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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신교 소교주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민낯
작품등록일 :
2020.03.09 18:40
최근연재일 :
2020.04.13 23:19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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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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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4
글자수 :
194,641

작성
20.04.04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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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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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글자
12쪽

27화. 노인과 제자.

DUMMY

27화.


파천성은 화월루의 기다란 복도를 내달렸다. 술에 취한 사내가 어깨를 부딪쳐 어어, 하더니 쓰러졌다.


“이 자식이, 사람을 쳤으면 사과를 해야 할 것 아니야!”


뒤에서 들려오는 고성을 무시하며, 파천성은 화월루주의 집무실 문을 열었다.


드르륵.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파천성의 허리께에 매달려있는 화운이 간절한 어조로 말을 했다.


“어서 장일이 형한테 가주세요.”

“···.”

“네? 무사님!”


이곳의 주변은 사 대의 무인들이 화월루를 둘러싼 채로 빼곡하게 은신해있었다.


종삼에게 전해 듣기로도, 루주가 나간 흔적은 없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파천성이 이곳저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내 말이 들리지 않아? 귀가 먹기라도 한 거야? 어?”


술에 불콰하게 취한 사내가 여기까지 파천성을 쫓아왔다. 그는 삿대질을 하며 침을 튀겨댔다.


벽면을 손으로 훑던 파천성이 흘깃 사내를 봤다.


흠칫.


차가운 안광에 사내가 몸을 떨었고.


“뭐, 뭘 노려···. 으아악!”


뒤에서 밀어대는 통에 중심을 잃고, 바닥을 향해 제 몸을 그대로 갖다 박았다.


우당탕.


집무실로 들어서는 석원이 그를 거칠게 밀친 것이다.


술에 취하기도 했거니와, 애초부터 내공을 수련한 무림인의 근력과는 차원이 달랐으므로 사내는 볼품없이 몇 번이나 굴렀다.


그 탓에 가구들이 이리저리 어지럽혀졌다.


“···으으윽.”

“죄송합니다. 화월루주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보고하는 석원은 고통을 호소하는 사내에게는 일말의 관심도 쏟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유를 불문곡직하고, 뭣도 아닌 놈이 소교주님에게 감히 언성을 높이고 삿대질을 하는데, 사정을 보아줄 이유가 없었다.


“대주님?”

“···잠깐.”


허나, 그런 소교주님이 쓰러진 사내에게 관심을 갖는 것 같자, 석원은 덜컥 겁이 밀려왔다.


‘젠장, 실수한 건가?’


그렇게 석원이 가슴을 졸이는데, 파천성이 이미 밀려난 탁자의 발을 살피더니, 아예 손을 갖다 대었다.


힘에 의해 탁자가 주욱 치워지고, 요상한 기계장치가 맞물리는 듯한 소리가 났다.


덜컥, 덜컥, 덜컥.


규칙적으로 들려오던 그 소리가 이어질수록, 바닥에 나 있던 이음새는 더욱 벌어졌고, 이윽고 숨겨진 공간을 드러냈다.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었다.


그 광경에 작게 탄성을 발한 석원이 반사적으로 물었다.


“어, 어떻게 아신 겁니까?”

“소리가 들리더군.”


파천성이 지면을 두드리며 말했다.


술 취한 사내가 바닥을 구르며 소리를 지르고, 석원이 보고를 하는 와중에, 파천성은 미세한 소음을 잡아냈다는 뜻이었다.


석원은 감탄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래. 그리고 절반은 네 덕이다.”

“감사합니다!”


석원이 씨익 웃었다. 자신이 인사불성의 취객을 밀친 것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었으니 치하의 말을 받을 만했다.


칭찬은 영약과도 같은 것이다. 하루를 즐겁게 살아갈 양분이 된다···.


어느새 파천성은 계단을 통해 지하로 사라졌고, 종삼을 비롯한 사 대의 무인들이 줄줄이 뒤쫓았다.


그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석원이 불쑥 움직임을 개시했다.


서걱.


“왜, 왜···.”

“이미 실컷 봐놓고서 뭘 모른 척을 하나. 그냥 운이 없었다고 생각해라. 전생에 무슨 죄라도 진 모양이지.”


사내가 피를 흘리며 죽어갔다.


비밀통로의 위치를 봐버린 사내를 처리한 석원이 다시 탁자의 발을 요리조리 움직였다.


기계장치가 다시 맞물리는 소리가 나고, 지하로 향하는 통로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


지하통로에는 꿉꿉한 냄새로 가득했다.


파천성은 코를 찌르는 악취를 견디면서, 발소리를 최대한 죽였다. 기척을 숨기며 걸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통로가 직각에 가깝게 꺾이는 앞에서 누군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저, 사부님.”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하지 않았더냐?”

“그럼 사부님을 뭐라고 부릅니까?”

“···.”

“사부님, 도대체 무슨 일이래요? 이 오밤중에, 갑자기.”

“시끄럽다.”

“그러지 말고 좀 알려주십시오, 예?”

“이놈아! 이 똥통에서 나가고 이야기를 하자. 정말 죽겠다.”


소리는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들도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파천성은 거리를 가늠해봤다.


통로를 돌아오는, 그들의 신체 일부가 드러났을 때였다. 파천성이 벼락같이 달려들었다.


“어, 어···!”


노인이 의구심 섞인 신음을 토해냈고, 파천성의 손이 그의 목을 둘러갔다.


“케, 켁!”

“···!”


목줄을 단단하게 잡힌 노인은 눈알이 튀어나올 듯이 부릅뜨며 바둥거렸고, 다른 남자는 뻣뻣한 목석이 된 듯 그대로 쓰러졌다.


“···.”


전신이 마비되어 눈알만 뺑그르르 굴릴 수 있는 남자는 바닥에 몸을 뉘인 채로,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큰 소리를 내면 죽이겠다. 이해했나?”


숨이 막혀와, 파천성의 팔뚝을 되는대로 손톱으로 잡아뜯던 노인이 그제서야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컥! 커억! 허어억, 헉!”


파천성이 손에 힘을 풀자, 금세 퍼렇게 변해버린 안색으로 노인은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폐활량이 좋지 않은 것인지, 한참을 더 켁켁 거리던 노인이 파천성을 쳐다봤다.


“누, 누구···?”


겁에 질린 듯, 잘게 떨리며 나오는 어조였지만 그건 그저 연출에 불과했다.


적의를 깊이 숨기고 있는 노인의 눈빛.


“화월루주는 어디로 갔지?”

“나는 모르오.”


단박에 잡아떼는 노인이었다. 더없이 완고한 모습. 그리고 파천성은 이런 자를 상대하는 법을 아주 잘 알았다.


쾅.


도마 위의 고기를 썰어대는 소리였다. 바닥에 뉘어있던 남자의 목, 바로 옆에 검이 박혀 들어갔다.


“···!”


마혈을 짚인 탓에, 남자는 비명도 지르지 못했지만, 극심한 두려움에 전신이 벌벌 떨렸다.


“자, 잠시만.”

“두 번 묻지 않겠다.”

“정말 모르오, 정말.”


노인의 목숨을 갖고 협박한들, 귓등으로도 듣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이런 노인들은 제 삶에 대한 집착이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옆에 이렇듯, 정을 주고 있는 제자가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무릇 노인네들은 삶에 흔적을 남기고 싶어한다.


“알아내라. 화월루주가 어디로 향했을지.”

“···.”


노인은 멍청이가 아니었다. 제자가 죽을 위기에 처해서, 노심초사하는 와중에도 처음에 말한 파천성의 말을 지키고 있었다.


목소리를 크게 내지 말라는 말을 착실하게 따르고 있는 것이었다.


노인이 곰곰이 생각하는 눈치였다.


“예상가는 곳은 있소이다.”

“어디지?”

“대답에 앞서, 먼저 저놈을 보내주시오.”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저놈은 단명상단에서 서기를 하고 있는 놈이라오. 보아하니, 귀하께선 이 늙은이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저런 놈이야 얼마든지 잡아 죽일 능력이 있어 보이오.”


묘하게 신경을 긁는 발언이었다. 타당하기까지 했다. 자존심을 무엇보다 중히 여기는 무림인이라면 흔쾌히 들어줬을 부탁이었다.


“그나마 저놈을 살려준다는 보장이라도 있어야, 이 늙은이가 말을 할 것 아니오?”


쾅.


파천성의 검이 다시 박혀 들어갔으나, 이번에는 가엽게도 남자의 한쪽 귀를 잘라내었다.


고통과 두려움에 남자의 눈은 이미 눈물로 범벅되어 있었고, 잘린 귀에서는 피가 주르륵 쏟아졌다.


하얗게 질린 노인은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협상하려 들지 마라. 네 두 놈의 목줄을 쥐고 있는 건 나다. 보장받으려 하지 말고, 일말의 가능성에라도 목숨을 걸어보거라.”


파천성은 이런 자들을 많이 겪어봤다. 본인부터가 그리 똑똑한 편이 아니었기에, 모사들의 혓바닥에 된통 당한 적이 많았다.


머리 쓰는 자들을 상대할 때는 절대로 협상해서는 안 됐다. 그러는 순간 말리는 것이고, 그들의 뜻대로 움직이게 될 뿐이었다.


주도권은 반드시 파천성이 잡아야 했다.


“다음은 목이다.”

“···.”


이어지는 노인의 침묵에 파천성이 다시 검을 뽑아들었고.


“아마, 금만산에 있을 거요.”


노인이 한숨 섞인 말을 토해냈다. 그의 얼굴은 순식간에 십 년은 더 늙은 것처럼 보였다.


“금만산?”

“그렇소이다. 청무문의 뒤편에 있는 산이오.”

“이 통로가 그쪽으로 연결되나?”

“서안의 어디로든 연결된 통로니까. 당연히 금만산으로도 연결되어 있소이다.”


고분고분한 태도에, 한풀 기세가 꺾인 대답이었다.


“길이 여러 곳으로 나 있군. 어떻게 가야 하지?”


파천성이 길을 묻자, 노인이 여러 번에 걸쳐 설명해주었다.


“참으로 고맙군.”


파천성은 피식 웃고는, 뒤로 신호를 보냈다. 무인들이 우루루 나오자, 노인은 크게 놀라서 제자의 곁으로 물러났다.


“이놈을 데려가야겠다.”

“···.”


파천성의 수하가 들쳐멘 것은 노인이 아니었다. 마혈을 당해 전신이 마비된 상태로, 잘린 귀에서 피를 흘리는 남자 놈이었다.


이제 수하들이 들쳐멘 군식구는 둘이 되었다. 제자 놈과 화운까지해서.


“네 말에 거짓이 있으면 이 녀석의 목숨은 없다.”

“···나도 따라가겠소. 이 늙은이가 필요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지 않소?”


파천성이 눈짓했고, 또 다른 사 대의 수하가 노인까지 들쳐멨다.


“···부탁이건대, 제발 몸 성히 돌아갈 수 있게만 해주시오. 한쪽 귀가 없는 것을 성한 것으로 쳐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파천성은 노인이 일러준 대로, 꾸불꾸불한 통로를 따라 걸어갔다.


한참을 걸었을까.


서안의 시가지 아래를 관통하여, 이제는 점차 상승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멀리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정말 그놈이 순순히 오겠소?”

“당연하지요. 결국 마인이라는 놈이라야, 항상 제 잘난 맛에 사는 놈들. 함정인 줄을 알면서도 걸어들어오는 족속이랍니다.”

“큭큭큭. 그게 실로 맞는 말이오.”


남자가 즐거운 기색으로 맞장구를 쳤다. 그는 청무문의 문주, 최성주였다.


“우리는 이곳에서 마인 놈이 죽는 광경을 구경만 하면 되겠구려.”

“그렇지요. 제아무리 대단한들, 일천의 무인들을 모두 상대할 순 없을 거예요.”


차를 후루룩 마신 화월루주가 대답했다.


그들은 금만산의 중간 즈음에. 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간이 움막을 설치해놓고 기다리는 상태였다.


“마인 놈의 목을 갖고, 화산의 개파행사에 찾아갈 생각이오.”

“어머? 정말인가요?”

“그렇소. 섬서의 모든 정파인들이 모이는 그곳에서 천마신교의 야욕을 밝힌다면. 우리 청무문의 위세가 한층 더 높아질 거요. 큭큭큭.”


청무문주가 상상만 해도 기쁘다는 듯 다시 웃음을 터트렸고, 화월루주가 따라서 화사하게 웃음 지었다.


“문주님, 소녀의 노고를 잊으시면 절대로 안 되어요.”

“그야 당연하외다. 이리 오시오.”


화월루주의 몸이 청무문주를 뱀처럼 휘감았다.


“···.”


야릇한 소리는 아예 파천성의 정수리 위에서 들리고 있었다. 바로 그들의 발아래까지 도달한 것이었다.


‘청무문과 하오문이 손을 잡았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랬다.


화월루주가 정보를 알았고, 그 사실을 청무문에게 전달했다. 그래서 파천성을 죽이기 위한 함정을 놓은 것이다.


파천성은 시기를 가늠했다. 그들의 숨이 최고로 가빠졌을 때를 노리기 위해서였다.


‘지금!’


파천성이 불쑥 치솟아 올랐다. 사방으로 흙이 비산했다.


“누, 누구냐!”

“···!”


뛰어오른 상태에서, 파천성을 빠르게 주위를 훑었다. 나체로 섞여 있는 청무문주와, 화월루주.


그 외에 다른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파천성의 검이 휘둘러졌다.


작가의말

오탈자수정하엿읍니다감사합니다주말잘보내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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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3화. 일문소. +1 20.04.11 1,086 21 14쪽
33 32화. 서화영. +4 20.04.09 1,256 24 14쪽
32 31화. 비무, 환검. +2 20.04.08 1,319 28 13쪽
31 30화. 수난의 연속. +3 20.04.07 1,494 29 12쪽
30 29화. 도박장. +2 20.04.06 1,527 28 12쪽
29 28화. 청무문주. +2 20.04.05 1,651 31 11쪽
» 27화. 노인과 제자. +3 20.04.04 1,696 31 12쪽
27 26화. 만상무극불사공. +2 20.04.03 1,780 29 12쪽
26 25화. 흑혈수 장굉. +2 20.04.02 1,673 35 12쪽
25 24화. 천마신교의 손님. +2 20.04.01 1,699 34 12쪽
24 23화. 취장호. +2 20.03.31 1,754 28 12쪽
23 22화. 주예설. +2 20.03.30 1,831 33 13쪽
22 21화. 귀천대도. +2 20.03.29 2,036 32 12쪽
21 20화. 화월루. +2 20.03.28 1,989 33 13쪽
20 19화. 사 대주. +2 20.03.27 2,101 31 13쪽
19 18화. 섬서지부. +2 20.03.26 2,181 36 12쪽
18 17화. 적염혈기공. +1 20.03.25 2,233 35 13쪽
17 16화. 주인을 몰라보는 미친개. +1 20.03.24 2,252 31 13쪽
16 15화. 새로운 다짐. +2 20.03.23 2,241 39 13쪽
15 14화. 파천성이 잘하는 방식. +3 20.03.22 2,281 41 13쪽
14 13화. 내기를 제안하다. +2 20.03.21 2,246 39 14쪽
13 12화. 무영신투 서갈혁. +2 20.03.20 2,309 41 13쪽
12 11화. 날아드는 생사첩. +1 20.03.19 2,305 38 12쪽
11 10화. 명령에 불복하면 죽음뿐이다. +2 20.03.18 2,479 44 12쪽
10 9화. 흡성대법. +2 20.03.17 2,445 41 12쪽
9 8화. 삼관에 입관하다. +2 20.03.16 2,567 4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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