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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신교 소교주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민낯
작품등록일 :
2020.03.09 18:40
최근연재일 :
2020.04.13 23:1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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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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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4.13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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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5화. 화산파, 장공잔도.

DUMMY

35화.


화산파의 산문.


화산파로 들어가기 위한 관문과도 같은 곳. 북적거리는 인파와 그들을 통제하는 화산의 제자들이 상반된 분위기를 자아냈다.


개파연을 앞둔 만큼 경계는 더욱 삼엄하였으나, 통행패를 가진 자들은 어렵지 않게 통과했다.


그도 그럴 것이, 화산에서 발행한 통행패였기 때문에 애초부터 신뢰가 확인된 자들에게 주어진 것이다.


“잠깐.”


파천성 또한 통행패를 내밀고 들어서려 했으나, 불퉁스런 목소리가 그를 제지시켰다.


“천마신교의 마인들은 이미 이틀 전에 들어온 것으로 확인되는데, 귀하는 어떻게 된 것이오?”

“후발대이오.”


파천성의 대답은 짧았다.


처음 질문은 던진 이는 하얀 도복을 휘날리는 오십 줄의 도인, 진양이었다.


“···후발대이오? 허, 참.”


어이 없다는 듯이, 진양의 툭 튀어나온 광대뼈가 씰룩였다. 가늘게 째진 뱁새눈은 슬쩍 파천성을 흘겨보았다.


파천성의 성의 없는 대답이 진양의 심기를 건드린 것일까. 그 뒤로도 한참이나 질문은 이어졌다.


파천성이 그것에 지쳐, 불쑥 물었다.


“그건 무엇이오?”

“···통행패가 아니오?”


파천성이 가리킨 것은 본인이 내밀었던 통행패였다. 화산의 문양이 선명하게 찍혀있는 패.


“그건 어디서 발행했소?”

“당연히 화산파이오.”

“받은 곳은 어디오?”

“그거야 뒤편을 보면 알 일이지. 천마신교 섬서지부라고 적혀있군.”


그 대목에서 파천성을 슬쩍 마기를 내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소. 내가 그 천마신교 섬서지부의 마인이라오. 지금까지의 질문들은 모두 쓸데없고, 필요가 없는 일이었소. 내 말이 틀렸소?”

“···.”


그제서야 말의 의도를 이해한 진양이 눈에 불똥을 튀기며 파천성을 쏘아보았다.


“···헛.”

“으음.”


화산의 제자가 기세를 피워올리자, 주위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자들이 화들짝 놀랐다.


기실, 파천성이 서 있던 줄은 오로지 통행패가 있는 자들만을 위한 곳이었다.


그런 만큼 무림에 밀접한 관계를 맺은 인사들이 많았고, 그들은 천마신교의 마인이 실랑이하는 것을 몰래 훔쳐보는 중이었다.


사실 진양의 질문이 어디까지나 꼬투리를 잡기 위한 것이라는 것은 모두 알았다. 하지만 아니꼬워도 참아야 하는 일이 있었다.


더군다나, 이곳이 화산파의 대문, 그 바로 앞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이 어리숙한 마인은 그 조금의 불쾌함을 참지 못 하고, 화산의 일대제자를 들이받아 버렸으니.


얼마 간의 창피를 당하거나, 치도곤을 당한들 억울할 것은 없으리라.


그들은 세상 물정을 모르고, 화산파의 속 좁은 진양 도인에 대한 소문 또한 듣지 못 한 저 어린 마인을 비웃었다.


그렇게 생각한 이들이 흥미로운 기색으로 사태를 지켜보는데.


“깨달았으면 얼른 길을 열어 줄 것이지, 뭐 한다고 가만히 있소?”

“···허어.”


파천성이 한술 더 떠서 말을 했고, 진양은 적잖이 당황한 듯 장탄식을 내뱉었다.


화산의 제자가 된 이후로, 자신의 면전에서 이렇게 수모를 주는 사람은 또 처음이었다.


기가 막힌 듯, 한참을 조용하던 진양이 입을 열었다.


“지나가시오. 다만, 검은 풀어 놓고 가시오.”

“검을 풀어 놓으라고 했소?”


파천성이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많은 무림인들 중 그 누구도, 검을 풀어놓고 가는 사람은 없었다.


“옳게 들었소.”


그렇게 말하는 진양의 눈은 옹졸함으로 번들거렸고, 입꼬리는 조소를 머금고 슬쩍 올라가 있었다.


들여보내지 않을 수는 없으니, 골탕이라도 먹이려는 것이다. 무인에게 검을 내놓으라는 것은 지독한 치욕이 될 수 있었다.


파천성이 냉랭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검은 무인에게 목숨과도 같소만.”

“안전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조치이오.”

“차라리 내 목을 내놓으라고 하시오. 하물며 적진과도 같은 화산파 영내에 들어가는데 말이오.”

“거듭 말하지만 화산파는 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오. 그리고 귀하의 안전 또한 마찬가지이오. 그 부분은 걱정하실 것 없소.”


입으로는 안전을 이야기하면서, 턱을 치켜든 진양의 얼굴에는 파천성의 낭패를 즐기는 기색으로 가득했다.


파천성은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빌어먹을.’


입에 발린 같잖은 이유를 대면서, 결국 하는 것은 엉터리 모략이었다.


체면치레를 중시하면서도 남을 깔보는 것을 멈출 수 없는 정파인이라는 족속들의 특징이었다.


처음에 굽신거리지 않은 것이 이런 사건으로 이어진다니. 이 얼마나 우스운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파천성의 속내를 알지 못 하는지, 진양은 꼬박꼬박 말을 이었다.


“통행패를 발부한 것은 분명 화산이니, 귀하의 입산까지 막을 순 없겠지. 본 도장이 뭐라고.”

“···.”

“하지만. 개파연 동안 객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본 도장으로서는, 귀하께 길을 열어드릴 수가 없겠소. 이해를 부탁드리오.”


일견하기에,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었다. 입산을 막지 않는다면서 길을 열어 줄 수가 없다니.


하지만 화산파의 사정은 아는 자라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화산파는 깎아지르는 듯한 험준한 지형의 기암괴석 위에 지어진 도관이었다.


비록 확장을 거듭하여 작금에 와서야 규모가 커졌다지만 시작은 그랬다.


그렇기에, 예전에 화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벼랑에 딸린 위태로운 잔도를 이용해야 했었다.


무공을 익힌 자들이라도, 조금이라도 실수한다면 떨어져 실족사하는 이들이 심심찮게 나왔던 잔도를 말함이다.


그런 만큼, 화산의 성세가 커지고 가장 먼저 한 것은 산을 깎아 대로를 만든 일이었다.


그렇게 잔도는 이제 누구도 이용하지 않아 사장이 되어 버린 길이었다.


지금 진양의 말은 새로 만든 그 산로를 열어줄 수 없다는 뜻이었다.


“화산의 통제에 따르지 않겠다는 말은 곧, 우리에게 안전을 보장받지 않겠다는 말. 당연히 화산의 산로 또한 이용할 수 없소.”


파천성은 그 비웃음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입을 열었다.


“검을 드릴 수는 없겠소.”

“돌아가겠다는 말이오?”

“산로를 이용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오?”


주위에서 헉, 하는 소리들이 튀어나왔다.


화산을 자주 방문하는 객들은 그 잔도가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양 또한 눈이 크게 뜨였다. 호기로운 파천성의 대답에 적잖이 놀란 것이다.


‘···제법 기개는 있다만. 헛된 자만심이 너를 죽이겠구나.’


놀람은 곧바로 비웃음으로 변했다.


잔도를 이용하는 것은, 화산의 일대제자이자, 매화검수인 자신이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위험한 일이었다.


저런 어린 녀석이라면 당연히 떨어져 죽을 것이다. 하물며 무공에 깊이가 없는 마인이라면.


‘시체조차 찾을 수 없을 것이니, 문제 될 것도 없겠구나.’


그렇게 생각한 진양이 진한 미소를 흘릴 때였다.


“하지만 믿을 수 없군.”

“무엇이 말이오?”

“평생을 남의 뒤통수를 치는 곳에서 살아온지라. 나를 사지로 밀어 넣는 것이 아닌 줄을 어떻게 아오?”


처음에는 누구도 파천성의 그 말을 이해하지 못 한 터라, 침묵이 이어졌다.


그러나 곧 화산의 제자들이 크게 발끈하여 나섰다.


화산파에서 일부러 초대한 객을 죽인다는 말로 들릴 수 있는 심각한 모함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목소리를 낸 것은 운검이었다.


“뭐라! 그게 무슨 망발이오!”

“망발?”

“그렇소이다! 당신의 실력이 모자란 것을 화산의 탓으로 돌리지 마시오!”


제 사문이 모욕당했다고 여긴 운검은 얼굴을 시뻘겋게 물들이고 길길이 날뛰었다.


그런 모습이었지만, 진양은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대제자인 운자배 중에서도 가장 재능이 출중한 것이 운검이었다. 난폭한 맹수와 같은 기세를 풍기는 이십 대 후반의 사내.


아직은 어린지라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장래가 촉망받는 후기지수였다. 당장 다음 대의 매화검수로 확실시되는 운검이었다.


‘사문의 존장에 대한 공경까지 확실한 녀석이니.’


진양은 손을 들어 운검을 물러나게 하며, 파천성에게 말을 했다.


“그건 쉬이 넘길 수 없는 발언이오. 잔도 또한 길이 분명하오. 능력만 있다면 말이오.”

“쓰지 않은 지가 오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것을 어떻게 믿겠소?”

“본 도장이 증명해 보이겠소. 앞장을 서겠다는 말이오. 하지만 이 몸으로도 한계는 분명한지라, 귀하가 떨어진다고 한들 반드시 구해줄 것을 장담할 수는 없소.”


그 말을 하는 진양은 순간 악독한 생각마저 떠올렸다. 산을 오르는 길은 하나가 아니었다.


‘절대로 몸 성히 도착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욱 어려운 길로 향해서 파천성을 위기에 빠뜨리려는 속셈이었다.


파천성이 그런 말만 안 꺼냈다면 말이다.


“망발이라고 했던가? 어쩌시겠소. 같이 가시겠소?”

“···물론이오!”


파천성의 나직한 말에, 잠시 멈칫한 운검이 냉큼 대답했다. 잠시의 망설임을 감추기라도 하듯, 아주 우렁찬 목소리였다.


덕분에 운검의 발언을 듣지 못 한 사람은 없게 되었고, 진양은 낭패감에 미간을 찌푸렸다.


‘녀석의 수준으로는 아직···.’


절로 고개가 저어졌다. 잔도는 만만한 곳이 아니었다. 잘못될 확률이 단 일 푼이라도 있다면 운검을 데려가서는 안 됐다.


“너는···.”

“사숙!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허락하여 주십시오.”


열기로 가득 찬 운검의 눈. 언뜻 지기 싫다는 치기가 엿보였다.


‘그래, 어릴 때는 이러한 과감함도 필요한 법이다.’


못내 걱정이 드는 진양이었다. 하지만 젊은 적의 자신을 생각해보면, 어찌나 천하가 좁다하고 날뛰었던가.


그런 젊은 날의 경험이 있기에, 지금의 진양 또한 있는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한 진양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운검의 발언이 군중들에게 모두 들린 이상, 계속 반대하는 것도 모양이 안 살았다.


‘···운검은 화산을 대표하는 검수가 될 것이다. 체면이 상해서는 안 되겠지.’


진양의 허락이 떨어졌고, 셋은 잔도의 입구에 도착하였다.


파천성이 길의 끝을 쳐다보았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칼로 베어낸 듯, 오로지 높다란 바위산뿐이었다.


“후우우.”


깎아지르는 듯한 절벽에, 한 뼘이나 될까 한 좁은 길. 곳곳에 새로 자란 어린나무들이 한층 더 위험함을 배가시켰다.


탄식이 절로 나오는 광경이었다. 발을 조금이라도 헛딛으면 바로 천장단애로 떨어지는 것이다.


“뼈도 못 추리겠군.”

“후회되시오?”

“소 도장이나 조심하시오. 자칫하다가는 명부시왕을 만나게 될 것이니까. 죄목은 만용이고.”

“이, 이 사람이···.”


바들거리던 운검이 제일 마지막에 서려 했을 때였다.


“그럼···.”

“아니오. 내가 마지막에서 가겠소.”

“···무슨 이유로 그러시오.”

“뒤에서 칼을 휘두를 줄 어떻게 아오?”

“···으득. 좋소이다. 그럼 소인이 두 번째에서 이동하겠소.”


파천성의 말에, 운검이 분노로 이글거리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래서 진양이 맨 앞, 그리고 운검, 파천성 순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파천성이 잔도를 세세하게 훑었다. 머릿속에 각인이라도 시킬 듯이.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진양이 비릿하게 웃었다.


녀석이 아무리 꾀를 내고, 도발을 하여, 머리를 굴린 들, 아무 소용이 없었다.


‘본 도장이 네놈처럼 대책이 없는 줄 아느냐.’


어려운 길이 있다면 쉬운 길이 있는 법이다. 그리고 쉽고 어려움은 상대적인 것이다.


‘흐흐흐. 운검이 따라온 것이 심히 걱정이 되었는데, 생각해보니 더욱 잘 된 일이구나. 놈을 일부러 죽이지 않았다는 증인이 더 생긴 셈이니.’


이제 진양은 걱정이 없었다.


‘운검아, 배운 대로만 하려무나. 그거면 된다.’


화산파의 독문무공인, 청운신법.


그것은 바로 선 대의 고수께서 화산을 오르시면서 창안한 무공이었다.


‘···이 잔도가 바로 그 길이렷다.’


당연히 신법의 요결과 잔도의 경로는 일정 부분 맞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위험성 때문에 금지되었으나, 전 대에는 심지어 잔도를 오르는 것으로 청운신법의 수련을 대신한 적도 있다고 하였다.


그런 상황이었으니, 진양이 걱정을 잊고 웃음을 흘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


그런데 잔도를 살피던 파천성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저놈은 왜?’


자신이야, 방도가 있으니 웃는다지만. 저 녀석은 뭐라고 저렇게 웃는단 말인가.


진양은 묘한 불안감이 스물스물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작가의말

오타수정하엿습니다감사합니당.

봐주시는분들,덧글달아주시는분들모두감사드리고행복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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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화. 화산파, 장공잔도. +3 20.04.13 884 23 12쪽
35 34화. 사일검법. +3 20.04.12 984 20 12쪽
34 33화. 일문소. +1 20.04.11 1,085 21 14쪽
33 32화. 서화영. +4 20.04.09 1,255 24 14쪽
32 31화. 비무, 환검. +2 20.04.08 1,318 28 13쪽
31 30화. 수난의 연속. +3 20.04.07 1,493 29 12쪽
30 29화. 도박장. +2 20.04.06 1,526 28 12쪽
29 28화. 청무문주. +2 20.04.05 1,650 31 11쪽
28 27화. 노인과 제자. +3 20.04.04 1,695 31 12쪽
27 26화. 만상무극불사공. +2 20.04.03 1,779 29 12쪽
26 25화. 흑혈수 장굉. +2 20.04.02 1,672 35 12쪽
25 24화. 천마신교의 손님. +2 20.04.01 1,698 34 12쪽
24 23화. 취장호. +2 20.03.31 1,753 28 12쪽
23 22화. 주예설. +2 20.03.30 1,830 33 13쪽
22 21화. 귀천대도. +2 20.03.29 2,036 32 12쪽
21 20화. 화월루. +2 20.03.28 1,988 33 13쪽
20 19화. 사 대주. +2 20.03.27 2,101 31 13쪽
19 18화. 섬서지부. +2 20.03.26 2,180 36 12쪽
18 17화. 적염혈기공. +1 20.03.25 2,232 35 13쪽
17 16화. 주인을 몰라보는 미친개. +1 20.03.24 2,251 31 13쪽
16 15화. 새로운 다짐. +2 20.03.23 2,241 39 13쪽
15 14화. 파천성이 잘하는 방식. +3 20.03.22 2,280 41 13쪽
14 13화. 내기를 제안하다. +2 20.03.21 2,245 39 14쪽
13 12화. 무영신투 서갈혁. +2 20.03.20 2,308 41 13쪽
12 11화. 날아드는 생사첩. +1 20.03.19 2,304 38 12쪽
11 10화. 명령에 불복하면 죽음뿐이다. +2 20.03.18 2,478 44 12쪽
10 9화. 흡성대법. +2 20.03.17 2,444 41 12쪽
9 8화. 삼관에 입관하다. +2 20.03.16 2,567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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