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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사냥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누즈
작품등록일 :
2016.04.20 19:44
최근연재일 :
2016.09.21 18:56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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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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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8,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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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1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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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눈 위로 떨어진 꽃 17

DUMMY

어느새 손발톱이 다 박살이 나 있었다. 어마어마한 고통이 조든의 온 몸을 휘감있다. 빌어먹을. 조든이 엉성한 격투 자세를 잡았다. 무기가 없다고 해도 자신이 지금 가지고 있는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그 생각이 조든에게 자신감을 갖게 했다. 그 모습을 보며 랑칸이 혀를 찼다.


“기본도 안되있구만. 맞다, 너 선생이었지?”


랑칸의 오른 발이 올라갔다. 조든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얼굴 왼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모르긴 몰라도, 그냥 발차기라면 그 쪽으로 날아올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랑칸의 발은 허공에서 교묘하게 궤도를 바꿔 조든의 오른 얼굴을 걷어찼다. 턱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며 조든이 땅에 쓰러졌다. 랑칸이 그에게로 다가가 오른 팔을 밟았다. 팔이 부러지는 고통에 조든이 미칠 듯이 비명을 질렀다.


“한 번 더 당하니까 어때? 그러니까 왜 멀쩡해졌니. 네가 우릴 이길 줄 알았어?”


조든이 이를 악물었다. 랑칸은 그의 오른 팔을 밟은 채로 낄낄거리고 있었다. 그 뒤로 아직도 모인 채로 덜덜 떨고 있는 요괴, 아니 아이들이 보였다. 조든이 그렇게 당하는데도 아직 두려움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그 모습을 본 조든이 미소를 지었다. 랑칸이 말했다.


“뭐야? 미친거냐?”


대답 대신, 조든은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왼 손의 손톱으로 자신의 오른 팔을 끊어냈다. 랑칸이 당황함과 동시에 조든은 잽싸게 몸을 일으켜 아이들이 모인 쪽으로 달려갔다. 아이들은 아무 행동도 하지 못한 채 조든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는 어쩔 줄 모른 채 서로 뒤로 숨으려고 안달하고 있었다. 인질이다. 인질을 잡은 다음 빠져나가면 된다.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조든은 일단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뒤에서 랑칸이 소리를 지르며 쫓아오기 시작했다.


“끝까지 비열한 놈!”


참 모순적인 상황이었다. 인간이었던 존재가 요괴를 인질로 잡고, 요괴를 사냥해야 하는 요괴 사냥꾼이 사냥감을 지키기 위해 쫓아가고 있었다. 도대체 왜일까. 천력은 만에 하나를 대비하기 위해 다시금 강신 해제를 준비하며 생각했다. 어떻게 이런 일은, 항상 인간에 의해 벌어지는 것일까.


조든이 팔을 뻗었다. 아이들은 몸을 웅크린 채 떨고 있었다. 이 중 제일 앞에 있는 아이를 죽이고, 나머지를 인질로 잡겠다. 조든은 생각했다. 이 선생님을 위해 한 번 더 죽어라. 그게 너희들의 본분이야. 내 마음을 알겠지? 난 너희들을 정말로 사랑한단다.


그 때, 가장 뒤에 있던 아이가 갑자기 앞으로 튀어나왔다. 갑작스런 아이의 돌진에 조든은 부딪혀 그대로 옆으로 날아갈 수밖에 없었다. 조든의 눈이 경악으로 가득 찼다. 광장 한복판에 세워져있던 물탱크의 받침대에 부딪히며, 조든이 소리쳤다. 충격으로 인해 다리가 부러져 땅으로 그대로 곤두박질 쳐진 상태였다.


“너희들이 어떻게!”


조든과 부딪혔던 아이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가슴의 털이 날리며 미후의 얼굴이 보였다. 그걸 본 료현이 멀리서 미후의 이름을 불렀다. 그 부름에 답하듯 미후가 벌떡 일어서 조든에게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덩달아 나머지 아이들도 미후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랑칸이 소리쳤다.


“위험해!”


랑칸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후는 있는 힘을 다해 조든에게로 몸을 돌진했다. 미후와 조든이 함께 물탱크의 받침대에 부딪힌 뒤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뒤이어 나머지 아이들도 하나 둘씩 같은 자리에 몸을 던졌다. 어마어마한 소리가 들리고, 먼지와 눈가루가 자욱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그에 가려 조든과 아이들의 모습은 보이지를 않았다.


빌어먹을, 이래서 애들은 골치 아프다니까. 랑칸이 있는 힘을 다해 물탱크가 있는 쪽으로 뛰었다. 어떻게든 아이들은 구해낼 생각이었다.


"왜 쓸데 없는 짓을 하고 지랄이야!"


랑칸이 몸을 날리려는 찰나, 천력이 달려들어 랑칸을 밀쳐냈다. 나가떨어진 랑칸이 천력에게 소리쳤다.


“뭐하는 짓이야!”


천력이 지지 않고 소리 질렀다.


“죽기 싫으면 가만있어!”


“이런 개······.”


랑칸의 마지막 말은 어마어마한 소리에 의해 묻혀버렸다. 둘이 고개를 돌리자, 거대한 물탱크가 한 쪽으로 기울며 무너지고 있었다. 물탱크의 군데군데에서 뜨거운 물이 솟아나왔다. 사방을 적시기 시작한 뜨거운 물은 순식간에 치이익 하는 소리를 남기며 주위의 눈을 녹이기 시작했다. 엄청난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나무가 부서지고, 철판이 으스러지는 굉음이 귀청을 뚫을 듯 사방에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본 료현이 미친 듯이 미후를 부르며 멀리서 달려왔다. 나머지 부모들도 자신의 아이 이름을 부르며 그 뒤를 따랐다. 쇼무린을 돌보던 적풍이 황급히 그들의 앞을 막았다.


“그러다 다 죽습니다!”


적풍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모들이 달려 나가려 하자, 적풍은 빠르게 그들의 발을 걸어 눈밭에 넘어뜨려 버렸다. 적풍의 표정에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넘어진 부모들은 다들 온 몸에 눈이 범벅이 된 채로 오열을 터뜨리고 있었다. 빨리 일어나 다시 달려가 보려고 하지만, 눈에 미끄러지거나 적풍이 다시 한 번 그들을 막았다.


물탱크가 점점 한 쪽으로 기울더니 잠시 그 상태로 멈춰 버렸다. 기울어진 물탱크는 그 모습 자체만으로도 비현실적이었다. 랑칸은 지금이라도 달려가야 하는지 고민했다. 살릴 수 있을까? 천력 또한 마찬가지 생각인지, 랑칸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다지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거대한 물탱크가 허공에 멈춘 것을 보고는 적풍과 부모들 또한 입을 다물었다.


광장에 잠시간의 고요가 감돌았다. 랑칸이 결심하고 몸을 일으켰다. 천력 또한 그를 말리지 않은 채 함께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갑작스럽게 받침대가 완전히 무너지며 물탱크가 바로 밑으로 폭삭 주저앉았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소리가 울려퍼지고, 아까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먼지와 눈가루가 사방에 흩날렸다. 땅을 뒤흔드는 진동과 더불어 어마어마한 눈보라가 광장에 있는 이들 모두에게로 불어 닥쳤다.


바람에 몸이 휩쓸리는 것을 느끼며 랑칸은 정신을 잃었다.




깨어났을 땐 사흘이 지나있었다. 적풍이 아무래도 마을 사람들에게 맞았던 것이 기절의 원인인 듯싶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랑칸이 쓴웃음을 지었다. 멀쩡한 척 해보려고 했지만, 심하게 맞은 데다가 바로 직후에 싸움까지 해서 솔직히 말하면 그 때 당시에도 당장에라도 쓰러지고 싶은 심정이었던 것이다. 신기하게도 무킨과 교네신은 벌써 다 나아서 랑칸이 깨어났을 때 옆에서 눈물을 흘리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랑칸이 그렇게 맞으면서도 자신들을 걱정했던 것을 적풍이 말한 모양이었다. 내심 쪽팔렸지만, 랑칸은 새삼스럽게 적풍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의 린치 때 보여줬던 몸놀림도 그렇고, 그가 보여주는 치료 솜씨 또한 놀라웠다. 도대체 어떤 인물인지, 랑칸은 몇 번이고 적풍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던졌지만 그때마다 적풍은 교묘하게 말을 돌렸다.


조든은 죽었다. 물탱크가 무너진 후, 사람들이 잔해를 찾다가 갈기갈기 찢겨진 조든의 시체를 발견했다. 우연히도 부서진 받침대의 나뭇조각 하나하나가 그의 전신에 박혔고, 그 위에 물탱크가 얹어지면서 사지를 찢어버린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찢기기만 했지 그 형태는 망가지지 않았는데, 이는 마을 사람들이 멀쩡하게 남은 그의 머리를 다 같이 부수는 것으로 그들만의 복수를 가능하게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물론 미후 아버지를 비롯해 아이들을 잃은 부모로서는 그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듯 계속해서 우울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천력까지 덩달아 씁쓸함이 느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요괴의 모습을 한 시체가 아니었다. 무너진 잔해 속에서 조든의 시체는 찾았지만, 요괴화된 아이들은 찾을 수가 없었다. 이는 쇼무린도 마찬가지였는데, 중상을 입고 적풍에게 간호를 받던 쇼무린은 눈보라가 그친 후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렇다고 스스로 일어나서 어딘가로 간 것이 아니라, 바닥에 남은 자국을 볼 때 그 곳에서 바로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따라서 다른 시체들도 사라졌을 것이라는 게 모두의 추측이었다. 그러다 어떤 이가 잔해들 아래에서 유골들을 발견했다. 유골의 크기와 형태를 볼 때 아이들의 것이 분명했다. 물탱크가 무너진 뒤에 발견된 것으로 볼 때, 조든이 아이들을 죽이고 주술을 건 다음, 요괴가 되어 돌아오자 원래 시체를 물탱크 안에 유기했던 것이란 결론이 나왔다. 그 뜨거운 물속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뼈는 녹지 않고 멀쩡했다. 소식을 들은 부모들이 달려와 유골을 가슴에 안고 오열을 터뜨렸다.


물탱크가 무너지며 뜨거운 물을 쏟아낸 덕분에, 막혔던 마을 후문의 눈들이 녹아 다시금 사람들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랑칸과 천력은 황급히 마을을 떠나려 했지만, 그들에게 미안해하는 마을 사람들이 붙잡아 하루를 더 묵고 떠나게 되었다. 무킨 일행과 미후 아버지와 함께 한 술자리에서 랑칸은 미친 듯이 술에 취했는데, 결국 미후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지 못했다는 료현의 말에 랑칸은 눈물 콧물을 다 짜내며 그와 함께 어깨를 붙잡고 울었다.



“해결은 했는데, 기분은 더럽네.”


랑칸이 말했다. 이제 다들 떠날 시간이었다. 이른 아침, 얕은 햇살이 마을을 비추고 있었다. 마을 후문 앞에 랑칸과 천력, 무킨과 교네신, 그리고 적풍이 모두 모여 있었다. 전날 마신 술 때문에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지만, 괜히 마을 사람들을 깨워봤자 오늘도 못 떠날 수 있다는 걱정이 더 컸다. 과연 폐쇄적인 마을답게, 한번 그들을 받아들이자 베푸는 것 또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씀씀이가 컸다. 결국 그들은 몰래 떠나기로 결심을 했다.


물탱크가 무너진 뒤로 마을의 난방이 끊겨 추위가 한층 더 밀려왔다. 몸을 망토로 돌돌 감싼 무킨이 벌벌 떨며 랑칸의 말에 답했다.


“어쩌겠어요. 다 빌어먹을 조든 때문이지.”


교네신이 말했다.


“그 놈 이야기는 그만해요. 다 끝난 일인데 뭐.”


“다 끝난 걸까?”


천력이 입을 열었다. 모두가 그를 쳐다보았다.


“정말 다 끝난 건지 모르겠어. 어딘가에 조든 같은 녀석이 또 없다고는 말 못하니까 말이야. 어쩌면 더 역겨운 짓을 하는 녀석이 있을 수도 있지.”


“그렇다고 우리가 어쩔 수는 없잖아요, 천력형님. 우리가 신도 아니고.”


무킨이 말했다. 사건 이후 천력의 무서움을 알게 돼 이제는 랑칸을 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천력을 대하고 있었다.


“그렇지. 우리는 알지도 못하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을 거야. 신이라면 그걸 다 알까? 과연 신이 있다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이것도 다 그 높은 뜻에 연관이 되어 있는 걸까? 착하고 죄없는 애들이 목숨을 잃고, 심한 짓을 당한다는게?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요괴보다 인간이 더 무서운 존재라는 걸 새삼스럽게 실감하게 돼. 우리가 요괴를 사냥하고 다니긴 하지만, 인간은 결코 약자가 아니야.”


“흠.”


랑칸이 헛기침을 하며 천력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천력이 왜 이러냐는 눈빛으로 랑칸을 바라보았다.


“괜히 어려운 말 하지마. 우리가 어쩔 수 없다는 말도 하지 말고.”


“그럼?”


천력의 얼굴을 보며 랑칸이 씩 하고 웃었다.


“날려버리자고. 발 가는 대로, 눈에 보이는 대로 우리가 보기에 좆같은게 있으면 다 날려버리자고. 그럼 되는거 아냐? 조든 같은 새끼들 날리고, 더 악질인 새끼들 날리고, 그냥 그러면 돼. 힘 닿는대까지 해보고 안 되면 안 되는 거야. 복잡하게 생각하지마.”


천력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무킨과 교네신, 적풍도 따라서 웃었다. 참으로 랑칸다운 말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랑칸이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웃지 마. 뭐, 어차피 본업은 요괴 사냥꾼이니까. 그거에도 충실해야지. 단, 항상 제대로 살펴보고 잡긴 잡아야겠어.”


웃자고 한 말이었는데, 갑자기 무킨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러고 보면 랑칸을 제외하고 요괴 가슴의 얼굴을 제대로 본 것은 무킨 뿐이었다. 그런 무킨을 보며 랑칸이 말했다.


“괜한 말했네. 자자, 이제 지나간 이야기는 그만하고. 앞으로 다들 어떻게 할 거야?”


랑칸을 말을 듣고 무킨이 다시 원래 표정으로 돌아가며 답했다.


“음, 랑칸 형님은 어떻게 하실 건데요?”


“우리? 우리는 오니고쿠에 갈려고. 원래 그것 때문에 이리로 온 거야. 니들은 아냐?”


교네신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음, 우리는 원래 가던 곳이 있었어요. 우리도 남동쪽이긴 한데, 오니고쿠로 가는 길하고는 전혀 달라서 같이 가지는 못하겠네요.”


“음, 누가 언제 같이 가재?”


랑칸이 낄낄거렸다. 교네신의 얼굴이 붉어지며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귀엽다며 랑칸이 어깨동무를 풀고 손가락질을 하며 놀려대기 시작했다. 에휴, 한 숨을 내쉬고 천력이 고개를 돌려 적풍을 바라보았다.


“적풍씨는 어떻게 하실 계획인가요?”


“오니고쿠에 가신다고 했죠?”


천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면 적풍은 도깨비를 연구하는 학자라고 했고, 오니와 도깨비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저도 그쪽으로 가던 중입니다. 같이 동행하게 되면 좋겠군요.”


무킨과 교네신이 놀란 눈으로 적풍을 바라보았다. 무킨이 말했다.


“음, 너 갈 곳 없다고 하지 않았나?”


“그건 무킨님께 도깨비를 연구한다고 밝히지 않았을 때구요. 처음부터 도깨비를 잡았다고 거짓말을 하셔서 제가 밝히면 무안해하실까봐 목적지까지 말하는 건 관뒀습니다.”


“으, 그 얘기를 왜 또 꺼내!”


무킨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랑칸이 폭소를 터뜨렸다. 교네신에 이어 무킨까지 놀리는 맛이 생겼다며 좋아했다. 천력이 말했다.


“그런데··· 저야 상관없는데 랑칸 녀석이 일행이 느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아, 그래요?”


그 때, 교네신의 목을 조르며 랑칸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난 괜찮아.”


천력이 놀라며 물었다.


“뭐? 너 나 말고 다른 사람이랑 다니는 거 싫어하잖아?”


“그리 말하면 내가 게이인줄 알겠다. 아니야. 괜찮아. 적풍을 보면 뭔가 사람이 됐다는 느낌이 든단 말야. 처음 봤을 때부터 같이 다녀봐도 좋겠다 싶었어.”


“너 분명히 처음에 나보고는 샌··· 읍!”


랑칸이 황급히 천력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는 적풍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환영해. 오니고쿠까지만이라도 잘해보자고. 자, 그럼 출발해볼까?”


무킨과 교네신이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적풍이 따랐다. 길이 갈라지는 교차로까지는 어느정도 같이 걸어가야 했다. 적풍과의 거리가 꽤 벌어지자, 랑칸이 천력의 입에서 손을 땠다. 천력이 켁켁거리며 말했다.


“무슨 짓이야!”


“쉿.”


랑칸이 자신의 입으로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얼떨결에 천력은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왜?”


“너, 적풍의 정체가 궁금하지 않냐?”


“정체?”


“저 놈, 맞을 때 봤는데 몸놀림이 장난이 아니었어. 그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쉽게 몸을 피하고 있더라고. 거기다가 무킨과 교네신을 치료한 거. 그것도 예사롭지 않고. 단순한 학자가 아냐.”


“뭐, 그런 생각은 하고 있긴 했는데. 그래서 같이 다니기로 한 거야?”


랑칸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일단 알아낼 건 알아내봐야겠다. 또 모르지, 저 놈도 요괴일지.”


“으이고.”


그 때, 앞서 걸어가고 있던 무킨과 교네신이 뒤를 돌아보며 소리를 질렀다.


“형님들! 빨리 안와요?”


“먼저 가버립니다!”


랑칸과 천력이 미소를 지었다. 비록 얼마 안가 헤어지게 될 사이였지만, 이렇게 인연을 쌓는 것도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다. 어쩌면 평생을 계속해서 떠돌아다니는 요괴사냥꾼에게 있어 연락을 할 수 있는 같은 요괴 사냥꾼은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인지도 몰랐다. 물론, 죽지 않고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말이다.


"알았어 임마!"


다음 목적지를 향해, 둘은 걸음을 옮겼다.


작가의말

4화 끝입니다.

댓글 달아주시면 정말 감사해하며 친절하게 답댓글 답니다... 흑흑

5화부터는 주 2회 연재로 바꾸겠습니다. 비축분이 떨어져 갑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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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선과 악 - 1 16.09.21 136 0 7쪽
» 눈 위로 떨어진 꽃 17 +3 16.05.11 249 3 16쪽
44 눈 위로 떨어진 꽃 16 16.05.10 201 1 9쪽
43 눈 위로 떨어진 꽃 15 16.05.08 248 2 13쪽
42 눈 위로 떨어진 꽃 14 16.05.07 213 2 11쪽
41 눈 위로 떨어진 꽃 13 16.05.07 201 2 12쪽
40 눈 위로 떨어진 꽃 12 16.05.06 290 2 13쪽
39 눈 위로 떨어진 꽃 11 16.05.05 212 2 11쪽
38 눈 위로 떨어진 꽃 10 16.05.04 218 2 10쪽
37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3 210 2 13쪽
36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2 239 3 13쪽
35 눈 위로 떨어진 꽃 8 16.05.01 216 3 16쪽
34 눈 위로 떨어진 꽃 7 16.05.01 216 3 9쪽
33 눈 위로 떨어진 꽃 6 16.04.28 236 3 10쪽
32 눈 위로 떨어진 꽃 5 16.04.28 207 3 12쪽
31 눈 위로 떨어진 꽃 4 16.04.26 200 2 12쪽
30 눈 위로 떨어진 꽃 3 16.04.26 157 3 9쪽
29 눈 위로 떨어진 꽃 2 16.04.26 239 3 15쪽
28 눈 위로 떨어진 꽃 1 16.04.26 259 4 11쪽
27 피로 이어진 16 16.04.25 209 3 9쪽
26 피로 이어진 15 16.04.25 213 3 11쪽
25 피로 이어진 14 16.04.25 205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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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피로 이어진 12 16.04.25 199 2 11쪽
22 피로 이어진 11 +2 16.04.25 213 3 14쪽
21 피로 이어진 10 16.04.24 218 3 13쪽
20 피로 이어진 9 +1 16.04.24 25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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