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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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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즈
작품등록일 :
2016.04.20 19:44
최근연재일 :
2016.09.21 18:56
연재수 :
47 회
조회수 :
12,089
추천수 :
170
글자수 :
228,029

작성
16.04.26 19:31
조회
156
추천
3
글자
9쪽

눈 위로 떨어진 꽃 3

DUMMY

"아, 형님도 요괴 사냥꾼이셨군요!“


“형님은 무슨. 너 안가냐?”


“사나이끼리 만났는데 술 한 잔 더 해야죠. 안 그래 교네신?”


랑칸이 질렸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런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킨은 함박웃음을 머금은 채 술잔을 들이켰다.


랑칸에게 제대로 차인 후,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난 무킨은 자신보다 강한 사람은 처음 봤다며 랑칸을 형님이라 부르며 랑칸과 천력의 자리에 앉아 친한 척을 해댔다. 교네신도 무킨의 옆에 붙어 아양을 떨었다. 자연스럽게 안경을 쓴 남자도 합석을 하게 되었다.


“그나저나, 댁은 정말 말이 없구만. 이름이 뭐요?”


함께 자리를 한지는 꽤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안경을 쓴 남자가 아무런 말없이 술만 마시고 있자, 괜스레 답답해진 랑칸이 물었다.


“적풍赤風이라고 합니다.”


“적풍이라, 붉은 바람인가.”


랑칸이 무킨에게로 슥 고개를 돌렸다.


“도깨비 같은 이름이네. 이쪽은 사냥꾼이 아닌 거 같은데, 어떻게 만나게 된 거야?”


“아, 뭐 요 마을로 오는 길에 동행하게 됐습니다. 사냥꾼은 아니고··· 학자라고 해야 하나? 그치?”


적풍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렇습니다. 특히 도깨비를 연구하지요.”


무킨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도깨비를 연구하는 학자 앞에서 도깨비에 관련된 거짓말을 했었다니, 새삼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무킨이 괜히 헛기침을 했다.


“흠 흠. 진작에 말할 것이지······.”


그의 모습에 랑칸이 씩 하고 웃었다. 허풍이 센, 좀 날라리 같은 녀석인 줄로만 알았는데 무킨은 제법 순진한 구석이 있었다.


그때 얼굴이 좀 달아오른 천력이 말했다.


“음, 무킨씨. 이 마을에는 언제쯤 오셨죠?”


“한 사흘 정도 됫수다. 왜요?”


랑칸과는 달리, 무킨은 천력에게는 그다지 살갑게 굴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보다 강해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랑칸이 천력은 자기보다 더 무서운 놈이라고 말해줬으나, 무킨의 눈에는 이 조그만 녀석이 뭐가 무서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까부터 퉁명스럽게 대답을 계속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왜 아직 떠나질 않은 거지? 문제라도 있습니까?”


교네신이 끼어들었다.


“지금 마을 출구가 막혀 있거든요. 그래서 못나가는거죠.”


“막혀 있다구요?”


“네. 거 최근에 눈사태가 크게 나서. 마을 출구가 아주 꽁꽁 막혔어요. 마을 사람들이 열심히 퍼내고 있기는 한데 쉽지가 않은 모양이더라구요. 그래서 우리도 발이 묶인 거죠.”


천력이 고개를 끄덕였다.


“흠, 그렇군. 랑칸, 우리도 나가기 힘들겠는데?”


“망했구만. 오니고쿠에 빨리 가야 하는데. 여기서 그냥 죽치고 있어야 하는 건가? 할 일도 없는데?”


교네신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아뇨. 꼭 그렇지만은 않을 거예요.”


“음?”


“마을에 요괴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파다해요. 눈사태를 일으킨 것도 요괴가 한 짓이란 소문도 있고. 뭐 우리도 여기 온 김에 좋은 일거리 찾았다 싶어서 좋아하던 참이었어요. 쩝. 물론 랑칸 형님이 잡으시겠지만.”


랑칸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거 진짜냐? 근데 왜 그런 소리가 없었지?”


무킨이 답했다.


“뭐, 여행하는 사람들로 먹고 사는 마을인데, 그런 소문이라도 나면 여러 가지로 안 좋지 않습니까. 그냥 여행자들한테는 어찌어찌 둘러댄 것 같아요.”


무킨의 말에 천력이 고개를 갸우뚱 하며 말했다.


“음, 그런데 왜 우리한테는 그렇게 쌀쌀맞게 굴었을까?”


교네신이 말했다.


“아, 그쪽한테도 그랬나보네요. 우리도 처음에 곤란했어요.”


“에? 오는 사람들한테 다 그런단 말이야? 싸가지가 없구만?”


랑칸이 투덜거렸다. 그러자 갑자기 무킨이 몸을 숙이고 목소리를 낮춘 채 말하기 시작했다. 남들한테 들리지 않게 하려는 모양이지만, 어차피 아까의 소동 이후로 술집 안에는 그들 밖에 없었기에 어찌 보면 쓸데없는 짓이었다.


“마을에 좀 좋지 않은 사건이 있습니다.”


“뭔데?”


“마을의 소녀들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것 때문에 마을 분위기가 뒤숭숭하죠.”


천력이 말했다.


“음? 아까 요괴가 나타났다면서요. 요괴가 한 짓이 아닙니까?”


무킨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건 아니라던데. 그 전부터 그랬다고 합디다. 요괴가 그랬다면 뭐 차라리 마음이 편하겠지요. 어떻게든 증오할 대상이라도 있으니까.”


랑칸이 끼어들었다.


“그럼 사람이 그랬다는 거야?”


“그렇죠. 애들이 밖에 나갔다 논다고 하거나, 심부름을 보냈는데 그냥 사라진 겁니다. 아무런 흔적도 없이 말이죠. 그것 때문에 마을 사람들은 이제 집 밖으로 딸들을 외출도 시키질 않아요. 게다가 여행자들 중에 범인이 있을 수도 있으니 이 마을에 오는 걸 반가워하지도 않는 거구요.”


“음, 그럼 벌써 범인이 나갔을 수도 있겠네? 마을 출구가 막힌 건 얼마 전이랬잖아.”


“뭐, 그럼 다행이긴 한데. 우리가 오기 바로 전날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해요. 그때도 출구는 눈으로 막혀있었으니 범인이 나갈 수는 없겠죠. 뭐, 골치 아픈 일입니다.”


그때, 잠자코 있던 적풍이 말했다.


“마을 사람 짓일 겁니다.”


무킨이 화들짝 놀라며 적풍을 쳐다보았다. 그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술집 주인이 이 말을 듣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다행히도 술집 주인은 카운터에서 꾸벅 꾸벅 졸며 잠에 취해 있었다. 무킨이 더욱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말 함부로 하지 말랬잖아. 그런 말 듣고 쫓겨나기라도 하면 어떡해?”


랑칸이 말했다.


“쫓겨날 수나 있어야 쫓겨나지. 나갈 길도 막혔는데.”


무킨이 울상이 되었다.


“왔던 길로 되돌아가면 어떡하라구요. 그럼 우리 완전히 죽어요.”


“그럼 할 수 없지 뭐. 그나저나 적풍씨, 그 말이나 계속 해봐.”


“간단하지요. 아무리 애들이라도 여행자들이 그런 짓을 하려 했다면 모르는 사람이니까 소리를 지르든 반항을 하든 어떻게든 했을 겁니다. 그런데 그런 얘기는 없었어요. 이게 뭘 뜻하겠습니까? 애들도 잘 아는 사람의 소행이라는 거겠지요. 게다가 마을 사람이라면 지리도 잘 알 테니까 남들의 눈에 띄지 않는 것도 가능할 테구요.”


천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가 있는 말이네요. 그런데 왜 꼭 여행자들에게로 화살을 돌리죠? 게다가 무킨씨의 반응을 보니 이런 말이 나오는 것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인 것 같네요.”


천력의 말에 무킨이 술 한 잔을 들이킨 후 답했다.


“우리도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이 마을은 너무 공동체 의식이 강합디다. 아무래도 이런 지역에 살고 있으니까 그렇겠지요. 힘들게 사니까 서로 돕자는 거예요. 망할, 그래서 경찰 같은 것도 제대로 없는 겁니다. 예전부터 사건 같은게 전혀 일어나질 않은 거예요. 지금도 그렇수다.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뭐 수사를 하든 탐문을 하든 알아내야 하는데, 자기들끼리는 절대로 의심을 하지 않는 거요. 짜증나는 일이죠.”


교네신이 덧붙였다.


“우리가 처음 왔을 때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는데, 듣는 사람마다 불같이 화를 내면서 당장 이 마을에서 꺼지라고 했어요. 하마터면 진짜 쫓겨날 뻔 했죠.”


랑칸이 입가에 비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특유의 미소였다.


“멍청한 놈들. 주변에 있는 사람을 제일 먼저 의심해야 하는 법도 모르는구만.”


그의 목소리가 조금 컸던지, 졸고 있던 술집 주인이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났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다가, 그들이 아직도 가지 않은 것을 보고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돈을 내지 않고 도망쳤을까 해서 그런 듯싶었다. 사실 도망칠 곳이 없는 마을의 사정을 고려하면 조금 멍청한 생각이긴 했지만.


랑칸이 술집 주인을 향해 말했다.


“이봐. 뭔 사건이 있다며?”


랑칸의 말에 주인의 표정이 조금 일그러졌다.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주인은 아까 미처 다 하지 못한 컵을 닦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재밌다는 듯 킥킥 대다가, 랑칸이 주인이 들으라는 듯 탁자에 앉은 모두에게 말했다.


“뭐 요괴는 니들이 잡아라. 우리는 범인이나 잡으련다.”


순간, 주인이 손에 들고 있던 컵을 떨어뜨리며 와장창 소리가 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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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 지연에 따른 사과문 16.05.19 169 0 -
47 선과 악 - 2 16.09.21 227 0 10쪽
46 선과 악 - 1 16.09.21 135 0 7쪽
45 눈 위로 떨어진 꽃 17 +3 16.05.11 248 3 16쪽
44 눈 위로 떨어진 꽃 16 16.05.10 200 1 9쪽
43 눈 위로 떨어진 꽃 15 16.05.08 248 2 13쪽
42 눈 위로 떨어진 꽃 14 16.05.07 212 2 11쪽
41 눈 위로 떨어진 꽃 13 16.05.07 200 2 12쪽
40 눈 위로 떨어진 꽃 12 16.05.06 289 2 13쪽
39 눈 위로 떨어진 꽃 11 16.05.05 211 2 11쪽
38 눈 위로 떨어진 꽃 10 16.05.04 217 2 10쪽
37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3 209 2 13쪽
36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2 238 3 13쪽
35 눈 위로 떨어진 꽃 8 16.05.01 215 3 16쪽
34 눈 위로 떨어진 꽃 7 16.05.01 215 3 9쪽
33 눈 위로 떨어진 꽃 6 16.04.28 236 3 10쪽
32 눈 위로 떨어진 꽃 5 16.04.28 206 3 12쪽
31 눈 위로 떨어진 꽃 4 16.04.26 200 2 12쪽
» 눈 위로 떨어진 꽃 3 16.04.26 157 3 9쪽
29 눈 위로 떨어진 꽃 2 16.04.26 238 3 15쪽
28 눈 위로 떨어진 꽃 1 16.04.26 258 4 11쪽
27 피로 이어진 16 16.04.25 208 3 9쪽
26 피로 이어진 15 16.04.25 213 3 11쪽
25 피로 이어진 14 16.04.25 205 3 10쪽
24 피로 이어진 13 +2 16.04.25 212 3 15쪽
23 피로 이어진 12 16.04.25 198 2 11쪽
22 피로 이어진 11 +2 16.04.25 213 3 14쪽
21 피로 이어진 10 16.04.24 218 3 13쪽
20 피로 이어진 9 +1 16.04.24 25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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