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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신교 소교주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민낯
작품등록일 :
2020.03.09 18:40
최근연재일 :
2020.04.13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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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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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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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화. 날아드는 생사첩.

DUMMY

11화.


‘성가···.’


파천성은 임청에게 들은 바가 있었다. 그의 목숨을 살려주는 대가로 얻어낸 정보였다.


-성진철의 복수를 위해섭니다. 정기헌이 그놈을 죽였거든요. 그 일에 연관된 석원과 정기헌을 죽이려고 하는 겁니다.


물론 성진철을 목숨을 끊은 것은 정기헌이었다.


하지만 석원까지 노린 것을 보면, 파천성에게까지 앙심을 품었을 가능성은 농후했다.


‘죽게 만든 건 나니까.’


그런 와중에, 이 꼬맹이가 성가를 언급하니 자연스럽게 흥미가 일었다.


가만히 앉아서 당하는 것보다야 나서서 움직이는 것이 훨씬 좋았다.


“그래서 누이가 어떻게 됐다고?”

“성벽이라는 놈이었어요. 우리 누나를 발견하고는 그대로 끌고 갔어요. 제가 달려들어 봤지만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었어요.”


어느새 소년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마음에 자책을 느끼는 듯했다. 이렇게 어린 녀석이.


“왜 끌고 갔지? 평소에 접점이 있었나?”

“아니에요. 근데 듣기로는 굉장히 호색한이라고 했어요. 여자들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고···.”

“그래. 알았다.”


대충 생각을 정리한 파천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천룡각에는 조금 더 늦게 들어갈 듯싶었다.


*


성벽은 흥분을 주체할 수가 없어서 몸을 잘게 떨었다.


‘이런 년이 어디서 나타난 거지.’


씻기고, 치장해놓으니 그 미색이 보통이 아니었다. 역시 성벽의 눈썰미는 꽤 예리했다.


“살결은 또 얼마나 뽀얀가 보자.”

“읍···. 으읍!”


사지가 결박당한 채, 목소리도 제대로 못 내는 여인을 보며 더욱 기뻐하는 성벽이었다.


자신은 이렇게 여인을 강제로 취할 때 행복했다. 그런 탓에 억지로 묶어도 놓은 것이고.


성벽이 여인에게로 다가서는 순간이었다.


“이공자님!”


수하 한 놈이 달려와서 보고했다.


“이공자님! 큰일입니다!”

“아, 왜! 내 절대 방해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지 않았느냐?”

“소교주님이 오십니다!”

“뭐? 파천성이? 그 녀석, 입마구관에 입관한 것 아니었더냐? 어떻게 여길 온다는 말이냐?”


성벽이 짜증 섞인 표정으로 물었다. 소교주라면 지금 한창 입마구관에 있어야 할 것이 아니었는가.


“출관하셨다고 합니다.”

“···.”


소교주, 라는 이야기를 들은 여인이 더욱 몸을 바둥거렸다. 그녀의 눈에서는 언뜻 희망이 비쳤다.


과연 바깥에서 소란이 일었다.


“젠장. 왜 지금!”


성벽이 아쉬운 눈으로 여인을 바라봤다. 하필이면 지금 올 것이 뭐란 말인가.


“기다리거라. 내 친우가 왔으니. 손님을 맞고서 곧 너를 품어줄 테니.”

“···.”


여인의 바둥거림이 멈추었다.


성벽은 계단을 통해 올라갔다. 방안으로 연결된 커다란 철문을 열어 재낀 그가 지하실에서 나왔다.


성벽이 털썩 자리에 앉았다. 그가 채 입을 열기도 전이었다.


“그 문은 뭐지?”

“왔는가? 졸업을 축하하네.”

“소리가 푹 꺼지는 것을 보니 지하실인가?”

“친우의 인사를 무시할 텐가?”


성벽은 곤란한 질문을 물어오는 파천성이 껄끄러웠다.


‘이 눈치 없는 새끼가 갑자기 왜 이러지?’


성벽이 슬쩍 인상을 썼다.


“자네, 갑자기 왜 이러는가? 일단 앉지.”

“···.”

“올려다보기 싫으니까 앉으라고.”


성벽이 힘을 주어 말했다.


하여간 이 겁많은 녀석은 이렇게 화를 내어야만 말을 들었다.


철문을 살피던 파천성의 시선이 흘깃 성벽에게로 향했다.


“···.”

“···!”


파천성의 눈을 마주 본 순간, 성벽은 안구가 타들어 가는 것처럼 뜨거워졌다.


급히 눈을 돌리니, 그런 느낌은 곧바로 사라졌다.


‘착각인가?’


요즘 통 잠을 못 잔 탓에, 헛것을 본다고 느낀 성벽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이보게. 파천성이. 입마관에서 금방 나온 터라, 제정신이 아닌 것은 이해하겠네. 근데 지킬 것은 지켜야지 않겠나?”


성벽이 살살 타이르듯 말했다. 파천성은 관심 없다는 듯 그의 말을 무시하는 상태였다.


순간 화가 났지만, 어떻게든 보내고 마저 일을 치러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다.


“이보게. 이봐! 내 말을 무시하는가!”


파천성이 기어이 철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 손이 문고리로 향하는 순간이었다.


성벽이 얼른 일어나서 파천성의 어깨를 잡아갔다. 절대 열게 둘 수는 없었다. 지하실에는 납치해온 여자가 있었다.


“고작 입마관을 졸업했다고 해서, 이제 내가 만만해 보이는가?”


파천성의 어깨가 슬쩍 움직였다.


성벽의 손이 허공을 갈랐고, 곧바로 신형을 돌린 파천성이 성벽의 손목을 잡아챘다.


“엇?”


잡힌 손목에서 강하게 당기는 힘을 느낀 성벽은 중심을 잡으려고 발을 크게 벌렸다. 왼손에는 공력을 집중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미 앞으로 나와 있던 파천성의 발이 그의 복부를 때렸고, 당겨오는 손목과 함께 성벽의 자세를 무너뜨렸다.


“윽! 어딜!”


성벽도 가만히 있는 것은 아니라, 넘어가는 와중에서도 일장을 뻗었다.


파천성은 밀려오는 힘을 그대로 받아서 뒤로 눕듯이 몸을 뉘었다. 성벽의 장법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고는 성벽을 붙잡은 채로 공중에서 한차례 회전했다.


바닥으로 추락하는 과정에서 파천성의 무릎이 성벽의 안면을 강타했다.


빠악.


“으윽!”


그 후, 무의미하게 날아간 장력이 철문을 쾅, 하고 뒤흔들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파천성은 몇 차례나 성벽을 두들겼다.


“윽! 으윽! 아아악! 제발! 그, 그만!”


얼굴이 피투성이가 되어서 성벽이 애걸했다. 그가 혼절할 때까지 사정없이 팬 파천성이 손을 털고 일어났다.


이미 소란이 일어난 탓에, 무인들이 집결한 다음이었다.


검을 빼 들고 포위를 좁히는 무인들을 무시하며, 파천성이 철문으로 다가갔다.


끼이익.


녹슨 경첩이 소리를 내며 열렸다. 어지간히 거슬리는 소리였다.


계단을 내려간 파천성은 그곳에서 결박당한 여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인들도 눈뜬 장님이 당연히 아니었기에 그 광경을 함께 목격했다.


“아니? 저건···.”

“여인이 묶여있잖아. 설마.”


사실 오래된 무인들이야, 성벽의 행동을 어느 정도는 짐작했을 것이었다.


그러나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었고.


하물며 이렇듯 사건의 현장을 걸려버린 터라 도저히 두둔할 명분조차 없었던 것이다.


특히 그 사람이 소교주라면.


파천성은 밧줄을 잘라낸 뒤, 여인을 들쳐업고 나왔다. 눈치를 보던 무인들은 슬금슬금 길을 내주었다.


*


성형의 눈썹이 불쑥 치솟았다.


“그래서 그렇게 처맞고 왔다는 말이냐?”

“아, 아닙니다, 형님! 제가 방심을 해서, 그래서 그만!”

“아? 방심을 해서?”


동생의 말에 성형이 코웃음을 쳤다.


오랜만에 찾아와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자기가 맞은 것을 복수해달라는 생떼를 쓰러 온 것이었다.


정말로 한숨이 나오는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가만 내버려둘 수는 없겠지.”


파천성, 워낙에 덜떨어지는 놈이었다. 그런 놈한테 얻어맞고 다녀서는 성가의 위신이 안 살았다.


성형이 고민했다.


‘···어쩐다. 직접 나설 수는 없다. 아무리 그래도 소교주니까. 게다가 명분도 저쪽에 있었고.’


이 멍청한 놈이 허리를 잘못 놀리고, 또 처참하게 당하기까지 한 터에, 상황이 무척이나 꼬여버렸다.


“그놈의 무공수위가 어떻더냐?”

“형편없습니다.”

“형편없는 놈한테 그렇게 얻어터졌느냐?”

“정말, 방심해서 그렇습니다! 아니, 기습을 당했다니까요!”

“믿어도 되겠느냐?”

“···입마관을 졸업했다니 한 수는 있을 겁니다.”


입마구관을 졸업했다라. 성형은 번뜩이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고작 몇 달이 지났을 뿐이다. 사람의 기질이라는 것이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다.”

“예. 그렇지요. 그런데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생사첩을 보내거라.”

“예? 제가요?”


성벽은 덜컥 겁을 집어먹은 얼굴이었다. 언제든 방심하여 졌다더니, 순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이런, 멍청한 놈. 네 녀석이 직접 하라는 게 아니고!”

“예, 예?”

“등천마인이라면 칠급무인의 자격을 갖는다지?”

“아! 그럼!”

“그래. 칠급무인 이하의 마인들을 수배해라. 특별히 무공수위가 높은 자들을 선별해서. 그런 생사첩을 수십 첩을 받게 되면 제 놈의 잘못을 깨닫지 않고서는 못 배길 것이다.”

“과연 명안이십니다! 그 겁쟁이 놈이면 당장에 사과를 하러 올 것입니다.”


성벽이 희희낙락하며 소리쳤다.


천마신교는 워낙에 패도적이고, 힘을 숭상하는 곳이었다.


그런 탓에 자기보다 약한 자의 밑에 있는 것을 죽기보다 더 싫어했다.


조금만 수틀려도, 생사결을 신청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그렇게 둘 중 하나가 죽고는 했다.


평상시에는 문제 될 것이 없었다. 주화입마로 죽는 숫자도 그만큼 되었으니까.


그러나 작전에 나갔을 때가 상당히 곤란했다.


수뇌부한테는 큰 골칫거리였다. 임무를 보내놨더니 저들끼리 치고받고 싸워댔으니.


그리하여 생겨난 것이 생사첩이었다.


애초부터 우열을 가리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긴 사람이 장이 되고, 진 사람은 졸이 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그것은 패배를 인정할 줄 모르는 거지 같은 근성이었다.


어중간하게 실력 차이가 나면 절대로 패배를 인정하는 법이 없고.


동귀어진을 하여 결국 양패구상하는 일을 미덕으로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생사첩은 그다지 천마신교 내부에서 선호되는 방식이 아니었다. 지금은 아예 사장되다시피 한.


아무튼, 그런 생사첩을 파천성에게 보내서, 위협하자는 것이었다. 놈이라면 반드시 겁을 집어 먹을 것이니까.


“저기, 형님.”

“왜.”

“금전을 빌려주십시오. 칠급무인들을 설득하려면 조금···.”

“외당주에게 말해놓겠다. 갖다 쓰거라.”

“예, 감사합니다. 형님!”


성가의 대공자인지라 큰돈을 쓰는 것에 있어서도 역시 시원시원하다. 성벽이 넙죽 절을 올렸다.


“근데 형님. 혹시 파천성이 다 이겨버리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렇게 되면 큰일이었다. 녀석에게 충성을 맹세한 무인집단을 선물하는 셈이니까. 그것도 거금을 들여서.


“그럴 턱이 있느냐? 생사첩이 왜 생사첩이겠느냐? 놈은 이제 막 칠급무인이 되었다. 압도적으로 강하지 않고서는 반드시 둘 중 하나가 죽는다. 그런 생사첩이 수십 개가 쌓인다고 생각해봐라.”


성벽이 맞장구를 쳤다.


“반드시 죽겠군요.”

“그렇지. 물론 그전에 줄행랑이나 안 치면 다행이지만 말이다.”


그 말에 성벽이 끄덕였다. 실로 그럴듯하게 여겨졌다.


같은 급의 무인들과 수십 번의 생사결을 펼쳐서 모두 살아남는다고? 그것은 불가능했다.


도저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 일이었다.


‘괜한 걱정을 했다. 아무래도 그날의 기억이 너무 고약했나보군.’


성벽은 부풀어 오른 얼굴을 매만지며 그렇게 생각했다.


*


천마신교 내부에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자네, 그거 들었는가?”

“뭘 말인가?”

“천룡각으로 생사첩이 계속해서 날아들고 있다네.”

“아아. 들었지. 도대체 누가 소교주님을 노리는 건가?”

“에이. 그게 아니지, 이 사람아. 소교주님의 행적에 반한 마인들이 알아서 충성맹세를 보내는 거라네.”


또 다른 사람이 끼어들었다.


“그게 아닐세. 내가 듣기로는 성가에서 복수를 하는 거라더군.”

“복수를? 무슨 이유에서?”

“성가의 이공자가 여인을 겁탈하려던 것을 소교주께서 크게 벌을 주신 모양이야. 그것에 앙심을 품은 게지.”

“허어. 그렇게 옹졸할 수가 있나?”


어떻게 입방아를 찧어대든 말든.


천룡각의 집무실 한편에는 수십 개의 생사첩이 쌓이게 되었다.


처음에는 하나였던 것이 날이 갈수록 숫자를 더해간 것이다.


“이 녀석들이, 생각보다 기특한 일을 하는구나.”


파천성이 히죽히죽 웃었다.


손발이 되어줄 놈들이 제 발로 찾아오고 있었는데. 이리도 기쁠 수가 없었다.


쌓이는 생사첩을 보며 흐뭇해하고 있는 와중에, 굵은 목소리의 무인이 와서 말을 전했다.


“교주님이 뵙자고 하십니다.”

“교주님께서?”


파천성이 의아한 얼굴을 했다.


‘갑자기 또 무슨 일로 보자고 하는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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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 취장호. +2 20.03.31 1,753 28 12쪽
23 22화. 주예설. +2 20.03.30 1,831 33 13쪽
22 21화. 귀천대도. +2 20.03.29 2,036 32 12쪽
21 20화. 화월루. +2 20.03.28 1,988 33 13쪽
20 19화. 사 대주. +2 20.03.27 2,101 31 13쪽
19 18화. 섬서지부. +2 20.03.26 2,180 36 12쪽
18 17화. 적염혈기공. +1 20.03.25 2,232 35 13쪽
17 16화. 주인을 몰라보는 미친개. +1 20.03.24 2,252 31 13쪽
16 15화. 새로운 다짐. +2 20.03.23 2,241 39 13쪽
15 14화. 파천성이 잘하는 방식. +3 20.03.22 2,281 41 13쪽
14 13화. 내기를 제안하다. +2 20.03.21 2,246 39 14쪽
13 12화. 무영신투 서갈혁. +2 20.03.20 2,308 41 13쪽
» 11화. 날아드는 생사첩. +1 20.03.19 2,305 38 12쪽
11 10화. 명령에 불복하면 죽음뿐이다. +2 20.03.18 2,478 44 12쪽
10 9화. 흡성대법. +2 20.03.17 2,444 41 12쪽
9 8화. 삼관에 입관하다. +2 20.03.16 2,567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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