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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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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즈
작품등록일 :
2016.04.20 19:44
최근연재일 :
2016.09.21 18:56
연재수 :
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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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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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글자수 :
228,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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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07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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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눈 위로 떨어진 꽃 13

DUMMY

랑칸이 조든에게로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무슨 말인지 물어볼 작정이었다. 조든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로 랑칸을 바라보고 있었다. 랑칸의 그의 멱살을 잡으려는데, 조든이 먼저 다시 한 번 크게 소리쳤다.


“두 달 전에 마을에 왔던 남자를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말수도 없고, 어딘가 어두워 보였던 그 남자! 쿨럭. 우리를 보고는 상상도 못할 일이 닥칠 것이라고 예언했던 그 남자! 쿨럭. 비록 머리 모양이 바뀌고, 입은 옷이 달라 다들 처음에 알아보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쿨럭. 전 알아차렸습니다. 그 남자가 다시 왔다는 걸!”


마을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더 커지기 시작했다. 교네신 또한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 랑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요, 바로 그 남자입니다. 잘 보세요. 쿨럭. 이 남자가 다시 마을에 왔을 때, 전 직감했습니다. 쿨럭. 우리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들과, 또한 요괴와 관련이 있다는 걸. 그렇지 않고서야 이 남자가 다시 나타날 때 쯤 그런 일이 벌어질 리가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쿨럭. 아무도 알아차리질 못하시더군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마을을 지키기 위해 나섰어야 했습니다! 쿨럭.”


랑칸이 조든의 멱살을 잡았다. 어느새 그들을 둘러싼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겁에 질린 표정이 사라지고 강한 적대감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랑칸이 조든에게 말했다.


“무슨 말이야, 나하고 똑같이 생긴 남자라니!”


조든이 씩 웃으며 답했다. 사람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의 크기였다.


“똑같이 생겼지. 그런데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야. 쿨럭.”


조든의 입에서 말을 하며 뱉어낸 피가 랑칸의 얼굴에 뿌려졌다. 랑칸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지는데도 불구하고, 조든은 다시 한 번 고함을 질렀다.


“아까 제가 말한 걸 다들 들으셨겠지요! 쿨럭. 저는 이 남자를 막기 위해서, 그리고 진실을 캐내기 위해서 접근했습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이 남자의 동료 중 하나인 천력이란 사람을 잡는데 성공했지요. 쿨럭. 그러나 결국에는 이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쿨럭. 보이십니까? 그리고 보셨습니까? 이 남자의 무시무시한 힘을? 이 남자의 무자비함을? 이 남자에게 겁을 먹는 요괴들을? 쿨럭. 그렇습니다. 바로 이 남자, 아니 이 빌어먹을 녀석이야말로 모든 일의 원흉이며, 요괴들보다 더 위에 있는, 요괴들을 부릴 수 있는 녀석인 겁니다! 쿨럭. 그런데 아직까지 그렇게 겁에 질려 뒷걸음쳐 계실 겁니까!”


마을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제 사람들의 눈은 확연한 적대감을 띠었다. 몇 몇은 주먹을 쥐었고, 몇 몇은 요괴가 나타났을 때 들고 나온 무기를 고쳐 들었다. 랑칸은 웃고 있는 조든에게서 눈을 떼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들이 점점 랑칸과의 거리를 좁히기 시작했다.


애초에 사람들 사이에 있던 교네신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단검을 두 손에 쥔 채로 서 있었다. 직접적으로 공격은 할 수 없고, 겁을 줄려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교네신에게로 점점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자신의 바로 앞에서 한 어린 아이가 몽둥이를 쥐고 오는 모습에 교네신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교네신이 소리쳤다.


“랑칸형! 어떻게 좀 해봐요! 저 녀석이 지껄인 말이 사실이에요?”


무킨의 사정은 더욱 심각했다. 랑칸의 발차기에 갈비뼈를 다친 무킨은 자신의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다가오는 사람들을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바람갈이라도 몇 번 휘두르면 거리라도 벌릴 수 있으련만, 그것조차 여의치 않아 그저 온갖 쌍소리를 내뱉으며 사람들에게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었다.


적풍 또한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요괴 사냥꾼이라면 사람들이 어느 정도 겁을 먹고 교네신과 무킨처럼 빠르게 다가서진 못하겠지만, 딱 봐도 약해 보이는 적풍에게는 사람들도 개의치 않고 무기를 휘두르거나 주먹을 내지르려 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공격 하나 하나를 적풍이 너무나도 쉽게 피해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랑칸과 교네신, 무킨은 제각각 자기 앞가림을 하느라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이제 1미터 정도로 가까워진 사람들에게로, 랑칸이 외쳤다.


“이 자식의 말을 믿는 거야? 내가 이 마을에 왔었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난 여기 처음 왔단 말이다!”


“닥쳐! 이제야 너 얼굴이 기억났다. 네가 요괴를 불러낸 거지?”


“네가 우리 딸을 잡아갔어!”


“그래놓고 뻔뻔하게 얼굴을 내밀고 돌아다니다니, 천벌을 받아라!”


사람들 사이에서 분노에 가득찬 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장에라도 달려들어 랑칸을 내리칠 기세였다. 어쩔 수 없이 랑칸은 조든의 목에 손을 가져다대며 외쳤다.


“일단 멈춰! 안 그러면 이 자식은 죽어!”


빌어먹을,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온 걸까. 랑칸은 이를 갈았다. 조든이 킬킬거리기 시작했다. 랑칸은 핏발이 돋은 눈으로 조든을 내려다보았다. 당장에라도 조든의 목을 쥔 손에 힘을 주어 목뼈를 부숴버리고 싶었다. 그런 랑칸의 모습을 보며 조든이 소리쳤다.


“제 걱정은 마세요! 쿨럭. 제 한 목숨 버려 여러분들의 아픔을 달래줄 수 있다면, 그리고 이 녀석을 죽일 수 있다면 얼마든지 버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 주저하지 마세요! 쿨럭.”


거짓말이었다. 어차피 조든은 랑칸이 자신을 죽이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조든을 죽인 다음에는 마을 사람들의 더 큰 분노가 랑칸을 덮칠 것이었다. 랑칸의 협박은 사람들의 잠깐 멈추게 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어차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랑칸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밝히기 시작했다.


“내 말 잘 들어. 이 녀석이 하는 말은 다 거짓말이야. 니들이 믿는 이 조든이란 작자가 모든 일을 꾸민 거라고! 너희들의 딸을 납치한 건 이 녀석이야!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 몹쓸 짓을 했고! 이 녀석이 쓴 가면에 속지 말란 말이다!”


절박한 심정으로 외친 말이었다. 조든이 답하듯이 외쳤다.


“쿨럭. 그럼 저 요괴들은 뭘까? 쿨럭. 내가 요괴까지 불러냈단 말야?”


“그래, 요괴들은 뭐지? 인간이 요괴를 만들 수 있나?”


“네 놈이 불러와놓고 엄한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려 하지 마!”


조든의 말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랑칸은 자신의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이제 와서 저 요괴가 사실 그동안 사라졌던 아이들이라고 밝혀봤자 누가 믿어주겠는가. 가슴을 까고 아이들의 얼굴을 보여줘봤자, 이미 조든의 말을 믿어버린 사람들은 그것조차 랑칸이 한 짓이라고 생각할게 뻔했다.


사실, 조든이 어떻게 해서 요괴들을 만들었는지는 랑칸조차 알지 못했다. 적어도 랑칸이 아는 범위 내에서 인간을 요괴로 바꾸는 술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랑칸이 신음을 흘리듯 짧은 한마디를 내뱉었다.


“빌어먹을··· 미후 아버지랑 같이 왔었어도······.”


급한 마음에 교네신과 둘이서만 달려온 것이 실수였다. 덕분에 무킨이 요괴를 베는 것은 막을 수 있었지만, 가장 큰 증인이 없는 셈이었다. 아니, 사실 미후 아버지가 같이 왔다고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이 있을까? 애초부터 자신이 본 것을 부정하려 한 자가 지금 이 상황에 와서 내 편을 들어줄까? 랑칸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조든이 한 말을 믿어버릴 가능성이 컸다.


조든이 속삭였다.


“포기해. 다 끝났어. 너도 알고 있잖아? 여기는 이런 곳이야.”


차라리 죽여 버릴까. 사람들에게 맞아 죽더라도 이 녀석이라도 죽이면 속은 시원할 텐데. 그리고 도대체 천력은 어디로 간 걸까. 녀석의 말대로라면 천력의 안전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조든은 천력이 강신술을 못하게 만들었다며 자신만만했지만, 놈이 전적으로 잘못 생각한 것이 있었다. 천력은 강신술을 못해도 전혀 위험하지 않았다. 이 상황을 알고 도망쳤나? 차라리 그러면 다행이었다. 천력은 결코 랑칸을 두고 도망칠 인물이 아니었다. 죽으면 같이 죽었지.


이제 사람들이 랑칸의 바로 곁까지 다가왔다. 랑칸은 체념해야 할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 사람들을 죽이고 달아나는 방법도 있었지만, 어차피 그랬다간 으뜸에게 잡혀 죽을 목숨이었다. 비록 랑칸을 공격하려고 하고는 있지만, 죄없는 사람들을 죽이고 조금이나마 더 살아보고 싶진 않았다.


사람들 사이로 얻어 맞고 있는 무킨과 교네신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적풍은 학자치고는 꽤 날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그것도 사람들의 숫자에 밀려 역부족이 되어가고 있었다.


조든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어왔다. 랑칸은 조든의 목을 쥐고 있던 손의 힘을 풀었다. 다 소용없는 짓이었다. 결국 이 놈이 이겼다. 이 마을은 이런 곳이었고, 이 마을에서 이놈을 이길 방법 따위는 없었다.


어차피 인간에게 있어 중요한 건, 냉혹한 진실이 아니라 맘 편히 믿을 수 있는 거짓이니까.


몽둥이 하나가 랑칸의 머리에 내리쳐졌다. 이마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사실 그다지 아프진 않았다. 곧이어 다른 몽둥이가 어깨를 내리쳤고, 이번에는 사나운 발길질이 랑칸의 등을 걷어찼다. 아프진 않다. 아니, 몸이 아프진 않다. 랑칸의 가슴 한 구석이 너무나도 쓰려오기 시작했다. 눈앞이 피로 물들고 있었다. 망막을 적시는 핏줄기 사이로 사람들이 조든을 일으키려 애쓰는 것이 보였다. 맞고 있는 랑칸을 보며 조든은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최후의 승자의 미소였다. 너무 분했다. 차라리 힘으로 밀렸다면 이렇게 분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랑칸이 소리쳤다.


“바보 새끼들, 끝까지 그렇게 살다가 죽어버려!”


랑칸의 말에 마을 사람들의 손이 더욱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몽둥이는 사정없이 랑칸을 후드려 패고 있었다. 갑자기 랑칸은 자신보다 무킨과 교네신, 적풍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 놈들은 이 정도로 맞으면 죽을지도 모르는데. 수도 없이 매를 맞으며, 랑칸은 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다른 녀석들은 어떻게 됐나 한 번이라도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더욱 거칠게 몽둥이와 주먹, 발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죽어, 죽어. 쓰러져. 이 괴물 녀석. 온갖 소리가 울려 퍼졌다.


랑칸은 이 상황이 낯설지가 않았다. 익숙했다. 그때도 이랬는데. 난 맞고 있었고, 사람들은 날 괴물이라 불렀어. 뒤통수를 뭔가 세게 때렸다. 이제 아프군. 나도 인간은 인간이니까. 이번엔 다리가 세게 맞았다. 그때는 어떻게 살아남았더라? 팔이 뭔가에 의해 찍혔다. 아마도 신발 뒷굽인 듯 했다. 그래, 천력이 왔었지. 그 녀석이 날 구해줬었어. 그 놈은 무사해야 할 텐데. 설마 조든 말대로 죽지는 않았겠지? 빌어먹을. 천하의 랑칸이 여기서 죽게 되다니. 웃기는구만.


랑칸이 완전히 일어섰다. 얼굴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의 머리 중 흰 부분이 이제는 핏빛을 띠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질린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리 힘차게 때려대도, 랑칸은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때였다.


“다들 멈춰요.”


목소리가 들려왔다. 랑칸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목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마을 사람들은 하던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다시 한 번, 이번에는 큰 외침이 들려왔다.


“멈추라니까!”


순간, 사람들 모두가 손을 멈추고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랑칸 또한 그 방향을 바라보았다. 잘못 들은 것인가 싶었는데, 모두가 반응을 한 것을 보면 그게 아니었다. 붉게 물든 시야로 두 사람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중 한 명을 보며, 랑칸이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늦었네. 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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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선과 악 - 1 16.09.21 135 0 7쪽
45 눈 위로 떨어진 꽃 17 +3 16.05.11 248 3 16쪽
44 눈 위로 떨어진 꽃 16 16.05.10 200 1 9쪽
43 눈 위로 떨어진 꽃 15 16.05.08 248 2 13쪽
42 눈 위로 떨어진 꽃 14 16.05.07 212 2 11쪽
» 눈 위로 떨어진 꽃 13 16.05.07 201 2 12쪽
40 눈 위로 떨어진 꽃 12 16.05.06 289 2 13쪽
39 눈 위로 떨어진 꽃 11 16.05.05 211 2 11쪽
38 눈 위로 떨어진 꽃 10 16.05.04 217 2 10쪽
37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3 209 2 13쪽
36 눈 위로 떨어진 꽃 9 16.05.02 238 3 13쪽
35 눈 위로 떨어진 꽃 8 16.05.01 215 3 16쪽
34 눈 위로 떨어진 꽃 7 16.05.01 215 3 9쪽
33 눈 위로 떨어진 꽃 6 16.04.28 236 3 10쪽
32 눈 위로 떨어진 꽃 5 16.04.28 206 3 12쪽
31 눈 위로 떨어진 꽃 4 16.04.26 200 2 12쪽
30 눈 위로 떨어진 꽃 3 16.04.26 157 3 9쪽
29 눈 위로 떨어진 꽃 2 16.04.26 238 3 15쪽
28 눈 위로 떨어진 꽃 1 16.04.26 258 4 11쪽
27 피로 이어진 16 16.04.25 208 3 9쪽
26 피로 이어진 15 16.04.25 213 3 11쪽
25 피로 이어진 14 16.04.25 205 3 10쪽
24 피로 이어진 13 +2 16.04.25 212 3 15쪽
23 피로 이어진 12 16.04.25 198 2 11쪽
22 피로 이어진 11 +2 16.04.25 213 3 14쪽
21 피로 이어진 10 16.04.24 218 3 13쪽
20 피로 이어진 9 +1 16.04.24 256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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