희는요?”


마차와 함께 파천성을 기다리다가, 거절하는 바람에 이렇게 걸어서 뒤따르던 선아였다.


“뛰어와.”

“네? 아, 네···.”

“경공이 결국 빠르게 달리는 것을 말하는 거다.”


선아는 고개를 푹 숙였다.


‘뭐가 달라지셨다는 거야! 똑같은데.’


울상을 지은 선아가 속으로 할 말, 못할 말 가리지 않고 마구 할 때였다.


“소교주님! 제발 저희 누나를 구해주세요!”


어떤 형체가 불쑥 튀어나오더니, 소교주님의 앞에 부복하여 외쳤다. 허름한 의복을 입은 소년이었다.


선아는 깜짝 놀랐다. 행차하는 길을 막는 것은 큰 죄였다.


유한 사람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으나, 소교주님은 그러신 분이 아니었다.


선아는 치도곤을 당할 소년이 불쌍해졌다.


소년의 말을 곰곰이 돌이켜보니, 아마 그의 누이가 곤경에 처해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렇듯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든 것이다. 눈물로 애원하면서.


‘아마 소교주님의 소문을 들었겠지.’


소교주님에 대한 온통 좋은 소문들이 사실 여부를 따지지 않고 가림없이 다 흘러다니니까.


그 헛된 소문을 믿고, 이 어린 소년은 소교주님이라면 본인의 어려운 일을 해결 해주실 거라고 생각한 게다.


어리석게도.


선아의 눈에 안타까움이 서렸다.


“저희 누나가 성가의 성벽이라는 놈한테 끌려갔습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선아는 탄식했다.


누이의 일은 너무도 가여운 일이었다. 그러나 성가, 천마팔가의 일원인 그 성가였다.


선아는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이건···. 소교주님이 절대로 나서시지 않을 거야.’


보아하니, 의복도 허름한 것이 별 볼 일 있는 가문이 아니었다.


소교주님은 그런 자를 위해서 성가와 척을 지실 분이 아니었다.


‘그래도 치도곤만은 면하게 부탁드려보자.’


그런 결심으로 선아가 입술을 떼었을 때였다.


“···성가라? 좋다. 내가 너와 너의 누이를 도와주지. 어떻게 된 일인지 들어보자.”


소교주님이 부복해있는 소년을 끌어당겨 일으켜주었다.


선아의 눈이 왕방울만하게 커졌다.


작가의말

앞으로는저녁시간대에올릴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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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화. 만상무극불사공. +2 20.04.03 1,779 29 12쪽
26 25화. 흑혈수 장굉. +2 20.04.02 1,673 35 12쪽
25 24화. 천마신교의 손님. +2 20.04.01 1,699 34 12쪽
24 23화. 취장호. +2 20.03.31 1,754 28 12쪽
23 22화. 주예설. +2 20.03.30 1,831 33 13쪽
22 21화. 귀천대도. +2 20.03.29 2,036 32 12쪽
21 20화. 화월루. +2 20.03.28 1,989 33 13쪽
20 19화. 사 대주. +2 20.03.27 2,101 31 13쪽
19 18화. 섬서지부. +2 20.03.26 2,181 36 12쪽
18 17화. 적염혈기공. +1 20.03.25 2,233 35 13쪽
17 16화. 주인을 몰라보는 미친개. +1 20.03.24 2,252 31 13쪽
16 15화. 새로운 다짐. +2 20.03.23 2,241 39 13쪽
15 14화. 파천성이 잘하는 방식. +3 20.03.22 2,281 41 13쪽
14 13화. 내기를 제안하다. +2 20.03.21 2,246 39 14쪽
13 12화. 무영신투 서갈혁. +2 20.03.20 2,309 41 13쪽
12 11화. 날아드는 생사첩. +1 20.03.19 2,305 38 12쪽
» 10화. 명령에 불복하면 죽음뿐이다. +2 20.03.18 2,479 44 12쪽
10 9화. 흡성대법. +2 20.03.17 2,445 41 12쪽
9 8화. 삼관에 입관하다. +2 20.03.16 2,567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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