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프롤로그.
“빌어먹을.”
수많은 군중이 그를 보며 연호하고 있었다.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그러나 실상은 그의 죽음을 응원하는 꼴이다.
-천마신교의 품위를 잃지 말게나.
-예? 교주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최대한 멋있게 뒤지라는 소리일세.
그는 태어나자마자 고아였다. 갓난아기를 버리고 도망가버린 부모 따위는 어디서 뒤졌는지 궁금하지도 않다.
그러나 고아로 자랐다고 평생을 빌어먹으란 법은 없다.
뼈를 깎는 노력과 불굴의 의지, 원체 대단한 재능를 양분 삼아 갖은 고초를 겪긴 했지만 결국 초절정 고수가 되었다.
이제 인생이 좀 피나 했더니, 이런 개죽음이 기다리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
‘무림은 힘의 법칙이 지배한다고? 센 놈이 법이다? 맞는 말이다. 처맞는 말!’
강해지면 억울한 일은 안 당할 줄 알았다. 그런 놈이 있으면 바로 척추를 접어 줄 계획이었다.
그런데 망할 교주 놈이 그런다. 정마대전의 종전을 위해 뒤져달라고. 거절하면 본인이 직접 죽여준단다.
“노부는 검왕 남궁혁일세.”
“···.”
광오한 별호였다. 검왕이라니. 검의 왕이란다.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저 녀석을 상대로 자신의 등을 떠민 것이다.
“준비는 되었는가?”
“···죽을 준비 말이냐?”
그도 알고 있고, 남궁혁도 알고 있고, 이 자리의 모두가 알고 있다. 이 승부의 승자는 남궁혁이라는 것을.
이건 단지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최대한 체면을 상하지 않고 전쟁을 끝내기 위한.
‘근데 그 희생양이 왜 나냐고.’
비무가 시작됐다.
반전은 없었다. 그는 모가지가 날아간 채로 자신의 몸뚱아리를 관찰할 수 있는, 더없이 진귀한 경험을 겪었다.
더 강했으면 되는 거 아닌가? 그랬으면 교주 놈을 때려눕히고 그딴 개죽음 너나 당하라고 말할 수 있지 않았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젠장. 그게 무슨 상관이야.’
이미 뒤진 마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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