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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신교 소교주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민낯
작품등록일 :
2020.03.09 18:40
최근연재일 :
2020.04.13 23:19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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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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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4,641

작성
20.04.03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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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26화. 만상무극불사공.

DUMMY

26화.


파천성은 섬서지부를 나와 화월루로 향했다. 별채를 따로 빌려, 사 대의 무인들의 거처로 삼기 위함이었다.


섬서지부 안에서 생활한다면 행적이 계속해서 드러날 수도 있다고 여긴 까닭이었다.


“···.”


그때 파천성이 멈칫했다.


‘설마 화월루주가?’


그녀를 처음 만났던 날, 섬서지부의 내부 사정을 아주 잘 아는 듯 보였던 루주였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단순히 신교와 모종의 연결이 있다고 여기고 넘긴 것이 실수였다. 어쩌면 정보가 그녀의 입을 통해서 새어나갔을 수도 있었다.


“···쯧.”


뼈아픈 실책이었지만 만회할 기회는 아직 있었다. 어쩌면 전화위복이 될지도.


파천성이 종삼을 불렀다. 그리고 일련의 지시를 내렸다.


“예? 화월루로 가는 것 아니었습니까?”

“갈 거다.”

“근데 저희는···?”

“화월루 주위에 은신해있거라.”

“···.”


종삼이 표정을 구겼으나 어쩌겠는가. 상관의 명령인데.


얼어버릴 것 같은 추위의 물속에서 버텨냈는데, 또 며칠간 야숙할 생각을 하니 절로 이가 갈리는 종삼이었다.


파천성은 화월루 내부로 들어갔다. 아직 해는 떨어지지 않았다.


“누, 누구세요?”

“···?”

“아! 루주님을 찾아오셨어요?”


이번에 파천성을 반긴 건 여자아이였다.


“이리 오세요.”


아이는 천진하게 웃으며 그의 소매를 잡아왔다. 조심스럽게 끌어당기는 힘에 저항하지 않으며 파천성이 물었다.


“저번의 그 남자아이는 어디 갔지?”

“어, 화운이를 말씀하시는 거면, 이제 여기 없어요. 진짜 먼 곳에 일하러 갔거든요···.”

“그렇군.”


아이의 안내를 받아서, 화사하게 반기는 루주를 만날 수 있었다.


“다시 찾아 주셨네요.”

“별채를 좀 빌리고 싶어서.”

“어머, 별채를요?”

“응.”


그 말을 끝으로 파천성은 입을 다물었다. 루주는 무척이나 호기심 가득한 눈초리였다. 그녀가 눈치를 보며 물었다.


“혹시 아이들이 필요하신가요?”

“아니, 필요 없다.”


여기서 루주가 말하는 아이들은 기녀들을 말함이었다.


파천성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의 예상이 맞는다면, 기녀들 또한 화월루주의 눈과 귀가 될 터였다.


루주가 재차 물어왔다.


“···별채는 혼자 쓰시기에 너무 넓어서. 오히려 텅 빈 느낌을 느끼실 거에요. 본채에 훨씬 고급의 방이 있으니, 그곳은 어떠세요?”

“아니야. 곧 작전을 나가거든. 그전에 푹 쉬어두고 싶어서.”


파천성은 하지 않아도 될 말을 굳이 했고, 살며시 웃는 루주의 눈이 잠깐 빛난 것처럼 보였다.


“그럼 안내해.”

“네. 아! 저는 급한 일이 있어서. 우리 아이가 안내해줄 거에요.”

“그나저나, 예전에 있던 남자아이는 어디 갔지?”

“···남자아이요? 아, 화운이를 기억하시는구나. 녀석도 이제 제 몫을 해야지요. 작은 상단에 소개해줬어요. 거기서 많은 것을 배울 거에요.”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루주의 눈이 집무실의 문, 바깥을 잠시 향했다.


“그럼 고생해.”

“네. 모쪼록 푹 쉬세요.”


파천성은 별채로 향했다. 그의 기감에 따로 잡히는 것은 없었다.


화월루는 꽤나 고급의 기루였기에, 주변으로 넓게 꾸며진 정원이 모두 화월루의 부지였다.


별채는 고즈넉한 분위기에, 외딴곳에 있었다. 무슨 일이 생겨도, 본채에서 알기란 쉽지 않아 보였다.


*


늦은 밤이었다.


파천성이 입을 달싹였다.


-수상한 움직임이 있더냐?

-특별히 루주의 집무실로 향하는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있다고 하더라도 이곳의 어린아이들 뿐입니다.

-아이들이 누구랑 접촉하는 지도 확인해.

-예. 최대한 파악하고 있습니다만, 아마 내일 아침에, 이곳의 객들이 귀가할 때가 되어서야 확연하게 구분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미끼는 던져놨다. 작전을 나간다고 이야기를 꺼내놨으니, 루주의 입이 범인이라면 아마 무언가 행동이 있을 것이다.


파천성은 다시 눈을 감았고, 심상에 빠져들었다. 머릿속에서 가상의 적이 생겨났다.


깊이 침잠해 들어갈수록, 얼마의 시간이 흐르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그런 파천성의 상념을 방해하는 소음이 있었다.


-···소교주님. 소년 하나가 담벼락을 넘었답니다. 지금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다고 합니다. 형상이 보입니다. 허름한 차림의···.


다다다.


그쯤에서 파천성의 감각에도 들리는 것이 있었다.


무언가 가벼운 물체가 두 발로 빠르게 내달리는 소리. 그 간격은 일정하지 않았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발걸음이라는 뜻.


착지음이 묘하게 주욱 늘어졌다. 지쳤거나, 혹은 제 근력 이상의 무언가를 짊어졌거나.


어쩌면 다쳤을 수도 있었다.


심상에서 막 빠져나온 탓에, 파천성의 오감은 무섭도록 활성화된 상태였다.


이런 감각의 홍수에서 벗어나야 함을 아쉬워하면서, 파천성이 눈을 떴다.


파앗.


퍼런 안광이 사위를 훑었고.


쾅쾅쾅.


누군가 다급하게 문을 두들겼다. 종삼이 전음으로 알려준, 아마 여기까지 달려왔다던 소년이겠지.


“누구냐.”


열어진 문틈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놀랍게도 예전에 만난 적이 있던 화운이었다.


“도, 도와주세요.”


아이는 다짜고짜 그렇게 사정했다.


“갑자기 무슨 말이냐.”

“장일이 형이 위험해요. 제발 도와주세요···!”

“그게 누구지? 그리고 그가 어떤 위험에 처했는지를 알아야, 내가 도와줄지 말지를 선택할 것 아니냐?”

“아, 아···. 장일이 형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형이에요. 정말 착해요. 매일매일 간식도 사주는 걸요.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닌데···.”


화운은 안절부절 못 하면서도, 입을 오물오물이면서 말을 이어갔다.


“사실은요, 우리가 전서하는 일을 해요.”

“전서?”

“네, 편지를 그냥 전달만 해주면 되는 쉬운 일이에요···. 그런데 이번에 높으신 분의 심기를 건드렸나 봐요. 그래서 잡혀서 죽임을 당할 거라고···.”

“그렇게 된 거로군.”

“···네, 그러니 제발 도와주세요. 도움을 청할 사람이 무사님밖에는 없어요.”


화운의 맨발은 상처로 가득했다. 달려오면서 어디서 신을 잃어버리기라도 했는지.


안쓰러운 모습이었지만 측은지심을 갖기에 파천성은 너무 오래 살았다. 게다가 너무 공교로웠다.


파천성이 이곳에 묵은 것을 어떻게 알고 바로 찾아왔을까.


“나는 그냥 무사일 뿐이다.”

“네.”

“그런 내가, 너를 어찌 돕겠느냐?”


파천성은 음성은 어쩐지 냉랭했다.


“···네?”

“높으신 분이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노기를 부리는데, 그 화를 내가 어찌 감당하냐는 말이다.”

“무, 무사님이잖아요.”

“칼을 들고가서 모조리 썰어버리길 바라느냐? 나는 칼밥을 먹는 칼잡이다. 너는 그 의미를 아느냐?”

“···.”

“칼로 먹고사는 나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도!”

“나는 너를 잘 모른다. 그러니 당연히 정에 호소하지 말아라.”

“···.”

“나를 움직일 대가를 지불할 수 없다면 돌아가라.”


파천성은 그 말을 끝으로 문을 닫으려고 했다.


‘어서 루주에게로 가라.’


그런 의미였다. 그래서 화월루주가 한패라는 것을 몸으로 증명해라. 하지만 전혀 생뚱맞은 말이 돌아왔다.


“···그럼 이건 어때요.”

“···?”

“무사님도 욕심이 있으시겠죠? 장일이 형이 전달한 편지에 말이에요. 엄청나게 유명한 장보도에 대한 내용이 쓰여 있었어요.”


장보도? 파천성의 얼굴에 의구심이 번졌다. 보물이 숨겨진 곳을 가리키는 그림. 그래서 온갖 탐욕과 피를 부르는 귀물.


그건 이런 소년의 입에서 운운 되기에는 너무 무거운 단어였다.


“내가 너의 말을 어떻게 믿겠느냐?”

“제발 믿어주세요!”

“너는 아무것도 아닌 그냥 소년이고, 장보도는 그렇게 쉽게 꺼낼 말이 아니다.”


화운은 한참을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소년이 손을 꼼지락거렸다. 그리고.


“···저는 사실 하오문도에요.”

“하오문?”


마침내 결심했다는 듯, 화운이 그렇게 말해왔고, 파천성은 놀라서 소년을 다시 봤다.


하오문이라는 문파에 대한 반응은 아니었다. 어느 정도 예상한 바. 하지만 그것을 소년이 순순히 실토한 것에 놀란 것이다.


“네. 그 정도면 정보에 대한 신뢰가 좀 올라갔죠? 그러니까 어서 저를 도와주세요!”


파천성은 고민했다. 화운은 하오문도인 것이 사실일 것이다. 그렇다면 화월루주 또한 마찬가지겠지.


‘그럼 장보도는?’


파천성을 사냥하기 위해 짜둔 덫인가, 아니면 파천성이 그냥 뿌려둔 그물에 걸려든 대어인가.


소년은 하오문도인 것을 순순히 밝혔다. 하오문은 그 무력이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정보력.


또한 작은 점으로 퍼져있는 조직의 구조와 그들 간의 단단한 결집력이 진짜로 무서운 점이었다.


파천성은 화운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날카로운 안광에 소년은 움츠러들었다.


아흔 아홉 가지의 거짓에 한 가지의 진실을 섞은 것일까.


“네 입으로 하오문도라고 실토를 했으니.”


파천성은 손을 뻗었다. 소년을 옆구리에 낀 채로, 당장에 화월루주의 집무실로 쳐들어갈 생각이었다. 복잡할 것 없이.


파천성이 이런저런 것을 따져서 화월루주의 뜻대로 움직일 거로 생각했다면 그건 오산이었다.


화월루주가 하오문도라는 확신이 생긴 이상에야, 거칠 것이 없었다. 모든 실마리는 루주가 쥐고 있었다.


그때 허리께에서 꼼지락거리던 화운이 입을 열었다.


“아마···. 황제의 숨겨진 묘라고 했어요.”

“황제가 어디 한 둘이더냐?”

“원래 무덤은 따로 있고, 숨겨져 있는 하나가 더 있다고 했는데···.”

“설마, 시황제를 말함이냐?”

“아, 맞아요. 그런 이름이었어요.”


파천성의 입이 순간 쩌억 벌어졌다.


또 다른 진시황릉에 대한 장보도가 지금 풀린다고? 파천성의 다리가 못이라도 박힌 듯이 굳어버렸다.


“정말이냐?”

“네. 글을 읽었어요. 저 똑똑하다니까요.”


보통의 도굴꾼들은 진시황릉을 보물이 산처럼 가득 쌓여 있을 황제의 무덤을 생각하지만.


무림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무덤 말고, 또 하나의 무덤이 숨겨져 있다는 것.


그리고 바로 그곳에 무공이 하나 보관되어 있다는 소문이었다.


진시황이 늙어서 죽을 무렵, 전국의 무림인들을 끌어모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한 가지 무공을 창안하라고 명하는데.


그것이 만상무극불사공.


천고의 무공이라 일컬어지는 무공이 바로 그것이다.


고대의 무림에서는 지금은 잊혀진 선천진기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고, 당시의 고수들이 모두 모여 머리를 맞댔으니.


당연히 고금제일무공을 꼽을 때, 빠질 수 없이 항상 들어가는 이름이었다.


쿵쿵.


파천성 또한 무림인이었다. 하지만 그의 가슴이 크게 고동치는 것은 무공에 대한 욕심 보다는 한 가지의 가능성 때문이었다.


또 하나의 숨겨진 진시황릉이 있다는 것을 그저 전설이라 치부하는 호사가 또한 있었으나, 파천성은 알았다.


무공의 실체가 거짓일 수는 있어도, 진시황의 숨겨진 또 다른 무덤에 대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전생에서 정마대전의 발단이 되었던 사건이 바로 진시황의 숨겨진 무덤을 두고 벌어진 다툼이었으니까.


전생에서도 나타났던 장보도.


그런데 그것이 시일을 앞당겨, 지금 나타나려 하고 있었다.


‘만일, 내가 지금 그것을 취할 수 있다면?’


그럼 고금제일무공을 얻을 뿐만 아니라, 정마대전의 시기 또한 아주 멀리 밀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터져야 할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니.


파천성은 일단 계획을 수정해야 함을 느꼈고, 덫이라 해도 일단 달려들어야 함을 깨달았다. 욕심일지도 몰랐다.


어쩌면 파천성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이, 무공에 대한 욕심일 수도 있었다.


그저 변명을 주욱 늘어놓는 것일 수도.


하지만 확인해봐야 할 필요성이 느껴졌다. 파천성이 그렇게 느꼈다.


파천성은 소년을 허리깨에 매달고 신형을 쏘았고, 물론 목적지는 화월루주의 집무실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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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8화. 청무문주. +2 20.04.05 1,651 31 11쪽
28 27화. 노인과 제자. +3 20.04.04 1,695 31 12쪽
» 26화. 만상무극불사공. +2 20.04.03 1,780 29 12쪽
26 25화. 흑혈수 장굉. +2 20.04.02 1,673 35 12쪽
25 24화. 천마신교의 손님. +2 20.04.01 1,699 34 12쪽
24 23화. 취장호. +2 20.03.31 1,754 28 12쪽
23 22화. 주예설. +2 20.03.30 1,831 33 13쪽
22 21화. 귀천대도. +2 20.03.29 2,036 32 12쪽
21 20화. 화월루. +2 20.03.28 1,989 33 13쪽
20 19화. 사 대주. +2 20.03.27 2,101 31 13쪽
19 18화. 섬서지부. +2 20.03.26 2,181 36 12쪽
18 17화. 적염혈기공. +1 20.03.25 2,233 35 13쪽
17 16화. 주인을 몰라보는 미친개. +1 20.03.24 2,252 31 13쪽
16 15화. 새로운 다짐. +2 20.03.23 2,241 39 13쪽
15 14화. 파천성이 잘하는 방식. +3 20.03.22 2,281 41 13쪽
14 13화. 내기를 제안하다. +2 20.03.21 2,246 39 14쪽
13 12화. 무영신투 서갈혁. +2 20.03.20 2,309 41 13쪽
12 11화. 날아드는 생사첩. +1 20.03.19 2,305 38 12쪽
11 10화. 명령에 불복하면 죽음뿐이다. +2 20.03.18 2,479 44 12쪽
10 9화. 흡성대법. +2 20.03.17 2,445 41 12쪽
9 8화. 삼관에 입관하다. +2 20.03.16 2,567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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