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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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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즈
작품등록일 :
2016.04.20 19:44
최근연재일 :
2016.09.21 18:56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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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6
추천수 :
170
글자수 :
228,029

작성
16.05.01 20:01
조회
215
추천
3
글자
9쪽

눈 위로 떨어진 꽃 7

DUMMY

남자가 말을 이었다.


“네. 1년 전 쯤에 마을에 왔어요. 아까 들으셨다시피 전 선생님입니다. 그때 정부쪽에서 외딴 마을에도 학교를 짓는 사업을 했었거든요. 당당히 파견을 오게 된 거죠. 아, 좌천 이런 건 아닙니다. 이래봬도 꽤 경쟁률이 높았다구요. 물론, 봉급이 세서, 하하.”


남자가 자랑스러운 듯 가슴을 폈다. 꽤 자신에게 자부심이 있나보다, 이런 사람에게 최고의 선물 중 하나인 긍정의 미소를 천력이 보내주었다. 남자는 그 미소에 역시나 미소로 대답하며 말했다.


“음, 그래도 요괴사냥꾼들 앞에서 직업 자랑을 하니 조금 부끄럽네요. 명실 공히 정말 힘든 일을 하시는 분들인데 말이죠.”


“아니에요. 그리 힘들지도 않은 걸요 뭐. 노는 날이 더 많습니다.”


예의상 그렇게 대답했지만, 사실 거짓말이었다. 힘든 걸로 따지면 요괴 사냥꾼보다 힘든 일이 어디 있으랴. 한 번 일하는데 목숨을 걸어야 하는데. 그래도 노는 날이 더 많다는 건 사실이었다.


만약 요괴 사냥꾼이 노는 날보다 일하는 날이 많다면, 그건 세상이 멸망한다는 것과도 상통할 것이었다. 사방에 요괴가 날뛰는데 누가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천력의 말을 듣더니, 갑자기 남자가 주변을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음, 저희 마을에는 그··· 요괴 사건 때문에 오셨나 보죠?”


천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금 돌아다니는 것도··· 그 일에 대해서 조금 알 수 있을까 해서······.”


“쉽지가 않죠?”


“음, 아까도 말했지만 마을 사람들이 손님 접대를 상당히 싫어하시네요. 하하. 뭐, 아무 소득도 없어요.”


약간의 농이 섞인 천력의 말에, 남자가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천력은 사실 아까부터 남자의 말에 건성으로 대답을 하며 그보다는 랑칸에게 신경을 쓰고 있었다.


뭐가 불만인지, 랑칸은 남자가 탐탁지 않은 듯 그의 얘기에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었다. 대신 남자를 뚫어져라 노려보며 마치 검문을 하듯 살펴보고 있었다.


그런 랑칸의 반응 때문인지, 갑자기 남자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제 이름도 얘기를 안했군요. 말을 했어야 되는데. 전 조든이라고 합니다. 그 쪽 분들은 이름이 어떻게 되시죠?”


“아, 저는 천력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랑칸이구요.”


“와, 멋진 이름이시군요. 독특하기도 하구요.”


“감사합니다. 뭐, 특이하단 말은 많이 듣죠.”


천력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나 랑칸의 표정은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그런 그의 표정 때문인지, 조든이 어색한 웃음을 짓다가 말했다.


“음, 제가 괜히 시간을 뺏은 것 같군요. 안 그래도 바쁜 분들일 텐데. 전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나 마을에 대해 물어볼 게 있으시면 찾아오셔도 됩니다. 아참, 학교에는 제가 없으니 저희 집에 오셔야 할 텐데······.”


나중에 찾는 것보다 지금 따라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천력은 생각했다. 어쩌면 아이들과 가장 가까운 직업인 선생님을 하고 있는 조든에게서 이번 사건에 대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괜히 이 자리에서 보냈다가 나중에 조든의 집을 찾는 일이 어려워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너무나도 난 저 놈이 맘에 들지 않소이다, 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랑칸 때문에, 섣불리 자신들이 지금 같이 가도 되겠냐고 묻는 것도 좀 그랬다. 먼저 랑칸에게 물어보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이봐.”


천력이 랑칸에게 조용히 물어보려는데, 놀랍게도 랑칸이 먼저 조든에게 말을 걸었다. 역시나, 그의 평소 습관대로 반말이었다.


“네?”


“지금 그 쪽과 같이 가도 되나? 우리가 알고 싶은 게 좀 많아서 말야.”


갑작스런 랑칸의 말에 놀란 듯, 조든은 벙찐 표정을 지은 채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 때 천력이 애써 웃음을 지으면서 말을 덧붙였다.


“이 친구가 말투가 원래 이러니 이해하세요. 그나저나, 저희도 나중에 찾아가기가 좀 힘들 것 같아서요. 괜찮으시다면 지금 댁을 방문해도 되겠습니까?”


그제야 조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다시 예의 사람 좋은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뭐, 저야 괜찮습니다. 어차피 방학인걸요. 음, 그런데 여기서 좀 멀기도 해서··· 또 제가 큰소리는 쳤지만 그렇게 아는 게 많지도 않고··· 그래도 괜찮겠어요?”


천력이 괜찮다 말하려는데, 다시 한 번 랑칸이 끼어들어 싸가지 없는 말투로 툭 내뱉었다.


“상관없어. 빨리 안내나 하셔.”


순간, 천력은 조든의 눈매가 살짝 날카로워지는 것을 보았다. 하긴, 아무리 사람이 좋아도 랑칸의 말투에 화가 나지 않는다면 그건 성인군자라 불러도 좋을 것-물론, 천력은 예외다. 천력은 성인군자라서 랑칸의 웬만한 말에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익숙해졌을 뿐-이다.


천력이 황급히 끼어들었다.


“자자, 이 친구 말에는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저희야 얼마든지 괜찮습니다. 저희가 뭘 물어볼지도 모르시잖아요?”


“음, 그렇긴 하죠.”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주세요. 그래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에이, 너무 기대하지마세요. 정말로 그렇게 별로 아는 건 없습니다. 그럼, 절 따라오시면 됩니다.”


그렇게 말한 후, 조든이 먼저 앞장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와 조금 떨어져서 걷던 천력은, 이쯤 되면 들리지 않겠다 싶은 거리에서 옆의 랑칸에게 속삭였다.


“아까부터 왜 그래? 괜히 좋은 정보 놓치면 어떡할 거야?”


“뭐가?”


“짜증만 내고 있잖아. 말투도 그렇고. 화내서 가버리면 어떡해?”


천력의 핀잔에, 랑칸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전혀. 저 녀석, 오히려 우리가 함께 가기를 바라고 있어. 먼저 말을 건 걸 보면 몰라?”


“그건 그냥 인사일 수도 있잖아?”


“아닐걸. 우리가 요괴 사냥꾼이란 걸 알고서 먼저 접근했어. 그리고 자연스럽게 마을 사람들 얘기를 하면서 자기는 다른 사람들보다 개방적이란 걸 넌지시 알렸고 말야.”


“그게 무슨 말이야?”


“무슨 말이긴. 우리가 마을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는 만큼, 저 녀석도 우리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한단 말이지. 어쩌면 마을에서 저 녀석에게 우리에 대해 알아보라고 시켰을지도 몰라. 또는······.”


“또는?”


“뭐, 아직은 모르겠다. 그걸 알아보러 지금 가봐야지. 어쨌든, 그냥 호의로 우리에게 이러는 게 아닌 건 분명해. 뭔가 속내가 있는 놈이야.”


천력은 이제야 랑칸이 왜 그렇게 조든을 못 잡아먹을 듯 보았는지 이해가 갔다. 그렇다고 랑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천력에게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아까 전, 랑칸의 한 마디에 순간적으로 변했던 조든의 표정. 그것은 그때까지 조든가 보여줬던 사람 좋은 얼굴과는 전적으로 다른 표정이었다.


어딘가 망가진 구석이 있는 이들.


그런 이들만이 지을 수 있는 표정. 태어나면서부터 그런 이들과 함께 자라야 했던 천력으로서는 그것을 그냥 넘기려야 넘길 수가 없었다. 그래서 평소라면 괜한 의심이라며 웃어 넘겨버렸을 랑칸의 말에도 귀를 기울인 것이다.


아무튼 랑칸의 예상 밖의 예리함에 감탄하며 천력이 말했다.


“흠, 왠지 대단한데, 랑칸 네가 처음부터 그런걸 파악하다니.”


“음? 뭐가?”


“너 제일 처음 조든을 봤을 때부터 죽일 듯이 노려봤잖아. 난 놀랬지. 네가 또 괜히 그러는 줄 알고.”


천력의 말에 랑칸이 약간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건 생긴 게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건데? 내가 신이냐? 처음부터 저 새끼가 우리에게 뭔가를 노리고 있다를 알게? 음, 너 평소에 날 그렇게 보고 있었구나? 하긴, 내가 좀 똑똑하긴 하지.”


말을 말자. 혹시나 한 것이 역시나였다. 자신의 옆에서 기분이 좋아져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가는 랑칸을 잠시 바라본 다음, 천력은 고개를 돌려 앞서 걸어가는 조든을 보았다. 때마침 조든도 고개를 돌려, 눈이 마주친 그들은 살짝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랑칸과 천력이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을 하는 것 같았다. 자신들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알까. 랑칸의 말을 듣고 나자, 그의 사소한 행동도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만약 랑칸의 말이 맞다면, 일은 더욱 복잡하게 꼬일지도 몰랐다.


작가의말

개인사가 있어 연재가 조금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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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지연에 따른 사과문 16.05.19 169 0 -
47 선과 악 - 2 16.09.21 227 0 10쪽
46 선과 악 - 1 16.09.21 135 0 7쪽
45 눈 위로 떨어진 꽃 17 +3 16.05.11 248 3 16쪽
44 눈 위로 떨어진 꽃 16 16.05.10 200 1 9쪽
43 눈 위로 떨어진 꽃 15 16.05.08 248 2 13쪽
42 눈 위로 떨어진 꽃 14 16.05.07 213 2 11쪽
41 눈 위로 떨어진 꽃 13 16.05.07 201 2 12쪽
40 눈 위로 떨어진 꽃 12 16.05.06 290 2 13쪽
39 눈 위로 떨어진 꽃 11 16.05.05 211 2 11쪽
38 눈 위로 떨어진 꽃 10 16.05.04 218 2 10쪽
37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3 210 2 13쪽
36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2 238 3 13쪽
35 눈 위로 떨어진 꽃 8 16.05.01 215 3 16쪽
» 눈 위로 떨어진 꽃 7 16.05.01 216 3 9쪽
33 눈 위로 떨어진 꽃 6 16.04.28 236 3 10쪽
32 눈 위로 떨어진 꽃 5 16.04.28 206 3 12쪽
31 눈 위로 떨어진 꽃 4 16.04.26 200 2 12쪽
30 눈 위로 떨어진 꽃 3 16.04.26 157 3 9쪽
29 눈 위로 떨어진 꽃 2 16.04.26 238 3 15쪽
28 눈 위로 떨어진 꽃 1 16.04.26 259 4 11쪽
27 피로 이어진 16 16.04.25 208 3 9쪽
26 피로 이어진 15 16.04.25 213 3 11쪽
25 피로 이어진 14 16.04.25 205 3 10쪽
24 피로 이어진 13 +2 16.04.25 212 3 15쪽
23 피로 이어진 12 16.04.25 198 2 11쪽
22 피로 이어진 11 +2 16.04.25 213 3 14쪽
21 피로 이어진 10 16.04.24 218 3 13쪽
20 피로 이어진 9 +1 16.04.24 25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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