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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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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즈
작품등록일 :
2016.04.20 19:44
최근연재일 :
2016.09.21 18:5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2,099
추천수 :
170
글자수 :
228,029

작성
16.09.21 18:54
조회
135
추천
0
글자
7쪽

선과 악 - 1

DUMMY

“어이쿠, 이거 심하구만.”


랑칸이 말했다. 천력과 적풍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눈앞에 피범벅이 된 시체가 놓여 있었다. 일행은 혀를 차며 마을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베킨 마을을 떠나 3일 째. 랑칸 일행은 설산을 벗어나 수풀이 우거진 산길을 걷고 있었다. 오르불 산맥에 근접해 있어 간간히 요괴를 만나기도 했지만, 그리 큰 위험은 없었다.


무킨과 교네신은 이틀 째 되는 날 근처에 있는 산골 마을에 볼 일이 있다며 일행을 떠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꽤 정이 들었기에 모두들 내심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멀리서 올라오는 연기에 마을이 있다는 것을 안 일행은 그곳으로 향했다. 가지고 온 식량도 꽤 바닥이 나 있었고, 더 이상 노숙하는 것이 싫다는 랑칸 때문이었다.


사실 오니고쿠에 가는 일이 그리 급한 것은 아닌지라 시간이 여유로운 편이었고, 천력도 술 한 잔이 다시금 그리워지고 있었다. 적풍 또한 약초를 좀더 살 것이 있다고 했다.


그렇게 약간은 기대를 품고 도착한 마을이었는데, 입구에 다다르자마자 일행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광경을 보게 되었다. 마을이 완전히 폐허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입구에는 시체 하나가 놓여 있었다. 피로 범벅이 된 채로 누워있는 시체는 뭔가 끔찍한 것이라도 본 듯 공포로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을로 들어서니 시체는 더욱 많았는데, 다들 목이 돌아가 있거나 팔, 다리 등 몸 어느 한군데 성한 곳이 없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 벽에 처박혀 있는 시체, 우물에 빠져 있는 시체 등이 일행을 맞이하고 있었다.


시체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천력은 엎어진 채로 죽어 있는 한 아이를 보며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요괴라도 나타난 걸까?”


천력이 말했다.


“음, 아무리 이곳이 오르불 산맥에 가깝다고 해도 이 정도 일을 저지를만한 요괴는 이 근방에 없을 텐데? 산적이라도 나타났나?”


랑칸이 답했다.


“산적이라고 하면 이렇게 사람들을 모두 죽이진 않았을 겁니다. 계속해서 약탈을 해야 하니까요. 게다가 무기를 쓰지 않고 이렇게 사람들을 죽일 수는 없죠.”


적풍이 무릎을 꿇고 시체 하나를 살피며 말했다. 건장한 사내였다. 이 사내도 입구의 시체와 마찬가지로 공포에 질린 표정을 하고 있었다.


무엇인가에 세게 얻어맞은 듯 가슴 한 복판이 움푹 들어간 것이 눈에 띠었다.


“상처를 살펴보니 무기를 사용한 게 아니에요. 순수하게 주먹을 쓴 것 같은데. 이 정도로 강한 충격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제가 알기로는 랑칸씨와 천력씨, 둘 뿐인데 설마 저보다 먼저 이곳에 다녀가시진 않았겠죠?”


살짝 농담이 섞인 말이었지만, 랑칸과 천력은 둘 다 그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려 마을을 좀 더 살펴보았다. 어느 곳을 봐도 시체가 그들을 반길 뿐이었다.


마을의 바닥과 벽에 튀어있는 핏자국을 보며, 랑칸이 말했다.


“이상해.”


“뭐가?”


“건물들이 멀쩡해. 사람이 이렇게 많이 죽었는데. 요괴든 산적이든 이렇게 깔끔하게 사람만 죽일 수는 없을 텐데 말야.”


천력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폐허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마을의 건물들은 피가 튄 것 말고는 멀쩡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보통 요괴가 나타났을 경우에는 이런 일은 드물다. 본디 인간을 공격하는 요괴들은 난동을 좋아하고, 인간과 인간의 소유물을 파괴하는 것을 즐기는 법이다. 이정도로 학살을 즐긴 녀석이 건물들을 멀쩡하게 나두었다는 것은 요괴 사냥꾼의 상식으로 볼 때 말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산적이라고 건물을 놔두지는 않는다. 약탈이 목적인 이상, 건물 하나하나를 뒤지고, 부수고, 불태우는 것이 산적의 전통인 법이다. 사람이 살 수 있는 모든 기반을 파괴해야 혹시나 있을지 모를 복수의 싹이 자라나지 않는다.


랑칸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게다가 무기라도 든 사람이 아무도 없어. 요괴든, 산적이든 뭔가가 왔다면 싸우기라도 했을 텐데.”


“기습이라도 당한 걸까?”


“그래도 뭐라도 챙겼겠지. 뭐지 도대체?”


랑칸이 머리를 긁적였다. 천력 또한 확실한 답을 낼 수가 없었다. 적풍 또한 고개를 가로 저으며 일어섰다. 생존자라도 있지 않은 이상 그들이 결론을 찾는 것은 어려워 보였다.


“좀 더 안쪽으로 가보자. 살아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천력이 말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 후 앞서가는 천력의 뒤를 따랐다. 이상하게도 안쪽으로 갈수록 시체의 수가 점점 많아졌다.


적풍이 말했다.


“이상하네요. 시체가 많아지고 있어요.”


한층 짙어진 시체의 썩은 내에 코를 가리며, 랑칸이 답했다.


“나도 알아. 근데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시체들의 수와, 아까 전에 본 시체들의 방향을 볼 때 마을 사람들은 처음에 마을 안쪽에 다 모여 있던 것 같군요.”


“그런데? 요괴하고 싸우고 있던 거 아냐?”


“그럴 경우에는 모두가 모여 있지는 않지요. 여자라던가 아이는 집 안에 숨어 있어야 할 테니까. 무슨 이유라도 있어서 모든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던 것 같은데··· 그러다 습격을 당했고, 어떻게든 빠져나오려 하다가 다들 죽게 된 것 같군요.”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바닥에 남아있는 발자국들 또한 적풍의 말에 신빙성을 더했다. 비교적 최근에 생긴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은 모두 바깥을 향해 있었다.


랑칸이 말했다.


“그럼 저 안쪽엔 시체의 산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구만. 으으.”


몇 명의 시체를 더 지나치고, 한 집의 모퉁이를 돌았을 때였다. 앞서 걷던 천력이 갑자기 헉, 하는 소리를 냈다. 무슨 일이냐며 랑칸이 뒤이어 고개를 내밀었다.


그 때, 랑칸 또한 천력과 같은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뭐야 이건?”


그들의 눈앞에는 기이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대개의 마을이 그렇듯 광장이 마을의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었는데, 적풍의 추측대로 그 곳에는 지금까지보다 훨씬 수가 많은 시체가 있었다.


랑칸의 표현대로 시체의 산이라고 불러도 좋을 법했다.


서로의 간격이 좁고, 무장을 하고 있지 않은 것이 뭔가와 싸우기 위해 모인 것은 분명 아닌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들을 놀라게 한 것은 그런 시체들의 모습뿐만이 아니었다.


광장의 한 가운데에는 시계탑이 있었는데, 그 시계탑에 요괴 한 마리가 못 박혀 있었다. 인간과 꽤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는 놈이었다.


검은 피부에 하얀 털이 군데군데 나있는 요괴 또한 사람들의 시체와 마찬가지로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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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지연에 따른 사과문 16.05.19 169 0 -
47 선과 악 - 2 16.09.21 227 0 10쪽
» 선과 악 - 1 16.09.21 136 0 7쪽
45 눈 위로 떨어진 꽃 17 +3 16.05.11 248 3 16쪽
44 눈 위로 떨어진 꽃 16 16.05.10 200 1 9쪽
43 눈 위로 떨어진 꽃 15 16.05.08 248 2 13쪽
42 눈 위로 떨어진 꽃 14 16.05.07 213 2 11쪽
41 눈 위로 떨어진 꽃 13 16.05.07 201 2 12쪽
40 눈 위로 떨어진 꽃 12 16.05.06 290 2 13쪽
39 눈 위로 떨어진 꽃 11 16.05.05 211 2 11쪽
38 눈 위로 떨어진 꽃 10 16.05.04 218 2 10쪽
37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3 210 2 13쪽
36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2 238 3 13쪽
35 눈 위로 떨어진 꽃 8 16.05.01 215 3 16쪽
34 눈 위로 떨어진 꽃 7 16.05.01 216 3 9쪽
33 눈 위로 떨어진 꽃 6 16.04.28 236 3 10쪽
32 눈 위로 떨어진 꽃 5 16.04.28 206 3 12쪽
31 눈 위로 떨어진 꽃 4 16.04.26 200 2 12쪽
30 눈 위로 떨어진 꽃 3 16.04.26 157 3 9쪽
29 눈 위로 떨어진 꽃 2 16.04.26 238 3 15쪽
28 눈 위로 떨어진 꽃 1 16.04.26 259 4 11쪽
27 피로 이어진 16 16.04.25 208 3 9쪽
26 피로 이어진 15 16.04.25 213 3 11쪽
25 피로 이어진 14 16.04.25 205 3 10쪽
24 피로 이어진 13 +2 16.04.25 212 3 15쪽
23 피로 이어진 12 16.04.25 199 2 11쪽
22 피로 이어진 11 +2 16.04.25 213 3 14쪽
21 피로 이어진 10 16.04.24 218 3 13쪽
20 피로 이어진 9 +1 16.04.24 25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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